세상은 필연 - 01

비랄 2017-02-11 1

절망하라. 극복하라. 그러면서 지거라. 그것이 삶이니라.



***





세상 만사가 전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하지만 그럴일은 없다. 선택이란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원하는 방향으론 결코 갈 수 없는 것이 운명이니 말이다.


21세기. 20세기 사람들은 이 세기에 정말 많은 기대를 했을거다. 적어도 먹고 살기에는 지장이 없게되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의미에선 실현됐다.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2002년. 본래라면 월드컵으로 세계 전체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해였을 것이다. 다른 세계의 손님이 우리 세계에 방문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갑자기 열린 정체불명의 문, 거기서 나온 정체불명의 생명체. 그들은 우리 인류를 공격했다. 일말의 여지도 없이 잔혹하게, 지옥조차 낙원으로 보일만큼 처참하게 말이다.


그들의 공격에 인류는 유린당했다. 인류가 '차원종'으로 명명한 그 생명체들에게는 인류의 무기는 거의 통하지 않았다. 기껏해야 대규모 폭격정도가 유효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강력한 개체들에겐 통하지 않았고, 인구가 밀집된 곳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기에 시행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수 많은 사람들이 학살당하고, 당연하지만 빈민국을 기점으로 세계 인구는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60억을 넘기던 인류의 숫자는 그들의 침공으로 불과 1년 만에 50억으로 격감했다. 당연히 세계 전체의 기능은 마비. 계속된 소모로 인류에게 남은 길은 파멸밖에 없었다.


하지만 희망이 나타났다.


그들이 나타나면서 생긴 차원의 균열. 통칭 차원문의 영향으로 뒤바뀐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이 그들과 비슷한 힘을 각성하게 됐다. 사람들은 그 힘을 '위상력'이란 이름으로, 그리고 그 힘을 각성한 자들을 '위상능력자'로 부르기 시작했다. 유일하며 최대의 희망이 인류에게 생긴 순간이었다.


인류는 위상능력자들을 얻고, 그들의 힘을 활용하기 위해 '유니온'이라는 유엔 산하기구를 창설. 위상능력자는 차원종이 온 문을 닫는 다는 뜻의 '클로저'라는 이름으로 차원종에게 대항하기 시작했다.


비록 희생은 계속 되었지만 그 희생은 극명하게 줄어들었고, 그것은 인류가 전처럼 무력하게 패배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렇게 유니온의 반격을 시작으로 차원 전쟁은 본격적인 장기전으로 돌입. 울프팩이란 클로저 팀이 차원종의 사령관인 이자젤을 쓰러뜨린 것을 마지막으로 훗날 차원 전쟁이라 불리우는 이 싸움은 막을 내렸다.



――――――――――――――라는 것이 흔히 알 수 있는 차원 전쟁에 관한 내용이다.



세상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수 많인 비밀이 존재한다. 단지 사람들이 모를 뿐. 하지만 이 모든 것에는 정해진 운명이 있기 마련이다.


그 비밀이 무엇이든지 시간아래의 모든 것은 필연이다. 비밀이 있다면 있는 것이고, 그것이 밝혀진다면 밝혀진다. 차원종의 침공도, 위상능력자의 등장도 말이다. 이 운명들은 어찌보면 이리저리 얽혀있기 마련이리라. 그리고 절대 거스를 수 없으니 이를 필연이라 부른다.


시간아래 모든 것이 한번은 열망하리라. 운명에 대항하는 것을.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이루지 못한다. 지금 펼쳐지는 이 이야기 처럼...



***




누군가 한번은 신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을거다. 하지만 사람들이 그러는 이유는 지극히 단순하다. 사람들이 상상하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의 형태가 그것이니 말이다. 인류가 가장 원하고, 가장 높은 것인 전지전능함을 형체화 시키는 것으로 의지할 수 있게 만든 것. 그것이 신이다.


물론 정말로 신이 존재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생각보다는 많이 다를지도 모른다. 우리 생각에 부합하는 것이 있다면 그러지 않는게 있는 것이 세상이니 말이다.


"…흠. 이런 세계란 말이지?'


바로 여기 이 존재처럼.


2020년. 강남의 한 패스트푸드 점포. 이곳의 구석진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스마트폰을 만지는 한 남성. 딱히 그에게 무슨 특징이 있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다. 방금 막 식사를 끝내고, 여유롭게 인터넷 서핑이나 하는 사람. 딱 일반적인 현대인의 모습인 것이다.


물론 겉보기에만 그렇다는 이야기이다.


누가 알겠는가? 그의 몸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단지 그것 뿐이란 것을 말이다. 또한 그가 몸에 지닌 것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란 사실을 아는 자가 있을까? 당연히 그럴리는 없다.


이 자의 이름은, 그가 그의 존재를 규정하고 정한 이름은 '언노운'. 정체불명이란 의미이다. 비록 이 세계에서 그는 '안노운'이란 이름의 평범한 한국 태생의 일반인이지만 말이다.


그의 특별한 점은 많지만, 전부 알고있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 그나마 드러나는 특징이라면...


"3. 2. 1. 시작."


단지 아는게 많다는 정도?


-드드드드.....


강남 거리 일대의 공기가 떨리기 시작한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지진이라도 일어난 줄 알았겠지만 몇몇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면 이곳에선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바로 인류의 적. 차원종의 출현 조짐으로 말이다.


-위이이이이잉....

 

저 비상 사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와 함깨, 강남 인근에서는 이런 내용의 방송이 들리기 시작했다.


""차원종 출현 경보! 시민 여러분은 즉시 대피하여 주십시오. 반복합니다...""


노운이 바라본 인도는 참으로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사람들은 질서따위 생각하지 않고 도망치고, 그 덕에 인도는 혼잡하다. 그나마 통제된 경로를 통해서 차원종에 대항하는 병력들이 시내로 돌입하는 것이 흡사 전쟁을 연상시킨다.


그렇다. 계속되는 것이다. 그들의 싸움은. 도데체 이런 운명은 누가 정한 것일까? 절대 끝나지 않을 이 싸움을 말이다.


"이제 그려지기 시작하는 이야기라.. 뭘 해볼까나.."


알 수 없는 말과 함깨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였다.




    

2024-10-24 23:13:5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