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해서 끄적거려본 세하x레비아
백발귀 2016-09-23 1
.. 뭐 기억하시는분들도 없으시겠다만 일단 자기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상당히 오랜만이지만 대사는 여전합니다.
그리 길지도않고 그리 재밌지도않습니다.
그저 심심하실때 잠깐 보고 가주시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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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쯧.. 이 판은 틀렸나.."
램스키퍼의 한 구석에서 그렇게 중얼거린건 흑발흑안의 소년이다.
유니온 소속 국가차원관리부 특수처리반 중 하나인 검은양팀의 정식요원 이세하.
"아아.. 지금 거기서 그 판단은 뭐야.. 아예 대놓고 트롤링을..?"
손에 들고 있던 게임이 잘 풀리지않자 푸념을 하려고했지만
"?!.. 우왓?! 뭐야? 언제부터 거기 있었어?"
어느 순간 자신의 뒤에 서있던 한 명의 소녀에게 깜짝 놀라 중단된다.
".. 아..! ㅈ..죄송합니다!.."
내가 깜짝 놀라 소리가 높아진것이 화가 나서 그런거라고 생각한걸까.
보는 내가 미안해질정도로 사과를 하는 소녀.
"아니아니, 미안할건없어. 조금 놀랐을뿐이니까."
"아.. 네.. 죄송해요.. 놀라게 해드려서.."
이렇게 계속 나에게 사과를 해오는 소녀는 깨끗한 백발에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를 가지고있다.
소녀의 이름은 레비아.
한 때 우리 검은양팀과 적대했지만 현재에는 공동전선을 유지하고있는 늑대개팀에 소속된 클로저이다.
"그래서 무슨 용건이야?"
"아.. 그게.. 저.."
무엇인가 걸리는듯 망설이는 레비아에게
"그렇게 긴장안해도돼. 말하고싶은게 있으면 편하게해."
살짝 웃음을 지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서일까, 안심한듯이 대화를 이어가는 레비아.
"ㄱ..감사합니다. 저.. 사실은.. 이세하님이랑 이야기를.. 해보고싶어서.."
"나랑? 이야기를?"
"네.. 폐가 되지않는다면.. 이지만.."
"물론 그런거아니야. 이야기 하고싶으면 그냥 말걸어줘도돼."
"!.. 감사합니다!"
내가 이야기를 하는걸 허가한것이 그렇게 좋은것일까.
레비아는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해맑게 웃었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싶어?"
"저.. 사실 실례가 될지도 모르지만.. 이세하님의.. 이야기를 듣고싶어요.."
"응? 내 얘기?"
"네.. 공항에서 일이 끝나고.. 이세하님과 다른 검은양팀분들의 자료를 봤어요.."
자료.. 라.. 그렇다면 듣고 싶다는건..
"그곳에서.. 정말 죄송하지만.. 이세하님이 어렸을 때.. 매우 힘들었을것같아서..
주제넘은 말이지만.. 그게.. 저랑 조금.. 비슷해보여서.."
"..."
난 대답을 하지않고 잠시간 침묵을 일관했다.
".. 아.. 저기 역시.. 실례였죠!.. 죄송합니다.."
그걸 거절의 의사표시라고 받아들인 레비아가 나에게 사과해오지만
"아니야. 잠시 옛날생각을 조금 해봤어. 그렇네.. 내 옛날일이라.. 왜.. 듣고싶은거야?"
난 그것을 부정하고 이유를 물어보았다.
".. 이세하님이 어떻게 그 환경을 이겨내셨는지.. 궁금해져서..
전.. 약하니까.. 이야기를 듣다보면 저도 조금은 용기가 생길까해서.."
.. 그런가.. 나도 부정하진않겠다.
레비아. 늑대개팀에 소속된 '차원종'
그녀의 대한 정보를 열람했을때를 떠올리면 무의식적으로 그녀와 내가 비슷하지않을까.. 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그곳에있었다.
내가 가졌던것과 같은 괴로움을 가지고 살아가고있는 한 명의 '소녀'가 아닐까.
"그렇구나. 좋아. 조금.. 얘기해볼까."
그다지 남에게 말할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제와서야 딱히 숨길일도 아니다.
"알파 퀸.. 이라고 알고있어?"
"아, 네.. 트레이너님께서 말씀해주셨어요. 옛 전우고 자신보다도 훨씬 강력하고 올곧은 클로저였다고.."
"하핫 엄마의 대한 평가가 대단한데 그 아저씨."
같이 살면서 굴려지던 내 입장에서보면 그냥 장난치기 좋아하는 아줌마인데..
"난 클로저가 되고싶지않았어."
그렇다. 난 클로저따위 되고싶지않았다.
"난 어릴때부터 알파 퀸의 아들로서 기대받아왔어."
그렇다. 난 전설적인 클로저. 알파 퀸의 친아들로서 기대받아왔다.
"하지만 나에겐 그저 부담이었지."
그렇다. 나에겐 그저 괴롭힘이었다.
"내가 우수한 성적을 받으면 그것이 당연하다는듯이."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지는 생각하지않고.
"내가 저조한 성적을 받으면 왜 이런게 알파 퀸의 아들이냐는 한심한 눈빛으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생각하지않고.
"또래 친구들은 나를 괴물취급하며 피했었지."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는 생각하지않고.
"검은양 활동도 엄마가 시켜서 억지로 한것뿐이었어. 처음엔 정말로 아무관심도없었어.
그저 학교가 끝난 후 해야하는 귀찮은 일상이라는 인식이었지."
그렇다. 그 당시 나는 검은양팀의 활동은 어찌되든 좋았다.
"언제나 잔소리만 해대는 리더에 항상 귀찮게구는 녀석, 무슨 말을하는지 모를 이상한 아저씨,
나보다도 어린 나이에 차원종을 상대하기위해 전장에 나오는 어린애까지.."
검은양팀에 대한 첫 인상은 그다지 좋지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내 책임이겠지. 난 그들을 제대로 보려고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도 같이 작전을하고 대화를하고 조금씩 가까워지면서 철없이 어리광만 부리지말고 그들을 제대로 바라보자고 생각했어.
그러니까 보이더라. 단순히 내가 마음을 닫고 있었기에 보이지않았던거지."
잔소리만 늘어놓는 녀석이 아니었다.
항상 팀원들을 걱정하고 배려해주는 '이슬비'였다.
항상 귀찮게구는 녀석이 아니었다.
남에게 다가가지 않으려는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 '서유리'였다.
이상한 아저씨가 아니었다.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올곧게 우리들을 보살펴주는 '제이'아저씨였다.
단순한 어린애가 아니었다.
자신의 일에 사명을 느끼며, 누구에게나 밝은 미소로 힘을주는 '미스틸테인'이었다.
"레비아, 너에게 어떻게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내 힘만으로 그 환경을.. 내 트라우마를 이겨낸게 아니야.
정작 팀원들앞에선 부끄러워서 죽어도 이런 말은 못하지만.. 검은양팀 덕분에 난 이겨내고 올라선거야."
그래. 지금에와서는 확신하고있다.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동료들과의 만남은
분명 내 인생에서 가장 큰 만남이었음을.
지금 내 옆에 있어주는 동료들과의 시간은
분명 내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임을.
"아.. 이거 완전 부끄럽잖아.."
내가 엄청난 수치심에 쌓여 끙끙대고있자
"이세하님은.. 강한분이시군요.."
나에게 살며시 말을 걸어오는 레비아.
"전.. 그렇게는 하지 못할거에요.. 언제나 무서워서 도망치기만 해버리는.. 레비아는 그러니까.."
가벼운 자괴감에 휩싸여 자기를 비하하는 레비아.
"난 그렇게 생각안하는데?"
그 자기비하를 난 가볍다고 해도될만한 말투로 부정했다.
레비아는 분명 진지하게 생각한 사항일테고, 그런것을 이런 가벼운 말투로 대답하는건 좋지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말했지? 난 검은양이라는 팀원들이 있기에 일어설 수 있었다고.
너도.. 혼자서 무리하지 않아도돼. 너한텐.. 너한텐 늑대개팀이라는 소중한 가족이있잖아. 안그래?"
"ㄱ..그렇지만.. 전.. 겁쟁이인걸요.. 이세하님의 이야기를 들어도..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거라고는..
전 도움도 안되고.. 모두에게 폐만 되는걸요.."
언제까지나 평행선이 지속될듯했던 우리들의 논쟁은 계속해서 이어지는듯 했으나,
"?..!?"
내가 바로 옆에 앉아있던 레비아를 가볍게 포옹해주는걸로 끝났다.
"그렇게.. 자기를 낮추지 않아도돼. 널 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없어. 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없어.
믿지못하겠다면 모두에게 물어도돼. 나랑 똑같은 대답일걸?
이렇게까지해도 믿지못하겠다면, 내가 계속 말해줄께. 니가, 레비아가 자기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될 때까지
계속해서 내가 널 믿어줄께."
솔직히 주제넘은 행동일지도 모르고 그 이상으로 주제넘은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차원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종족이 다르다는 그 이유 하나때문에 지금까지 배척받으며 고통받았을 그녀를 생각하면..
도저히 가만히 놔둘수가없었다.
거절당해도 별 수 없겠다면서 속으로 쓴웃음 짓고있던 나는
"우흑.. 흑.."
예상외의 반응에 가볍게 놀랐지만, 이내 상냥하게 안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ㅈ.. 죄송합니다.. 저.. 눈물이.."
"죄송할건없어. 나도 나이가 많은건 아니지만, 넌 나보다도 어려.
그런데도 자기자신의 아픔을 억지로 꾹꾹 누르면서 지금까지 참아왔어.
넌 약하지않아. 넌 강한아이야. 좋은아이야..
그러니까.. 지금만큼은 마음껏울어."
그녀라면 조금 더 저항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흐흑.. 흑.."
내 말을 듣던 그녀는 내 가슴에 얼굴을 묻으며 조용히 눈물흘렸다.
이렇게 착한 소녀가, 이렇게 상냥한 소녀가 지금까지 받아왔을 고통을, 그 고통을 혼자서 억눌렀던 괴로움을 생각해보며
"지금부턴 너에게 즐거운 일만 가득하길.."
진심으로 그렇게 기도했다.
*
"이세하 ! 오늘은 늑대개팀이랑 합동작전이잖아. 정신 똑바로 차려!"
느닷없이 귓전을 때리는 잔소리에 게임기에서 눈을 돌리자 눈초리를 사납게하고 날 노려보는 분홍빛 리더님이 계셨다.
"알겠다니까. 지금 이것만하면 끝나니까 2분만 기다려. 2분만."
"어휴, 정말. 그 게임중독은 언제쯤 나아지는걸까."
본인도 드라마 중독인 주제에..
물론 입밖으로 내었다간 게임기는 당연하고 내 존재조차 위험해지기에 말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자, 끝났다고. 그래서 어디로 출동하면 되는건데?"
"난 나타와 함께 램스키퍼의 갑판으로 나가서 차원종을 처리할거야. 넌 레비아와 같이 수정을 채굴해줘."
"예이예이~.."
장비의 정비를 끝낼쯤에 레비아가 나에게 천천히 걸어오는것이 보였다.
"이세하님!..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응, 나야말로 잘 부탁해. 그럼 슬슬 가볼까?"
"아.. 네!.."
작전구역에 진입하기 직전 레비아가 말을 걸어왔다.
"저.. 이세하님.."
"응? 왜 그래?"
"임무가 끝나면.. 같이.. 게임이란걸 해봐도 괜찮을까요?"
"게임을?.."
"네..네에.."
"하하. 좋아. 우리 같이 게임하자."
"! 감사합니다!"
그녀와 조금 더 가까워진듯한 기분이 든다.
레비아가 나에게 미소를 지어줄때면 왜인지 모르겠지만..
난 정말로 행복해지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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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공장에서 세하랑 레비아가 만나는것과 레비아가 게임기에 관심이 있다는걸 알게된 후에 적어봤습니다~..
진짜 적어놓고 이런 말씀 드리기도 죄송하지만
너무.. 진짜 상당기간 글을 안쓰고있다가 연습도없이 갑작스레 써버린 글이라..
완성도는 꽤나 낮을테지만 좋게봐주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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