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은 더미 인생-序
셀레스테이션 2016-10-16 0
한발 늦었다.
주위에서 느껴지는 것은 오로지 차원종들의 광기
그리고 나를 향해 적개심을 품은 차원종들의 기세 뿐이다.
그 무형의 기세는 점점 나를 향해 옥죄어온다.
그렇다
이 세상에는 이제 인간이라곤 나 혼자밖에 없는 것이다.
기껏 신화의 경지에 올랐건만... 정작 지켜줘야할 대상은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
이래서야 여기까지 올라논 내 행동이 모두 무의미해지는 듯 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이 차원종들을 모조리 격살해버릴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차원종들의 차원으로 가서 그 차원 자체를 아예 소멸시켜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럴 이유도, 의미도 사라졌다.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죽었다.
함께했던 동료도 모두 죽었다.
그리고....
나를 언제나 편안히 대해준... 내 아내도 죽어버렸다.
바로 내 발치 아래에 말이다.
그야말로 한발 늦어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세계를 직접 종말시켜버릴 것이다.
차원종들이 마침내 나를 향해 공격해 온다.
온갖 종류의 공격들이 나를 향해 휘몰아친다.
빛, 어둠, 불, 얼음, 바람, 대지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공격들이 내 주위에서 춤을 춘다.
내 앞에서 광란의 춤을 추는 공격들을 보고 나는 행동에 나섰다.
세상의 움직임이 정지한다. 아니, 미세할 만큼 느리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시간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서로에게 상대적으로 흘러갈 뿐이다.
그리고
서서히 의념을 불어넣는다.
내 앞에서 춤을 추는 공격들에
그 공격들에 순응하여 주위에 불어오는 거대한 용권풍에도
내 주위에서 적개심을 품은 듯 노려보는 차원종들에게도
하늘에서 내려치는 벼락에도
내리는 비에도
하늘도
땅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삼라만상이, 원자들이
내 의념으로 뒤덮여버린다.
쩌적! 쩌저저저저저적!
존재하는 모든 것이 수천 수만개의 금으로 뒤덮인다.
깨진다. 부서진다. 왜곡된다.
나약한 세계가 비명을 지르며 마침내 전체가 실금으로 뒤덮였을 때
-만천분단계(萬天分斷界)
의념은 온 세상으로 폭주하고, 세계의 비명이 멎었다.
파장창창!
부서진다. 흩날린다.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가 서서히 소멸되어간다.
세계에 속해있는 자신조차도.
이것으로 됐다.
나는 이걸로 소멸한다.
미련은 없다.
하지만 실낱만큼의 미련이 있다면...
-서기 3026년, 세계는 소멸되었다.
그리고 재구성되었다.
1000년 전으로.
다음편은 전역하고나서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