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를 위한 눈물
킹은하 2022-01-16 0
클로저스 공모전 첫 참가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본 작품은 2차 창작물로 클로저스와는 다른 세계관입니다..!*
따스한 오후 누구나 점심을 먹고 졸린 점심시간 작은 하품소리가 반에 울려퍼졌다.
‘하아암... 졸려... 오늘따라 왜이렇게 졸리지.. .’
하필 그녀의 자리는 창가의 바로 옆,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이 그녀의 파란 머리카락을 강조했다.
고개를 숙이고 책상에 엎드려 있던 그녀는 반쯤 감은 눈으로 자신의 옆자리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마치 벚꽃을 담은 듯한 분홍머리를 가지고 있는 자신의 소꿉친구를 마주쳤다.
"왜 그렇게 뚫어져라 보는거야... 슬비야..?"
"오늘따라 유독 피곤해 하는거 같아서. 무슨일 있는거야?"
"아니야... 이상하게 오늘따라 피곤하네.."
대화를 마무리한 그녀는 햇빛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창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조금만 자자..’
슬그머니 다가오는 수마를 이기지 못한 그녀는 창 밖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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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지났을까, 졸음이 채 가시기도 전 그녀를 깨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으... 누구야.... 그냥 자게 좀 내버려두지....’
그녀의 잠의 취한 목소리가 살며시 새어나왔다.
"우응... 조금만 더.. 잘께..."
"이미 방과후야, 집에 가자 은하야."
"으에..? 벌써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고...?"
"그래. 깨워도 못일어나더라. 어서 가방챙겨"
시계를 보니 그녀의 소꿉친구의 말대로 이미 시간은 5시를 지나고 있었다.
책상에 널브러진 연필과 공책을 가방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녀는 가방을 들어 어깨에 매고는 소꿉친구의 팔에 팔짱을 꼈다.
"정말... 은하 너는 한 번 자면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라니까..."
"그래도 항상 네가 챙겨주잖아."
"그게 문제야. 너는 나 없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
"그럼 계속 너랑 같이 있으면 되겠네."
너무나도 당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그녀를 본 슬비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그렇다고 해도 언젠간 같이 못 있을 수도 있잖아.."
"싫어... 나는 슬비랑 평생 같이 있을거야."
"저...정말이지 너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작게 띠운 그녀는 아무도 모르게 팔에 힘을 조금 더 강하게 주었다.
그런 그녀의 미소를 본 은하는 똑같이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월요일이 개교기념일 이니까 오늘부터 월요일까지 4일동안 쉬잖아. 뭐할꺼야?"
갑자기 생각난 물음에 그녀는 미소를 띤 소녀에게 물었다.
"은하 너도 딱히 스케줄이 없으면 우리 놀이공원 갈래?"
"놀이공원?"
"그래! 우리 중학생이 되고서 한 번도 안 갔잖아."
생각해보니 그녀는 슬비와 중학생이 되고서 둘이서 같이 놀러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응... 좋아.."
"그리고 오늘 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저녁도 같이 먹자."
”어?“
갑작스레 이어지는 말에 은하는 당황한 상태로 되물었다.
”갑자기..?“
”어차피 바로 옆이잖아. 오랜만에 같이 먹자. 응?“
”아..알았어. 같이 먹자.“
”웅! 그럼 조금 있다가 봐.“
집에 도착한 그녀들은 집 앞에서 인사하고서 집에 들어갔다.
은하는 신발을 벗고 가방을 방에 내려놓았다.
‘슬비랑 저녁식사는 오랜만이네.. 아저씨 아주머니도 못 뵌지 조금 된거 같은데..’
겉으로는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녀 역시 오랜만에 함께하는 저녁식사가 기대되는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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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하늘 저편으로 노을이 저며드는 집 앞 마당, 한 가족이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바쁘게 움직이는 부모님 사이에서 슬비는 부모님을 도와 식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음식과 식사준비가 한창 이던 그때, 손님을 알리는 초인종 소리가 그녀의 집에 퍼졌다.
초인종 소리가 들리자마자 정겨운 소리가 문 앞에서 들려왔다.
“우리 왔어요~”
“안녕하세요..”
은하와 슬비의 약속으로 인해 예정이 잡힌 저녁식사는 부모님들께도 알려졌고, 그 소식을 들은 두 부모님은 오랜만에 두 가족이 함께 하자며 약속을 잡았다.
‘슬비... 엄청 움직이고 있네.. 나도 도와야겠다‘
“슬비야 나도 도와줄게”
“왔어? 그럼 여기 반찬들 가져다 놓는 것좀 도와줄래?”
“웅...”
두 사람은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식사준비를 마친 후 두 사람의 배는 배가 고프다고 알람시계를 울려대는 중이었다.
“배고파...”
“그러네. 오늘 메뉴는 뭐예요 아저씨?”
그 이야기를 들은 은하의 아버지, 강혜성은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만면에 머금고는 말했다.
“오늘은 아저씨가 우리 슬비랑 은하 맛있게 먹으라고 소고기로 사왔단다. 하하”
“오..!”
“와!!!”
오랜만에 소고기를 먹게 된 두 사람은 신난 감정에 서로를 마주보고 환히 웃었다.
은하는 자신의 옆에서 연신 기뻐하며 환한 얼굴로 웃는 그녀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띠웠다.
“슬비야 그렇게 좋아..?”
“응! 오랜만에 소고기 먹는데 거기에 너랑 같이 먹으니깐 너무 좋아 은하야.”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온 그녀의 말 한마디에 그녀는 싫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숙였다.
’정말... 나도 같이 먹으니깐 좋은데..‘
그녀 역시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두 사람이 신난 마음을 진정시키고 야외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고기를 기다리는 순간, 고기가 불판에 올라가는 소리가 마당에 크게 울려 퍼졌다.
“치이이익.., 치익..”
두 소녀는 동시에 고기를 굽고 있는 두 아버지의 모습에 시선을 돌렸다.
그런 두 소녀의 모습을 알아차린 것일까, 아버지들은 작게 미소를 짓고는 고기를 굽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잠시후, 고기가 익어 그릇에 담겨오고, 두 사람이 앉은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였다.
육즙을 흘리며 노릇노릇하게 잘 익은 고기는 두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꿀꺽... 맛있겠다...”
“어서 먹자. 잘 먹겠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라는 그녀의 우렁찬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 모두 숟가락을 들기 시작하였다.
“냠냠... 냠냠...”
“우와. 고기가 살살 녹는다 그치 은하야?”
“응.. 완전 맛있다.”
고기를 씹으며 황홀하다는 표정을 짓는 은하와 고기의 맛에 감탄을 하면서 먹는 슬비의 모습에 두 부모님은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는
평소 무기력했던 아이를 변화시켜준 소녀의 모습이,
그런 아이와 함께 하는 모든 순간이 즐거운 듯이 웃는 소녀의 모습이,
두 부모의 가슴에 기분 좋은 울림을 울렸다,
“그럼 우리도 들죠”
“이렇게 좋은 날 술이 빠질 수는 없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그렇죠 술이 빠져서야 안되죠.”
“그럼 잔 들고 우리 아이들을 위하여~”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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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즐거운 식사 시간이 끝날 무렵, 두 소녀는 자신들이 먹은 식기를 치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어른들이 치우지 말고 먼저 올라가라며 손짓을 하였다.
“우리가 조금 더 마시다가 치울테니 너희 먼저 올라가서 놀고 있거라.”
“그래 은하야 필요한 거 있으면 슬비한테 말하고.”
“아.. 알았어요.. 그럼 먼저 올라가보겠습니다.”
“가자 은하야 내방으로.”
둘은 집 복도를 지나 슬비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방은 꽃처럼 달콤한 냄새가 풍기고, 그녀의 침대 위에 놓인 펭귄인형은 주인의 취향을 확실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저 펭귄인형,.. 아직도 갖고 있었구나‘
그녀는 천천히 방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이 바뀌진 않았네. 익숙한 느낌 그대로야...’
“은하야. 뭐마실래?”
그녀의 다정한 소꿉친구가 자신의 옆에 쿠션을 가볍게 던져놓고는 앉으며 물었다.
“나는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럼 그냥 쥬스로 가져올게. 잠깐만 앉아서 기다려.”
“웅...”
그녀는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난 후 복도를 내려가 냉장고로 향했다.
음.. 은하가 또 뭘 좋아하려나.. 아 과자도 같이 들고가야겠다
은하가 좋아할 만한 간단한 군것질 거리를 몇 개 집어 쟁반 위에 올리고, 다시 냉장고 문을 닫았다.
방문을 열자 은하가 방바닥에 앉아 마치 낮잠을 자는 아기 고양이처럼 고개를 숙이며 졸고 잇었다.
‘어...어? 이건 찍어야 돼. 평생 소장할 거야’
그렇게 생각한 슬비는 책상에 자신이 가져온 쟁반을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발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발을 조심스레 옮기며 핸드폰을 꺼냈다.
찰칵, 찰칵 몇 장을 찍던 슬비는 방금 전 고기를 먹었을 때보다 더 만족한 듯 표정을 짓더니 핸드폰을 주머니에 집어놓고 은하를 조심스레 깨웠다.
“은하야. 은하야..?”
“어..어 음.. 어 슬비야..”
“많이 피곤해? 좀 잘래?”
“아..니야... 나 일어났....”
“은하야?”
그러나 일어났다는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결국 다시 조용한 숨소리를 내더니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자신의 침대에 살포시 옮긴 후 그녀는 아래 마당으로 내려갔다.
“아주머니 아저씨. 은하가 피곤해서 졸던데 오늘 은하랑 같이 자도 괜찮을까요?”
“에구 우리 은하가 많이 피곤한가 보네... 괜찮겠니 슬비야? 은하랑 같이 자는거?
”전 좋아요. 은하랑 같이 자는 거“
”그럼 그렇게 하렴. 너희 내일 놀이공원 가기로 했으니 어서 자야지.“
”네 알겠어요. 그럼 먼저 들어갈께요. 엄마 아빠 저 먼저 잘께요..“
”그래. 얼른 가서 푹 자라“
”잘 자고 좋은 꿈 꾸렴~“
”네“
그녀는 어른들과의 대화를 마친 후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기며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
평소같이 귀여운 인형이 놓여 있는 자신의 침대에 곤히 잠들어있는 소녀가 눈에 띄었다.
‘오랜만에 같이 자네.. 나도 어서 자야겠다.‘
그녀는 방을 밝게 비춰주던 전등을 끄고는 침대에 들어가 그녀의 옆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오늘따라 솜사탕처럼 달콤한 꿈을 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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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슬비는 기지개를 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 잘잤다.. 어라 은하가 어디갔지?’
"은하야?"
그녀는 분명히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의 옆에서 인형을 끌어안고 잠에 취한 상태로 귀여운 잠꼬대를 하던 그녀의 친구를 찾았다.
"엄마. 은하 어디 갔는지 알아요?"
"너희 오늘 놀이공원 가는날 이라면서. 은하 짐 챙기러 아침에 일어나서 집에 갔어."
"아 그렇구나.. 나도 준비해야겠네. 알겠어요 엄마"
"그래. 어서 너도 준비하렴~ 늦게 가면 줄 오래 서야할 수도 있잖니?"
"맞아요. 어서 씻고 준비할께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씻고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난 후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노래가 울려 퍼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의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아 은하다! 그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슬비야 좋은 아침.."
"좋은 아침이야 은하야. 준비는 다 했어?"
"웅.. 너는?"
"나도 준비 다 됐어. 그럼 이제 갈까?"
"그래. 얼른 나와."
"알았어 지금 바로 나갈께. 엄마 아빠 다녀올께요"
설레는 마음으로 신발을 갈아신고 그녀는 문을 열고 집을 나섰다.
그녀의 집 앞에는 그녀의 소꿉친구가 이미 마중 나와있었다.
"은하 안녕"
"안녕 슬비.."
"우리 여기서 버스 타고 가면 되나?"
"어.. 바로 가는 버스가 있을 거야"
"그럼 버스정류장으로 가자"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길거리는 북적거리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고, 그녀들은 그런 사람들의 사이를 지나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오..! 3분 뒤에 버스 온다!"
"우와.. 운이 좋네 우리"
그녀들이 타고 가야하는 버스는 마침 3분 후 도착이었다.
그녀들의 설레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 일까. 버스부터 날씨까지 그녀들의 놀이공원 가는 것을 위하는 듯 모든 것이 완벽했다. 잠시 후 버스가 도착하고 그녀들은 버스에 올라 맨 뒷자리에 탑승했다.
"우리가 제일 마지막에 내리니깐 뒤에 앉자!"
"그래 좋아.“
두 사람은 버스의 가장 뒷자리에 가서 가방을 끌어앉고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곧 도착할 놀이공원을 상상하며 웃음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은하야. 우리 가면 뭐부터 탈까?“
”글세.. 슬비 너는 뭐가 제일 타고 싶어?“
”음... 오전이라 사람이 없을 테니 롤러코스터 먼저 타고 싶은데... 어때?“
”그러자 그럼 롤러코스터 먼저 타고 바이킹 탈까?“
”응. 그게 좋아보이네.. 그럼 두 개 타고 밥 먹으면 되겠다.“
버스 뒷자리에서 처음에는 머뭇거리다가 이제는 활기 있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버스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앞 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작게 속삭이는 소리의 원천을 잠시 보다가 두 소녀의 활기찬 얼굴을 보고는 작게나마 미소를 지었다.
‘이렇게 신난 슬비는 오랜만이야.. 오늘 엄청 기대된다.’
진한 웃음소리가 스며 있는 음성.
이리 환한 웃음소리를 듣는 것이 얼마만의 일인지 기억도 안날정도로 오랜만의 걱정 없는 그저 순수한 웃음소리.
그녀는 그 웃음 소리를 들으며 아무에게도 안 보일 정도로. 그러나 그녀의 옆에 앉아 그녀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는 상태로 이야기 하고있는 그녀에게는 보일 정도의 옅은 웃음을 짓고는 다시 대화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버스가 파란 하늘을 등지고 출발한지 어느덧 40분이 지났을 무렵, 소녀들은 목적지에 도착했다.
”삑, 감사합니다“
내릴 때면 들리는 소리가 들리고, 소녀들은 놀이공원 앞에 도착했다.
두 소녀는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놀이공원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이용권을 확인한 후, 두 소녀가 목표로 달린 곳은 다름 아닌 롤러코스터였다.
”와 일찍 오니깐 확실히 사람이 많이 없긴 하다 그치?“
”그러게.. 우리 바로 탈 수 있겠다.“
”빨리 타고 싶어~ 롤러코스터 안 탄지 1년은 넘은 거 같아.“
”우리가 놀이공원 안 온지 꽤 됐지..“
”어서 가서 타자!“
”그래.. 아“
”아..?“
어째서일까, 그녀의 말에 대답하던 그녀가 외마디 비명을 지으며 연결된 줄이 끊겨버린 인형마냥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은하야..? 은하야!!“
그녀는 다급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대고 그녀의 열을 확인하고는 화들짝 놀랐다.
‘열이 심해,, 하지만 언제부터?. 은하가 언제부터 이랬던거지?’
그러나 원인을 생각하며 고민할 시간이나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녀는 재빠르게 그녀의 핸드폰을 꺼내고는 119에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여기 00놀이공원인데요 제 친구가 쓰러졌어요. 빨리 와주세요. 급해요“
전화를 마친 후 그녀는 자신의 품에 인형마냥 안겨있는 그녀의 친구를 보았다.
”은하야 정신차려봐.. 은하야? 은하야. 언제부터 아팠어? “
그녀가 안고 있는 소꿉친구의 몸은 마치 불덩이를 품에 머금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곧장 그녀의 겉옷을 벗어 자신의 소꿉친구에게 둘러주고는 빠르게 도움을 요청했다.
마치 오는 길에 봤던 따스한 날이 거짓이라도 된 것 마냥, 놀이공원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안전요원의 도움을 받아 따뜻한 담요로 소꿉친구의 몸을 두르고 손수건에 물을 적셔 그녀의 소꿉친구의 이마에 올려놓았다.
‘은하가 이런 줄 알았더라면 놀러 오는게 아니었는데... 내 실수야..’
안전요원들이 그녀의 친구를 돕는 동안, 그녀는 은하의 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아저씨! 저에요 슬비. 은하가 갑자기 놀이궁원에서 열이 나더니 쓰러져서 연락드렸어요. 은하가 많이 아파보여서 119에 연락했는데 병원으로 와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저씨..“
전화가 끝맺음을 짓기도 전, 빗소리를 번개처럼 가르며 사이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그녀의 친구와 함께 응급차에 탑승했다. 응급대원들은 그녀에게 몇가지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언제부터 몸에 열이 난거에요? 혹시 친구 분이 뭔가 오늘 특별하게 먹은 게 있나요?“
”아니요.. 방금 전에 갑자기 쓰러져서 확인했는데 몸에 열이 나있는 상태였고 오늘 딱히 뭔갈 먹은 건 없어요“
”그렇군요. 금방 도착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학생“
안전요원의 말을 끝으로 구급차는 빠르게 병원으로 경주마마냥 달려가기 시작했다.
경주마마냥 달리던 구급차가 목적지를 향해 다다르자, 그녀와 그녀의 친구는 응급실로 보내졌다.
의사 선생님과 응급대원이 몇가지 이야기를 하며 친구의 상태를 보고있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마치 진공상태에 빠진 것 마냥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늘 그래왔다.
조용히 그녀와 함께 지내온 그녀의 친구는
어렸을 적부터 자신의 속마음을 겉으로 쉽게 표현하지 않았다.
평소의 무기력한 태도는 상대가 누구던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고
그녀 또한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기 어려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러번 그녀가 마음을 열 때까지 천천히 다가갔다.
그렇게 알고 있었던 사실이 그녀를 아프게 했다.
그저 자신의 다정한 소꿉친구는 마음을 연 것이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고집에 맞춰준 것 뿐일까?
작은 먼지 같던 의심은 어느새 겉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그녀의 마음을 하나 둘씩 잠식해 나가기 시작했다.
”은하야!“
그때였다. 사람들의 복잡한 소리 속을 강렬히 뚫고 들어오는 목소리가 들린 것은.
그녀는 자연스레 목을 돌려 뒤를 봤고, 거센 숨소리를 내며 숨을 고르는 은하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의사 선생님 우리 애는 어떻습니까?“
빠르게 그녀들의 옆으로 온 그는 그녀를 진찰하고 있는 의사에게 물었다.
”환절기 감기입니다. 그런데 고열이 동반되면서 갑작스레 정신을 잃은 것 같군요.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여기서 수액 좀 맞고 쉬다가 약 처방받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단 11개의 글자가 그녀를 안심시켰다
”다행이다.. 하....흑..“
”슬비야. 마음고생 심했겠구나. 괜찮니? 슬비도 많이 놀랬지?“
”아니에요 아저씨 .. 그보다 제가 괜히 놀이공원 가자고 해서 은하가 이렇게 된거 아닐까요..?“
”슬비야 넌 잘못 없단다. 너흰 오늘 즐겁게 놀러갔을 뿐이고 은하에게 안좋은 일이 살짝 겹쳤던 것 뿐이지 너에게 책임은 없어. 그리고 은하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아서 우리도 몰랐구나...“
‘그러고보니 어제 학교에서 은하가 많이 피곤해 했었던 게 전부 몸이 안좋아서..?’
”그래도 슬비가 있어서 안심이구나. 아저씨는 은하 상태좀 연락하고 올테니 잠깐만 옆에 있거라“
”네 아저씨...“
그가 떠난 후, 그녀는 소꿉친구가 누워있는 병상 옆 의자에 앉아 놀랜 마음을 추스렸다.
그때였다, 그녀의 소중한 소꿉친구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은하야!!“
”슬비야..? 여긴...“
”여기 병원이야. 네가 갑자기 쓰러져서 놀랬잖아 이 바보야!!“
”응.. 미안.. 그럼 놀이공원은?“
”놀이공원이 중요해? 넌 왜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지 왜 놀러가겠다고 한거야. 네 몸은 생각도 안하고 놀러가자고 한 내가 너무 바보같잖아.“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예쁜 눈에서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놀이공원가자고 안했지..! 왜 항상 나를 속상하게 만들어 너는. 난 이렇게 속상한데 왜 항상 덤덤한 표정을 짓고있는 거냐고!!’
울음소리 사이로 그녀가 말했다.
”바보야!! 진짜 싫어!"
"슬비야 내가 아픈거 말 안해서 미안해.... 근데 나도 그만큼 너랑 같이 놀고 싶었어."
"그래도 아프다고 말은 해줄 수 있었잖아.. 무서웠단 말야.. 흐윽.. 흑"
그녀의 등이 들썩거리며 울기 시작했다.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등가의 떨림이 서서히 전해져왔다.
"미안해 슬비야.. 미안해.."
내가 무슨 짓을 한걸까. 나를 바라보며 크게 웃음짓던 그녀의 눈은 어느새 사라지고 소리를 내며 우는 모습이 점차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또 내가 잘못한거야,,
언제부턴가 말랐다고 생각했던 눈물샘에서는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그녀가 우는 표정을 볼 때마다 나의 작은 세상이 하나씩 하나씩 금이가며 무너지는 것 같았다.
"다시는... 다시는 이러지 않을께.. 응..? 그러니까 울지마 슬비야.."
그녀의 말에 울고 있던 소녀는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소꿉친구를 바라보았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얼굴로 그녀를 마주보며 울고있었다.
소녀는, 이세상에서 서로를 누구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했던 소녀들은 이제서야 서로를 향한 제대로 된 첫 발걸음을 딛기 시작했다.
두 소녀는 오늘에서야 진정한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었다.
그토록 친했지만, 그토록 친했기에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던 두 소녀들은 겨우 서로를 진심으로 마주볼 수 있었다.
"다시는 슬프게 하지 않을께.. 좀 더 내가 표현을 해볼께.. 그러니까 이제 울지마.."
"좀 더 나한테 말을 해달란 말이야.. 겉으로 흐윽 .. 흑 표현을.. 해줘.."
"그럴께.. 울지마..."
소녀는, 소녀는 자신과 마주 앉은 소녀가, 자신의 친구가 진심을 보이게 된 것이 기뻤다.
그것이 은하여서 더욱 기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