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클로즈 - Prologue . 브리핑.

수민혜 2015-02-02 1









" 이봐! 거기 노닥거리지 말고 이 녀석 옮기는 일좀 도와줘! "


누구...?


" 걔 이미 시체 아니었어!? 피 투성이잖아!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뭘 어쩌겠다고! "

" 지X 말고 도와주기나 해! 살아있는지 어떤진 유니온 연구소던 병실이던 가봐야 알거아냐! 주변을 봐라. 얘 말곤 성한 모습이 거의 없잖아! "


어... 잠깐, 저렇게 얘기가 오가는걸 보니...


" 다른 놈들은 숨 쉬는 흔적이라도 있지, 걔는 그냥 시체잖아! 그만 포기하라고! "


가망 없다는 듯이 외친 목소리였건만, 나를 살리겠다던 목소리는 분기를 드러내며 소리치듯 그 목소리를 향해 외쳤다.


" 니가 이 핏덩이였으면 그딴 말 안나오지! 닥치고 돕기나 해! 니 밑으로 있는 빚의 절반은 떼줄테니까 좀 도와라! "


서로 실랑이를 벌이는 것을 보니... 나를 두고 싸우는 모양이었다.


... 잠깐, 이렇게 듣고 보니 나 정말 죽었거나 죽기 직전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드는건... 기분 탓인가?


" 야이... 에라이, 알았다! 돕는다, 도와! "


못 이기는 척, 도와주려는 듯 목소리를 낮추고 내 쪽으로 다가왔다.


" 그렇게 나와야지. 그 쪽 제대로 들어! "


뭔가 들 것에 실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느낌까지 느끼는 것을 보니... 난 살아있는 것이 분명했고,  움직일 수 없었으며... 내 몸이 만신창이 라는 것을 증명하려는 듯... 소리 없는 비명과 고통이 내 온몸을 타고 절규하고 있었다.


... 그랬다. 난 이미, 그 때 죽은 목숨이었어야 했고 살아나서도 안 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 ...... "


늦은 밤에 울린 알람 소리에 깬 나는 그 소리를 잠재운 뒤에 잠자리를 뒤척이며 일어났다.


그리고 깬 순간, 골이 울렸다. 아무래도 한동안 울어댔던 알람 소리 때문이겠지.


... 아니, 악몽 때문인가?


" ... 조만간 알람 소리를 바꾸던가 해야겠어. 이건 좀 심하잖아. "


잠에서 깨기 위한 수단으로 모른 알람을 큰 소리로 맞춘 것이지만... 이렇게 골이 울릴 정도라면 사양이다. 건강에 좋지 않잖아, 건강에.


" 끄... 늦은 밤에 이게 뭔 짓인지... "


난 불평을 깨고 침대에서 벗어나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다. 햇빛 만큼이나 밝은 달빛이 발 아래로 비추어졌다.


" ... 망할 놈의 높으신 분들한테서 오는 연락만 아니었어도 푹 자는거였는데... 이래선 나한테나 그 높으신 분들이나 마이너스 인건 마찬가지라고... "


투덜거리긴 했지만, 결국 난 그 높으신 분들 아래의 소속인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 퇴물 ' 취급 당하는 주제여도 말이지...


" 어디 이거... 건강 챙기면서 살 수 있겠냐고. "


아무리 투덜대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으니, 그런 시시껄렁한 반응은 둘째로 한 뒤에 달빛에 비친 창문턱으로 기대어 앉았다. 잠을 막 깨던 차였는지 몰라도, 갈증이 났다.


" 냉장고에 뭐가 있었나... "


그렇게 중얼거리곤 냉장고를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그러자,냉장고가 약간 흔들리더니, 곧 그 문이 냉장실의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린 아래칸으로, 맥주캔 여러개가 진열되듯이 놓여져 있었고, 그 중 세개 정도를 끌어당겨서 받아낸 뒤 손가락을 딱밤 때리듯이 손짓하자 냉장고가 닫혀버렸다.


" 이럴 때 만큼은 쓰잘대기가 있단 말이지, 이 능력. "


그 말을 남기며 히죽거린 나는 세개의 캔 중 하나를 들어 맥주를 깠다.


" 맥주 안에 있는 증기는 마시면 안되지. "


난 염불을 읊는 스님처럼 잠깐 기다렸다가, 증기가 빠진걸 확인하곤 곧바로 맥주를 한모금 들이켰다.


" 크으... 죽인다. "


비록 물이 아닌 과잉 수분 술을 마시는 거였지만, 물만큼 갈증을 해소하기엔 딱이었다. 목넘김이 만족스러운 맥주를 들이키자, 몸에 생기가 돋는 느낌이 들었다.


" 그래, 이 맛이야. "


아무리 내가 건강을 챙긴다 해서 특제 건강차를 달여 마신다고는 해도, 이러한 갈증을 해소해줄만한 음료는 만들지 못했다. 만들수야 있지만... 이미 만든 순간 내 기준에서 건강 식품은 아니니까.


" ... "


맥주를 들이킨 이후, 방을 비추는 달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 거 참... 차오르는 달빛이 아름답구만. "


무의식 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만큼 하늘 아래를 비추는 그 달빛이 밝고, 그 밝기만큼 아름답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 ... 잡념은 여기까지 하고... 그나저나, 뭐 이렇게 연락이 안오는거야? "


우우우웅!!


...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리 탁상 위에 놓여있던 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 ... 이 높으신 분들... 나중에 산통까지 깨겠다고 한소리 듣겠군. "


양반은 못될거라는 얘기를 조금 나쁘게 한 얘기였다. 그건 그렇고, 이 시간에 연락을 준건...


타악!


" 높으신 분들 중 한명이 나한테 연락하려는거겠지. "


손으로 까딱인 다음 핸드폰을 손으로 받고서 했던 말이었다. 그리고 곧 핸드폰의 발신자를 확인하고, 통화를 받았다.


" ... 연락 기다리는데 목 빠지는 줄 알았네. "

- " 아하, 이거... 죄송합니다. 승인을 받는데 조금 늦어버렸거든요. "


약간 앳된 목소리의 여성 목소리였다.


" ... 본론부터 들어가지. 심기가 여전하지는 않거든. "

- " 그렇게 말씀하실 줄 알았죠. 그럼 브리핑 해드릴게요. "


본론은 빨라서 좋네. 그런데... 브리핑? 이게 무슨 용암에 콩 녹여먹는 소리지?


" ... 브리핑? "

- " 아, 네. 브리핑 이요. 따로 들으신 부분 없으신가요? "

" 브리핑 같은 것은 없을거라고 했는데. "

- " 그럼 당황하실만 하네요. 윗분들 중에서 요원 님에게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을 것이라고 하더라구요. "


... 내 이 윗 XXX 놈들을 그냥...


" 그나저나, 요원이라니. 난 아직 한다는 의사는 없다고 말했을텐데? "

- " 네? 제가 윗분들한테 들었을 때는, 요원 님께선 거부권은 없다고 들었는데요? "

" ... 특제 건강차를 달여 X먹여줄 인사들 같으니라고... "


순간의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고 터트린 발언이었다.


- " ... 네? "


그 발언에 놀랐는지 통화를 받던 목소리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마치 바로 앞에 있었으면 울 법한 기색이었겠다... 라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 ... 실언했군. 그럼 브리핑 부터 들어보도록 할까. "


그 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저편에선 화색이 깃든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이런 초짜를 시킬 정도라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는 얘긴데...


' 두고 보자... '


내 언젠간, 진심으로 건강차를 달여서 억지로 마시게 해줘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 " 그럼, 브리핑을 해드릴게요. "






.



.



.





- " 이상이에요. "


난, 내 귀로 듣는 브리핑이 진짜인지 헷갈릴 정도로 어이가 없었다.


" ... 그 브리핑, 진심인가? "


다시 한번 확인 차원에서 물었다. 그리고...


- " 네. 제가 내려받은 자료는 이게 전부에요. "


그게 진실이라는 것을 안 것은, 단 한순간의 일이었다.


" ... 그만 끊도록 하지. "

- " 우와아아앗!? 잠깐만요!! "


내가 통화를 끊으려고 한 순간, 너머의 목소리에서 굉장히 난처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내가 들은 정보가 거짓이라면, 이런 반응은 있을 수 없었건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진심이었나보다.


" ... 실제로, 이런 브리핑이 내 앞으로 왔다는 얘긴가? "


믿을 수 없다는 톤으로 되묻듯이 말했다. 제발 아니길...


- " 저... 네... 믿기 힘드시겠지만, 진짜에요. "


이라는... 내 절실한 마음을 짓밟는 듯한 느낌을 받아버렸다. 이런... 빌어먹을. 속 마음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 ...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말이지... 이런 ' 애들 소꿉장난 ' 같은 브리핑을 읊어 놓고, 퇴물 요원이랍시고 이딴 대접을 하고 있다는 말인가? "


결국, 난 참지 못하고 내 속마음에 담겨있는 말을 목소리 너머에게 전달했다. 분명 이 통화를 듣고 있을 높으신 분들의 절반은 비웃거나 화가 나있겠지.


- " 으으... 무슨 말씀이 나오셔도... 죄송합니다. 저희측 요원들도 이미 신입 양성에 투입될만한 인원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윗분들이 요원님을 특별초청하신거라고해서...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해요... "


거의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이 정도라면 울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 ... 그 높으신 분들이 이유는 안 가르쳐 주던가? "


자세한 내막을 알고 있냐고 묻는 질문이었다.


- " 네... 아직 제 보안 등급이 낮은 모양인지 알려줄 생각을 하지 않더라구요. "


무슨 뜻인지 알았다는 듯 얘기하는 반응이 달랐다. 후... 이 정도면, 높으신 분들 생각도 알만하구만...


" ... 그래서, 내가 뭘 하면 되지? "


결국 난 체념했다.


- " 브리핑, 받아주시는건가요!? "

" 높으신 분들도 내 거부 의사는 없을거라고 했다면서? 그럼 받아줘야지, 별 수 있나. "

- " 감사합니다! "


정말로 감사하다는 듯이 외친 목소리. 내 앞에 있었으면 연신 몸을 숙이며 인사했을 듯한 분위기였다.


- " 일단 브리핑을 받아주셨으니, 내일 오전 10시 까지 제가 보내주시는 주소로 가셔서, 브리핑 해놓은 신입 요원들과 만나시면 되요. 그 사이로 제가 요원들의 상세 정보를 보내드릴게요. "


결국, 내일 이전까지는 아무 것도 모를거라는 얘기인가...


" 그렇게 하도록 하지. 고생하는군, 말단 요원인 것 같은데. "

- " 네? 아... 하하, 네. 고맙습니다. "


사람 좋은 목소리가 여기까지 들려왔다. 뭐, 사람 한명 살린 셈 치지.


" 그럼... 브리핑은 다 받았으니, 연락은 끊도록 하지. "

- " 아, 감사합니다! 요원 님. 그리고... "

" 응? 또 무슨 일이 있나? "


약간 뜸을 들이는 모양인지, 얘기가 끊겼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렇게 뜸을 들이려는건지...


- " 혹시, 요원 님의 이름을 알 수 있을까요? 윗분들 께서도 딱히 이름 언급을 하지 않으셔서요. "


아아. 난 또 뭔가 했네. 하지만 곧 생각에 잠겼다. 그 때 이후로, 내 이름을 꺼내는 일은 없었으니 말야.


... 흠... 어떻게 한다. 그냥 말해버려야하나?


" ... 그냥. "


난 곧 내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듣고 있는 높으신 분들도 있을거고, 뭣도 모르는 높으신 분들에게 더 정보를 줄 수는 없지.


" 그냥, ' 제이 ' 라고 불러. 목소리 좋은 아가씨. "


결국, 난 그렇게 말했다.


" 이만 끊도록 하지, 내일을 위해서 지금이라도 자둬야하거든. "

- " 아... 네! 수고하셨습니다, 제이 요원 님. "


그 답변을 듣고, 곧바로 통화를 끊어버렸다.


" ...... 후... "


통화를 끊고, 긴 한숨을 쉬어버렸다.


" 아무리 그래도 말이지, 이런 시체에 가까운 퇴물 요원까지 끌어다 쓰겠다니... 제정신인가, 유니온 높으신 분들? "


나도 모르겠다는 듯, 핸드폰을 침대로 던져버렸다.


" ... 이런 식으로 써먹겠다 이거지... "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었다.


콰직!


그래서인지, 맥주캔은 내 악력을 견디지 못하고 종이 구겨지듯 찌그러져 버렸다. 그리고...


" ... 으앗, 차거! "


... 캔 안에 내용물이 남아있었다는 것을 알아챈건 이후의 일이었다.






남들이 떠드는 버라이어티 한 삶, 나 ' 제이 ' 도 느끼게 될 것이라는 건 이 날 이후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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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점은 누구일까요... 후후...


그가 너무 간지가 나는데다, 손맛이 너무 죽여주는 캐릭터라서 그를 시점으로 쓰게 되었습니다.


일단 프롤로그를 쓰긴 했는데... 다음 편은 언제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반응 좋으면 다음편 가는거고! 안 좋으면 조금 쓰다가 묻히겠죠!





그럼 다음편에서 뵈요~



P.s : 윗머리(욕으로 쓰는 분들은 뭐로 하려는지 아시겠지) 의 악담이 제대로 써지지 않는 관계로, 수정을 거듭했습니다.


혹시라도 짤린 부분이 궁금하셨다면, 죄송합니다 : )

2024-10-24 22:22:3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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