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하피나타] 무제

불량냉동 2017-02-01 1



처음 당신을 보았을땐, 참 멍청해보인다고 생각했어요.


저희는 그저 사냥개일 뿐인데.


주인이 명령하면 무슨 일이든 해야하는 노예같은 존재들인데.


당신은 그런 노예들 속에서도 유일한 자유인이었죠.


성격 나쁘고 금방 흥분하지만, 저한테는 그런 당신이 빛나보였어요.


"하피.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시죠?"


저의 감독관님.. 저의 주인. 저는 이 분의 그림자 입니다.


"당신을 생각하고 있죠."


침대 위에서 저는 제 주인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작은 비행기, 혹은 새처럼 보일만한 검은 기계에서 음성이 흘러나왔다.


"나타, 이번에도 흥분해서 임무 수행에 지장이 생겼더군."


늑대개 대장, 트레이너의 목소리다. 눈 앞의 마치 바다를 생각나게 하는 푸른 머리카락의 여자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신경질적으로 말했다.

"흥! 그런거 내 알 빠 아니거든?"


하피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에게 눈길이 갔다. 트레이너가 여자에게 관대한 편이라고는 해도 저 태도는 매우 무례한 것이다.


애초에 처리부대랍시고 대장에게 예의를 차리는 사람들을 하피는 몇 번 본 적도 없다.


트레이너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 나타. 이번 임무는 아주 중요한 임무였다. 감시관에게 말해 너에게 징벌을 내리겠다."

감시관.. 그것은 필시 현재 늑대개팀을 맡고 있는 홍시영 감시관일 것이다.


하피는 마음 한구석으로 나타를 동정했다.


그 분은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하피 자신도 그녀가 주는 고통과 세뇌에 굴복해 그림자가 되지 않았던가?


트레이너는 뻐꾸기를 이용해 감시관에게 나타의 처벌을 요구했다.


홍시영 감시관은 그 요구를 아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녀는 뻐꾸리를 원해 자리로 돌려보내고 하피를 불렀다.


하피를 부른 그녀는 매우 기쁜 듯이 말했다.


"하피, 조만간 동료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


"동료.. 입니까?"


하피는 단번에 그녀가 말한 '동료'의 의미를 알아챘다. 홍시영 또한 하피가 자신의 말을 알아 들었을 것이라 확신했지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싶었던 것인지 홍시영은 자신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래요, 안그래도 저 늑대 아가씨를 조련해보고 싶었는데. 트레이너씨가 저에게 기회를 주셨지뭐에요?"


홍시영은 자신의 탐욕을 숨길 생각이 없는지,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하.. 자유를 갋망하는 저 의지를 제 앞에 무릎 꿇게하는 건 생각만해도 짜릿하군요."

"그렇..군요."

"어머? 하피, 동료가 생긴다는데 기쁘지 않은가봐요?"


핫, 하피는 순간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다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럴리가요. 아주 기쁜걸요?"


자신은 그림자여야만 했다.


홍시영의 그림자로써,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이루어야만 했다.


그래야하니까.




"끄아아아아악!!"


인적이 적은 한 건물 안, 나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그녀의 목에 달린 쵸커가 그녀에게 죽음보다 더 한 고통을 주고 있었다.


나타는 바닥에 엎드려 쵸커를 풀기 위해 자신의 목에 달린 쵸커를 당기고 있었다.


홍시영은 앞에서 그 모습을 보고 웃고 있었다.


"꺄하하핫!! 정말 아름다운 비명소리군요!"

그녀는 이미 반쯤 눈이 풀린 상태였다. 벌써 10분이다. 하피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고 있었다.


자신도 저 고통을 알고 있으니까.


아니, 자기때는 저정도가 아니었지.


정말 죽기 직전까지 쵸커의 출력을 올리고 그것을 1시간동안 계속했다.


고통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나타 또한 그럴것이다. 저 고통은 익숙해질 것이 아니니까.


나타는 살의가 가득찬 눈으로 홍시영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 홍시영은 나타의 마음을 꺽기 위해 쵸커의 풀력을 올렸다.


"그 눈이 언제 꺽이나, 기대되는군요."

"아아아악!! 너.. 너어어!!"


근 눈에는 아직 살의가 가득했다. 나타의 마음은 꺽이지 않았다.





시간이 지났다.


홍시영이 죽고, 늑대개팀은 지명 수배가 되어 도망자신세가 되었다.


공항에서 램스키퍼를 얻고, 칼바크턱스가 죽고. 늑대개는 드디어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게 되었다.


하피는 그 시간동안 계속 나타와 함께 있었다.


그녀가 칼바크에게 납치 당했다고 들었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갱도에서 없어졌다고 들었을 때는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다른 남자가 있었다.


이세하.


계속 나타의 손을 잡고 있는 저 남자.


하피는 살인충동에 휩싸였다. 그녀의 손을 잡고 있는 저 손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하피는 이것이 질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이 나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 봤을때 부터. 지금까지 쭉.


자신에게 없는. 자유를 얻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싸우는 모습이 그에겐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자신은 이미 예전에 포기해버렸으니까.


그래서 더욱 그녀가 빛나보였다. 그녀의 입에서 자신을 불렀으면 했다.


마주잡은 저 손이 자신의 손이길 바랬다. 자신의 품안에 가둬두고 싶었다.


그래서 했다.


"늑대는 자유니까."


자유롭게 행동하기로 했다.


데이비드로 인해 램스키퍼가 추락할 때, 나타를 잡고 뛰어내렸다.


카밀라가 유하나를 데리고 어디론가 가는 모습이 보였지만 막을 생각도 없었다.


이제 둘 뿐이니까.


이제 나타는 자신의 이름만을 부를 것이고 저 손을 맞잡는 것은 자신일테고 둘만 있을거니까.







애매한데


2024-10-24 23:13: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