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 우연히 어떤 팬아트 보다가 떠오른 이야기

Articulus 2016-08-02 2

※ 주의 : 작가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ㅇ세하!"

  "…" 

  "이세하!"

 

  너는 언제나 나의 이름을 그렇게 불렀지.

  이세하. 그래, 이게 내 이름이다.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나의 식별 기호와 같은 그것은 나를 상징하며 동시에 나 자체이기도 했다.


  이세하라는 이름은 분명히 여럿이지만, 그녀가 부르는 이세하는 나를 가리킨다.

  그녀가 나를 불러주는 것은 너무나도 좋다. 하지만 지금처럼 그녀의 울음섞인 이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듣는 것은 너무나도 싫다.

 

  나는 왠지 너에게 끌렸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사랑하고 있었다. 나는 너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너는 나의 부끄러운 고백을 얼굴을 붉히면서도 받아주었지.

 

  눈을 떴다.

  바로 내 얼굴로부터 30cm도 떨어지지 않은 그곳에 그녀의 얼굴이 있다. 분홍색 머릿칼의 소녀.

  그래, 너의 이름은 이슬비.


  나는 손을 내밀어 옛 연인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그 얼굴을 바라보았다.

  단발이었던 너의 머리가 길어졌다. 그외에 바뀐건 전혀 없지만.

  이 목소리, 이 얼굴, 그리고 이 위상력. 하나도 바뀐 것 없이 예전의 너였다.



  "하핫, 정말이지 너란 여자는…"


  울컥. 피를 나도 모르게 뱉었다.

  물론 그녀의 얼굴에 튀기는 일은 없었지만, 내가 입고 있는 이 옷의 한 가운데에 그대로 떨어진 선홍빛 액체는 옷을 물들여갔다.


  아, 아니구나. 이미 그 전부터 내 옷은 이미 그 액체에 질척거릴 정도로 젖어가고 있었지.

  바로 네가 내 심장에 꽂아준 그것에 의해.

 

  "미안해… 정말로, 미안해…"


  사람의 체온과 거의 다르지 않은 아주 따뜻한 물방울 몇 개가 얼굴 위로 떨어졌다.

  그것은 내 얼굴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어째서… 네가 우는거야?"

  "미안해… 나, 정말 이렇게, 하고싶지는 않았어…"

 

  울지마, 이 바보야.

  내 선택에 너는 나와 적이 되었고,

  수없이 너는 나와 부딪혔다.


  결국에는 이리 될 것을 우리는 알았음에도, 계속해서 이 참극을 애써 무시한채 대치했다.

  하지만 우리가 이런 관계로 치닫게될 것은 너무나도 자명했다.


  너는 나의 선택을 이해해주지 못했고, 

  나도 그런 너를 이해해주지 못했다.

  이미 여기서 우리는 틀어지고 있었다.


  "실력은 언제 키운거야."

  "…"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저 흐느끼는 그녀의 울음소리만 있을 뿐.


  왼쪽 가슴보다는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그곳이 너무나도 아팠다.

  나도 모르게 너 앞에서 눈을 찌푸리고 말았다. 미안해.

  하지만 내 심장을 관통한 그것 - 페이즈 나이프 - 은 너무나도 차가웠고, 너무나도 날카로웠다.


  아, 이대로라면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숨이 끊어지겠지.

  

  "축하해. 결국 나를 이겼네."

  "넌 정말 최악이야…"


  여전히 울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그녀는 대답했다.

  그래, 난 네 말대로 정말 최악이야. 최악의 남자.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쿨럭.

  비록 심장은 찔렸지만 여전히 박동하고 있었고, 그 때문일까 나는 또 다시 피를 토했다.

  하지만 이것도 몇 분 지나지 않으면 끝이다. 생명이 아직 붙어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고통스러워도 이것은 아직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 결코 미워할 것은 되지 못한다.


  그녀의 얼굴을 따라 찬찬히 시선을 내렸다.

  그래. 너는 더이상 유니온의 정식요원에서 머무르고 있지 않지.

  이 흰색 자켓과 왼팔에 끼고 있는 빛나는 완장, 이것은 특수요원의 상징.


  넌 이 지경이 된 나를 상대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특수요원이 되었지.

  그 결과, 넌 나와 거의 동등한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 덕에 나는 끝까지 몰리게 되어, 여기까지 이르렀고.


  아, 내가 너무 방심했을까.

  넌 정말 연약했는데, 이렇게 강해졌어.

  하하, 알고는 있었지만,


  나, 너무 교만했나봐.


  "늦었지만."

  "…"

  "승급, 축하해."


  말 못했던 그것을 이제서야 꺼낸 나, 정말이지 바보같다.

  그저 너는 적이기 때문에 서로에게 으르렁대었을 뿐, 축하의 말 한 마디도 건네지 못했던 나란 남자는 도대체 얼마나 빌어먹을 남자친구였던 것일까?

 

  너의 표정은 또 왜 그렇게 다시 울상이 되어가는건데?

  울지마, 이슬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녀는 결국 크게 울음을 터뜨린다. 그리고 계속해서 말했다.


  "미안해! 미안해! 내가 못나서 너를 구하지 못했어! 정말 미안해!"

 

  또 다시 그녀의 눈물이 떨어졌다.

  따스했던 그것을 이제는 느끼기도 힘들다.


  아, 정말 나 죽어가는 걸까?

  그러고보니 점점 추워져가는 것 같고.


  "미안해하지마."

  "세하야…"

 

  너한테 사랑을 맹세한 건 난데,

  왜 너가 미안해야 하는거야?

  미안해 죽을 지경인 건 난데,

  왜 너가 미안해야 하는거야?


  정신이 아득해져간다.

  슬슬 시야가 흐려지는 것 같기도 하고.

  너의 얼굴이 이제는 뚜렷하게 보이지도 않는다.


  "미안해."

 

  눈을 감겨가는 나를 본 걸까?

  계속 내 몸을 너는 흔들고 있다. 나를 깨우기 위해서이겠지만, 부질없는 짓이다.


  "이세하! 이세하! 죽지 마! 정신 차려, 이세하아아아!!!"

  

  너의 절규가 너무 슬프다.

  나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만약… 이 세상…, 후의 삶이 있다면,"


  겨우 침을 말라가는 목으로 넘기며 말했다.

  불쾌하게도 피맛으로 한 가득이다.

  하지만 너에게 꼭 남겨야 할 말이니, 이 정도야 참을 수 있다.


  "그 때에는…, 절대……… , 속… 안 썩일게……"


  말을 마쳤다.

  이제는 정말로 안녕.

 

  "안돼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애!!!"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내밀었던 손에서도 힘이 빠져 땅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단말마와 같은 비명만이 흐리게 귀를 울렸다.

 

 











  "컷!"

  "…"

  "…"


  불이 켜진게 너무나도 눈부셨다.

  두 사람의 눈살이 저절로 찌푸려졌다.


  "음후훗! 이 정도 스토리라면 충분히 성공할 것 같군요!"

  "정말이지, 이게 무슨."

  "너무 그런 눈으로 쳐다보 지 마세요, 이슬비 요원. 분명히 이 스토리라면 사랑과 차원전쟁의 시청률보다 더 높은 시청률을 낼 수 있어요! 그러면 당신들은 순식간에 인기스타가 되겠죠.

  음후후, 서로 죽여야만 하는 비극의 연인 클로저! 정말이지, 마음이 설레는군요!"

  "끔찍해."

  "정말로."


  세하와 슬비는 마치 약속이나 한듯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두 사람의 반응을 본 박심현이 침울하게 말했다.


  "힝 당신들은 정말로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요."  

  "뭐, 그런 거라면,"

  "부정은 안 하지만요."


  서로 얼굴을 마주보면서

  씽긋 웃는 두 사람.

  너무나도 행복한 일상이거늘,




  그래. 이렇게 연극이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것을.

  하지만 이젠 부질없는 소망이겠지.







2020년 5월 12일 화요일 15시 32분 13초


클로저 이세하, 클로저 이슬비에 의해 사망...






  단편 하나 뿌리고 다시 ㅌㅌ

  즐겨주셨나요?


  팬아트 게시판을 눈팅하다가 우연히 이런 소재를 떠올리게 하는 걸 봐서 말이죠.

  다른 소설들도 마찬가지지만, 역시 암울한 결말이 좋아요 ㅎㅎㅎ


  이러다가 세하슬비 지지자분들께 돌 맞는건 아닌지...;;

 

  최근에 아도니스라는 재미난 소설을 우연히 보게 되어 푹 빠져 지냅니다.

  헝헝, 5권까지 간 상황인데 너무 달달해서 미치겠네요.

  물론 그렇다고 연재하고 있는 '용서해주세요'를 포기하진 않아요. 빠른 시일내로 다음편 올려드릴게요~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24-10-24 23:10:2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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