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Break Time

Forbidden404 2016-07-27 1

인적이 드문 어느 건물의 옥상.


석양빛이 붉게 타오르며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풍경을 뒤로 한 채 두 소년은 무기를 마주하며 서로를


경계하고 있었다.


"자, 덤벼보라고 어서!"


푸른 머리의 소년은 쿠크리를 솜씨좋게 휘두르며 눈 앞의 상대를 마주보았다. 명백한 전의를 내뿜는 푸른 머리 소년과는


정 반대로 검은 머리 소년은 모든 것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건블레이드를 잡고있었다.


"저기, 나 바쁜데 쓸데없이 서로 힘 빼지 말고 각자 갈 길 가는건 어떨까 싶은.."


"시끄러! 망할 자식."


'귀찮구만 이거.'


검은 머리 소년, 세하는 한숨을 쉬며 어떻게 하면 이 푸른 머리 소년, 나타가 자신의 눈 앞에서 사라질 지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이대로 가다간 자신의 게임 시간이 사라질 것이라는 것을 직감하고 열심히 두뇌를 굴렸다.


'어떻게든 게임 할 시간을 지켜내야 하는데 대체.. 잠깐, 게임?'


세하는 고개를 들어 나타를 바라보고 말했다.


"너, 심심하지?"


"뭐야?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는.."


대답 대신 세하는 건블레이드를 내려놓고 주머니에서 게임기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나타에게 내밀었다.


"뭐, 뭔데 이게.."


"게임기잖아. 나랑 그렇게 싸우고 싶다면 이걸로 상대해줄게."


"뭐?"


나타는 세하가 무슨말을 하는 지 순간 이해를 하지 못했다. 게임이라는 것을 해본 적도 없으며 특별히 관심도


없던 나타는 그런 세하의 제안이 자신을 놀리는 것이라 생각했다.


"이 자식이.."


"뭐야, 질 것 같냐?"


"뭣.."


나타의 자존심이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세하는 알고 있었다. 따라서 다음 나타가 어떻게 행동할 지 역시 예상한


대로였다.


"내가 너 따위한테 질 것 같아? 내놔봐!"


'멍청하긴..'


단순하고 자존심이 강한 상대를 다루는 건 아주 쉽다. 값싼 도발이라도 손쉽게 넘어오기 때문이다.


"근데 이거 뭐 어떻게 하는건데."


"우선 전원을 켜고.."


세하는 게임의 방식과 조작법을 알려주었다. 게임은 온라인 2인 격투 게임.


나타가 전원을 켜자 게임기의 화면 정중앙에 CLOSERS 라는 노란색 문구가 나왔다.


"클..로저스?"


"오, 읽을 줄 아는구나?"


"뭐 이 자식아?!"


비꼰 것이 아니라 순수하게 세하는 놀랐다. 그가 생각하기에 나타는 아무래도 상식 같은 것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었다. 다짜고짜 무기를 휘두르는 부분도 포함해서


이런 흔한 게임기조차 처음 보는데 영어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캐릭터를 생성하고 닉네임을 짓는 나타. 세하는 슬쩍 뭐라고 짓는지 보았다.


'나타'


'역시 단순한 녀석이군. 뭐 나도 본명으로 하긴 했지만..'


"어이, 이제 뭐 어떻게 하면 되는데."


"내가 널 초대했으니까 곧 알림창이 갈거야."


"아, 이건가. 이세하? 누구야, 이건."


"내 이름이잖아 멍청아!"


"그딴 건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자 빨리 시작하자고!"


'이 자식..'


세하는 나타가 방에 들어온 것을 확인 후 게임을 시작했다. 둘의 레벨차이는 아득했으며 세하는 이 게임을 한 지


1년이 다 되어갔다. 따라서 게임이라는 것을 오늘 처음 해보는 나타와는 제대로 된 승부가 나올 리 없었다.





-3분 후



"무, 무슨 바보같은..!"


"크하하하하! 약해 빠진 녀석!"


게임기를 내려놓으며 세하는 자신의 화면에 적힌 LOSE 의 의미를 재차 확인했다.


'내가 졌다고? 오늘 게임을 처음 하는 이 녀석에게?'


처음엔 봐주면서 하다가 점점 실력으로 나타를 압박하려는 세하의 계획은 게임 시작 3초 후 완전히 무너졌다.


저돌적으로 몰아치는 공격에 세하는 순간 판단력을 잃었다. 도무지 초심자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캐릭터의


움직임과 공격이 정확했다. 그래서 애써 세하는 현실을 부정하려고 했다.


"너, 너 이거 해본 적 있어?"


"뭐? 바보냐? 해본 적 있을 리가 없잖아?"


"으.. 다시 해! 이번엔 제대로 해주겠어."


"좋다 애송아! 얼마든지 썰어주지!"


자세를 다시 잡고 세하는 심호흡을 한 뒤 게임 시작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그 순간 세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큭, 누구야, 이런 중요한 순간에.."


"어이, 빨리 하자고!"


"기다려 봐. 전화만 좀 받고."


세하는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그리고 확인한 순간 복잡한 얼굴이 되더니 도로 자켓 주머니에


집어 넣었다.


"뭐야, 전화 받는 거 아니였냐?"


"아, 안받아도 되는 전화야. 게임이나 하자.."


그리고 게임시작 버튼을 눌렀다. 단순한 나타답게 이번에도 시작하자 마자 세하의 캐릭터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이미 학습한 세하는 방금 전 처럼 쉽게 당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격을 피해나갔다.


"크윽, 망할 애송이가!"


"내가 또 당할 것 같냐?"


어느 정도 접전이 이어진 후 세하는 나타에게 패배를 안겨주기 위한 강력한 일격을 준비했다. 게임의 지식이


전무한 나타는 그 공격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세하에게 달려들었다.


"멍청한 녀석, 그대로 죽어라!"


"아니, 죽는 건 너야!"


세하는 마지막 일격의 버튼을 눌렀고 뒤늦게 나타는 자신에게 온 공격의 위험성을 감지했다.


"뭐, 뭐야 이건!"


"뭐긴, 나의 승리지!"


그대로 세하의 캐릭터가 나타의 캐릭터를 쓰러트리는 화면이 연출되었다.




연출 되었어야 했는데 승부가 나기 직전 세하의 게임기가 갑자기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 광경을 세하와 나타는


멍하게 쳐다보았다. 그리고 상황파악을 한 세하,


"뭐, 뭐야 이건!"


"야, 이세하."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세하는 흠칫 놀랐다. 차갑고 침착한 목소리. 바닥에 비친 그림자의 크기. 그리고


익숙한 향수 냄새. 이 모든 것이 일치하는 단 한사람을 세하는 알고 있었다.


"전화도 안 받고 어디서 뭘 하나 했더니 헤에.. 열심히 게임 중 이었네?"


뒤를 돌아보자 핑크 빛 단발머리에 팔짱을 낀 채 위상력으로 게임기를 공중에 띄운 차가운 눈동자가 세하를


응시했다.


"이, 이슬비.."


"내가 분명 일주일 전에도 말했고 너에게만 어제 '또' 말했지? 오늘 저녁 7시에 급하게 회의있다고."


"아, 그랬던가..?"


세하는 직감했다. 지금은 나타와의 승부 같은게 문제가 아니다. 게임기가 슬비의 수중에 있는 한 당분간


게임을 못 할 가능성이 매우 컸다.


"야, 일단 그거 내려놓고 우리 대화로.."


슬비는 세하의 말을 무시한 채 그대로 게임기를 가지고 위상력을 이용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 야, 이슬비!"


급하게 건블레이드를 챙기고 세하는 일어났다. 그리고 나타를 향해 말했다.


"그 게임기 며칠 빌려줄 테니까 뭐, 재밌게 해라..? 그럼 이만."


말 끝나기 무섭게 세하 역시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 야! 이런 망할 자식이!"


나타는 분개하며 게임기를 집어 던지려다가 멈췄다. 난생 처음 해 본 게임이 나타에게는 꽤나 재밌는 장난감


이라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었다.


"빌어먹을.."





숙소로 돌아 온 나타는 자신의 자리에 쿠크리를 놔두고 게임기를 꺼냈다. 그리고는 벽에 기대어 게임기의


전원을 켰다.


로딩 화면이 끝나자 대전모드의 버튼을 찾은 나타는 그걸 눌렀다. 그리고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없이 웃었다.


'다 덤비라고. 허접한 자식들!'


레벨이나 랭킹에는 전혀 관심없는 나타는 오직 상대방의 캐릭터를 쓰러트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였다.


곧바로 상대방이 매칭되었고 나타는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그 때, 숙소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나타는 고개를 들어 그 누군가를 확인했다.


"뭐야, 너였냐."


"아, 나타님. 안녕하세요."


거대한 낫을 들며 예의 그 차원종 소녀 레비아는 정중하게 나타에게 인사를 했다.


"나타님 식사 안 하셨을 것 같아서 제가 가져왔어요."


그렇게 말하며 레비아는 편의점 봉투를 나타에게 내밀었다.


"아, 거기 대충 놔 둬."


나타의 말에 레비아는 들고 있던 봉투를 나타의 자리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는 다시 나타를 바라보았다.


호기심 많은 소녀 레비아 역시 나타가 들고 있던 게임기에 큰 관심을 가졌다.


"나타님, 그건 뭐에요?"


"시끄러, 말 시키지마."


"히익, 죄, 죄송합니다.."


실제로 나타는 지금 오로지 상대방의 캐릭터에 공격을 퍼 붓느라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따라서 누가 말을 걸든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레비아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키운 지 한 달이 다 되어가는 금붕어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서랍에서 먹이를


꺼내 적당한 양을 어항에 뿌려주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레비아는 희미한 웃음을 지었다.


"크하하하! 역시 상대가 안 되는군, 멍청한 자식!"


갑자기 그렇게 외치는 나타의 목소리에 레비아는 깜짝 놀라 뒤를 바라보았다.


"자, 다음은 누구냐! 다 덤비라고!.. 응? 뭐야, 너 아직 있었냐?"


"네?, 네.."


"그나저나 금붕어는 좀 커졋냐?"


나타가 자신이 기르는 금붕어에 대해 묻자 레비아는 기쁜 목소리로 답해주었다.


"네, 네! 이제 한 달이 다 되어가는데 많이 자랐어요!"


"그래? 그럼 잡아먹자."


"네..?!"


"농담이야 멍청아. 그나저나 목이 마르네. 물 같은 거 없냐?"


"아, 지금 가져다 드릴게요.. 어라..?"


레비아는 냉장고의 문을 열려고 했지만 문이 열리지 않았다.


"물 달라니까 뭐하는 거야?"


"나타님 그게.. 문이 안 열려요.."


"뭐야?"


레비아는 아무리 애를 써 보았지만 냉장고 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빌어먹을.. 가지가지 해라. 비켜."


"죄, 죄송합니다.."


나타는 일어서서 직접 냉장고의 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있는 힘껏 손잡이를 당겼다. 하지만 문은 여전히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뭐, 뭐야 이거?!"


나타는 몇 번 더 시도해보더니 욕을 하며 자신의 쿠크리를 가져왔다.


"나, 나타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은.."


"뭐, 불만있어?"


"아, 아니요.. 하지만 그.. 트레이너님이 아시면.."


"칫.. 그럼 뭐 어쩌라고?!"


"히잉.."


그 때, 숙소 구석의 무전 기계, 뻐꾸기에서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아아, 통신 시작. 나타, 거기 있나?"


"무슨 일인데."


"네가 할 일이 생겼다. 지도를 보내 줄 테니 지금 즉시 출동해라."


"뭐야? 난 지금 막 돌아왔다고 꼰대!"


"두번 말 하지 않겠다. 지금 즉시 출동해라."


"빌어먹을.."


지도를 받아 든 나타는 목표 지점을 확인했다. 그리고 그 옆에 편의점 하나가 있는 것도 확인했다.


"어이, 꼰대. 돈 좀 줘."


"무슨 소리지?"


"냉장고가 고장났어. 목 마르니까 뭐라도 사 마시겠어."


트레이너는 냉장고가 고장났다는 나타의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꺼냈다.


"지금 돈을 입금하겠다. 섣부른 행동으로 관계자에게 의심을 사지 말도록."


나타는 그 말을 귓등으로 들은 채 쿠크리를 챙겨 나가려고 하다가 게임기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자리에 게임기를 올려 놓고는 숙소의 문을 열고 나갔다.


숙소에 혼자 남겨진 레비아는 방 안을 이리 저리 걸어다니다가 다시 금붕어 쪽으로 갔다.


한 달 전에 하피가 가져온 이 금붕어들은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레비아에겐 친구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키우는 것을 의외로 쉽게 허락한 트레이너 덕분에 레비아는 그 후로 열심히 금붕어를 돌보고 있었다.


금붕어를 바라보며 어항에 손가락을 대고 이리저리 움직이자 금붕어들도 그 움직임에 반응해서 이리저리 헤엄쳤다.


그렇게 금붕어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숙소의 문이 열리며 하피가 들어왔다. 손에는 맥주 한 캔을 든 채로.


"아, 레비아~ 있었구나."


"안녕하세요 하피님."


"그렇게 극 존댓말로 안 해도 된다니까~"


"아, 아니에요. 어떻게 저 같은 게.."


"또 그 소리 한다. 그러지 말고 같이 술이나 마실까?"


그렇게 말하며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고는 나머지 술을 냉장고에 넣으려고 냉장고의 문을 열었다.


"어라? 뭐야, 왜 안 열려?"


"아, 그거 고장난 것 같아요.."


"으으.. 술은 차가워야 맛있는데.."


그렇게 말하며 다시 맥주에 입을 대었다. 그러더니 나타의 자리에 있는 게임기에 눈이 갔다.


"에, 뭐야 이거. 게임기?"


"아, 그 물건을 게임기라고 부르는 거군요.. 아까 나타님이 열심히 하시던데."


"나타가? 게임을? 푸흡.."


"하, 하피님..?"


"푸하하하! 나타가 게임이라니 푸흐흡.."


호탕하게 웃으며 하피는 맥주 캔을 잠시 내려놓고 게임기를 들었다.


"헤에.. 꽤 최신형이네."


"그 기계에 대해 잘 아세요?"


"뭐, 일단은? 이거 의외로 작고 비싸서 훔치기엔 좋.. 으흠.. 뭐 아무튼.."


하피는 게임의 전원을 켰다.


"저.. 그런데 나타님이 아시면 화내시지 않을까요.."


"아, 그런가. 나타 어디갔어?"


"트레이너님이 주신 임무 하시러 가셨어요."


"뭐, 그럼 앞으로 한 30분 정도는 안 들어 오겠지."


"네, 네.."


레비아는 여전히 안절부절 하며 하피가 손에 들고 있는 게임기를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아, 로딩 끝났다.. 뭐야 이거 격투게임..?"


"격투..게임..?"


"쉽게 말하면 서로 싸우는 게임이야."


"싸, 싸워요?"


싸운다는 그 말에 레비아는 얼굴 빛이 파랗게 질렸다.


"하하, 뭐 그렇게 심하게 난폭한 게임은 아니겠지. 나름 캐릭터들도 순해 보이고. 자 봐봐."


하피가 레비아를 향해 게임기를 내밀었다. 레비아는 화면에 비춘 캐릭터들을 보고 말했다.


"아, 뭔가 귀여운 것 같아요."


"그치? 그나저나 격투게임 이라니.. 이거 어디서 난 거지?"


"저도 모르겠어요.."


"뭐, 어차피 어디서 주웠던가 했으려나.."


게임기를 내려놓고 하피는 다시 맥주캔에 손을 댔다. 그 순간 실수로 맥주캔을 놓친 하피는 그 안의 맥주가


게임기에 쏟아진 상황을 이해하는 데 3초 정도 걸렸다.


"으아악!"


"히익.."


"이, 일단 닦자.."


하피는 서둘러 휴지를 가져와서 게임기를 닦았다.


"어, 어라.. 이거 왜 갑자기 화면이.."


게임기의 화면은 그 빛이 희미해지더니 이윽고 검은 색 화면으로 바뀌었다. 하피는 전원을 다시 눌러보았지만


아무 반응도 없었다.


"..고, 고장난 건가.."


"어..어떡해요.."


울상을 짓는 레비아와 곤란하다는 표정의 하피는 지금 순식간에 일어난 이 상황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도


마련할 수 없었다.


"새, 새로 다시 사서 가져다 놓는 건 어떨까요..?"


"게임기야 다시 구할 수 있다고 해도.."


안에 들어있는 게임은 대체 어디서 구할 수 있을 지, 그것도 앞으로 대충 20분 정도 남은 시간 안에 구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였다.


"고칠 수도 없고.. 어쩌지.."


최악의 순간으로 숙소의 문이 열리며 나타가 들어왔다. 레비아와 하피는 그 모습을 보며 기겁했다.


"아, 더워. 짜증나네.. 뭐야, 너네는. 뭘 그리 놀라고 난리야?"


"아..아무것도.."


그 때 하피의 손에 들린 게임기를 나타는 확인했다.


"뭐야, 누가 멋대로 만지래? 안 내놔?"


"으, 응. 자, 여기."


"더워서 짜증나는데 이거라도 하면서 스트레스나 풀.. 뭐야.. 이거 왜 안켜져.."


나타는 재차 게임기의 전원을 눌러 보았지만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미약하게 게임기에서 알콜의 냄새가


나는 것을 확인했고 하피의 옆에 맥주캔이 놓여있는 것도 확인했다.


"이 자식이.."


하피를 무섭게 노려보며 나타는 쿠크리를 들었다.


"저기, 그건 어디까지나 실수.."


"시끄러! 빌어먹을 녀석!"


"아으으.."


레비아는 두 사람 사이에서 어쩔 줄을 몰라하며 울상을 지었다.






"이야기는 대충 이해했다."


냉장고의 문이 별안간 열리며 라이플을 손에 든 하얀 머리 소녀가 굴러나왔다. 세 사람은 이 비현실적인


광경에 그저 넋 놓고 냉장고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였다.


소녀는 무표정하게 라이플을 내려놓고 나타의 옆에 있는 게임기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는 게임기를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입을 열었다.


"확인 완료. 기기의 전력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 함. 비상 전력을 사용하겠다."


그러더니 소녀는 자신의 머리카락 몇 가닥을 게임기의 충전 홈에 넣었다.


"야, 너.."


"응? 문제 없다. 게임기의 정격 전압은 220V 이며 나 역시 정격 전압은 220V 이다."


"그딴 걸 묻는게 아니잖아!"


"저.. 당신은 대체 누구.."


나타와 레비아의 물음에 소녀는 두 사람을 멀뚱히 바라보았다. 그 때 뻐꾸기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아, 통신 시작. 다들 들어라. 오늘 부터 늑대개에 새로운 인원 보충이 들어온다. 아마 1시간 후 쯤 그 쪽으로


갈 것이니 그렇게 알아 두어라."


"그 인원이 나를 말하는 것이라면 나는 이미 여기에 있다. 교관."


"...언제부터 있었지?"


"정확히는 4시간 32분 35초 전에 이곳에 도착했다."


"으음. 아까 나타에게 임무를 주었을 때는 없던 것 같았는데."


"더워서 냉장고 안에 들어가 있었다."


"....."


"아, 그래서 냉장고 문이 안 열렸던 건가.."


"이런 빌어먹을.. 거길 왜 들어가고 난리야!"


하얀 머리 소녀는 여전히 차분한 목소리로 답했다.


"간단하다. 냉장고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뭐 어쨋든. 이후 작전활동은 거기 있는 티나와 함께 할 것이다. 그럼 이만 통신 종료."


뻐꾸기의 무선이 꺼지고 정적이 흘렀다. 그 정적을 깬 건 다름아닌 게임기 소리였다.


"충전이 다 되었군. 받아라."


"뭐.."


"난 인간이 아니다. 로봇이기에 이런 일도 가능하다."


"헤에.. 완전히 사람같은데."


하피는 감탄하는 와중에도 맥주를 들이켰다. 


"너희에 관한 정보는 이미 들어서 알고있다. 앞으로 너희들을 최대한 서포트 하겠다."


그러더니 티나는 냉장고 쪽으로 걸어가더니 문을 열고 다시 들어갔다.


"야, 너 그 안에 있던 내용물은 다 어쨋어.."


티나가 들어가기 전에 냉장고에는 평소 나타가 즐겨 마시는 음료가 가득했다.


"공간이 부족해서 삭제했다."


"이런 빌어먹을 자식이!!"


분개하는 나타를 무시하고 티나는 냉장고 문을 닫았다.


"야, 안 열어? 부셔버리기 전에 여는 게 좋을거야 망할!"


"나타, 잠깐만."


하피는 그렇게 말하더니 냉장고 문을 똑똑 두드렸다.


"에.. 티나라고 했나? 부탁 하나만 좀 할 수 있을까?"


그러더니 3초 후 냉장고 문이 빼꼼 열리며 티나가 고개만 내밀었다.


"이것들만 좀 같이 넣어 놓을 수 있을까?"


하피는 그렇게 말하며 맥주가 담긴 봉투를 내밀었다.


"해당 물체의 부피를 확인 중. 확인 결과 문제 없을 것이라고 판단. 알겠다."


"아, 고마워~"


티나는 맥주들을 받아서 안은 채로 다시 냉장고 문을 닫았다.


"이것들이 단체로 사람 놀리나.. 야! 망할 애송이! 문 다시 안열어?"


"아, 잠이나 자야겠다~"


"저, 전 숙소 앞을 좀 청소해야 겠어요.."


하피와 레비아는 혼자 분개하는 나타를 뒤로한 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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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그림을 잘 그렸더라면 만화로 그렸을 텐데 정말 아쉽군요..


그나저나 하피는 캐릭터 잘 잡았는지 모르겠네요. 술 좋아하는 것 빼고는 잘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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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10:1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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