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위상대전 -제138화- [레인저, 발키리와 에레쉬키갈]
호시미야라이린 2016-12-18 0
어디까지나 사실이라면 벌처스는 정말로 거대한 회사가 될 만도 하다.
보이지 않게 조력해주는 각종 지원군들로 가득한 덕에 벌처스가 여러 위상장비 개발 업체들 가운데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가 있었고, 또한 세계적인 규모이자 다국적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가 있었던 것. 벌처스가 온갖 수단과 방법을 다 가리지 않아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어쩌겠는가? 뭐 아무튼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고 램스키퍼는 여기저기를 다닌다. 오늘도 느긋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램스키퍼의 모든 승무원들. 마에라드가 유리와 바이올렛을 따로 부르더니만 모처럼 시간이 되니 셋이서 한번 놀아보자고 한다. 셋이서 같이 놀아보자니 무엇을 하면서 같이 놀자는 걸까?
간단하게 한번 몸풀기 대련이나 해보자는 것. 격투물로 비유하면 ‘스파링’ 정도나 하자는 말이 맞는데 두 명이서 같이 팀을 맺고 내가 혼자서 동시에 상대하겠다는 것. 근데 보나마나 마에라드가 압도적인 힘을 보여줄 것이 분명한데 왜 또 하자는 건지 이해를 못하겠다. 이에 유리가 한숨을 내쉬더니 어차피 네가 또 기술을 써서 가차 없이 눌러버릴 게 뻔한데 그걸 해야만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 이에 마에라드는 그렇다면 나 자신에게 핸디캡을 좀 더 거는 것으로 그 불만을 해소하면 되는 일이라며 양 손목에 ‘대 위상능력자용 봉인기’ 라는 것을 착용하기에 이른다.
“......대 위상능력자용 봉인기?”
“그렇다. 이걸 나의 양 손목에 장착시키는 걸로 위상력 사용 불가능으로 할 수 있다.”
“그렇다는 건?”
“서유리 넌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나. 위상력 없는 일반인과 똑같단 거다.”
“마에라드 선배. 이렇게까지 핸디캡을 거는 이유가 뭐죠? 날 너무 과소평가하나요?”
“그럴 리가 있나. 난 그저 ‘진정한 하이브리드’ 가 뭔지를 보여주고 싶다.”
“진정한 하이브리드?”
“서유리가 ‘레인저(Ranger)’, 그리고 바이올렛 네가 ‘발키리(Valkyrie)’ 라고 한다면, 나는 뭐일 거 같나.”
“......”
“혹시 ‘슬레이어(Slayer)’ 혹은 ‘에레쉬키갈(Ereshkigal)’ 이라도 되나요?”
바이올렛이 슬레이어와 에레쉬키갈을 언급하자 고개를 끄덕인다.
슬레이어란 일반적으로 ‘학살자’ 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데, 쌍날검 2자루를 사용하는 마에라드에게 정말 잘 어울리는 클래스 명이 아닐 수가 없다. 에레쉬키갈이란 명칭도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말하는 지옥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한데 둘 중의 어느 쪽이라도 그녀에게 맞는 클래스 명이라 할 수가 있는 셈. 자신을 그저 일반인 수준으로까지 약화시키는 그런 핸디캡까지 건 것. 이 정도면 너희들도 모두 공감할 수가 있을 것이라 말하고 결국 두 사람의 동의를 얻어낸다. 위상력을 사용할 수가 없으니 이제 마음대로 해보라는데 솔직히 그녀는 위상력 안 써도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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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번엔 실비아가 방에서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드 집사가 실비아에게 가까이 오더니 바이올렛 아가씨가 실비아 님에게 가보라고 해서 왔다고 하며 혹시라도 자신이 도와줄 것은 없는지를 묻는다. 이에 실비아가 입가에 미소를 짓더니 바이올렛의 집사라면 모든 것에 다 능통하리라고 판단,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것들을 보여주며 이걸 좀 도와달라고 한다. 하이드 집사가 이를 자세히 보니 악보다. 검은양 팀의 전원과 늑대개 팀의 멤버들에게 선물할 악보들이 잔뜩 있다. 이 악보들은 도대체 무슨 용도로서 선물하려는 걸까?
실비아는 당연한 것이지만 그건 말하면 안 된다는 표정이다.
“아무리 집사님이라 해서 그걸 다 공개하면 안 되요~”
“......”
“왜냐하면 이 선물들은 오는 21일에 공개하고 싶거든요.”
“계약만료 하루 전에 말입니까?”
“그래요. 이것들은 검은양과 늑대개에 대한 제 고마움의 표시니까요.”
“......”
“그들을 보면서 이 세상을 살 의욕이 다시 회복되었어요. 그 고마움의 표시죠.”
“그렇습니까?”
“집사님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악보 완성과 가사 작성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전직 아이돌 가수였던 실비아. 그런 그녀가 손수 악보 제작도 할 줄을 아는 모양이다. 검은양의 각 멤버들과 늑대개 멤버들에게 계약만료 당일에 고마움과 감사의 뜻으로서 모두에게 선물할 악보를 만드는 것. 늑대개의 4번째로 등장한 멤버라는 그 녀석에게는 전용 곡이 따로 있기에 그것의 ‘어레인지(Arrange)’ 버전으로, 그리고 바이올렛에게도 왠지 전용 곡이 따로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이미 그녀도 그 녀석에게 적당히 뇌물을 주고 설득한 덕에 그 전용 곡을 획득하는데 성공했고 그것의 어레인지 버전의 악보를 제작한다. 실비아 혼자서만 하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 만능 엔터테인먼트라 불러도 될 하이드 집사의 도움을 반드시 받아야만 한다.
“실비아 님. ‘계약만료’ 이후에 벌처스에서 지내실 생각 있으십니까?”
“......!!”
“아무 사유도 없이 갑자기 아이돌을 그만 두고서 온 것이라, 복귀했다간 각종 논란에 휩싸일 겁니다.”
“하이드 집사님. 이렇게까지 배려해주셔도 되는 겁니까?”
“실비아 님이라면 우리 벌처스에 있어서 귀중한 인적자원입니다.”
“감사합니다. 하이드 집사님. 그런데 마에라드 저 녀석, 위상 봉인기를 차고도 강하네요?”
“아시잖습니까. 마에라드 님은 위상력 교육을 받아온 아가씨마저 손댈 수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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