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비의 나긋한 주말

라쉘라 2016-07-25 2

 흘러들어오는 기타 소리가 들린다. 공원에서 눈을 뜨는 나는, 나의 머리칼과 똑같은 머리색을 가진 벚꽃잎을 멍하니 바라본다. 나는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손으로 살짝 가다듬고는 조심스럽게 벚꽃잎을 받으려 손을 앞으로 내밀며 핀다. 멍하니 손바닥을 바라보자 벚꽃잎 하나가 내 손에 앉는다. 나를 간지럽히는 듯이….

 "누구나가 말하는 사랑이길 바랐는데………."

 자그맣게 들리는 노랫소리에 나도 모르게 흥얼거린다. 내 손에 앉은 벚꽃잎이 살랑거리더니 바람과 함께 춤을 추며 날아간다. 푸른 물결은 나의 눈과 같이 쓸쓸함에 젖어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쓸쓸함을 오리 하나가 내려오면서 외로움을 달래준다. 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따뜻한 봄. 생명의 시작이라 불리는 봄….

 "여~, 슬비! 내가 너무 늦었나?"

 "…. 아니, 나도 잠깐 잠들었으니까."

 나는 옅게 웃었다. 오리가 우리를 보더니 고개를 물속에 넣는다. 그러고는 물고기를 먹더니 자신의 자리를 찾으러 날개를 퍼덕거린다. 짙은 물결이 자신의 외로움을 표하는 듯이 격렬하게 흔들린다.

 "슬슬 가자고?"

 "응. 오늘은 어디로 갈까?"

 세하의 말에 호수에서 눈을 떼고, 천천히 걷는다. 벚꽃이 눈앞을 가득히 매운다. 천천히 걸어가는 발걸음. 세하는 무언가가 안절부절한 느낌으로 나를 바라본다. 너무 깊게 생각했나? 나는 순간 고민하며 시시한 농담을 건넸다.

 "그거 알아? 왜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빨간 장미를 주는지?"

 "빨 간장미 꽃말에서 비롯된 거잖아? 열렬한 사랑."

 "호오? 잘 아네?"

 나는 세하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세하는 나를 보더니 입이 삐죽 나온다. 어라? 그렇게 기분이 나쁠 정도인가?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그가 귀엽다고 느껴졌다. 알파퀸의 아들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겠다. 살짝 눈을 감고는 노래를 흥얼거린다.

 "♪….   ♬…."

 세하는 자신도 노래를 알겠다는 듯이 맞추려고 하지만 서로 다른 노래를 부르니, 음이나 박자가 무너졌다. 나는 오른쪽에 있던 세하를 오른쪽 눈만 뜬 채, 살짝 바라보고, 세하는 장난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정말…. 뭐 하는 거야?"

내가 살짝 뾰로통한 얼굴로 말하자, 세하는 어깨를 으쓱거리고는 말했다.

 "이야, 완벽하게 맞았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장난스러운 대화를 하며, 서로 웃었다. 우리는 계속 걸어가다가 의자에 앉는다. 천천히 걸어갔던 우리들의 발걸음을 되돌아보며 바라보았다. 작은 발 옆에는 큰 발이 나란히…, 나란히 걸어가고 있었다. 세하는 일어서더니 '잠시 아이스크림 좀 사 올게.' 하면서 아이스크림 가게에 간다. 최근에 보기 힘든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사 온다.

 "자, 딸기맛이야."

 "정말. 내 머리색이 분홍색이라고 사 온거야?"

 "그렇지."

 딸기 맛은 싫어하지 않다. 새콤하고, 달달한 맛이니까. 적어도 나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에 즐거움을 느껴주게 하는 과일이기 때문에 좋아했다.

 "이런, 슬슬 시간인가? 나 먼저 갈게. 내일 보자!"

 그는 아이스크림을 먹더니 핸드폰으로 시간을 보더니 일어난다. 대략 1시간의 만남이었다. 행복한 만남은 오히려 쓸쓸함을 더 해준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바라보며 말했다.

 "좀 더 나의 곁에 있어줘."

 휘이이이이잉…. 바람소리에 묻혀버린 나의 목소리에 세하는 물어본다.

 "뭐라고?"

 "…. 아무것도 아니야. 잘 가!"

 나는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한다. 그는 끄덕이고는 팔을 위로 올려 크게 흔든다. 나는 살짝 부끄러워져서 손을 살짝 들어서 흔든다. 그는 뒤를 돌더니 그대로 달려갔다. 아이스크림을 전부 먹고, 나도 일어난다. 다시 혼자가 되었다. 결국에는 나도 물결처럼 다시 혼자가 된 것이다. 천천히 걸어가는 나의 작은 발걸음 옆에는 아무도 없다. 나를 위로하는 들장미가 조용히 냄새를 풍긴다. 주목나무가 가지런히 피어있어 들장미와의 분위기가 어울리지는 않는다.

 "이것도… 사랑일까?"

 조용히 읊으며 그와 함께한 추억에 잠기며 집을 향하는 발걸음은 점점 더 느리게, 느리게 걸어간다. 어느새 집 앞에 왔을 때는 자동문을 열고는 어둑한 복도를 키고는 신발을 벗는다. 거실 문을 열면 부모님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상상을 하지만, 부모님의 얼굴은 사진에 있는 얼굴을 제외하고는….

 "우욱…."

 부모님이 죽은 날의 얼굴…. 나는 거실 불을 켜고는 헛구역질을 달랠 겸, 물을 마신다. 조용한 집안은 나를 다시 외롭게 한다. 나는 조용히 옷을 벗고는 욕조에 들어간다. 욕조에는 따듯한 물이 장미 향기를 내며 나를 받아들인다. 작은 손으로 물을 살짝  들어올린다. 시간이 지나면서 손에 있는 물이 전부 떨어진다. 나는 조용히 다리를 모은다.

 "졸려…."

 잠시 눈을 감고, 오늘의 데이트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쉬움이 가득한 데이트. 나는 욕조에서 나와 머리를 감기 시작한다. 분명 짧았었던 머리카락이 길어져서는 좀 더 손이 간다. 머리카락이 가끔 눈을 따끔거리게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얘기하는 것이겠지. 많은 일들이 지났다. 클로저가 돼서 전쟁을 막기도 하고, 죽을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렇게 세하와 사귀게 되고 평온한 일상을 살게 되었다.

 "아…."

 나는 샤워기로 머리에 물을 뿌리고 있을 때, 손목에 그어진 상처가 보인다. 옅은 상처라서 피가 살짝 맺히며 떨어진다.

 "언제 이렇게…."

 나는 상처를 보며 대수롭게 생각하고 몸을 씻은 다음에 옷을 입는다. 손목을 살짝 보고는 할 것도 없어서, 붕대를 살짝 감는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혹시 모른다는 마음으로 감았다.

 "8시야?"

 욕실에서 오래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TV를 켜고는 드라마를 튼다. 그러고는 저녁을 차리고는 혼자서 밥을 먹는다. 아, 내용이 생각보다 암울해진다. 남자가 여자가 차원종에게 끌려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조용히 드라마를 다 보고는 전원을 끈다. 그릇이나 식기를 세척기를 위상력으로 조종해서 넣고는 침실로 걸어간다.

 "내일 임무는 간단한 순찰이었던가?"

 자기 전에 스탠드를 살짝 키고는 자료를 살짝 읽는다. 특별할 것 없는, 아무 의미 없는 말이 적혀있다. 조용히 스탠드를 끄고 이불에 파묻힌다. 나는 습관처럼 말한다.

 "안녕히 주무세요."

 나의 조용한 인사는 집에 가득 메아리가 울리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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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비는 뭐, 엄청 귀엽지 않습니까?!!
크으, 티나로 넘어가려다가 슬비 특요찍으니까 마음이 바뀌더군요.
결론은 슬비, 티나 넘나 귀여운 것들.
내일도 슬비 템이나 맞춰야 겠군요….
오랜만에 유리를 가지고 글을 써볼까.
2024-10-24 23:10:1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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