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 나의 이름은 에이야 (3)

주아이 2016-09-18 1



 점심시간 중반. 가방에서 스케치북을 꺼냈다. 이세하는 내 자리에서 꿈의 여자를 보여줬다.

 "이 여자애 본 적이 있어?"

 "아니.."

 이세하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내 보여줬다. 그 안에는 놀랍게도 내가 그린 여자애와 똑같이 생긴 여자애가 있었다.

 "뭐야.. "

 "기다려."
 
 불길한 기운이 엄습해왔다. 표정이 어두워진 이세하는 허리에 손을 짚고 곤란한 듯 째려봤다.

 "내 얘기를 놀라지 말고 들어줘. 너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애들 알고 있는 이유는 나와 친하게 지내서야. 솔직하게 말할게.난 그 그림에 반해서 너와 친구가 되고 싶었었어. 하지만 나는 차원전쟁을 치루는 전투요원 중 한명. 내가 지금까지 받았던 마물의 부담감, 위협감, 공포 그리고 두려움. 이 모든 것이 너와 공유가 되었던거야."

 "뭐?"

 "충분히 가능한 일이야. 마물의 힘은 상상도 못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가 않지. 그리고 작년부터 내가 전투를 할 때에 모든 긴장감이 조금 덜해진 느낌을 받은 것도 사실이야."

 "그말이 진짜라면 이 여자애도 너를 위협하는 존재라는 거야?"

 "그렇게 되지. 안 그래? 슬비."

 "눈치 챘구나."

 이세하를 노려보는 슬비가 문 뒤에서 조용히 나왔다.

 "안 좋은 취미야 그거."

 "게임 중독자한테 듣고 싶지는 않아!"

 둘이 으르렁거리며 말 다툼을 했다. 그 싸움은 점차 커져 반 하나를 날릴 만큼 커다란 싸움으로 번졌다. 슬비는 짜증난다는 말투로 비꼬며 말했다. 이세하도 맞장구라도 치 듯 화를 내며 싸운다.

 "뭐야.. 그림 상하겠네. 나가자."

 다른 애들은 말릴려고 애를 쓰지만 만만치가 않았다. 나는 스케치북을 들고 몰래 학교를 나왔다. 도저히 공부를 할 상태가 아니었다.

 가방은 그대로 교실에 놔두고 온 것이 신경이 쓰였다. 집 앞까지 왔다. 오늘은 쉬자라는 생각에 빠져있었고 하늘에서 큰 폭발소리가 들렸다.

  "앗!"

 하늘에서 한 여자애가 머리위로 떨어졌다. 여자애의 무게를 못 이겨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 "

 흰 머리카락에 고독한 눈빛과 말투. 슬픔에 빠져 나오지를 못하는 꿈속에 봤던 여자애랑 똑같이 생겼다. 하늘하늘한 치마가 내 무릎을 감쌌다.

 그녀는 다급히 일어났다. 화가난 표정을 지으며 내 쪽을 노려봤다. 아까의 충돌의 의해 떨어진 스케치북을 주워 펼쳐 봤다.

 "안 돼!"

 "이 그림. 나야?"

 "아!"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너 나 알아?"

 "너 누구야?"

 그녀는 정색을 하며 스케치북을 돌려줬다.

 "그림 좋았어..

 그렇게 정적이 흘렸다. 참새라도 지나가 이 공기를 깨뜨려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다른 화제로 얘기를 해야 하는 데 그녀의 인형같은 모습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나의 이름은 에이야."

 에이. 그녀의 얼굴에 조금이지만 미소를 본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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