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이세계 이야기 4화(그림 추가)

firsteve 2017-02-04 4

세하의 도발에 인형들이 달려들자 세하가 앞으로 전진하며 검을 휘두른다.


'내가 가진 이검술의 원초는 아버지가 창안한 미완성 검술.....원초라면 실전 사용이 불가능 한 게 당연하겠지만....!'


세하가 빈틈을 노르고 들어오는 인형의 얼굴 부분을 뒤돌려차기로 날려버리며 생각한다.


'실전에 맞게 추가해 보완한 검술과 엄마와의 대련에서 얻은 경험을 섞으면 실전에서도 쓸만은 하다고!!!'


그 때


"쿠오오오!!!"
 

일반적인 인형과 다르게 생긴 소위 말하는 감정의 인형들이 공격해오자 세하가 검격에 몸을 맡기며 생각한다.


'기본적인 검격 흐름은 아버지의 검으로....'


챙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이 튕겨나자 세하가 그 반동을 역이용해 인형을 차버리더니 공중에서 다시 자세를 잡고 내려와 검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이러한 빈틈이나 돌발상황은 엄마와의 대련 때 얻은 경험과 체술로 대처한다!'


순식간에 전방의 인형무리들의 중심부까지 베어버린 세하가 양 옆에서 공격해오는 인형들의 합공에 검을 고쳐잡는다.


'사방에서 공격해서 피할 곳을 없애시겠다? 그렇다면.....!'


세하가 오른손의 검을 역수로 쥐며 중얼거린다.


"[돌풍염.]"


세하의 몸이 팽이처럼 돌자 검의 범위 안에 있던 모든 인형들이 베이더니 그 상처자국에서 불길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그러나 정작 그 검술을 행한 세하의 표정은 그리 밝지가 않다.


'급한대로 아버지가 만든 검술을 쓰긴 했는데.....역시....이건 보완해야해....이렇게 둘러쌓이면...지금은 이것말고는 방법이 없지만....'


세하가 다시금 검을 고쳐잡고 남은 무리를 확인하더니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어이어이....이건 예상밖인데 말이야....더 늘어났잖아?"


벤 인형의 수의 몇 배에 달하는 인형들이 다시금 진형을 갖추고 서서히 다가오자 세하가 몸을 풀며 말한다.


"지금까지 농땡이 친 벌이라고 치지, 뭐.....실전 경험 부족했는데 잘 됬네...."


그 순간 


세하의 눈에서 푸른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자 다가오던 인형들이 움찔한다.


"그럼 어디.....춤 한 번 춰볼까?"


세하가 검들을 바로잡으며 작게 중얼거린다.


"[위상력 개방]"


작게 읊조린 말과 다르게 세하의 몸 밖으로 지금까지와는 현저히 다른 압도적인 기운이 뿜어져나오더니 이내 검들에 스며들기 시작한다.


"자, 춤춰보자, 인형들아."


세하의 도발에 인형들이 달려들자 세하가 검을 꽉 쥔 채 휘두르며 말한다.


"[결전기 염화난무]"


세하가 인형들을 향해 마치 춤을 추듯 검을 휘두르자 검을 휘감고 있던 화염들이 더욱 맹렬히 타오르며 검에 베인 인형들을 태운다.


과감하면서도 맹렬하게 퍼붓는 공격에 인형들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지기 시작하지만....


"끼로로로!!!"

"쿠오오오!!!"

뒤에서 추가되는 인형들의 탓인지 인형들의 수가 줄지 않는다.


결국....


약간의 탈력감 때문에 검격의 틈을 허용한 세하가 인형들에게 상처를 입은 채 뒤로 물러난다.


'후우....수가...너무 많다....게다가.....지금 이 힘으로는.....절대로.....저것들을 없앨 수 없어.....'


순간 세하가 정미를 흘긋 보더니 이내 생각에 잠긴다.


'하지만......이렇게 물러나거나, 도망치고 싶진 않아.....이대로....무력하게 지고 싶지 않아!'


그 순간....


세하의 머릿속에 자신의 아버지와 나눴던 대화가 떠오른다.


'아들. 아들은 만약에 이길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인데 지켜야 할 사람이 있어. 그러면 어떻게 할 거야?'


'도망가야지. 아빠는 안 도망 갈 거야?'


'안 가야지. 분명히 이길 수 있고,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엥? 그게 무슨 말이야, 아빠? 못 이길 거라며?'


'이길 수 있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쌓아온 힘은 절대 배신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안 져야 하는데 아빠는 엄마한테 맨날 지잖아. 위상력도 엄마보다 약하고.'


'세하야. 이기고 지는 건 위상력의 문제가 아니야. 아빠는 위상능력이 세서 영웅으로 인정 받은 게 아니야. 아빠가 휘두르는 이 검 덕분에 영웅 된 거야.'


'.....이해가 안돼, 아빠.'


'후훗....우리 세하도 언젠가 이해하게 될 거야, 아빠 말을.'


머리속에 떠오른 기억에 세하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생각한다.


'맞아.....이기고 지는 데에는 위상력은 중요하지 않아....중요한 건.....'


세하가 검을 고쳐잡으며 머리를 쓸어넘기더니 또렷한 눈빛으로 인형들을 보며 검에 다시 위상력을 불어넣는다.


'중요한 건......지키고 싶어하는 내 마음이지.'


세하가 슬금슬금 다가오는 인형들의 무리를 향해 중얼거린다.


"그래. 어디 끝까지 불타보자, 인형 자식들아!!!"


세하가 인형들에게 달려가 검을 휘두르며 생각한다.


'한 번도 내 위상력에 의지해 연습해본 적 없다.....'


베어져 불타오르는 인형들의 모습에 세하가 생각을 이어간다.


'위상능력이 아닌 나 자신의 검을, 내 자신을 인정받고 싶었다.'


뿌드득 하며 팔에 이상한 소리가 나지만 세하는 개이치 않고 휘두르기 시작한다.


'그런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베어도 베어도 끝없이 몰려오는 인형들을 베는 세하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한다.


'어머니처럼, 아버지처럼....누군가를 위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검을 휘두르는 거였어....'


세하가 인형들의 공격에 뒤로 밀려면서도 이내 다시 돌격하며 생각한다.


'그러니까 손을 멈추지 마! 발을 내딛어! 내가 가진 모든 힘을 다 불태워서라도 불꽃처럼 끝없이 휘둘러, 이세하!!!!'


"[결전기 염화난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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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유리야!!!"

"아....알고 있어!!!"


슬비와 유리가 하늘을 달리듯이 어디론가로 향하고 있다.


'제발....내가 늦은 탓에 무슨 일이 생기거나 하지 않았기를...!!!'


"그....근데 슬비야....아...아까부터 차원종 반응이 사라졌는데?"

"뭐?!"


슬비가 황급히 자신의 장비를 확인하더니 신강고등학교 방향을 보며 중얼거린다.


"설마.....?!유리야! 빨리 가자!!!"


"지...지금보다 빨리?!자...잠깐만 슬비야!!!"
 

슬비가 총알처럼 앞으로 쏘아져 나가자 유리가 황급히 그녀를 뒤따라 간다.


'장비에 뜬 것만 해도 350마리야.....그걸 다 잡았을리가 없잖아?! 아무리 세하 님이라도 그건 상식 밖이라고!!!'


슬비가 하늘을 비행기처럼 날아가다가 신강고등학교 앞의 빌딩에 멈추더니 경악한 표정을 짓는다.


'뭐...뭐야, 저건?!학교 한 층의 한 면이......박살났다고?!'


정확히는 서편의 과학실 부분의 한 쪽이 완전히 박살 난 채 휑한 모습을 보이자 슬비가 손을 덜덜 떨며 중얼거린다.


"이 정도로 파괴됬으면...세하님은....!안돼!!!!"

슬비가 총알처럼 앞으로 날아가더니 곧바로 뚫려있는 과학실 복도로 진입한다.


"헥....헥....스...슬비야...같이 좀 가자니....까?!"


유리가 슬비를 보며 말하다가 주변에 널려있는 인형들의 파편과 피 묻은 벽면에 눈을 크게 뜬다.


"뭐...뭐야, 이거?!이....이거 다 차...차원종 맞지?!그치, 슬비야?!"


"마...맞는 것 같아....이...일단 세하님을 찾자! 과학실 쪽으로 간다고 했다니까!"


슬비가 유리와 함께 허겁지겁 뛰어가며 코너를 돌다가 앞에서 날아온 공격에 뒤로 물러난다.


"뭐...뭐야, 방금 그건?!"
 

"이건 설마.....세하님?!"


슬비가 코너를 돌자 보이는 것은 피투성이의 몸으로 홀로 비상구 앞에 서 있는 세하의 모습이다.


"....뭐야....너희였냐...."


"세하님....!서...설마 350마리를....혼자서....?!"


"...기계 업데이트 좀 해라.....내가 센 것만 해도 400마리는 족히 넘어...."


"4...400마리 이상이요?!"

슬비의 말에 세하가 피에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말한다.


"지금 그게 중요하냐....애들부터 구해야지..."


"그...그렇죠....아 맞다!!!호...혹시 정미라는 애 보셨나요?!갈색머리이고 조금 말투가 사나운....!"

"정미라면 여기 있어. 내 뒤에."


세하가 돌아서서 정미를 안아들고 걸어오자 유리가 후다닥 달려와 정미를 받아든다.


"정미야!!!괜찮아?! 정미야!!!"


".....걱정마. 큰 외상은 없어. 쇼크로 인해 잠시 정신을 잃은 것 뿐이니까...아 옷 찢어졌으니까 내 옷 덮은 채로 가고."


세하가 유리에게 말하고 그녀를 지나쳐 걸어가자 슬비가 다급하게 세하를 붙잡는다.


"어...어디 가시는 거에요, 세하님?!"세하님도 다치셨잖아요!"

"됬어. 이 정도는 빨간 약 바르고 나면 나을 거야."


"......."

"간다. 그리고 다음부터 빨리 좀 와라......잃고 싶지 않다며?"
 

세하가 슬비를 지나쳐 걷던 그 순간....


세하의 몸이 휘청하더니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세....세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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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시간 후


신서울의 한 병원 병동에 정미가 링거를 맞은 채 누워있다.


"으음....."

누워있던 정미가 눈을 움찔거리더니 눈을 떨며 뜬다.


"정미야!!!!정신이 들어?!나 보여, 정미야?!"

눈을 뜨자 보인 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유리의 모습이다.


"유리야....."

"다행이야....정말 다행이야....."


유리가 정미의 손을 꼭 잡고 자신의 얼굴에 부벼대자 따뜻한 감촉에 정미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나....어떻게 된 거야? 난 분명히 인형들에게...."


정미가 기억을 떠올리다가 소름 돋던 그 장면을 떠올리고는 부들부들 떨며 유리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어...어떻게 나.....멀쩡하게 나올 수 있었던 거야?"

".....세하가 널 구해줬어...."

"뭐?"


"어제 전학온 세하가 널 구해줬다고.....그 무리에서....."


유리의 말에 정미가 유리를 보며 되묻는다.


"그 애가.....날 구해줬다고....? 왜?"

"그게....."

유리가 입을 떼려는 순간....


드르륵 하고 병실 문이 열리더니 슬비와 지수가 안으로 들어온다.


"오!정미양, 깼네요~?오랜만이에요. 나 기억하죠?"

"아, 네....그 때 마트에서 뵜던...."

"후훗....맞아요. 내가 말했죠? 조만간에 만날 거 같다고요. 뭐.....이런 만남은 예상 못했지만, 후훗...."


지수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정미에게 다가와 이러저리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외관상으로는 특별하게 다친 곳은 없는 것 같은데......혹시 불편한 곳이라도?"

"아....그게.....발목이 좀....."


"발목?"

지수가 슬쩍 발목을 보더니 으으 하며 고개를 젓는다.


"독한 것들....이렇게 고운 발목에 상처를 내다니....."


"아하하....."


"걱정마요, 정미양. 이것도 흉터 하나도 안 남게 금방 낫게 해줄게요. 치료비는 내가 전적으로 부담할테니까 걱정하지 말고요."


"아....안 그러셔도 되요....."

"후훗....이건 제 뇌물이기도 하답니다, 정미양?우리 아들과 친하게 지내달라는."

지수가 정미를 보며 말하자 정미가 지수를 보며 묻는다.


"저기.....아주머니...."


"응?왜요,정미양?"

"...혹시...세하가 절 구해준 이유를...아시나요?"

정미의 질문에 지수가 정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알죠. 알려줄까요?"

정미가 고개를 끄덕이자 지수가 정미의 손을 토닥이며 말한다.


"알았어요. 그 대신 한 가지만 약속해줄래요?"


"뭔데요?"

"이야기를 듣고 나면 꼭 세하랑 이야기 해주기."


"......"

"무슨 주제이든 좋아요. 그냥 세하랑 이야기만 해주면 되요."


"......"

"약속해줄 수 있어요?"

지수의 말에 정미가 한참을 가만히있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약속할게요. 아주머니."


잠시후....


병실 복도 맨 끝에 있는 독실을향해 정미가 걸어가며 방금 전 지수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하고는 중얼거린다.


"아우....이 입이 방정이지.....하필이면....그런 일을 겪은 애한테 그런 말을 퍼부었냐, 나란 바보는....."


이내 독실 앞에 도착한 정미가 들어가려다가 문 앞에서 망설인다.


'......들어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 받아줄까.....듣기로는 나 때문에 도망가지도 않고 피투성이가 되어가면서까지 날 구해줬다는데.....그런 애한테....난 못된 말만 했댔는데.....사과한다고....받아줄까...?'


정미가 이런 생각을 하며 문 앞에서 망설이던 그 때....


드르륵 하고 문이 열리더니 몸에 붕대에 감은 세하가 나오려다가 정미를 발견하고는 말을 건다.


"뭐야, 우정미.....왔으면 들어오지, 왜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냐?"
 

".....들어가도 돼?"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오는 거지, 뭘 그렇게 망설이고 있냐.....들어와. 마실 거라도 줄테니까."


세하가 뒤돌아 병실 안으로 걸어가자 정미가 뒤따라 오다가 안에 쌓인 책의 산을 보고는 경악한다.


"이....이거 다...책이야?!"

"어. 좀 오래 있어야 한다니까 어머니가 가져오셨더라고. 거기 의자에 앉아. 마실 거 줄게."


세하가 침대 옆에 놓여진 오렌지 쥬스 박스에서 쥬스를 하나 꺼내 정미에게 주고는 침대에 앉는다.


"몸은 괜찮아?"

"......발목 아픈 것만 빼면 괜찮아."

"후우....결국 다쳤네....미안하다."


세하가 한숨 섞인 말투로 말하자 정미가 우물쭈물하다가 작게 웅얼거린다.


"......네 잘못 아니야."

"응?뭐라고?"

"네...네 잘못 아니라고!내가 다친 거....."


정미의 말에 세하가 멍한 표정으로 정미를 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왠일이냐? 내 탓이라고 안하고?"

"네 탓 아니니까....그 때 과학실로 숨으면 더 안전할거라고 믿은 내 잘못이지."


정미가 세하에게 대답하고는 또다시 우물쭈물하다가 말한다.


"고....고마워...구해줘서...."

"......"

"그...그리고 미안해....알지도 못하면 함부러 말한 거....."

"........"

"미안해....그 땐 내가 말이 너무 심했어...."


정미의 말이 끝나자 세하가 정미를 보며 말한다.


"....너 머리쪽도 검사해봐야겠다. 제정신으로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은데?"

"뭐?! 그게 무슨.....?!"

"제정신이라면 다친 거에 대해서 욕을 때려박고 해야 정상이거든."
 

세하의 말에 정미가 뭐라고 말하려는 순간....


".....에?"

세하가 정미를 품에 꼭 끌어안는다.


뒤늦게 상황이 파악된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으며 파닥거린다.


"무....무슨 짓이야?! 아....안 놔?!"

"고마워서 그래. 고마워서."

"고맙....다고?"


정미가 세하를 올려다보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지금까지 제정신 박힌 사람 중에 그런 말 해준 사람, 손에 꼽거든."


"....."


"고맙다, 정미야. 그렇게 말해줘서...."


이내 세하가 껴안은 팔을 풀자 정미가 뒷걸음질로 물러나다가 세하를 보며 말한다.


"그...그런 말은 굳이 껴안을 필요없이 해도 되잖아!!왜....가...갑자기...?!"

"나름대로의 표현이랄까....고맙다는 소리....엄청 오랜만에 듣거든."


순간 세하의 눈에 슬픈 빛이 맴돌자 정미가 작은 손을 꼭 쥐며 말한다.


"조...종종 들을 거야, 나한테...."

"응?"

"우씨....내가 친절하게 고맙다고 말해주겠다고!!그러니까....그런 표정 짓지 말라고...."


정미의 말에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며 생각한다.


'아빠....저, 터무니 없는 막무가내 아가씨를 구한 거 같아요.....이렇게 훅 들어오는 사람....두 분 말고는 없었는데....'


"뭐...뭐야 왜 웃어?!웃지 마!!"


'처음으로 듣는 진심이 담긴 고맙다는 말이....이렇게 따뜻할 줄이야......이게....아빠가 말씀하셨던 보람이란 건가요?'


"이씨....사람 말 좀 들으라고, 좀!!!!!"


'이런 게 보람이고....이런 애가 내 곁에서 이렇게 쫑알거려준다면....'


세하가 쫑알거리는 정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생각한다.


'끝까지 걸을 만 하겠네요, 제가 걷을 이 길...'


이내 세하가 정미의 머리에서 손을 떼자 정미가 세하를 올려다보며 씩씩댄다.


"너...!사람 말 안 듣고 계속 웃기만 하고...!그리고 남의 머리는 왜 함부러 쓰다듬는 건데?!"


"귀여워서. 말투는 화내는 거 같은데 속을 들여다보며 귀여워서 말이지...."

"귀....귀여워?!내...내가?!"

정미의 얼굴이 빨개지더니 세하를 보며 말한다.


"너....지금 그거....성희롱이야!!!!"


"뭐가?귀여워서 귀엽다고 하는 건데?"

"우윽...."


정미의 얼굴이 더 이상 빨개질 수 없을 만큼 빨개지자 세하가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뭐야....부끄러워 하는 거야?"

"우씨....너 지금 나 놀리는 거지?!내가 귀여울 리가 없잖아!"

"난 진심으로 한 말인데. 지금 한 말은 100% 진심."

"......."

"나 거짓말 잘 못해. 진짜 귀여워서 한 소리라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부들부들 떨더니 꽥 소리를 지른다.


"모....몰라!이 바보 멍청이 호색한 파렴치한아!!! 나 갈 거야!"


정미가 휙 돌아서 나가려하자 세하가 정미에게 말한다.


"정미야."

"왜!"

"고맙다. 내 편이 되어줘서...."

"....."


"잘 가고. 앞으로 잘 부탁해."

세하의 말에 정미가 휙 돌아보더니 세하에게 말한다.


"이세하...."

"응?왜?"

"......잠깐만 거기 가만히 있어봐."


정미의 말에 세하가 갸우뚱한 표정을 지으며 침대에 앉아 정미를 본다.


그 순간...


무언가 말랑말랑한 감촉이 세하의 볼에 닿았다 떨어진다.


".....에?"

세하가 어벙벙한 표정을 짓자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이...이건 보너스야.....이번에 날 그곳에서 구해준 보너스...."

"......"

"다...다음엔 안 해줄거니까 허튼 생각 하지마, 알았지?!"

"어.....응."

"그....그럼 잘 있어....학교에서 보자, 세하야...."

정미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병실을 빠져나가자 세하가 어벙벙한 표정을 짓다가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나참......이렇게 나오면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잖아?"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리던 그 때....


"아들아들아들~"


지수가 문을 부수듯 열고는 그대로 세하에게 뛰어든다.


"오구오구~우리 아들 보고 싶었어~"


"나가신지 1시간도 채 안 지나셨는데요...."

"히~그래도 우리 아들 보고 싶었다, 뭐~"


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하자 세하도 따라웃다가 문득 생각난게 있는지 지수를 보며 묻는다.


"아, 맞다. 엄마. 혹시 학교 현장에서 제 장갑 보셨어요?그 때 너무 급하다보니 언제부터 손에서 사라졌는지 기억조차 못하겠어요."

"장갑이라면 이거 말하는 거지?"

지수가 주머니에서 불에 타 반 쯤 사라져버린 장갑을 내밀자 세하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결국엔 타버렸나....미안해요,엄마. 태워먹어서."


"응?왜?엄마는 엄청 기쁜데?"

"기쁘...다고요?"


세하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지수가 빙그레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이 장갑은 네 아빠가 만든 수제 측정기야. 너를 위해 만든 거지."


"측정기....요?대체 뭘...?"

"정확히는 네 안의 힘을 묶고 있는 리미터가 깨졌는지를 측정하는 거였어. 네가....스스로 수습요원의 힘을 깨우치게 된다면 그 때 이 장갑은 네 위상력에 의해 불타게 되어있었거든."


"그게.....이 장갑의 기능이었다고요?"

"응. 일종의 측정기였어. 듣고 보니 신기하지? 네가 그 힘을 스스로 깨우쳤다는 게?"

지수의 말에 세하가 장갑을 보며 생각한다.


'그냥 내 위상력을 버틸 수 있는 질긴 장갑이라고만 생각했는데......참나....하여간에....괴짜야, 괴짜. 우리 아빠.'


세하가 미소를 짓다가 다시 지수에게 시선을 돌리자 지수가 세하를 보며 묻는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니?"

"뭘요?"

"클로저 말이야. 할 생각...해봤니?"

지수의 말에 세하가 지수의 옆에 서서 자신을 가만히 보고 있던 슬비를 보며 묻는다.


"넌 어떻게 생각해, 슬비야? 내가 클로저 할 만한 ** 보이냐?"

"제 의견을....물으시는 건가요?"

"응. 네 의견 좀 참고해보려고. 아직까진....좀 그래서 말이지."


세하의 말에 슬비가 세하를 똑바로 보며 말한다.


".....전....세하님이 클로저에 어울리는 분이라고 생각해요. 힘이나 재능 때문에 어울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제가 생각하는 이유는 그게 아니에요."
 

"......"

"세하님은.....저보다 더 바른 분이기 때문이에요. 도망 가도 누구도 원망할 사람 없는 그 상황에서, 홀로 정미를 지키려고 하신 그 모습....그 모습이 제가 그리던 이상적인 클로저의 모습이라서....그렇게 바른 분이기때문에 클로저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거에요."


"....그러다가.....또다시 내가 사람들한테.....클로저들에게 실망하게 된다면...?"

"그럴 일 없을거에요, 세하님. 만약.....또다시 실망하게 되신데도......제가 끝까지 옆에 있어 드릴게요. 그러니까....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세하님."


슬비의 말에 세하가 피식 미소를 지으며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당당하고 올곧은 눈으로 날 보는 사람은 오랜만인데.....마치....엄마가 날 볼 때의 눈이잖아...?'


세하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자 슬비가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세하님.....제가 못 미더우시겠지만....전 진심이에요. 그러니까....한번만 절 믿고 저희 팀에 들어와 주시지 않겠어요?"

슬비의 말에 세하가 자신도 모르게 너털웃음을 지으며 생각한다.


'정말....괜한 걱정을 했네, 나....이렇게 올곧게 날 보며 말해주는 애가 믿어달라면.....한 번쯤은 믿어줘야지.'


세하가 고개를 들어 슬비를 바라보더니 싱긋 미소를 짓는다.


"지금 한 말 꼭 책임져, 이슬비. 널 믿고 들어오라고 했으니까."

".....네?!그.....그 말씀은....?!"


"네 팀에 들어갈게. 널 믿고 말이야. 대신 실망 시키지마. 네 진심을 믿고 들어가는 거니까."


세하의 말에 슬비의 표정이 밝아지더니 세하의 손을 꼭 잡으며 말한다.


"감사해요, 세하님!!!진짜 실망 안 시켜드리게 노력할게요!!"

"잘 부탁해, 슬비야. 나도 실망 안 시키도록 최대한 노력할게."


세하가 슬비와 악수를 나누며 말하자 지수가 방긋방긋 웃으며 말한다.


"뭐야, 아들~클로저 안 한다며? 왜 갑자기 마음이 바뀐 거야?"

"솔직히 조금 긴가민가 했는데....뭐.....한 번 더 믿어보려고."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하자 지수가 짖궃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그게 아니라 슬비 때문에 클로저 한다고 하는 거 아니야? 잘 보이고 싶어서 라던지~?"


"아...알파퀸님?!그....그게 무슨?!"

슬비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손을 휘젓자 지수가 배시시 웃으며 말한다.


"갑자기 이렇게 확 태도가 변하는 데에는 여자한테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잖니?혹시나 해서~"


"아...알파퀸님!세하님이 저 때문에 그러실 리가...."


"뭐....이유 중 하나이긴 하지."

".....흐에에에?!"
 

슬비가 화들짝 놀라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자 지수가 세하를 보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뭐야, 아들?! 진짜야?! 슬비 때문에 클로저 한다고?!"

"이유 중 하나라니까."


'꼭 그 이유만 있는 건 아니지만....당사자가 앞에 있는데 이렇게 말해주는 게 낫겠지?'


"흐에에에...."


슬비가 머리에서 김을 뿜으며 고개를 숙이자 세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야....갑자기 왜 이러지?내가 뭐 잘못 말했나?'


슬비의 상태를 눈치 못 채는 세하의 모습에 지수가 한숨을 쉬며 생각한다.


'역시 우리 아들....다 좋은데 저 연애 관련 눈치는 최악이라니까?책을 중독자수준으로 읽으면서 어떻게 저런 연애 눈치는 늘지를 않을까...?'


그 때....


방 안에서 울리는 진동음에 세하와 슬비가 각자의 핸드폰을 확인하더니 지수를 보며 말한다.


"엄마. 전화 왔는데? 오늘 강의 있어요, 혹시?"

"응?.......우아아악!!!!늦었다!!!!아들!!!나중에 이야기 하자!!!"


"네네, 빨리 가세요. 지각 하시겠어요."

지수가 허겁지겁 밖으로 나가자 세하가 지수를 보며 한숨을 쉰다.


"또 지각하시겠군....요 며칠 머리가 복잡해서 스케줄 확인을 안 했더니 역시나 펑크를 내시는군...."


세하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손으로 부채질을 하고 있는 슬비를 보더니 말을 건다.


"슬비야."


"네?!저...저 말씀인가요?!"


"어....그렇게 반응 하는 건 예상 못했는데....내가 놀래킨 거야?"

"아...아니에요....그...근데 왜 갑자기....?"

"시간도 늦었는데 여자애 혼자 보내기 그래서 데려다 주려고. 집 멀어?"

"머...멀진 않아요....거...걸어서 10분 정도?"

"별로 안 머네. 가자, 데려다 줄게."


세하가 일어나려고 하자 슬비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괘...괜찮아요, 세하님!!!아...아직 환자이시잖아요!"

"오히려 이렇게 누워 있으면 몸이 굳어. 이젠 나도 움직여야 하니까."


"그....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쉬시는 게...."


"난 괜찮은데....뭐....네가 그렇게 부담스럽다면 병원 앞까지만 배웅할게. 이 정도까진 괜찮지?"

세하의 말에 슬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하가 옆에 있는 자신의 자켓을 어깨에 걸치고는 슬비를 데리고 병원 밖으로 나간다.


봄임에도 불구하고 쌀쌀한 바깥공기에 슬비가 팔을 부비자 세하가 걸치고 있던 자켓을 슬비에게 입혀주며 말한다.


"추워. 입고 가."

"괘...괜찮아요, 세하님....그렇게 춥지도 않고...."


"여자는 춥게 입고 다니는 거 아니야. 입고 가.걱정 되니까."


세하가 옷깃을 여며주자 슬비가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무언가 생각났는지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서 낑낑대며 무언가를 꺼낸다.


"....핸드폰?"

"네.....핸드폰 번호....주실 수 있으세요?"

슬비의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거 꺼낼려고 낑낑댄 거야?내 전화번호 받으려고?"

"네....안되나요?"


슬비의 웅얼거림에 세하가 슬비의 핸드폰을 받아들고 번호를 누르자 슬비가 배시시 웃음을 짓는다.


"헤헤헤....."

"뭐야....갑자기 왜 웃어?"

"헤헤....좋아서요...."

"참나....좋은 것도 많다..."


세하가 슬비의 핸드폰으로 자신에게 전화를 걸더니 자신의 핸드폰을 슬비에게 보여주며 말한다.


"봐. 내 꺼 울리고 있지?이름 저장해. 원하는 대로."


세하가 자신의 휴대폰을 넘기자 슬비가 한참을 보다가 꾹꾹 자판을 누른 뒤 세하에게 되돌려준다.


"헤헤....저장했어요."

"고맙다. 네 덕에 오랜만에 전화번호부 갱신했다."


"헤헤.....뭘요....그럼 저 갈게요, 세하님. 옷은 내일 제가 빨아서 드릴게요."

"시간 날 때 돌려줘. 급한 거 아니니까. 추워진다. 빨리 가. 택시 잡아줄까?"

"아...아니에요! 거...걸어가면 된다니까요."


"뭐....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잘 가, 슬비야. 멀리 안 간다."

"네....아...안녕히 계세요, 세하님! 그...그리고...저...전화번호 감사합니다!!들어가세요!"


슬비가 후다닥 인사를 하고 뛰어가자 슬비의 뒷모습에 세하가 피식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린다.


"나참....빨리도 뛰네, 쪼그만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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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저녁


병실에 누워 책을 보는 세하 옆 테이블에서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한다.


'누구지....엄마는 아까 나한테 자료 주시고 몇 시간 정도 볼 일 있다고 하셔서 지금 연락이 올 리가 없는데....'


"여보세요."

"여보세요...?이세하 핸드폰...맞나요?"
 

"......정미?"

예상 외로 전화를 건 상대는 정미다.


"네가 왠일로 나한테 전화를 걸었어?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았고?"

"아...아까 너 만나러 가기 전에 너희 어머님이 가르쳐주셨어. 너랑 이야기 해보라면서..."

"그래?그럼 이왕 전화 한 김에 물어보고 싶은 게 있으면 물어봐. 나도 묻고 싶은 거 물을테니까."


세하의 말에 정미가 처음에는 머뭇머뭇 거리면서 사소한 걸 묻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도 소문처럼 많이 싸웠는지, 뭘 좋아하는지, 쌓여있는 책들은 진짜 다 읽는 건지 등등 어떻게 보면 귀찮을 수도 있는 질문공세에도 세하는 일일이 친절하게 답을 하며, 자신 또한 정미에게 묻고 싶었던 것을 간간히 묻는다.


이윽고 정미가 조용해지더니 부끄러운 듯한 목소리로 웅얼거린다.


"미...미안해...쉬어야 하는 환자한테 내가 너무 떠든 거 같네....이만 끊을게...."
 

정미가 부끄러움에 황급히 전화를 끊을려고 하자 세하가 정미를 멈춰 세우더니 이내 잔잔한 목소리로 말한다.


"잘 자, 정미야. 좋은 꿈 꾸고."

"뭐...뭐야.....네가 내 남자친구야?! 나 잘 거야. 끊어!"


전화를 끊자, 자신도 모르게 화끈거리며 다시금 달아오르는 얼굴에 정미가 연신 부채질을 한다. 


'뭐야, 갑자기....그런 말이나 하고. 사람 부끄럽게....'


그럼에도 끊은 뒤, 계속해서 귓가에 맴도는 세하의 잘 자라는 말과 오늘 자신이 했던 행동에 정미가 부끄러움에 몸서리치며 침대를 뒹군다.


'어떡해....오늘 나....잠은 다 잤나봐...계속 생각 나잖아!!!'


정미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발을 동동 구르다가 이내 발구름을 멈추더니 고개를 빼꼼 내밀며 생각한다.


'.....병문안 핑계로 내일 살짝 보고 오면 좀 나아질까...?벼...병원 밥 맛없으니까 굶을 거 같아서 싸왔어 라던지 그런 말을 하면서 도시락을 갖다 주면....그러면 자기 보려고 왔다고 생각 안 하고 도시락 주러 왔다고 생각하겠지?들키면 안되는데....내가 이렇게 보고 싶어하고 이러는 거....들키면....자존심 상하는데.....'


정미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베개를 얼굴에서 떼고는 방 천장을 보며 작게 중얼거린다.


"....잘 자, 이세하....내일 보자...."


한 편, 이시각


세하는 지수에게 부탁했던 자료들을 타블렛 PC로 열람하고 있다.


세하 같은 정식으로 요원이 안된 사람이나 정식 요원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자료지만, 지수는 유니온 최고등급 비밀을 제외한 자료에 열람권이 있으니 세하한테 간단히 넘겨준 것이다.


'이럴 때는 우리 엄마의 이름이 참 쓸 만한데 말이야.....'


세하가 자신이 들어갈 팀의 이력과 소속 팀원들의 이력을 훑어보다가 이내 작게 중얼거린다.


"생각보다 우리 팀 나 못지 않은 괴짜구나....연습으로 A까지 올라간 애랑,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말에 넘어온 특이발현자, 차원전쟁 참전 용사, 그리고 독일에서 온 수수께끼의 꼬마까지....정상적인 사람이 없네...."


그러면서 팀을 만든 사람을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넘기던 세하가 팀 발안자에 대한 자료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뭐지....이 사람은....차원 전쟁의 관리요원에 현재 국장자리까지 와 있는 엘리트가 왜 굳이 이런 팀을 구성한 거지? 자료에 따르면 내부의 반발도 있다는데.....아무리 유니온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하지만....굳이 자신의 승진에 불이익이 갈 수도 있는 사항을 어째서...?'


그 때...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세하의 핸드폰으로 문자가 날아온다.


문자를 보낸 사람은 슬비다.


[세하님. 저 슬비인데, 뭐 좀 여쭈어봐도 될까요?]


슬비의 예의를 가득 담은 문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전화를 건다.


잔잔한 바이올린의 선율이 흐르길 몇 초, 당황한 목소리의 슬비가 전화를 받는다.


"세하님?!가...갑자기 왜 전화를?"


"물어볼게 있다면서? 난 문자로 대화하기보단 전화를 더 선호하는 편이라서. 겸사겸사 네 목소리도 듣고."


"아우....그...그런 말 하지 마세요...부끄럽다고요...."


귀여운 슬비의 반응에 세하가 웃다가 슬비에게 문자한 목적을 묻는다.


그 물음에 슬비가 한참을 우물쭈물하다가 말을 꺼낸다.


"세하님....혹시....PTSD 있으셨나요?"


슬비의 말에 세하가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슬비도 당황해하며 허둥지둥 말한다.


"아...아니...그게...알파퀸님이 아까 세하님 방에서 나올 때 알려주셨는데....왠지 물어보면 안될 거 같긴 했는데요오...그...그래도...PTSD가 간단한 병도 아니고.....팀에서 활동하시는데 지장이 있으신 건 아닌지 해서....."


슬비의 말에 세하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슬비를 부른다.


"슬비야. 걱정해준 건 고마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뒤에 물러나 있긴 싫어. 이젠....나도 지키고 싶은 게 생겼으니까."


"그래도....PTSD가 쉽게 벗어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PTSD는 거의 다 나았어. 처음처럼 공격조차 못하는 정도도 아니고, 약간의 강박증이랑 편집증이 있을 뿐이야."


"PTSD 증상이 그 정도이셨어요?! 그 정도면 중증이시잖아요! 아무리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그 정도면 팀에서 활동하시는데 무리가...!"


"슬비야.난 괜찮아. 이젠....마냥 손 놓고 있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다는 것도 알았고. 적어도 해보고 후회하려고."

세하의 대답에 슬비가 슬비가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자 세하가 슬비를 달래듯 말한다.


"물론, 증상이 심해지거나 팀에 악영향을 끼칠 만큼 내 정신상태가 불안하면 곧바로 말하고 쉴게.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진마."

"....알겠어요...세하님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걱정 안 할게요....그러니까.....한 가지만 약속해주세요. 힘드시면 꼭 말해주시기로."

병실에서 자신에게 말했던 것과 비슷한 당당한 말에 세하가 피식 웃으며 말한다.


"내가 힘들 때마다 너한테 말하면 너 나보고 징징거린다고 할 걸? 자신 있어? 귀찮아 안 할 자신?"

"네. 귀찮아 안 할테니까 힘들 땐 꼭 이야기 해주세요. 아시겠죠?"

"약속할게."


"그거면 됬어요. 그럼 전 이만 끊을 게요. 세하님도 들어가서 쉬셔야 하니까."

"지금도 쉬고 있는건데, 너랑 이야기하면서."

"펴...편하게 쉬셔야죠....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슬비야. 잘 자, 좋은 꿈꾸고."

슬비가 헤헤 거리며 전화를 끊더니 핸드폰을 꼭 껴안은 채 침대위를 데굴데굴 이러저리 굴러다닌다.


"히힛.....세하님이랑 통화했어...헤헤헤...."


뒹굴뒹굴 구르던 슬비가 이내 멈추고 천장을 보더니 배시시 웃으며 중얼거린다.


"내일 세하님 보러갈까? 아니지....너무 들이대는 여자는 결국 버림받는 게 법칙이잖아?그러면...살짝 튕겨 볼까?안돼....그래도 세하님인데...."


슬비가 베개를 꼭 껴안은채 내일 할 일에 대해 고민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그 시각, 세하도 어느새 타블렛 PC에서 손을 떼고 병원침대에 몸을 뉘인다.


"후아.....오늘도 이제 끝이구나....정말이지....오늘만큼 힘든 날은 그때 이후로 처음인데 말이지...."


세하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무언가 생각났는지 옆에 있는 타블렛 PC를 집어들고는 무언가를 연신 검색하더니 조용히 중얼거린다.


"역시......현장에서 직접 알아봐야 하나? 정보가 너무 적어...."

그럳니 세하가 타블렛 PC를 옆에 내려놓고는 자리에 다시 눕는다.


"으그극....잠이나 자야겠어....더는 못 버텨...."


이내 세하가 베개에 머리를 뉘고는 아무도 없는 천장을 향해 중얼거린다.


"잘 자라.....둘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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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한동안 인사를 못 드렸네요. 어쩌다보니 이제야 이 편을 업로드 합니다.


다음 업로드는 black knights로 암울의 절정으로 갈 예정이니 멘탈 잡고 오시길 바랍니다.


이상 firsteve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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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3: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