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큡세하유리세하] 주문(Incantation)
루이벨라 2016-12-07 5
※ 세하 특수 요원 퀘스트 날조주의
※ 아마도 이게 큡세유세 마지막(?) 편이 될거에요.(아마도...)
※ 전편과 약간(?) 이어져요.
-가겠어요.
세하의 '가겠다' 라는 말을 들은 유정은 극구 만류했다.
-...그 임무는 너한테 위험할거야, 세하야.
유정에게서 그런 말까지 들었음에도 세하는 가**다고, 홀로 다짐했다. 이유는 간결하면서도, 단순했다.
혼자서는 외로우니까, 혼자서는 괴로우니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오르면 언제나 괴로운 기억들이 파도처럼 덮쳐왔다. 그냥 기억 하나면 그래도 버텼을만 했을텐데...그런 기억'들' 은 언제나 세하를 괴롭혔다.
유정을 비롯한 다른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고 멋대로 간 것이 약간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태연히 생각하기로 했다.
빨리 돌아오면 되잖아? 그래서 언제나와 같이 동료들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 되잖아? 그럼 그날 저녁 메뉴는...음, 그래. 내가 자신 있는 햄버거 스테이크로?
무슨 마법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손때 묻은 건블레이드를 들고 세하는 발걸음을 옮기었다. 금방, 금방 돌아올거니까. 아무 일도 없을거야.
두근-
갑자기 심장 언저리 부분이 살짝 아파왔다. 어쩐지 평소보다 심장 박동이 더 빨라진 듯 했다. 하하...뭐야, 나...
'긴장' 이라도 하고 있는건가? 유정이 괜스레 준 겁이 이제서야 발동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은 잡은 터였다.
어차피, 자신은 꼭 돌아올거니까.
기분탓인지는 모르지만, 오른손에 들린 건블레이드가 살짝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앞으로도 여기 있을거야. 조심하라고? 언제 내가 유리 채갈지도 모른다고?
...왜 하필 이럴때, 그 자식의 말은 갑자기 떠올라지는거야...
* * *
"언니, 저 왔어요. 수용소 진입로, 말끔히 정리해두었어요~!"
"어, 그래...수고했어, 유리야."
해맑게 웃고 있는 유리를 보며 유정은 언짢은 듯 말했다. '이세하' 라는 클로저 한명이 사라진 것 때문에 할일이 더 늘어났음에도 유리는 늘, 변함없이 웃고 있었다. 다른 이들, 심지어 슬비마저도 작게나마 세하에 대한 투정을 부리고 있는 것을 따지면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저렇게 해맑게 웃고 있다고, 안 힘들리는 없었다. 임무를 나갈 때마다 적지 않게 받아오는 생채기가 바로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나오는 답은 정해져있었다.
...너, 일부러 웃고 있는거지? 그치?
유정의 질문에 유리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장 다시 웃어보였다. 유정의 눈에는 그렇게, 억지로 웃고 있는게 더 힘들어보였다. 힘들면 힘들다고 말을 하던, 행동을 하던, 아니면 둘 다 해, 유리야...
유정의 말에 유리의 웃던 얼굴이 살짝 무너졌다.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알 수 없는 침묵만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건 유리였다. 목소리는 살짝 갈라져있었다.
"...그렇게 티나요, 언니...?"
티가 나냐니...어째서 그런 것부터 물어보는걸까, 이 아이는.
유리는 검은양 팀원들 중에서도 분위기를 밝게 하는 분위기메이커 중 한명이었다. 같은 또래인 세하와 슬비가 분위기를 띄우는 것에 대해 어색해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히 그랬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 꾸밈없이 웃는 소녀가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점차적으로 그 미소에 어느 정도 의지는 하고 있었다.
하지만 신뢰를 했던 사람의 배신으로 인해 그 웃음의 의미는 살짝 미묘하게 바뀐거 같았다. 적어도 유정이 느끼기에는 그랬다.
예전에는 정말, 정말 꾸밈없이 웃고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유리였다. 천성적으로 밝은 아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눈치챈건 공항에서부터였다.
어쨌든 지금의 유리는 억지로 웃고, 억지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거 같았다. 예전의 유리의 모습을 지금의 유리가 연기를 하고 있다고 해야하나. 딱 그런 기분이었다.
일단 한마디 충고라도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유리야, 정 힘들면..."
Rrrrr...유정의 교신기로 신호가 들어왔다. 하필 이런 타이밍에...돌아가려는 유리를 유정은 잠시 좀 기다리라고 눈빛을 보냈다. 유리가 가만히 있는 걸 본 유정은 교신을 받았다.
"네, 김유정입니다."
-기, 김유정 부국장님...!
"아, 오세린 요원님. 무슨 일이시죠?"
티어매트 대책실에 있는 세린의 교신이었다. 현재 세린은 티어매트 대책실에서 새로운 승급 심사 프로그램의 관리자로 임명된 상태였다. 유리는 세린이 저쪽 너머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세린이라는 것도 유정의 말로 인해 알아챘다.
그런데, 불안에 떠는 세린의 이 목소리만은 정확히, 똑똑히 들렸다.
-크, 큰일났어요...! 세, 세하가...!
"...!"
* * *
...
......
.........아아.
얼마만에 눈을 뜬걸까. 며칠? 아니 몇주? 그도 아니면 몇달?
애초에 시간 감각은 자신 따위에겐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러가든, 자신에게는 그것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매우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
......
.........
괜스레 오른손을 자신의 앞으로 올려 주먹을 몇번 쥐었다 펴보았다.
움직인다. 아무 탈 없이 손을 일정한 간격으로 주먹을 쥐었다 폈다. 움직인다는 감각은 없었지만 손은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드디어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는 때가 온건가...
'그 자식' 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분명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자신이 어느정도 움직일 수 있었더랬다. 실제감은 여전히 없지만.
...기분이 나빠져온다.
'그 자식' 을 자신은 딱 한번 만난 적 있었다. 자신과는 다른, 온전히 이 세계에 속해서 살아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세계에 묻어나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분노를 느낀 적도 많았다.
질투, 그래, 그건 아마도 질투심이겠지.
넌 모든 걸 가지고 있어, 이세하. 그래, 그 모든 걸 가지고 있으니 당연히 좋겠지. 움직이는 걸 느낄 수 있는 몸, 따뜻한 체온, 그리고...
...
......
.........그래, '그 아이' 를 뺏으면, 넌 어떤 표정을 지을까.
누워있던 상반신을 일으켰다. 여전히 자신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애석하네."
애석했다. 정말로, 애석했다.
* * *
-세하도 참...바보네요. 만날 나보고만 바보바보거리는데 저보다 더한 바보였어요.
세린으로부터 승급 심사 프로그램에 들어간 세하의 의식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는 보고를 받은 유리가 유정에게 한 말이었다. 영영 의식이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게다가 그 말을 한뒤에 너무도 자연스럽게 너털웃음까지 나온 자신을 보고 소름이 저절로 돋았다. 왜 이래, 나...
유정은 그런 유리를 그냥 돌려보냈다.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잠시 기다리라고까지 했던 유정인데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유정이 하려는 말이 무엇이었는지는 유리는 대충 짐작이 갔다.
유리는 항상 웃고 다녔다. 왜 웃어? 라고 사람들이 물어보면 웃는게 좋으니까요, 라고 대답을 하기는 했지만...사실은 이렇게 웃는 건 유리만의 주문이었다. 앞으로는 괜찮을거야, 앞으로도 괜찮을거야, 라고 기도하는 자신만의 주문. 아버지의 회사가 어려웠던 상황에서도, 동생이 폐렴으로 입원을 했을 때도, 엄마가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도...유리는 언제나 웃으며 그들을 위로했다. 잘 될거라고. 앞으로는 괜찮을거라고.
그렇게, 유리도 마음 속으로 자신에게 말했다. 괜찮아, 다 괜찮아.
그 덕인지는 모르지만 그러고 나면 상황은 좋아지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약간의 강박관념이었다.
웃으면, 괜찮아질거야.
그런데...그런 자신의 신념이, 거의 매달리다시피 했던 동아줄이 사실은 썩은 동아줄이었다는 느낌이 불쑥 들었다. 자신은 그렇게 힘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미소를 지었는데...
나온 결과는 결국 이거라는거야...?
어쨌든 세하의 소식을 접한 이후로는 아무것도 집중할 수가 없었다. 나타와 합동 작전을 하던 중에는 멍하니 있다가 다리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 옆에서 나타가 잔뜩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들리지 않았다. 램스키퍼로 돌아갈 때 아픈 다리를 이끌고 꽤 걸어가야했지만 아픔 따위, 전혀 느끼지 못했다.
다리에 붕대를 감고 간이 침대에 앉아있는 유리를 보고 유정이 말했다.
유리, 넌 당분간은 쉬도록 하렴.
유리는 잔뜩 울상인 얼굴이었다. 자신이 당분간 도움이 되지 못한거에 대한 미안함으로 울상이 된 건 아니었다.
유정이 안정을 취하라고 말하며 의무실에서 나가자마자, 유리는 고개를 무릎 사이에 파묻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거지...?
언제였더라. 세하가 유리에게 말한적이 있었다.
-나 몰래 사라지지 마라.
언제인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직후 잡아주던 세하의 손이 억셌다는 것은 기억난다. 그때 말할걸.
세하 너도 몰래 사라지지 마, 라고.
세하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떠나기 직전까지도 아무도 몰랐다. 유정이 강력하게 규제를 건것도 있었고, 사실 다들 지금 휴게소와 수용소에 있는 일로 저마다 바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기분 따위는 확인할 여유도 없었다.
그때 어느 정도 눈치만 있었어도 세하가 그런 무모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자기 혼자만 힘든줄 알았기에, 그래서 열심히 자신의 주문만을 외우고 있었기에.
...만약 세하 또한 돌아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걸까, 나.
...그건 생각해** 않은 미래였다. 어렸을 때부터 세하와 유리는 서로 옆집에서 사는 흔히들 말하는 '소꿉친구' 사이였다. 초등학교는 물론, 중학교 심지어 고등학교도 같이 다녔다. 6년에다가 3년, 거기다 2년을 더 더해서 11년동안 같은 반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언제까지 같이 있었고, 있을줄 알았던 세하가 없다...?
아아, 눈시울은 왜 아파오는거야. 게다가 왜 시야는 왜 점점 흐려지는데...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세하를 잃는다는 것에 대한 슬픔과 더불어 요새 유리를 콕콕 괴롭혔던 여러 복합적인 요소들이 계속 눈물을 나오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다쳐온 다리 부근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흐어어엉...세하야...세하야...!"
이렇게 목놓아 울어본건 언제일까. 아마 자기 기억상으론 처음, 이었던거 같다. 어렸을 때 세하가 괴롭힘을 당해 우는 건 많이 보았지만 자기는 그렇게 울어본 적이 없었다.
어렸을 때, 세하가 울고 있으면...어떻게 해주었더라. 안아주고 이제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이제 괜찮지? 라는 의미로 세하와 얼굴을 마주보고 웃었더랬다.
지금은...누가 와서 그렇게 위로해준다고 해도 도저히 울음이 멈출 거 같지 않았다. 세하가, 세하가 그렇게 위로해주었으면 하지만, 지금 세하는...
세하는...
"-...서유리."
환청?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도 지금이라면 여기에 없어야할 인물의 목소리로 말이다. 겨우 흐느낌을 멈추고 누구인지 보는데, 뿌옇게 잔뜩 흐려진 시야가 곧바로 정상적이게 될리는 없었다. 급하게 눈물을 닦는데 그 형체가 유리를 힘껏 껴안았다.
뭐, 뭐야...? 뭐, 뭐지...? 누, 누구야...?
"누구..."
"-나, 이세하."
"...세하?"
"-어, 그래. 네가 보고 싶어하던, 그 이세하."
세하의 목소리가 맞았다. 심지어 어느 정도 시야가 확보되자 눈에 들어온 상대방의 얼굴은 세하가 분명했다. 자신을 보며 부드럽게 미소짓는, 한편으로는 많이 힘든 듯 약간은 지친듯한 눈동자.
세하다, 정말 세하다! 그런데...
왜 이리 차분한걸까. 분명 아까까지의 상황 그대로라면, 아니 현재도 진행중인 이 감정에 따르면, 분명 앞에 나타난 이는 세하가 맞다면 자신은 세하를 오히려 더 껴안으며 엄청 통곡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인데.
왜, 심장은 점점 더 차분해지는걸까. 그리고 어디서 모르는 누군가가 자신에게만 들리게 '아니야!' 라고 계속 소리치고 있는 거 같은건가.
그보다...세하의 눈이 원래 이렇게 붉었나...? 아닌데...유리가 아는 세하의 눈은 평범한 고동색 아니면 빛나는 금색인데 말이다.
"...세하, 아니지?"
유리의 이 선언에 상대방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너무도 단칼에 들이댄 답이라서 그런걸까. 상대방은 곧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살짝, 비꼰듯한 저 미소.
유리는 저 미소를 본 적이 있었다.
"...너..."
"-하아, 들켜버렸네. 어쩔 수 없지."
'세하' 는 유리의 턱을 살짝 올렸다. 저 상대방을 비웃는 듯한 붉은 적안과 마주치자 기분이 나빠졌다. 얼른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왜 네가 여기 온거야?"
"-왜. 어차피 '이세하' 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유리의 투정에 '세하' 는 웃었다. '세하' 의 '이세하는 돌아오지 않을거야.' 라는 말에 유리는 상대방을 째려보았다. 저 건방진 표정...보기 싫었다.
"어째서? 세하는 언제나 돌아왔다고."
큐브에서도, 데미플레인에서도, 이리나에게서도...언제나 돌아왔다.
"-글쎄. 이번엔 차원이 다른거 같은데?"
'세하' 는 낮게 웃었다. 그 웃음소리에 기분이 나빠졌다. 유리가 불쾌함을 전혀 감추지 못한 모습을 계속 보이자 '세하' 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왜. 어차피 똑같이 생긴걸? 어쩌면 내가 '이세하' 보다 더 널 좋아해줄 수 있어. 그런데 어째서...?"
끝부분에 가서는 거의 고함이나 다름없었다. 왠지 모르겠지만 오늘의 '세하' 는...그때와는 달리 여유가 없어보였다. 이유?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아는 세하는 어렸을 때부터 울보였던데다가, 정이 은근 많은 아이라서 아기길고양이를 보면 꼭 집에 데려가서 아주머니께 혼이 났던 애야. 그리고 게임을 좋아해서 나와 같이 놀고 있을때도 언제나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아이야. 그리고 요리도 아주 잘하지. 어렸을 때는 우스갯소리로 세하보고 커서 나랑 같이 살자, 라고 말하고 다녔으니까. 과일도 예쁘게 깎아. 껍질을 너무 두껍지 않게 깎는다고. 그리고 늘 무심한듯 게임기만 보며 앞서 나가다가도 내가 뒤쳐지면 언제나 나와 보폭을 맞춰져. 덜렁거리는 날 언제나 붙잡아줘. 너도 그런 세하니?"
'세하' 는 아무 말이 없었다. 숨을 골라, 마지막으로 똑바르게 말했다.
"넌 그 세하가 아니잖아."
넌 그냥, 세하의 '가짜' 일 뿐이잖아. 이 뒷말은 얼떨결에 튀어나왔다. 이런 말까지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가짜. 그 말에 '세하' 의 눈이 심하게 뒤틀렸다. 잔뜩 분노에 어린 그 표정을 보아 유리 자신에게 엄청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세하' 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가짜? 하, 그 소리를 유리 너에게서 들을 줄은 몰랐는데?"
자신을 붙잡고 있는 '세하' 의 손의 힘이 더 쎄졌다. 아팠다.
"-그런데 왜? '가짜' 는 생각하면 안돼? '가짜' 는 실제하면 안돼? '가짜' 는 욕심내면 안돼? 왜, '가짜' 는 꼭 사라져야 해?"
유리에게 퍼붓는 그 목소리에서는 눈물기마저 약간 어려있었다. 유리는 순간적으로 마음이 흔들렸다. 유리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 울고 있던 세하가 반사적으로 떠올랐다.
"-왜...'가짜' 는 돌아갈 곳이 있으면 안돼...?"
"그건..."
모르겠다. 지금 자신도 그렇고 상대방도 그렇고 매우 혼란스러운 상태였다. 나는 나대로 지금 울고 싶고, 상대방은 상대방대로 상처받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어떻게 해야...
"서유리...?"
무거운 침묵 가운데에서 다시 한번 유리의 이름이 불려졌다. 하지만 유리 바로 앞에 있는 상대가 부른 건 아니었다. 또렷한, 앞에 있는 상대방보다 더 뚜렷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이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는 말 안해도 뻔했다.
유리와 '세하' 가 목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건블레이드를 들고, 하얀 특수요원복을 입고 있는, 금안을 반짝이고 있는 소년이 있었다.
유리는 다시 한번 자기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을 깨달았다.
세하였다. 진짜, 진짜 이세하였다.
세하는 자기 앞에 있는 '세하' 를 보고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마치 '또 나타난거야?' 라는 듯한 표정. 그건 '세하' 쪽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쓰게 웃으며,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세하를 보며 말했다.
"-나타나셨군, '진짜' 양반."
[작가의 말]
(출처 : http://closers.nexon.com/board/16777338/2426/) - 이나누님사랑해(리스슈) 님
세하의 주문 : "돌아올 수 있다고 믿는다"
유리의 주문 : "항상 웃으면 된다"
큡세하의 주문 : "돌아갈 곳이 있다고 믿는다"(+ "실제할 수 있다라고 믿는다")
세하와 큡세하의 주문은 비슷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세하가 실체이고 큡세하가 실체하지 않는 점(?)에 따라 약간 미묘하게 다릅니다.
큡세가 많이 중2중2한건 넘어가주심이...
이편이 마지막일거 같다고 했지만, 후편(?)이 더 있을거 같으니 그건...나중에 따로 풀어갈게요.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