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고마워. (5)

주아이 2017-02-06 2

 온 몸에 힘이 빠졌다. 학교는 끝났고 집에 가는 길에는 노을 빛이 비추고 있었다. 골목길은 그 빛조차 들어오지 않았다.


 집 앞에 도착하자 주머니에 찰랑이는 열쇠를 뒤졌다.


 "어디있지?"


 "이거 찾아?"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전히 눈부신 머릿결에 노을 빛도 어쩔 줄 몰라한다.


 "에이?"


 "여기 열쇠."


 에이는 부드러운 손으로 열쇠를 건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보는 거라 살짝 두근거리기도 하고 긴장되기도 한다.


 "열쇠... 때문에 온 거야?"

 "응."


 대화에 주제를 찾지 못 한 나는 대화를 이어가지 못 해서 불안감을 느꼈다. 이대로면 또 바람처럼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꼈다. 좀 더 대화를 하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만 앞 섰었다.


 "저기 에이. 이제 갈 거야?"

 "늦으면 안 돼."


 "어디로 가는 거야?"


 "내 주인이 있는 곳. "


 "주인?"


 "나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


 치치직. 치지직. 이상한 기계음이 들려온다. 에이는 어딘가 고장난 듯한 기계음에 당황하며 황급히 손을 귀에 갖다댔다.


 "에이?"

 "쉿! 죽기 싫으면 조용히 해."


 "네, 주인님."


 들리지 않게 조용히 속삭인다. 중요한 사람인가? 괜스레 신경이 쓰인다.


 "네, 알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미간을 좁히며 대화에 집중을 하는 에이는 손을 떼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무슨 일 있어?"


 "들어오지 말래."


 "너를?"


 "응."


 주인이라는 사람에게 혼이라도 난 듯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에이는 울상을 지었다.


 "에이..."

 급하게 눈물을 닦고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


 "미안. 이상한 모습만 보이고. 잘가."

 "에이!"


 뒤돌아 서 있는 에이의 흩날리는 머릿결을 보고 소리쳤다.


 "잘 곳이 없는 거야?"


 "응."


 "그렇다면 우리 집에서 자고 가!"


 에이가 떠나가는 걸 보기 싫었다. 어디론가 가버리는 게 싫어서 꾹 참던 입을 열고 뭐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질러버렸다.


 나는 노을빛인지 홍조인지 모를 그녀의 수줍은 미소를 관찰했다. 조심히 입을 여는 에이의 입 모양을 주시했다.


 "진, 진심이야?"

 "나는 진심이야."


 에이의 말에 맞장구 쳤고 에이는...


 "고마워."


 처음이었다. 에이의 미소가 내 가슴 속을 휘젓고 다닌다.

2024-10-24 23:13: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