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나 G타워 부근을 리메이크 해보았다.

라쉘라S3 2016-07-24 1

 "안녕하십니까! 교관님! 이번에 새로 부임한…."

 활기찬 목소리에 살짝 눈이 움찔거린다. 익숙한 목소리? 아니, 자기 자신의 목소리가 익숙하다니… 이상하다고 여겨진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내가 이런 목소리를 내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단지 내가 눈을 뜨면 또다시 사람을 죽여야 한다. 어느새 내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모습만이 보였다. 어떤 마음도, 감정도 없는 나였지만, 이상하게도 눈을 뜨고 싶지 않았다.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활기 차군. 아마도 네가 가장 먼저 쓰러질 듯하군."

 나의 말에 반응으로 농담이 살짝 들어간 누군가의 모습이 보인다. 교관이라고 했지만 누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익숙한 느낌의 모습이 보인다. 익숙하다? 이런 기분인 건가. 눈을 떠서 그의 얼굴을 더 자세히 보고 싶지만 망설여진다. 만약 또, 사람을 죽여야 만 한다면…. 악령이라고 불리는 나의 모습에 불만이 있는 것인지, 나는 눈을 뜨지 못한다.

 "교관! 훈련이 너무 지루하다고요!"

 "시끄러워. 네가 무슨 실전으로 나간다는 거냐? 나랑 대련을 해서 이길 정도의 실력을 겸비하고 가도록."

 교관, 그것이 트레이너인가? 홍시영인가? 나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 둘을 보고 있다. 여자와 교관이라 불리는 남자의 대화는 정말 아무런 것도 없었다. 단지 여자의 어리광과 남자의 장난만이 있을 뿐이었다. 훈련을 하면서 여자의 실력이 늘어나는 것이 보인다. 총을 다루는 것을 보아, 나와 비슷한 모양이다.

 "이제 슬슬 실전으로 가고 싶다구요…."

 "그렇다면 대련으로 이겨봐라. 특별히 상대해주지."

 남자는 비웃으면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여자의 얼굴은 순간 확 달아올랐다.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무언가가 욱하고 올라오면서 가슴에 아픔이 전해졌다. 이건 대체 뭐지? 나도 모르게 손으로 아픈 부분을 움켜쥐고 있었다. 여자는 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좋아요! 제가 이기면 실전으로 갈 거니까!"

 "호오?"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당연히 그에게 배운 기술들이 많고, 그리고 여자에게는 그와는 다르게 경험이 아주 부족하다. 따라서 그가 웃으면서 여유롭게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 덤벼봐라."

 그는 자신의 손을 까닥거리면서 덤비라고 한다. 여자는 페인트 건을 들고는 숨을 고른 다음에 차분히 조준한다.

 "그럼 가겠습니다!"

 [움찔]
 나의 손가락이 살짝 움직였다. 대체 무엇을 위해서 이런 기억을 보여주는지 모르겠다. 나는 인형이고, 나의 감정은 하나도 없으며, 기억은 악령으로 살아온 것일 뿐이다. 티나라는 이름을 가졌기는 하지만, 결국은 사장이 말한 대로 나는 인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무슨 이유일까?

 대련이 시작한 지 10분이 지났다. 남자가 통쾌하게 웃는다.

 "푸하하!! 마지막에 그 동작은 대체 뭐야? 풋… 큭… 하하하하!"

 "으우…. 아직이에요!!"

 여자는 앉아서 쉬고 있던 몸을 일으켜서 그에게 주먹을 날렸다. 그는 살짝 피하고는 그녀의 다리를 걸었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고 그의 어깨에 손을 걸고는 그대로 입맞춤을 해버린다.

 "…?!"

 그는 당황한 나머지 발이 헛디뎠다. 그녀는 그대로 그를 밀어 넘어뜨리고 페인트 건을 그에게 겨눴다.

 "첫 승리에요!"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서 그의 얼굴에는 페인트가 잔뜩 묻었다. 물론 페인트가 튀겨서 그녀의 옷에도 묻었다. 그녀는 이겨서 방방 뛰면서 웃었고, 그는 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말했다.

 "너무한 거 아니냐? 티나."

 "승리를 위해서는 뭐든지 하라! 교관님의 명령이겠습니다! 히히~."

 그녀는 이가 다 드러나도록 활짝 웃었다. 티나, 아마도 나의 일부분인 뇌의 기억인 모양이다. 대체 나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싶은 것일까? 그저 점점 더 아파지는 나의 가슴을 더욱 세게 움켜질 뿐이었다.

 "D~C급이다! 더 이상의 타협은 없어."

 "네!"

 그 대련에서 이긴 이후로 나의 일부인 그녀와 그는 1시간을 차원종의 잔당을 추격해서 잡는 일을 반복했다. 차원 전쟁이 점점 격렬해지면서 그녀와 그의 훈련은 점점 줄어들었고, 그녀 혼자서 차원종의 잔당을 처리하는 일이 전부였다. 오늘도 그녀 혼자서 훈련실에서 앉아있자, 유니온 소속의 클로저가 그녀한테 다가온다.

 "음, 너 대충 C급 요원인 듯한데…."

 "대장님, 훈련병입니다. 그의 교관과 함께 C급 차원종을 사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뭐 훈련병이던 아니던 너는 이번 전쟁에 참여해야 한다. 자, 그럼 이것을 받아라."

 그들은 그녀에게 무전기를 주고, 그 외에 몇 명의 유능한 훈령병들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를 헬기에 태운 후에 전장에서 싸우게 했다. 그녀는 차분히 그에게 받은 기술로 버텨보았지만, 결국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훈련병이었다. A급 차원종에 의해 전멸해 버렸다.

 나는 점점 답답해졌다. 아직도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멍하게 있을 즈음에 어떤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만나는구나? 티나."

 "…나에게 기억을 보여준 이유는 무엇이냐."

 나는 그녀를 쏘아보았다. 나와 모습이 비슷한 그녀에게 불안감이 느껴졌다. 불안감? 결함인가? 결함이 아닌 건가? 혼란스러워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야지. 나는 너에게 감정을 알려주고 싶은 거야. 그래서 이 기억을 보여준 것이었고. 네가 다른 사람에게 지시만 받고 있단 것을 알고, 지금 네가 선택을 해야 하는 것도 알아."

 그녀에 말대로 나는 사장의 명령에 따를지, 나 스스로의 의지로 갈지 정해 야만 한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하기가 어렵다. 더욱 답답해진다. 난 무엇을 해야 하지? 내가 선택할 수 있을까?

 "아… 아아."

 "응?"

 나를 보면서 웃고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아무 고민 없어 보이는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무언가가 터져 나온다.

 "그래! 내가 선택을 해야 해! 근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네가 보여준 기억 때문에! 감정 때문에! 인형으로 살아가는 일상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대체 나한테 왜 그런 거야! 대체 왜!"

 "글쎄? 단지 나는 네가 누려야만 하는 것들을 줬을 뿐이야."

 그녀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장이 나의 머리를 쓰다듬은 것보다 훨씬… 따듯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로봇인 나에게는 눈물이 흐르지 않는다. 그런데 어째서 나에게 눈물이 흐르는 것일까?

 "뭐, 나는 너의 질문에 답할 수 없어. 그리고 시간이 다 된 모양이야."

 "뭐?"

 주위가 점점 밝아진다. 아마도 눈이 떠지는 모양이다. 나는 소리를 치며 그녀에게 달려간다. 혼란스럽다. 눈물로 가득 찬 얼굴이, 그녀가 나에게 준 이 감정이, 너무나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아직 물어볼 것이…!!"

 "교관한테 말해줘. 고맙다고 말이야."

 그녀가 웃으며 뒤를 돌아섰다. 나는 마지막까지 달렸지만, 그대로 눈이 떠졌다. 감정이 어느 정도 남겨졌지만, 아까와 같은 아픔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혼란스러움도 더 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 나는 나에게 감사함을 느끼나 보군…. 나는 정말로 결함품이야."

 나는 일어서서 사장한테 다가간다. 케롤리엘이 나를 막아서지만 나는 그대로 다가간다. 인형의 반란을 일으키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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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이군요. 역시 달달한 스토리나 써야겠군요.
2024-10-24 23:10: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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