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비극의 종영

펀시 2021-12-15 11



* 해당 소설은 클로저스의 루시 플라티니 캐릭터의 검은손 승급 스토리 배경의 은하 중점으로 집필한 글입니다.











"더 해볼래요? 난 상관없어요."


나무 한 그루 없는 황폐한 섬. 폐기물과 컨테이너만으로 가득한 이 곳에서 잔뜩 긴장한 채로 남색의 단발머리의 소녀에게서 도망치는 남자.

그의 귀에 들린 절벽에 부딪히는, 마을까지 닿을듯한 파도소리가 이곳이 더이상 도망갈 수 없는 막다른 길임을 말하고 있었다.


"그럼... 잘가요."










"..하아, 대체 언제까지..."

피투성이가 된 조금전의 남자를 든 채로 혼잣말을 하며 그녀는 패밀리의 건물로 돌아갔다.



검은손.

피투성이가 되버린 배신자의 시체를 손에 들고있던 은하라는 소녀가 소속된 패밀리.

과거에는 교단에 굴복한 유니온에게 등을 돌리고 교단에게 복수하기 위해 만든 집단이었지만,

복수에 성공하고서도 해체하지 않고 남아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말 그대로 최악의 범죄 집단이라고 세간에는 알려져있다.



언제부터였을까.

그 불운의 시작은, 가면 쓴 백작의 변덕에서부터

지금은 검은손이 되버린 시궁쥐 팀의 팬을 자처하던 그는 루시의 부탁에 의해

루시가 찾아헤매던 본체, 스스로 찾아냈어야 할 그것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것을 알게 된 루시와 동료들은 함께 그것을 찾으러 떠났지만

본체를 갈취하여 숨겨두고 있었던 교단은 빼앗기지 않으려 필사적으로 저항했고

교단이 최후의 발악으로 루시의 본체를 폭주시키며 인근 도심의 전체가 역병으로 오염되버린다.



폭주하는 본체는 루시의 감옥관으로도 완전히 가둘 수 없었고,

결국 스스로의 손으로 본체를 파괴해버리지만 이미 역병은 수많은 시민들에게 퍼진 뒤.

루시는 그들을 구하기 위해 그들의 몸에 깃든 역병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지만



그 숭고한 마음이 그녀를 미치게 만들줄 누가 알았을까.

역병의 기운과 함께 마셔버린 사람들의 생명력.

다른 동료들은 그것에 미쳐버린 루시를 어떻게 할지 고민한 끝에 교단을 막으려면 더 강한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그들은

사람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더 강해진 루시의 힘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었고

그날을 비극을 기점으로 그들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끼게 되었다.










어둠에 잠긴 복도를 한손으로 시체를 질질 끌고가던 은하는 작은 문 앞에 멈춰섰다.

똑, 똑, 똑

"루시, 들어갈.."

"아악, 아아아아악!!!!"

은하가 서있는 문 너머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언가가 흡수되는듯한 불쾌한 소리를 들은 은하는 문고리를 잡고 돌리던 것을 멈췄다.



"힘이... 이 이상은... 당신은 역시... 루시 양이 아니라... 마물.... 이었..."

"휴, 겨우 잠이 들었나 보네요. 그럼... 잘먹을게요, 오세린 씨!"

생글생글 웃으면서 해맑게 말하는 소녀의 목소리에 이어진 끔찍한 소리에

은하는 이를 악물며 귀를 틀어막았다.












며칠 뒤.

똑, 똑, 똑


"누구세요? 문은 열려있어요."

"나야, 은하. 슬슬.. 떨어졌을 것 같아서."


은하는 어떤 남자의 시체를 던지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패밀리를 배신한 배신자의 유해야. 산채로 집어넣는 게 더 효율이 좋다지만... 미안해, 난 그럴 비위가 안돼서."


게걸스럽게 시체를 자신의 관에 집어넣는걸 보고싶지 않았던 은하가

말을 끝내고 바로 나가려 등을 돌리던 그때.


"은하 씨...... 저를 위해, 손을 더럽히신건가요?"



뭐라고?

그 날 이후에 들은 적이 없었던 루시의, 미안한 감정이 담겨져있는 듯한 말이 은하의 등 뒤에서 들려왔다.


"무슨 말씀으로 사과를 드려야 할까요...? 무슨 행동으로 용서를 구해야할까요...?"

"......뭐야?. 너... 왜 그러는거야?"



은하는 당황하면서도 긴장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


"평소랑 다르잖아? 평소였으면, 게걸스럽게 시체를 자기 관에 집어넣었을 텐데....!"

"그건... 마물이에요. 저에서 비롯됐지만, 제가 아니게 된 마물이죠. 지금의 저는 마물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이제는 은하 씨가 손을 더럽히실 필요가 없어요."



은하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손을 더럽힐 필요가 없다고? 자신과 동료들은 이미 많은 사람을 죽였다.

관이 닫히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동료만은 보내달라며 빌던 사람.

자신이 도움이 될거라며 뭐든 할테니 살려달라고 빌던 사람.

셀 수 없이 죽였다. 이미 몇명이나 죽였는지도 기억 못할 정도로.



"이제와서... 제정신으로 돌아왔다고?  다시 루시 플라티니가 되어버렸다고?  웃기지도 않는 소리는 작작해.  이제와서 원래대로 돌아오면 어쩌자는 거야!

이미.. 이미 우리 손은 더럽혀질대로 더럽혀졌는데!! 이미.. 셀 수 없이 많이 죽여버렸는데....! 돌아갈 수 없어...! 너도, 나도...! 우리는 이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단 말이야!"

"...네 알아요. 알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는 돌아가려고 노력해야 해요. 남은 나날을 속죄하면서...그저 속죄하면서 살아가는 수밖에는...."

"닥치란 말이야!"


그녀는 소리치며 위상력으로 코팅시킨 나이프를 꺼내어 루시를 향해 들었다. 날이 서있는 무기.

예전 은하의 불살주의를 상징하던 무딘 칼은 이미 찾아볼 수 없었다.



"...난 그럴 수 없어. 아무리 속죄해도, 난 돌아갈 수 없어! 너무 멀리.. 멀리와버렸단 말이야...!"

"은하 씨..."

"미쳐버렸던 주제에, 이제 와서 다시 원래대로 되돌아왔다고? 그렇다면, 다시 미치게 만들어줄게. 억지로 사람을 먹여서...! 다시 마물로 되돌려 놓겠어!"

"저는 저항할 거예요. 당신께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그래도 당해드릴 수는 없어요. 그것이... 은하 씨, 당신을 위하는 길이라고 믿으니까!"


은하가 잡고있던 나이프에서 힘이 살짝 풀린다. 그날 이후로 들을수없었던 진짜 루시의 목소리. 루시의 목소리를 흉내낸 마물이 아닌 타인을 위하던 루시의 목소리. 하지만 이미 모든게 늦었다. 그렇게 생각한 은하는 코팅된 나이프를 다시 다잡았다.


"... 너무 늦었어, 모든 게. 너무 늦었다고!!!!"










"큭... 하아악!"


잠시 후, 피투성이가 된 은하가 쓰러졌다.

당연하게도 생명력을 흡수할대로 흡수하여 강해진 루시를 은하가 상대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하.. 겁나게 아프네."

"은하 씨! 괜찮으세요?"

"이게 괜찮은 걸로 보여? 이렇게 피투성이가 됐는데 말이야..."

"은하 씨, 죄송해요.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밖에는...!



어디서부터 잘못됬었던걸까. 루시가 D백작에게 본체의 위치를 들었을 때? 본체의 위치를 듣고 곧바로 싸우러 갔을 때? 사실, 어디서부터 잘못됬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나는 막을 수 있었다.

적어도 루시가 마물이 되지않게... 막을 수 있었어.

은하는 루시의 말을 듣고 그렇게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미안한건 나야. 네가 더 이상 루시가 아니게 된 그 순간, 너를 포기해야 했어. 하지만 우리는 그러질 못 했지. 언젠가 네가 돌아올거라 믿고... 이번 한번만, 이번 한사람만 더해치자고.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그러다가 결국 돌아올 수 없게 됐지.... 미안해, 루시... 널 포기하지 못 하고, 마물인 채 여기까지 끌고 와서..."

"사과하지 마세요. 오히려 저는 감사하게 생각해요. 방법이 그릇됐다고 해도, 저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요. 일이 이렇게 된건 여러분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 마음이 약해서, 여러분을 아프고 힘들게 한 거에요. 그러니까요. 저, 더 강해질게요..! 절 마지막까지 버리지 않았던 여러분을 위해서라도...!"

"하하...정말... 루시구나. 바보처럼 착했던... 그.. 루시...말이야..."

"조금만 기다리세요. 지금 붕대와 반창고를 찾아올게요!"

"하.. 그딴건 됐어. 네가 이제부터 걸어나가는 길에 나같은 짐짝은 필요 없어. 그러니까..."


푸슉. 날카로운 나이프가 몸을 관통하는 소리가 방에 울려퍼졌다. 무딘 나이프가 아닌, 지금까지 사람을 죽여왔던 날카로운 나이프에 코팅을 걸어 자신의 몸을 꿰뚫은 은하는 피를 토하며 말했다.


"큭.........하,하하. 이게 진짜... 마지막 한 사람이야. 이걸로... 넌 마침내 원래대로 돌아올거야. 잘 돌아왔어, 루시. 마지막으로... 옛날처럼 웃어줘. 대책 없을 정도로 해맑은 그.. 미소를... 마지막으로.."

"흑,흐으윽...은하씨...!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전 도저히...웃을수가...!"

"...하여간에, 울보라니까. 그래도 이제야 실감이 드네. 울보 루시가... 돌아왔다는...실감...이........."

"은하 씨...... 울보라서 죄송해요. 다시 만날때는.. 반드시 웃어드릴게요. 웃는 얼굴로, 고맙다고 말씀드릴게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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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손 IF세계의 은하를 입장으로 이야기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써보았습니다.

루시 검은손 스토리를 못보신분은 이해가 안가시는 부분이 있으실수있는데 (연무극장을 통해 if의 검은손 세계로 들어온 원래 세계의 루시 등)

루시로 직접 검은손 퀘스트를 깨보시거나 한번 찾아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10-24 22:09:3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