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훼된 모순

SinYuri 2022-01-11 1









* 이 소설은 시궁쥐 팀의 센텀시티 스토리 중 하나인 파훼된 모순을 재해석하여 쓴 글입니다.






"큭··· 하아, 하아······"· 

시궁쥐 팀과 흑지수가 도착한 그곳에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나가 보였다. 

한 눈에 봐도 무척 괴로워하는 것이 느껴지는 모습이엇다.

고통을 참고 있던 그녀의 눈동자가 그들을 포착했다.

"너, 너희들······ 다시 온 거야? 이번에야말로 나를 없앨 각오, 하고 온 거겠지······?" 

일말의 기대감을 품은 채 묻는 그녀의 앞에 시궁쥐 팀의 뒤에 서있던 흑지수가 앞으로 걸어 나오며 대답했다.  

망설임 없는 그녀의 발걸음 소리에 지나도 흑지수의 존재를 깨달았다

"너는······ 퀸? 서지수······?!" 

뜻밖의 등장에 그녀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깐이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냉정해진 머리로 생각한 그녀는 눈앞에 있는 서지수와 닮은 존재의 정체를 깨달았다. 

"······아니, 달라. 그렇구나. 네가 바로 그 흑지수구나?"

"자기소개는 필요 없겠군. 이쪽도 성질이 급한편이라 그쪽이 편해."

설명할 시간이 줄어들어서 오히려 좋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며 흑지수는 손에 들고 있던 건블레이드를 지나에게 겨눴다.

"자, 그럼······ 해보자고. 걱정 마, 난 이 녀석들처럼 물러터지지 않았으니까."

지나는 흑지수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시궁쥐 팀과 다르게 그녀의 눈빛에는 살기가 있었으니까.

이런 것도 나쁘지 않다고 지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대로라면 흑지수, 그녀는 서지수의 클론이지만 본래의 서지수보다는 약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그녀의 생각을 읽은 것인지 흑지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물론 나는 서지수와는 달라. 그 녀석이 가진 출력의 절반 정도밖에는 낼 수 없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나도 너를 죽일 각오로 싸워야 한다는 뜻이지?"

그들과 싸운다는 것을 인지한 덕분인지 제어코드로부터 오던 격통이 줄어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그러니까······ 내 앞에서는 힘을 아낄 필요 없어. 제어코드니 뭐니 그런 건 신경쓰지 말고, 전력을 다해!"

흑지수는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위상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서서히 끌어올리는 위상력의 농도는 약해지긴 했어도 서지수의 것과 같았다.

그렇다해도 역시나 서지수의 클론.

지나가 느끼고 있는 압박감은 그녀의 기억 속에 있던 것과 동일했다.

"다른 녀석들이라면 몰라도 난 알아! 내 기억 속에는 네가 분명히 있으니까! 너도, 한 마리의 늑대였어. 안 그래?"

그녀의 기억 속에 있는 한 마리의 늑대.

그녀의 오리지널에 해당하는 서지수와 같이 싸웠던 울프팩 팀의 기억.

물론 지나에게도 그 기억은 존재했다.

"제어코드가 널 아프게 하는 것 따윈 아무래도 좋아. 그저···봐주면서 하는 싸움 같은 건 이제 질렸겠지? 봐주지 말고, 있는 힘껏 싸워라! 그 힘, 내가 모두 받아줄 테니!"

흑지수의 외침이 지나에게 깊게 와닿았다.

봐주면서 하는 싸움이 질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제 참지 않고 싸워도 된다는 그 말에 지나는 매료되었다.

다시 눈을 뜬 그 순간부터 지나 그레이스는 전력으로 싸운 적이 없었으니까.

그녀가 하고 싶은 일은 차원종을 쓰러트릴 일이었지. 후배들과 죽고 죽이는 짓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랬기 때문일까. 자신에게도 있었던 것 같다.

전력으로 싸우고 움직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생긴 욕구불만이라는 것이.

그랬기 때문에 지나는 흑지수의 말에 넘어가버렸다.

"······그 말, 믿어보겠어."

대답한 그녀의 눈동자는 흑지수에게서 시궁쥐 팀으로 옮겨졌다.

아무리 봐도 그들은 지나를 죽일 각오는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어중간하게 싸우다가는 죽을 수도 있다.

각오를 하지 못한 이상 멀리 떨어졌으면 좋곘으면 하는 마음에 지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너희도, 그걸로 괜찮겠어?"

그러나 그녀의 생각과는 반대로 그녀가 물음으로써 오히려 그들은 각오했다.

"······흑지수 씨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흑지수를 믿어요."

"이 언니한테는 빚진 게 있으니까."

"우리도 전력으로 너와 마주하겠다. 네 힘, 보여다오."

"부탁해 지나···!"

그들은 그녀를 죽일 각오를 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흑지수를 믿는 것을 각오한 것이었다.

마치 과거에 울프팩 팀이 서지수를 믿었던 것과 같이.

그들의 모습과 과거의 모습이 겹쳐보인 지나는 숨을 한 번 들이 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렇다면, 이번에는 봐주지 않겠어. 정말 죽일 각오로 싸울 거야. 그러니까 너희도······날 죽일 각오로 덤벼."

죽을 각오가 된 지나의 눈빛은 매서웠다.

말을 마친 그녀에게서 위상력이 개방되었다.

서지수와 흑지수 정도는 아니지만 그녀또한 울프팩 팀의 일원이 확실하다는 것처럼 강력한 위상력이었다.

여러번 마주쳤던 시궁쥐 팀이지만 이것만은 익숙해지지 않았다.

눈 앞에 펼쳐진 지나의 위상력은 아팠다.

서지수와 흑지수의 위상력은 무거운 물체가 위에서 몸을 짓누르는 느낌의 위압감을 준다고 한다면 지나의 위상력은 날카롭게 벼린 날붙이가 온몸을 찌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하는 피부가 찌릿찌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어코드에게 저항하는 것을 그만둔 지나의 살기는 식은 땀이 흐를 정도였다.

지나는 창을 능숙하게 다루며 자세를 취했다.

이것은 그녀만의 도움닫기 자세.  

몇 번이나 교전해본 시궁쥐 팀과 서지수의 기억을 갖은 흑지수는 그 자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그럼 진심으로······찌를게!"

지나의 속도를 아는 시궁쥐 팀은 모습을 놓치지 않게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그녀의 모습을 포착하고 있었다.

"······아"

하지만 시궁쥐 팀이 아는 지나의 속도는 전속이 아니었다.

그들을 진심으로 해칠 생각도 없었고, 코드에 저항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그들에게 진심을 보여준 적이 없었으니까. 

그것이 그들의 시야에서 그녀의 모습을 놓치게 해버렸다.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진 지나의 창 끝이 노린 것은 은하였다.

정확히는 은하의 심장.

위상력의 특성인 초가속을 이용한 기술.

도움닫기를 하고 서서히 가속하는 것이 아닌 이미 가속이 완료된 속도로 나아가는 기술..

과거, 이 기술을 이용해 지나는 소리도 나지 않고 형체도 보이는 일 없이 지휘관급 차원종을 암살했다. 

처음 상대하는 적들은 이 기술에 맥없이 무너졌다.

규격 외에 대상들은 예외였지만.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나의 창끝이 은하의 심장에 꽂힐 예정이었다.  

이런 무시무시한 그녀의 속도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두 명이었다.

초감각을 발휘한 김철수와 그녀의 속도를 알고 있던 흑지수 뿐이었다.

김철수는 지나가 움직이기 직전에 빠르게 은하의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그 덕분에 원래라면 이미 은하의 심장을 찔렀을 그녀의 창과의 틈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잠깐의 틈을 흑지수가 건블레이드를 휘둘러 창을 위로 쳐냈다.

지나는 자세가 무너질 것을 염두해 저항하지 않고 위로 쳐내진 창과 같이 공중으로 도약해 다시 거리를 벌렸다.

방금 자신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것을 깨달은 은하의 얼굴은 창백했다.

여태까지 그녀가 보여준 것은 진심이 아니었다는 것을 시궁쥐 팀은 방금 다시 한 번 깨달았다.   

"······흡!"

흑지수는 거리를 벌린 지나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재빠르게 그녀를 쫒아가 위상력을 담은 건블레이드로 찍어내렸다.

지나는 흑지수의 공격을 회피했고 지나가 있던 지면에 흑지수의 건블레이드가 박히며 지면에는 금이 생기고 푸른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지면에 박힌 건블레이드를 뽑은 흑지수의 다시 자세를 잡은 지나의 시선이 맞닿았다.

그리고 공방이 시작됐다.

흑지수는 지나를 속도로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

지나가 초가속을 이용해 공격해오면 피하거나 막고 반격했다.

가열과 방출의 능력을 발휘해 흑지수가 검을 한 번 휘두르면 주변의 지면이 망가졌고 강풍이 불으며 그을린 자국이 남았다.

지나는 자신의 공격이 막히거나 회피당해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튕겨져 나오면서 흑지수의 공격을 회피했고 지면이나 장애물들을 이용해 사방에서 때로는 공중에서 공격했다..

싸움에 굶주렸던 사나운 늑대 두 마리가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기 위해 치열한 공방을 하는 것처럼 흑지수와 지나의 전투는 점점 거세져 갔다.

"큭··· 자, 장난이 아니잖아, 이거?"

"지나뿐만이 아니다. 흑지수 역시······ 상식을 초월한 전투력이야!"

"이런 싸움을 보게 되다니······ 이건 본체가 함께일 때의 저와 견줄 만한······!"

"하지만, 둘 다 공격을 멈췄어···!"

지나와 흑지수의 차원이 다른 공방이 일어난 전투를 본 시궁쥐 팀은 전율했다.

도와주고 싶어도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눈을 뗄 수 없는 전투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미래의 말대로 두 사람은 멈출 것 같지 않던 치열한 공방을 멈추고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상처가 없지만은 않았다.

서로의 얼굴과 몸에는 스쳐서 난 긁힌 상처가 남아있었다. 

"······정말이었구나. 출력은 떨어져도, 기술은 동일하게 쓸 수 있다는 거. 진짜로 퀸이랑 싸우고 있는 것 같아."

그런 전투를 펼쳤는데도 두 사람의 호흡은 거짓말처럼 평온했다.

지나는 흑지수를 바라보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하지만 몇 가지, 퀸이랑은 다른 버릇이 있어. 그건 아마도······ 네가 흑지수로서 살아온 지난 얼마간의 삶이 낳은 결과겠지?"

그 공방에서 흑지수의 버릇을 찾아낸 지나는 흑지수를 향해 따뜻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훌룡해. 너는, 서지수와 닮았지만 서지수와 다른 존재가 됐구나."

"그러는 그쪽은 지나 그레이스의 클론이면서 자신이 지나라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군. 죽은 자를 부활시킨다는 의미에선 네가 지금까지의 모든 클론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을지도 모르겠어."

흑지수의 평가에 지나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 그저 너희처럼 깊게 생각을 안 할 뿐이야. 난, 깊게 생각할 줄 모르니까."

지나의 자기비하 발언에 흑지수는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자기비하 하는 것도 예전이랑 똑같군. 그런 식으로 말을 꺼내면서, 늘 터무니 없는 신기를 보여줬었지. 도대체 왜 자존감이 그렇게 낮은 건데?

아무나 할 수 없는 기술을 선보이면서도 그녀는 울프팩 팀의 누구보다도 자존감이 낮았다.

이제와서 따지는 것도 웃긴 이야기였다.

"아무튼······ 자기비하를 보여줬으니, 이제는 터무니 없는 신기 쪽도 보여줘야겠어."

눈을 한 번 깜빡거리고 크게 심호흡을 한 흑지수가 말했다.

"지나 그레이스. <파순>으로 덤벼라."

"뭣······?! 그 말, 진심으로 하는 거야?"

"파순? 그게 뭔데?"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미래가 물었다.

"지나 그레이스의 기술 중 유일하게 이름이 붙은 기술이지. 풀이하자면··· 방패 부수기다."

흑지수는 궁금해하는 미래의 물음을 무시하지 않고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지나의 가속 능력을 극한으로 발휘한 궁극의 찌르기. 무적에 가까운 방어력을 가지고 있던 아자젤의 외부 장갑을 뚫어버리기 위해 고안한 비기. 아자젤에게 여유를 앗아간 일격이지."

"지금보다 더 빨라 질 수 있다고?"

믿지 못하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은하가 중얼거렸다.

"너무 추켜세울 건 없어. 아자젤을 제거하는 데에는 실패했고, 고작 방패를 파괴한 것에 불과하니까."

지나는 흑지수의 설명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게다가······ 너도 알고 있을거야. 파순의 대가가 무엇인지."

아자젤. 차원 전쟁 때 울프팩 팀이 상대했던 차원종.

그 단단한 외피를 뚫기에는 당시에는 역부족이었고 말 그대로 모순의 일화에서 나오는 모든 걸 막을 수 있는 최강의 방패와도 같았다.

그런 최강의 방패를 꿰뚫은 것이 바로 지나의 파순.

지나의 파순은 모순의 일화로 치면 최강의 창라고 비유할 수도 있었다.
  
그 일화에서의 승자는 누구였을지 알 수 없지만 그 때의 모순의 승자는 창이었다  

물론 그 창도 완벽한 승리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대가?"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온 지나가 말했고 은하가 반응했다.

"극한까지 가속 능력을 발휘한다는 건, 자기 몸을 돌** 않는다는 의미지. 이 기술은 지나의 심장에 부담을 줘. 그래서 사용한 직후, 지나의 심장은 정지해 버린다."

루시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흑지수를 바라봤다.

"즉······ 이 기술은 지나의 생명을 *** 쓰는 기술이지."

"그런 기술을 쓰라고 유도하는 건가? 설마 흑지수, 지나와 동귀어진을 하려는 건가?"

흑지수의 설명을 듣고 김철수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두고 보면 알거야."

하지만 흑지수는 뒤에서 느껴지는 김철수의 시선을 무시했다.

"자, 지나. 내가 무슨 생각으로 파순을 쓰라고 한 건지··· 너라면 알겠지? 우리는 같은 늑대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아······! 그런··· 거구나. 너, 그럴 생각이구나···!"

흑지수의 말에 지나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마 흑지수도 그 기억을 떠올리고 말한 것이 틀림없다는 것을 지나는 깨달았다.

"정말··· 막무가내야. 서지수만큼이나······!"

이런 부분은 서지수 그대로 닮았다.

지나는 헛웃음을 치며 정말 못 말리겠다는 듯이 반응했다.

"좋아, 그렇다면······ 파순을 쓰겠어."

고개를 끄덕이면서 파순의 준비자세를 취했다.

"자, 잠깐만요! 그러다간 두 분 모두 위험해질 텐데······!"

지나의 목숨이 위험하다는 것에 루시는 당황하며 외쳤다.

하지만 그런 루시의 어꺠를 잡고 멈춘 것은 미래였다.

"괜찮아. 루시··· 두 사람, 한순간이었지만··· 웃었어. 틀림없이 괜찮을 거야." 

그렇게 말하는 미래의 눈동자는 흑지수와 지나에 대한 믿음이 가득했다.

루시도 미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찌를게, 흑지수. 봐줄 수 없다는 거, 알고 있겠지?"

"바라던 바다, 지나 그레이스. 무자비한 일격을 기대하고 있지."

"간다······!!"

무거운 공기가 주변을 짓누르는 듯이 느껴졋다. 

지나는 위상력의 출력을 최대로 올렸다.

출력이 높여져 가는 위상력은 창끝과 지나의 다리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들이 지나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지나가 지금 쓰려고 하는 기술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준비하는 모습만 봐도 깨닫게 될 정도였다.  

이 기술은 보통 기술과는 다르다.

궁극의 찌르기라고는 하지만 목숨을 대가로 사용하는 일회용 기술.

한 번 밖에 사용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못맞춰서는 의미가 없다.

기술을 사용할 적을 조준하고 마음의 준비를 끝마친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파순의 모든 준비가 완료된 그 순간.

"저 한 점에 내 생명을 꽂아넣는다······!!"

지나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그 궤적이 보였다.

모습을 식별하기는 어려웠지만 쏘아져 울곧게 나아가는 지나의 모습은 하나의 창과도 같았다.

"――――――파순!"

"큭, 하아아앗!"

파순.

지나의 가속 능력을 극한까지 발휘한 궁극의 찌르기.

너무나도 빠른 나머지 뒤늦게 지나의 파순이라는 한 마디가 시궁쥐 팀의 귀에 닿았다.

모든 것이 끝난 듯 보이는 전장에는 옆구리에 구멍이 나있는 흑지수와 그녀의 뒤에서 모든 것을 쏟아낸 지나가 서있었다. 

"······봐주지 않을 거라는 건 알았지만 말이지. 그래도 조금··· 쿨럭! 봐주지······ 그랬어?"

피를 바닥에 토해낸 흑지수가 건블레이드를 지면에 꽂아 몸을 지탱했다.

"흑지수 씨! 상처가 다시 벌어졌잖아요! ······아앗! 옆구리도 완전히 뜯겨져 나갔고······!"

흑지수의 상태를 빠르게 파악한 루시가 비명으 질렀다.

"뭘. 이 정도로 끝난 게······다행이야."

정말 말 그대로였다.

흑지수가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끝났을 리가 없었다.

이곳에 있는 게 흑지수가 아닌 다른 시궁쥐 팀이었으면 몸통째로 뜯겨져 나갔을 거였다.

서지수의 클론이기도 한 흑지수니까 빠르게 반응해 치명상을 입지 않을 수 있던 것이었다.

흑지수의 뒤에 서있던 지나가 몸을 뒤로 돌리며 웃었다.

"훌룡해. 잘 버텨줬어. 설령 이 뒤에 실패한다고 해도, 슬퍼하진 마. 이대로 내가 끝난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괜찮은 결말······"

지나의 자세가 무너져갔다.

"······."

지면에 쓰러져버린 지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평온하게 눈을 감은 채 호흡을 멈췄다.

"지나 언니가······ 쓰러졌어. 심장이 멈춘··· 거야"

지나가 쓰러지는 것을 본  은하가 멍하니 중얼거렸다.

"흥, 웃기고 있네."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다친 몸으로 지나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흑지수.

"뭐가 괜찮은 결말이라는 거냐!! 멍청한 녀석아!!"

가만히 누워있는 지나를 내려다보며 흑지수는 일갈했다.   

"너희들! 이리와서 지나의 사지를 붙잡아! 충격이 클지도 몰라! 알아서 잘 붙들고 있어!"

"아, 네! 아, 알겠어요!"

"흑지수? 뭘 하려는 거지?"

시궁쥐 팀은 흑지수의 말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김철수도 따라 움직이면서 무엇을 하려는 건지 물어봤다.

"······지나가 파순을 처음 썼을 때, 지나의 심장은 곧 멎었어. 하지만 그런 부작용이 있을 거란 건 누구도 몰랐지."

김철수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흑지수는 위상력을 한 손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나 본인만이 알았던 거야. 알고서는, 자기 목숨을 대가로 기술을 사용한 거지."

그렇게 말하는 흑지수의 얼굴에는 씁쓸함이 남았다.

이 녀석은 늘 그런 식이었다.

자존감은 한 없이 낮으면서 터무니 없는 신기를 보여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터무니 없는 신기를 만든 것이 자존감이 낮았기 떄문이니까.

자신이 없어도 된다.

자신이 희생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만들어낸 궁극의 기술.

정말 지나 그레이스는 모순덩어리가 따로 없었다.

"하지만···서지수는 그런 결말에 납득하지 않았어."

물론 지금의 흑지수도 납득하지 않았다.

"그래서······ 심장이 멎은 지나를 눕혀놓고, 이렇게 한 거야!!"

한 손에 위상력을 집중시켰던 흑지수가 그 손을 그대로 지나의 흉부에 내리꽂았다.

"이, 이건······ 흉부 압박?! 이렇게 강하게?!"

"큭, 엄청난 힘이야······!"

흑지수가 무엇을 하는 지 깨달은 은하가 경악했다.

"최강의 클로저가 하는, 최강의 심장 마사지다! 서지수는 이렇게 지나를 살려냈어! 그리고 그 녀석이 해냈따면······ 나도 할 수 있다!"

"큭! 꽉 붙잡아라, 루시!"

"네! 김철수, 당신도요······!"

강력한 충격의 반동에 지나의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시궁쥐 팀이 잡고 버텼다.

하지만 휴식을 했다곤 하지만 많이 지치기도 한 그들에겐 버티는 것도 힘들었다.  

"일어서! 일어서란 말이야! 지나 그레이스! 네 동료들한테 돌아와! 돌아오라고!"

강력한 심장마사지를 몇 번씩 반복하고 반복했다. 

몇 번이나 했는지 세기도 어려웠을 쯤.

"······크흑, 쿨럭! 쿨럭!"

기침과 함께 숨을 토해낸 지나가 눈을 떴다.

"언니······! 정신이 들었군요!"

"쿨럭! 가, 갈비뼈······ 몇 대 나간 것 같지만······!"

"······하아, 하아. 불평하지 말라고. 살려줬으니 고맙게 생각해. 그리고······ 이걸로 그 지긋지긋한 제어코드로부터도 해방이다."

상처도 심하게 났고 힘도 사용했기 때문인지 흑지수의 얼굴에는 극심한 피로가 엿보였다.

"네 심장이 한 번 멈춘 시점에서, 제어코드는 리셋됐을 거야. 이제 더 이상, 네가 무슨 행동을 하든, 거기에 모순은 없어. 너는 네 힘으로 모순을 부순거야."

"내 힘이 아니야. 나와, 너희의 힘이지."

지나는 자신을 바라보는 시궁쥐 팀과 흑지수에게 미소를 지었다.

"다들, 고마워 이것으로 겨우······ 해방 됐어."

구속에서 자유롭게 풀려난 한 늑대의 아름다운 미소였다.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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