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연구원 이야기

안양김덕배 2016-10-07 0

또 뻐근함이 온몸을 들쑤신다.

항상 퀴퀴한 내음이 가득차있는 좁은 수면실도 이젠 익숙해질거라 생각했건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동안 고생 하고있다.

나도 모르게 이맛살을 찌뿌리고 두손으로 얼굴을 문지른다.

괜히 늦장부리다간 힘만빠지고 일어나기싫어질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애써 머릿속을 파고드는 짜증감을 무거운 한숨으로 게워내며 상체를 일으킨다. 아직 날이 어둡다. 왼손으로 굳어버린 어깨는 주물러대며 다른손으로 눅눅한 벽을 더듬는다.

이내 오돌토돌한 감각이 느껴지고 그곳에 힘을주니 방이 환해진다. 안그래도 잔뜩 구겨진 얼굴을 환한 빛이 대뜸 비춰대니 눈살까지 찌뿌리게된다. 이런 아침을 몇달간더 지속했다간 주름이 생길것만같다.

불빛이 들어오면서 눈에 들어오는 모든것들이 이 방의 문젯거리들을 다시한번 나에게 상기시켜준다.
성인 다섯이 다리를 쭉펴 누으면 꽉찰정도의 크기의 방, 거기에 구석에 숨막히도록 완벽하게 벽에 밀착되있는 간이침대
내무릎 약간위만큼 높이의 간이냉장고와 그 옆에 놓여있는 접이식 책상 그리고 있스나마나한만한 조악한 창문과 엉성하게 달려있는 미니달력. 천장구석에 물이샌건지 곰팡이가 핀건지 알길이 없는 검은 얼룩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꾸겨진 셔츠들과 잘때입는 바지들이 그나마 사람이 살고있다는것을 알려주고있다.
이 방이 싫다거나 이런 신세가 한탄스럽진 않다. 그저 매우 효율적이라는 생각만이 든다. 지나치게 효율만을 따진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에는 그닥 할말은 없지만.

하지만 달력에 푸른색 볼펜으로 쳐져있는 동그라미와 메모를 보고있자니 그런 잡스런 생각도 금방 잊혀진다.
아직 잠은 덜깨엇지만 왠지모를 긴장감과 기대감에 두근거린다.

문짝턱이 내려앉아 끼긱거리는 소리를내는 문을 힘을주어 열고 방을 나섰다.
항상 기상시간이 남들보다 일러 소등되있는 시설들을 다죽어가는 손전등에 의존하며 돌아다니며 점등을 했섯스나
오늘만은 모든 시설에 등이 환히 켜져있스니 묘한느낌이 든다.

굳어있는 몸을 풀며 길고긴 복도를 지나고 누구도 청소를 하지 않았는지 먼지가 내려앉은 계단을 쉴세없시 올라갔다.
3층쯤 올라가니 굽이 부딛히고 무장용병들이 시설경호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뭔가 놀라운것을 본것마냥 소리를 질러대는 인턴들의 비명소리가 정리되지않은채 한번에 귓속을 파고들었다. 평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섯다.

복도 한켠에서 말싸움을 벌이는 덩치들을 지나고 오른편에 쌓여있는 뭔지모를 검청색의 박스들을 지나쳐 왼편 게이트 쪽으로 돌아섰다. 좌우로 3.5m 가량 벌어지고 높이는 6m 쯤 되는 그 넓은 게이트는 성인넷이 지나다닐만한 좁디좁은 복도를 지나쳐온 나로서는 어째 봐도봐도 낯설기만했다. 그 게이트에 진입하는 오른편에는 상당히 넓게 마련된 공간이있고 가로 5m 높이 4m쯤 되는3개의 화물 운반용 엘리베이터가 있는데 평소엔 1개조차 쓸까말까할정도로 이 시설은 지원상태가 좋지않았다.

주로 들어오는 것은 연구원들과 경호원들이 먹을 식량과 실험중 사용되는 소모품들 그리고 옷가지 백여벌정도
그 뿐이엿다.

하지만 오늘은 운좋게도 이 시설에도 연구진들의 흥미를 돋구고 호기심도 자극하는 새로운것들이 들어온다.
이미 수십명의 사람들이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들뜬소리를 내며 화물운송이 끝나 그것을 안으로 들일준비를 하고있섯다. 물론 몇몇은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고있섯지만..

10여분이 지나서야 크고작은 화물들을 옮기던 용병들이 비처럼 내리는 땀을 훔치고 그중 머리를 상당히 짧게 깎은 한 남성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여기 담당자가 뉘십니까?"

인파에 섞여 멀뚱히 지켜보던 남색의 슈트를 입고있던 경비지도사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가갔다.

-"우리가 받은 몫은 여기 임시보관실까지 옮기는게 전부니까 나머지는 그쪽에서 알아서들 처리하십쇼."

지도사는 자기 왼쪽에 수둑히 쌓여있는 짐더미들을 보며 이마를 살짝 찡그렷다.

="수고하셧습니다. 그런데...."


지도사는 말을 잠시 늘어뜨리더니 숙면시설쪽 복도를 오른손 검지로 가리키며 상당히 불편하다는듯한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왜 그쪽분들이 돌아갈 준비를 하지않고 이쪽 시설 이곳저곳을 총구를 든채 돌아다니는지 여쭤봐도 될련지요."

-"아. 아직 소식을 못들으셧나봅니다? 이미 위쪽분들과 얘기다 끝난줄 알고 있섯는데"

머리를 짧게 깎은 용병의 지도자로 보이던 그 남자는 실실대면서 말했다.
척보기에는 용병이 뭣모르는 신입을 여유롭게 우롱하듯이 보였다.
지도사도 용병의 말하는 투에서 그러한 느낌을 받았는지 목소리에 조금씩 힘이 들어가고있섯다.

-"제 1시설부터 제 5시설까지는 유니온쪽 경비본부쪽에서 관리하고 제 6 , 7시설은 저희 벌처스쪽 용병들이 몫이죠.
  설마 이 엄청난 연구시설의 안전을 책임지는 경비지도사분께서 그런 소식을 못들었슬리는 없고..  날 떠보시려는건가?  하  하하!"

 2년전 차원전쟁이 일어났다. 그 때의 인류는 아직 외계생물체에 대해선 그저 상상속에서만 존재하였고 그에대한 지식조차 없섯다. 그저 짐작만이 하고있섯슬뿐. 그러니 대항할 대책도 세우지 못한채 대다수의 선진국이 큰 타격을 입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전쟁이란것은 인류가 자존심을 세웠던것뿐 전쟁발발 두달동안은 그저 학살이라고 밖에 설명할길이 없다.

차원종들에겐 인류의 군사기술은 매우 무력했스며 일부는 그당시 차원종에게 상당한 피해를 준 경우가 더러있다고 했지만 대다수는 총알받이나 다름없던 저급 차원종에게 약간의 경상을 입힌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가끔 우두머리로 보이던 거대한 차원종들에게는 티끌만한 상처조차 내지 못했다.

인류는 예기치못한 침공에 어찌할줄 몰랐다. 지식이 부족하였던 나라들은 차원종들을 저지하지 못하였고 결국 대다수의 군인들을 철수시키고 만다. 63일간 죽어간 군인은 전세계 4백만명 민간인은 5천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그제서야 각국의 정부들은 이것은 인류의 위기라는 생각을 가지게되고 국제연합은 국경을 넘어서 인류의 존망을 위해 UNION 이란 조직을 만들었다.

그들은 상태가 심각한 곳을 중점으로 군사를 지원하도록 하고 차원종 포획을 최우선으로 하여 연구에 몰두하였다. 그러다 66일째 되는날 한 나라에서 외진 도시에서 살던 민간인 소녀가 자택에 들어온 차원종 셋을 제압하고 가족을 대리고 피난지대로 도망갔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유니온은 곧바로 그 소녀의 신원확인에 들어갔고 그녀가 있는 피난시설을 찾아다녔다.

그 소녀는 차원종이 나타난 날 직후 이상하리만큼 몸이 가벼워지고 평소보다 활동량이 많아지고 활동량이 늘어났다고 한다.
조사결과 그 여성은 일반인과는 다르게 근섬유가 상당히 발달되있고 신진대사량은 높고 미토콘드리아의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았다. 또 현대 과학으로는 설명할수없는 이상한 전파와 비슷한 신호가 나타나는것으로 밝혀졋다.

그녀의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이후 이곳저곳에서 그녀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드물게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유니온들은 그사람들을 불러모아 설득하고 설득하여 차원종에대한 대항책으로써 만들기 시도하였다. 가장처음 모인 인원수는 5명 남짓이엿고 그들은 수많은 검사와 군 훈련을 받았고 유니온은 엉성한 임시대비책이지만 최초로 차원종에대한 대항책을 마련하였다.

하지만 끝없시 보고되는 희생자수와 피해보도 때문에 많은 사람들과 국가의 독촉을 받던 유니온은 훈련받은지 10일 밖에되지않은 그들을 첫 차원전쟁에 내보낼 수 밖에없섰다.

상당히 불안정하고 불충분한 준비였스나 그 결과는 매우 희망적이였다.
엉성하게나마 무기를 휘두르고 몸을 굴렷지만 그들은 차원종들에게 큰 피해를 입힐수 있섯고 여러 민간인들의 도움과 군인들의 보조로 끝없시 차원종이 쏟아져나오던 차원문까지 파괴시켰다.
그 후 차원종에 대항하고 차원문을 닫을 수 있는 힘을 가진자들을 클로저라 칭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유니온은 매우 큰 신임을 얻게되고 국제연합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후 그들은 차원종 및 클로저에대한 정보를 얻기위해 연구시설을 늘려가기 시작하였다.
일부 단체에서는 오염문제와 시설내 정보에대한 비공개로 인한 불투명성을 문제삼아 유니온측에게 크게 반발하였스나
정부측의 잇김과 국가보안문제라는 구실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경제적 부담도 없고 사회와의 마찰문제도 적은 유니온 연구시설은 많은 학자들에게 매우 이상향적인 곳이였다.
자신의 호기심에 충실하고 새로운 지식에대해 열망하던 많은 생물학자와 물리학자들은 자연스래 유니온의 연구진쪽으로 속하게 되었고 나 또한 호기심에 이끌려 오게된 수많은 생물학자중 한명이였다.

정부와 국제연합쪽에서 계속해서 잇김을 불어 넣으니 유니온측은 항상 안보문제에 조심스러웠고
그 덕분인지 시설내 연구원들의 신원보호는 철저하였다. 연구방식에 대한 윤리성 문제니뭐니 하는 껄끄러운 뉴스를 볼일은 더더욱 없섰다. 더군다나 내가 속해있는 제 7 시설은 가장 뒤처지고 형식만 차린곳이나 다름없섯스니 정말 외부와 격리된체 연구에만 몰두하였다.

그러니 세어나갈 정보조차도 없슬거라 생각하고 벌처스쪽 사람들이 시설에 발을 들이는걸 허락한것임이 틀림없다.
실제로도 이곳에서 연구 하던거라곤 차원종의 사체와 독소가 인체및 자연환경에 끼치는 영향그리고 미생물이나 바이러스에대한 반응 대부분 무슨 일이나면 핑곗거리로 낼만한 것들을 다루고 있섯스니.

실제로 2달전 우리시설에서 차원분진 제거기술에대한 연구성과 발표를 내보이니 뉴스와 신문에서 유니온을 아주 극찬을 했다.
이렇게 보자면 기업 이미지 마케팅용으로 쓰인다고 밖에 말할 수 밖에없다..

하지만 이 시설로 불려온지 2년이 지난지금 이 시설에 처음으로 생포된 차원종 샘플이 들어왔다.

드디어 내가 바라던 연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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