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안개의 무게추 [5]
이순재의건강보험 2015-02-05 0
차원 전쟁 이후로 생태계가 파괴된 것인지, 아니면 그저 예전에 고민하며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었던 걸 멈춰서 지구온난화가 빨리 발생된건지, 알수없는 뜨거운 온기는 이번 년도의 계절 중 여름이라는 뜨거운 계절을 더욱 불타오르게 만들며 이번 년도 최고의 온도 수치를 뽐내며 뜨거운 더위를 내뿜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결국 빌어먹을 여름이라는 칭호를 갖다 붙이면서 가을이 빨리 오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나 더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이 그저 온도만 높여갈뿐, 식을줄을 모른다.
이런 더위 속에서도, 시위를 하거나 욕을 해대는 사람들은 널리고 쌓였다. 나쁜 인식이 그에 의해 완전히 박혀버렸기 때문에 클로저들은 방해를 받거나, 심지어 몇몇이 린치를 가해 부상을 입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위상력자한테 그런 행위를 가한 사람들은 구속되는 것이 뻔하지만, 오히려 그런 짓은 화를 돋구며 점점 매섭게 클로저 요원들을 내몰고 있었다. 차원 전쟁이 끝난 이후로 거의 쓸모가 사라져버린 클로저들에게 대한 반감, 그리고 그 사건 이후로 사리사욕을 원한 결과로 일방적으로 죽어버린 몇몇 시민들에 대한 애도와 커지는 분노가 소나기 처럼 쏟아져 내려온다.
결국 유니온의 대처로, 신변 보호라는 이유를 통해서 슈팅스타의 팀원인 한지수 요원과 김시환 요원, 그리고 차를 모는 운전병을 지원하겠다며 어중이떠중이로 몰렸던 사람들 중 하나인 특경대 대원은 차 안에서 서늘하고 차갑게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안끽하며 그나마 끔찍한 이번 년도의 정신나간 날씨를 피해갈 수 있었다. 더군다나, 위에서 내리쬐는 매서운 햇빛에 잘 익어가는 철로 되어보이는 계단 손잡이를 잡아버려 거의 화상을 입은 한지수 요원에겐 그 시원한 바람이 구세주와도 같았다. 조수석에 탄 그녀는 겨우겨우 바람이 나오는 구멍에 손바닥을 들이대며 자신의 뜨거워진 얼얼한 손바닥을 식혀내라 애를 쓰고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고통을 받고있는 사람은, 답답한 복장을 벗지도 않은체로 자신의 몸에 수북하게 쌓인 땀을 끈적거리는 시트에 남겨가며 운전하는 특경대 요원이였다. 한지수 요원의 행동이 자신에게는 거의 수십개의 바늘이 자신을 찌르는 느낌이 들었고, 그 이유는 곳 자신이 바람을 쐬지 못해 다시 더위가 차 안에 가득 차버리는 것이 분명했기에, 그는 살짝 짜증을 냈다. 그러나 입을 여는 것 조차도 더위 때문에 할 수조차 없었다.
뒷자리에 김시환은 딱히 그 둘이 무엇을 하든 상관 없다는 듯, 무관심한 표정을 지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세차도 제대로 못한 차량이기 때문에 차창문은 누리끼리하고 짙은 초록색을 띄었고, 태양 빛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았지만 김시환은 딱히 시내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도로 바닥을 보고싶었기에 상관하지 않았다. 그 도로를 보면 누군가가 저절로 생각나기 때문이였다. 무표정 했던 그가 그 생각을 하니 재미있다는 듯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 누군가를 떠오르니 순간적으로 임무에 대한 생각을 잊어버린다. 그녀가 아끼는 오토바이의 엔진소리가 거칠게 울어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나 엔진소리가 일그러지며 절규하는 목소리로 변하며 귓가에 들려오자, 김시환은 흠칫해버린다.
그는 잠시 자기 자신이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걸린 것인가에 대해 열렬하게 고민을 해봐야만 했다. 하긴 그도 나름 자신이 왜 이리 흠칫하며 반응하는 게 어떤 기억인지 자기 자신도 매우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는 한 스케빈저가 있었고, 한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눈물과 피가 뒤섞인 토를 내뱉고 있었다. 스케빈저는 입맛을 다시는 듯 날카로우면서 수많은 이빨을 딱딱 거리며 누구의 것인지 모를 고깃덩어리를 쩝쩝거리고 있었다.
그 앞에 보이는 마나니폰은 소박한 만찬을 즐기는 스케빈저를 뒤로 하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넘어지고, 무언가를 밟아된다. 시멘트가 부서지는 건물 잔해의 조각난 소리가 아닌, 어떤 물컹한 것이 마나니폰의 육중한 몸을 버티지 못해 뒤틀리며 터지는 소리가 마나니폰이 난동을 부릴 때마다 들리며, 그때마다 발바닥과 복부 부분에는 빨간색으로 물들여져 간다.
자신이 어릴때 지켜보던 옛 모습과 비슷한 상황은 소름을 돋게 만들었고, 또한 기억을 자신에게 각인시킨다. 그들이 죽어가며 소리지르거나, 심각하게 망가져버린 여러 시체들은 일생일대에 인상깊은 추억아닌 추억을 머릿속에 새겨준다. 영영 지우지 못할 문신처럼. 그것은 공포스럽게 창밖을 보고있는 그와, 손바닥에 바람을 맞대는 여성에게 화살 촉이 박히듯 박혔다. 기분 나쁜 기억들만 계속된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될, 않아야 될 일들을 수차례 겪는다.
머리에 현기증이 오는 듯, 김시환은 잠시 손을 이마에 대버린다. 머리가 깨질듯 아픈 느낌이 느껴졌다. 이번 임무가 끝나면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겠다고 결심했다. 위상력 흡수자가 되어버린 거짓된 지휘관을 보며 생겼던 역겨움을 참아가고, 이번 기억까지 겹치며 정신적으로 괴로워지는 일이 많았다.
차는 왼쪽으로 꺾여진다. 신서울 프로젝트로 재건 되어가고있는 강남의 시내 건물들이 햇빛을 가리며 동시에 더위를 좀 덜어준다. 특경대 대원에게는 온도 그 자체가 생명이였다. 한지수 요원은 슬슬 손바닥이 괜찮아졌는지 손을 무릎 위에 놓고는, 피곤한 듯이 눈을 점점 감기 시작한다. 그 반대 입장에 놓여져 있는 특경대 대원은 한지수 요원에게 옷들을 전부 입혀버리고 싶었다. 일부로 속력을 내기 시작한다.
이 미칠듯한 더위에, 망할 클로저 지휘관이라는 녀석 때문에 자신이 이리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에 지금 있는 클로저 요원들을 실컷 때려주거나 욕이라도 내뱉고 싶었다. 특경대한테 까지 불똥이 튀었기에, 근무 느슨이라는 이유로 징계를 받기 싫으면 언제나 특경대 군복을 항시 입어야하기 때문이였다. 겨울이라면 뭐라 그러지 않겠지만, 애석하게도 더위가 온몸을 찌르는 여름이기에 정신이 빠져 나가는 것 같았다.
증오 섞인 신나는 질주로 자신의 기분을 풀어대자, 곧 그들이 도착할 목적지에 도다른다. 김시환은 벌써 잠들어버린 그녀의 어깨를 툭툭치고, 특경대 대원은 깊은 신음을 내지르며 차 안에 있지 못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나가면 더 더워질게 뻔했기 때문이였다.
목적지로 보이는 폐허는 비록 많이 망가져버리고 잔해에 깔려 음산한 분위기를 풍겼지만, 거의 며칠이 지나가기 전에는 웅장하고 거대한 고층 건물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도 다가가지 못할, 차원종들이 우글거리는 악마의 집같은 폐가로 탈바꿈 되어버렸다. 태양빛 아래에서 그들이 차 앞창문에 보이는 그 광경은 눈부시면서도 확실하게 보였다. 끔찍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해버린 추모의 건물.
그곳에 아직 남아있는 굶주린 차원종들이 시체가 남긴 고깃덩어리를 피가 팍 튀어나오며, 기분나쁜 소리로 씹어먹고 있을 것이다. 김시환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몸이 소름에 돋아버린다. 한지수 요원은 가만히 그 풍경을 본다. 특경대 대원은 입술을 맞닥대며 "쯧."하는 소리를 내뱉는다.
"슬슬 내릴준비 하십쇼, 요원님들." 그거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한지수 요원은 끄덕거렸고, 김시환 요원은 아무런 행동없이 무너져내린 거대한 풍경을 지켜본다.
풍경에서의 땅바닥은 하얀선이 몇개 그려져 있었다. 특경대 대원은 능숙하게 네모낳게 그려진 직사각형의 하얀선에다 차량을 집어 넣듯 몰아갔다. 차량의 엔진 소리와 울퉁불퉁한 제한선을 넘으며 덜컹거렸던 움직임도 사라져 버린체로, 그 둘이 도착할 곳에 도달했다. 시동을 끄자 동시에 꺼진 에어컨은 은은하게 시원한 바람을 뿜던 것을 멈추었고, 그나마 유지되던 서늘함도 사라져버렸다.
차 문을 열고, 바깥 문으로 다시 닫기까지 10초도 안걸리는 시간을 통해 다시 더위가 느껴지고, 싫증이 날만한 삶이 되돌아온다. 특경대 대원도 차키를 가지고 나와서는 요원들을 작전본부까지 데려가야했다.
우습게도, 장기 임무같은 경우에는 군용 텐트를 쳐서 작전 본부를 만드는게 보통이지만, 더위에 찌든 몇몇 이들 덕분에 캠핑카에서 작전을 짜야만 했다. 에어컨이 나오는 건물을 옮길수도 없는 처지이고, 아예 넓직한 공간에 차를 갖다댄 것이다. 그 캠핑카는 몇걸음 가면 보였는데, 검은 창문 속에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답답하다는 듯한 눈치였다.
김시환은 열기 속에서 캠핑카의 창문을 바라보며, 자신들 말고 다른 슈팅스타 팀원들이 도착했는지 확인해볼려고 했다. 그러나 햇빛때문에 가려졌고, 그저 창문 안에서 보이는 검은 물체만 볼 수밖에 없었다. 직접 캠핑카로 들어가야만 했다.
답답해진 한지수는 특경대 대원에게 "저게 우리의 작전본부인가요?" 라며 캠핑카를 가리킨다. 특경대 대원은 곧바로 끄덕거렸고, 한지수는 싱긋 웃었다. 그리고 김시환을 바라보았다.
"알지?" 제차 확인한다는 듯 김시환에게 물었다.
"안돼." 그러나 김시환은 거절했다. "아무리 그래도, 각각의 팀들이 모인 집합장소야. 이번만큼은 조용히 걷자고."
한지수는 볼을 부풀린다. 김시환 그가 어이가없다는 듯 쳐다보고, 특경대 대원은 나름 기억을 뒤섞여가며 이들이 무슨 예기를 하는 가에 대해서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아." 라고 외치고는, 슈팅스타의 한지수 요원이 속도광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짧은 거리에서 까지 달리고 싶은 것인가?
그런데, 슈팅스타 팀에 속도광인 요원이 한 사람이 더 있지 않았나에 대해 다시 기억을 되세기며 캠핑카 까지 걷는다.
캠핑카의 문 손잡이는 열기때문에 뜨거웠기에, 한번 호되게 당한 한지수 요원은 머뭇거리며 잡기를 고려했다. 결국 특경대 대원이 장갑을 끼고 있었기에 여는 역활까지 그에 몪으로 남겨졌다. 뜨거움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특경대 대원도 잡기가 꺼려졌다. 그는 문을 열고선, 한지수 요원과 김시환 요원이 들어갈때까지 문을 잡고 기다렸다. 한지수 요원은 고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슈팅스타 팀원도 이제서야 도착하는군."
김시환은 그 기분나쁜 목소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