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VS 하피 (上)

네크로판타지 2016-07-27 3





 

 

 

주의)티나 G타워 스토리 스포있습니다.

 

 

 

 

 

평소 때 저는 늑대개 팀에는 개성이 강한 캐릭터들이 잔뜩 있는데 막상 게임 내의 시나리오에서는 1인 진행으로 스토리를 전개한다는게 몹시 마음에 안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본 이 시리즈는 실제 클로저스 시나리오에서 늑대개팀을 모두 넣어서 각색한 단편 소설 시리즈입니다.(연재 중단만 안한다면요)

 

이번편의 시점은 본편 지타워에서 홍시영 감독관이 티나에게 헤카톤케일 웨폰을 제압하기위해 투입된 늑대개팀의 암살지령을 내린 직후의 이야기입니다. 실제 게임에서는 암살지령을 무시하고 헤카톤케일 웨폰을 제압하러가지만, 여기서는 일단 암살지령을 받아들인 상황입니다.

 

하피시점은 김시환을 통해 난민들이 가면을 쓰고 강남으로 진입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직후입니다.

 

늑대개팀을 모두 넣어서 진행하기위해 실제 게임스토리에서 여러 부분을 각색했습니다.

 

티나와 하피 스토리를 모두 진행해보셨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시리어스물을 지향합니다.

 

--------

 

 

 

  어제 내린 소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파괴된 상수도원이 곳곳에서 범람해서인지, 강남의 저녁 공기는 제법 습했다. 해가 저물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밖은 이미 어두컴컴했다. 하늘에 깔린 짖은 먹구름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신서울의 번화가인 강남의 절경을 맡고 있어야 할 마천루의 불빛들이 모두 꺼.져있는 탓이었다. 지금은 군데군데 타오르는 불길만이 도시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무인도시가 되어버린 강남에서 가장 높은 빌딩 중 하나, 그 옥상에 그녀가 엎드려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위압적인 길이의 저격 라이플이 거치 되어 있고, 그녀는 엎드린 채 가만히 두 눈으로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강한 바람이 그녀의 은빛 머리칼을 흩트려 놓으며 그녀의 속눈썹을 간지럽혔으나 그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습도 64.4%, 풍속 21.1노트, 풍향 남서.”

 

  습도도 높고 풍속도 강하며 날씨까지 흐렸지만, 이러한 악조건들은 모두 그녀, 티나에게 별다른 해가 되지 않는다. 그녀는 어떠한 악조건에서든지 완벽하게 상대를 침묵시킬 수 있는 완전무결의 저격수였다. 적어도 얼마 전까지는 그래왔다.

 

  트레이너가 그녀의 교관을 맡은 이후로, 처음 맡는 저격 임무였다. 물론 그녀는 사람이 아닌 안드로이드(그것도 극도로 정교하게 제작된) 이므로 오랫동안 저격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실력이 바래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가 긴장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었다.

 

감정 역류장치가 제거된 것은 틀림이 없군.’

 

  먼 곳을 응시하던 그녀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녀는 잠깐 시선을 돌려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았다. 도시는 이미 두 번의 침공으로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다. 깨져있지 않은 창문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버리고 달아난 차량들이 묘지처럼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불현듯 그녀의 기억 속에서 비슷한 풍경이 떠올랐다. 그 어떤 과거의 기억은 그녀의 인공지능 회로를 과열시키며 그녀의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전쟁

 

  그녀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그런 그녀의 표정에서 고통과 그 속에 잠재된 슬픔이 슬며시 스쳐 지나갔다.

 

콰아아-

 

  먼 곳에서 분노에 찬 짐승의 포효 소리 같은 괴성이 들려왔다. 그것은 언뜻 듣기에는 슬픔에 찬 절규 같기도 했다. 그녀의 시선이 다시 소리의 발원지를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그녀가 대기 중인 빌딩의 높이보다 약간 낮은 거대한 삼각형 모양의 방벽이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방벽의 안쪽에는 거대한 무언가가 붉은 안광을 내뿜으며 포효하고 있었다. 방벽에 탑재된 미사일 터릿이 그 거대한 무언가를 향해 포격을 가하고 있었다. ‘유니온 터릿이라 불리는 그 방벽은 그 거대한 존재, ‘헤카톤케일 웨폰의 위상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방벽이었으나, 그 역할을 완전히 수행하기에 헤카톤케일 웨폰의 위상력은 너무나도 압도적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방벽 위에는 두 명의 늑대개 대원이 벌쳐스 사장의 지시로 그것의 위상력을 소모시키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헤카톤케일 웨폰의 위상력 소모가 끝나면, 배신을 공모할 가능성이 있는 투입된 늑대개 대원을 저격해라.’

 

  이것이 그녀의 명령권자, 즉 교관이 그녀에게 내린 지시였다. 안드로이드에게 명령권자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다. 그녀는 저격 라이플 옆에 있던 쌍안경을 주워들었다. 쌍안경의 렌즈를 통해 방벽위에서 헤카톤케일 웨폰의 공격을 피하며 소환되고 있는 차원종들을 제압하고 있는 대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짧은 시간 함께한 대원이었지만, 그 둘은 그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자신과는 다르게 자유를 갈구하는 나타와 감성이 풍부한 레비아. 둘 모두 그녀에게는 흥미롭고 이해하기 힘든 인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 이후로, 그녀는 다시는 그들을 볼 수 없을 것이다. 곧 그녀의 총알이 그들의 미간을 꿰뚫을 것이고, 그들은 자신의 최후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영원히 침묵할 것이다. 그리고 헤카톤케일 웨폰과 맘바는 병기화되어 공포의 시대를 불러올 것이다.

 

콰아-

 

  헤카톤케일 웨폰의 포효소리가 몇 분 전보다 훨씬 작아졌으며, 방벽위로 휘두르는 팔의 속도도 점점 느려지고 있다. 그것의 위상력 소모가 끝나간다는 징조였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가 맡은 임무가 시작되려고 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녀는 탄창과 노리쇠에 이상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라이플의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대었다. 저격 순서는 폭주의 가능성이 있는 레비아를 먼저 저격한 후 나타를 저격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마침 바람도 잦아들고 있다. 곧 있으면 해도 완전히 지게 될 것이다. 헤카톤케일의 움직임은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 스코프를 통해 본 레비아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지금이 최선의 기회다. 그녀의 손가락이 방아쇠 위에 걸터앉는다.

 

!’

 

  방아쇠를 당기려고 하는 순간, 맹렬한 두통이 그녀의 머리를 후려쳤다. 그녀의 손가락은 방아쇠 위에서 갈 곳을 잃은 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머리가 과열된 듯 달아오른다. 거부반응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머릿속에서 낯설지 않은 목소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목소리였다.

 

어째서분명 명령어는 삭제되었을 텐데

 

글쎄요. 어째서일까요.”

 

  익숙한 여성 목소리가 그녀의 뒤편에서 들려왔다. 그녀는 재빠른 몸놀림으로 엎드린 몸을 옆으로 틀며 거치 된 라이플을 낚아채듯이 잡아당긴 후 소리가 나는 방향을 향해 조준했다. 그곳에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너는

 

 

 

 

 

하피.”

 

  그녀에게 지시를 전달하는 이어폰을 통해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통 공용 채널을 통해서 대원 전체에게 지시를 내리기는 하지만, 이렇게 개별적으로 대원을 부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잠깐 뻐꾸기가 있는 곳으로 와줄 수 있겠나. 옥상 위 창고 안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와줄 수 있겠나.’라는 청유형 어미는 분명 그가 자주 사용하는 화법은 아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손거울을 꺼내 머리칼의 상태를 한번 확인했다.

 

바로 가지요.”

 

  그녀는 손으로 어깨 위를 훑어 머리카락을 등 뒤로 넘긴 후 옥상 위 헬기장 쪽을 흘겨보았다. 그곳에는 두터운 케이프코트를 입고 있는 잿빛 머리칼의 여자가 폐허가 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만족감을 넘어선 일종의 황홀경이 엿보였다. 그런 그녀의 표정을 보며 문뜩 하피는 과거 자신의 초커를 작동시킬 때 그녀가 짓던 표정이 지금과 흡사함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에 비친 강남의 폐허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목을 조르며, 이후에는 다른 대원들의 목을 조르며, 그리고 지금은 이 도시의 목을 조르면서, 그녀는 무엇을 보고자 했던 걸까? 한때, 하피는 그녀의 원수이자 주인인 홍시영의 세계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그림자로서의 자신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과거의 자신을 잊은 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그녀의 뒤틀린 사랑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김시환은 그녀에게 난민들이 그녀의 가면을 쓰고 강남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속에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괴도의 유지를 그들이 잇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녀의 속에 죽어있던 과거의 자신을 다시 깨웠다.

 

결심을 굳힌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끼이익-

 

  불이 꺼진 창고의 문을 열자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그림자 사이로 뻐꾸기가 보였다. 뻐꾸기에는 영상을 송출하는 디스플레이 패널이 열려 있었고 그것을 통해 그 남자, 트레이너의 얼굴이 보였다. 어두운 곳에 있는 탓인지 그가 어디에 있는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얼굴은 트레이너 측 뻐꾸기의 조명 덕에 얼굴의 절반을 덮은 흉터 자국이 훤히 보였다. 그녀는 트레이너의 얼굴 앞으로 걸어갔다. 또각- 하는 하이힐 굽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졌다.

 

역시 너는 작전에 투입되지 않았군.”

 

  디스플레이 안의 트레이너가 다가오는 하피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트레이너씨도 이번 작전이 어떤 작전인지는 눈치채신 모양이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트레이너는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홍시영 사장님이 티나양에게 지시를 내렸어요. 현재 작전에 나가 있는 대원들을 헤카톤케일 웨폰의 안정화가 끝나는 즉시 저격하라고 하셨죠. 그리고 저는 보시다시피 작전에 제외됐고요. 여기 남아서 사장님을 지키라는 뜻이죠.”

 

크흠예상대로군.”

 

  그는 눈을 질근 감은 채로 입을 꽉 다물었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녀는 한숨을 쉬며 창고 구석의 상자 더미 위에 걸터앉은 후, 머리를 한번 가볍게 흔들어 어깨에 걸터앉은 머리칼을 넘겼다.

 

티나양을 막으실 건가요?”

 

먼저 침묵을 깬 건 하피였다.

 

지금의 난 그럴 수 없다. 난 홍시영 사장의 지시로 이미 강남 지하에 투입되었어. 유니온 터릿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하지만너라면 얘기가 다르지.”

 

또 저한테 기대를 거시는 거군요.”

 

하지만 넌 이미 선택을 했지. 홍시영 사장의 그림자로 남기를 말이다.”

 

뻐꾸기의 디스플레이 패널 너머로 그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살짝 찡그린 완고한 얼굴의 트레이너와 달리 하피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티나양이 저격에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녀가 팔짱을 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이지? 그녀는 악령이다. 그녀의 저격에 실패란 없어.”

 

다 알고 있어요. 그녀의 감정 역류장치가 제거되었다는 것을요.”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제가 좀 귀가 밝거든요.”

 

그렇다면 너는 알고 있으면서도 홍시영 사장에게 일러주지 않았다는 것인가?”

 

, 그런 셈이죠.”

 

 그녀는 다시 트레이너를 등지고 일어섰다. 창고 문틈사이로 쏟아지는 불빛이 그녀의 몸의 윤곽을 비추었다. 그녀의 뒷모습에서, 트레이너는 이전과 다른 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너는 대체누구의 편이지?”

 

글쎄요. 제 대답은 이걸로 대신하지요.”

 

 그녀는 뒤돌아서 뻐꾸기를 바라보았다.

 

그건

 

 눈가를 뒤덮는 검은색 가면. 그것은 그녀가 괴도 시절 사용하던 가면이었다.

 

그런가. 잘도 그런 낯간지러운 가면을

 

그래서, 얼른 대답해주시죠. 티나가 저격에 성공할 것 같나요?”

 

 하피는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가면을 떼어내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트레이너는 그런 하피를 보면서 아주 잠깐이지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본래의 딱딱한 무표정으로 돌아왔다.

 

감정 역류장치가 제거되었다고 하지만, 명령권자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게다가 역류장치가 제거된 지 오래되지 않아서, 아직은 어떻게 될지 확신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는 오랜 시절 동안 악령이었죠.”

 

나는 그 아이가 명령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혹시라도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하지 않도록하피, 네가 그 아이를 도와줬으면 한다.”

 

그 아이과거의 그 아이는 당신에게 소중한 사람이었나 보군요?”

 

 트레이너는 잠시 고통스러운 과거를 회상하는 듯 눈을 감고 인상을 구겼다. 그 기억 속에서 그는 만신창이가 된 채로 숨이 끊어져 가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그에게 전쟁을 끝내줄 것을 당부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허무한 죽음이었다. 그가 전쟁터에서 보았던 수많은 죽음들처럼.

 

그렇다.”

 

  잠깐의 침묵 후 트레이너가 대답했다.

 

, 알고 있었어요. 사실 그것도 이미 엿들었거든요.”

 

다음부터 알면서 묻는 건 안 해주었으면 하는군.”

 

미안해요. 천성이라. 그럼 잡담은 이만하고 늦기 전에 티나양을 찾아가지요.”

 

 트레이너에게서 등을 돌리며, 그녀는 발걸음을 옮겼다.

 

조심해라. 그리고, 하피.”

 

 하피가 문을 열고 나서려고 하는 순간, 트레이너의 목소리가 그녀의 발걸음을 멈추었다.

 

고맙다.”

 

 트레이너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때까지 고맙다는 말은 대원들에게 단 한 번도 한 적 없었던 트레이너였다. 그 말을 들으며 하피는 다름 아닌 홍시영 사장을 떠올렸다. 지금 이 문을 나서면, 이제 자신은 그녀의 오랜 주인을 배반하게 될 것이다. 자신이 죽음보다 더 두려워했던, 그 누구보다 증오했던, 그리고 동시에 사랑했던 그녀의 주인을 말이다. 이제 영영 그녀에게서는 고맙다는 말은 듣지 못할 것이다. 어쩌면, 다시는 말을 나눌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하피가 없는 그녀는 제 3위상력을 지니게 된 대원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고, 아마 그녀의 임무가 끝나는 시점에서 늑대개팀과 부사장의 반격은 이미 끝이 나 있을 것이다.

 

 이 모든 게 그녀에게는 두려움으로 다가왔지만, 그녀는 이미 조금 전 결단을 내렸다. 늑대의 길을 선택하는 것을. 그리고 곧 그녀, 티나도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감사의 인사는 괴도에게 하시죠.”

 

 그녀는 고개를 돌려 트레이너를 바라보며 괴도의 가면을 쓴 뒤, 양손으로 문을 열며 나섰다. 옥상의 조명 빛이 창고 안을 가득 채웠다,

 

 

 

 

짜잔! 오래 기다리셨어요! 밤의 어둠 속에서 춤추는 괴도, 프롬퀸이에요!”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검은색 가면을 쓴 하피가 티나의 시선 끝에서 새가 그려진 카드를 화려하게 펼쳐 든 채로 서 있었다. 티나는 그녀가 자신이 눈치채지도 못하는 사이에 옥상까지 접근했다는 사실에 적지 않게 당혹감을 느꼈다. 아마 괴도 시절 익혔던 위상력을 감추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피가 홍시영 사장이 가장 신뢰하는 부하라는 것을 알고 있는 그녀였지만 티나는 그녀의 가슴을 향해 라이플의 총구를 고정한 채 경계를 풀지 않았다.

 

하하, 당신한테 하면 조금 덜 부끄러울 줄 알았는데 별로 차이는 없네요.”

 

  하피는 멋쩍게 웃으면서 가면을 벗고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티나의 총구가 함께 움직였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여기서 뭘 하는 거지?”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요. 그보다 티나양, 저격 임무는 잘 되어가나요? 저들의 임무가 끝나가는 지금이 가장 적시인 것 같은데요. 더 늦으면 실패해 버릴 거라구요.”

 

이상 없다.”

 

  티나는 자신의 말을 입증하려는 듯 다시 재빨리 몸을 틀면서 유니온 터릿 방면을 향해 라이플을 겨냥했다. 그녀는 홍시영 사장의 분신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티나는 어째서인지 자신의 결함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곧바로 스코프에 눈을 가져다 댔으나, 마치 시각기관이 오류라도 난 듯 스코프 안의 모든 것이 흐리게 보였다. 달아오른 열이 아직도 식지 않고 그녀의 사고를 끊임없이 방해하고 있는 탓이었다.

 

아니요, 제가 보기엔 이상이 있어 보이는데요. 이렇게 열도 펄펄 끓고

 

  어느새 하피는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 앉아 티나의 이마에 자신의 손등을 얹고 있었다. 티나는 화들짝 놀라며 민첩한 움직임으로 라이플을 낚아 챈 뒤 하피와 거리를 벌렸다. 그녀는 신속하게 하피의 발언과 이상행동에 대해서 분석했다.

 

이제 알겠다. 넌 홍시영 사장이 보낸 게 아니로군.”

 

 그녀는 다시 신속한 몸놀림으로 라이플의 총구를 하피에게 지향했다.

 

네 맞아요. 전 그녀를 배신했어요.”

 

왜지?”

 

  티나가 하피의 미세한 심경 변화를 전혀 감지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티나가 보았던 그녀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의지가 거세된 존재였다. 명령권자의 명령에만 따르는 자신처럼 그녀 또한 자신을 홍시영 사장의 그림자라고 말하며 그녀의 명령에 복종했다. 비록 이해할 수 없는 점도 많았지만, 감정 역류장치가 설치되기 전까지는 기계로서 살아가는 그녀가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던 존재이기도 했다.

 

어머, 지금 냐고 물으신 건가요? 티나양의 입에서 그런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네요.”

 

그래 맞다. 왜인지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너도 이제 내 저격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이지.”

 

 철컥- 탄환이 장전되는 소리가 조용히 옥상위에서 울려 퍼졌다.

   

중요한 것은 그게 전부인가요? 좋아요.”

   

  하피는 티나에게서 고개를 돌려 저 멀리 유니온 터릿 방면을 쳐다보았다. 움직임이 멈춘 거대한 헤카톤케일 웨폰의 뒤로 태양이 저물고 있었다. 거대한 비석이 된 유니옷 터릿과 헤카톤케일 웨폰이 강남 도시에 기다란 그림자를 남겼다. 파괴된 도시를 바라보며 그녀는 다시 가면을 쓴 뒤, 티나를 향해 돌아섰다.

 

그렇다면 저 괴도 프롬퀸이 이제부터 당신의 빼앗긴 영혼을 되찾아드리죠!”

 

유언으로는 별로 좋지 않은 헛소리군.”

 

  티나가 방아쇠에 검지를 부드럽게 걸치며 화답했다.

 

 

 

 

 

 

 

 

---------------------

 

 

 

소설은 굉장히 오랜만에 써보네요. 그것도 팬픽이라니... 팬픽은 거의 9년만에 쓰는군요

 

옛날부터 클저 팬픽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했는데 이번 티나 덕분에 힘을 내서 한번 써봤습니다.

 

나름 열심히 쓴다고 썼는데 영 만족스럽지는 않네요.

 

제목은 티나VS하피지만 막상 이번편에는 싸우는 모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편은 예정되로 둘의 전투씬을 넣을 생각입니다.

 

근데 전투씬은 묘사해본적도 본적도 거의 없어서 잘 쓸 수있을지 모르겠네요

 

덧글은 글쟁이에게 큰 도움이됩니다.

 

잘부탁드립니다.

 

2024-10-24 23:10:1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