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 -5- [hero]
덤빌사람덤비시오 2016-11-09 0
"흐아암-"
나도 모르게 축 쳐진 하품이 나와 얼른 입을 교과서로 가렸다.
설마 누가 들었거나, 그러진 않았겠지?
겨울 바람을 그대로 맞으면서 하품을 하다니,
어떻게 보면 참 신기한 일이다.
지금은 4교시.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는 시간이다.
지금 시간은 수학. 그리고 지금 선생님이 칠판에 적고계신 문제는...
바로 작년에 출제된 수능시험 문제 중 하나다.
"이 문제 누가 풀어볼 사람?"
선생님. 누가 풀겠습니까.
괜히 풀어서 틀리고 망신당하고...
애초에 겨우 고 1인 우리가 수능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는거 자체가 좀 이상하지 않나?
"괜찮아. 이거 수능문제야. 틀리는게 당연해."
아아. 선생님은 왜 우리의 마음을 몰라주시는걸까...
틀리는게 당연하다. 그렇지. 하지만 그 후에 날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저 하이에나들의 주연이 자신이 되는것도 당연하고.
"아무도 없나? 그럼... 25번!"
그 순간 숨이 들여쉬지 않았다.
숨이 턱 막힌다는 표현을 이럴때 쓰는거구나.
그 25번이 나다.
풀기 좀 그렇다고 하면 하이에나들의 동정의 눈빛은 우롱의 눈빛으로 바뀌겠지.
아아. 잔혹한 교실이여...
발에 쇠고랑을 찬 듯이 무겁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갔다.
어차피 풀거. 시간을 늦춰서 푸는게 났겠지.
앞으로 5초. 5초만 지나면 된다.
5..
4..
3..
2..
1!!
"애애앵!"
음? 왜 사이렌소리가 나냐.
우리들을 구원해줄 구원의 종소리가 아닌.
그저 날카롭게 울어대는 사이렌소리라니.
오늘이 민방위 훈련이였던가?
하지만 그러면 사전에 예고를 했을텐데...
민방위가 아니라면, 혹시...
"학생 여러분. 지금 우리 학교 근처 지역에서 차원종이 출몰하였다는 소식입니다."
역시. 사이렌이 울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신강고가 예전부터 차원종에게 자주 꼬인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 실제로 접하게 될 줄은 몰랐다.
"뭐? 우리 학교 근처에 차원종이 나타났다고?"
"그럼 우리 빨리 도망쳐야 되는거 아냐?"
"그 위상능력자들이란 사람들은 뭐하는거야?"
교실은 순식간에 몇십개. 아니, 몇백개의 아우성으로 교차되어
교실의 본질을 잃어갔다.
선생님도 당황하신건 마찬가지.
평소같았으면 이렇게 떠들석한 분위기의 교실을
순식간에 장악하실 수 있었겠지만,
선생님도 이런 상황은 흔치 않은 일이라
뭐라 말을 잇지 못하셨다.
아 몰라. 클로저들이 알아서 하겠지.
우리 학교에 차원종이 나타나면 그때
우리가 생각해볼 일이고...
잠깐. 이런 생각을 해도 되는건가?
그래도 차원종으로부터 민간인들을 보호하는게 우리들의 기본적인 임무이다.
그런게 지금 막상 상황이 닥치니
나는 나몰라라.
클로저들이 알아서 해주겠지.
우리 학교에 오면 그때 우리가 지키면 되겠지.
이딴 나른한 생각들이 나를 붙잡게 했다.
내가 이런 이기적인 사람이였나?
내가 과연 이럴려고 유니온에 들어간건가?
처음에 유니온에 들어갔을 때 생각했다.
내가 차원종놈들을 뿌리뽑겠노라고.
검사를 받자 마자 바로 유니온의 아래에 들어간것도 그 이유였다.
만화나 영화에서 자주 나오지 않는가.
영웅들이 악의 무리를 처단하고
사람들의 평화를 유지해주는 그런 이야기.
내가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아
막상 신나했다.
하지만 나의 각오는 그저 희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였다.
지금까지의 차원종 소탕 작전도
민간인들의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아니다.
그냥 하라니까 시킨 것이다.
하나의 귀찮은 과제였다.
하지만 이젠...
누가 시켜서가 아닌.
내가 지키고 싶어서로 활동 할 때가 되었다.
그래. 동화속에 나오는
영웅이 되어보자.
주인공이 되어보자.
영웅이 필요하면. 누군가는 영웅이 되야지.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