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 검은양

세에라이나 2014-12-09 1

검은양

 

1.

 

여느때처럼 반짝이는 햇살 아래 흑발의 소년이 벤치에 누워 게임기 화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멍한 눈빛과는 달리 손가락은 무서운 속도로 움직이며 게임기 속의 적을 섬멸하고 있었다.

 

" 가소로운 것들... "

 

소년은 게임기를 보며 가소롭다는듯이 웃었다.

 

하지만 이 행복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쐐**. 쾅!

 

귓가에 울리는 파공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소년의 게임기에는 익숙한 무기가 박혀 있었다. 잠깐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연기가 나며 꺼지는 게임기를 보며 소년은 소리를 질렀다.

 

" 으아아아아!!! 완전히... 완전히... 박살났잖아!!! "
" 이 세하! "

 

하이톤의 미성에 고개를 돌린 세하의 시야에는 그의 또래로 보이는 분홍빛도는 머리에 청안을 가진 소녀가 서 있었다. 무언가가 마음에 안든다는듯이 묘하게 비틀어져 있는 입꼬리는 그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세하에게 소녀의 기분은 안중에도 없었다. 다만 박살난 그의 게임기만이 그의 머릿속에 가득 차 있었다.

 

" 이 슬비! 이게 무슨짓이야?! 저렇게 중심에 박히면 칩도 없어져서 데이터 연계를 할 수 없다고!!! "

 

세하의 절망이 가득한 목소리에도 슬비는 아무렇지도 않다는듯이 플라잉 대거를 거두어 들였다

.

" 어차피 이틀도 되지 않아서 원상 복귀 되지 않나? 이참에 하나, 둘씩 칩을 버리면서 게임을 줄여가는게 어때? "

 

슬비는 세하의 미간을 손가락으로 꾹꾹 누르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숨을 쉬며 한참 듣고 있던 세하는 슬비의 말을 뚝 끊었다.

 

" 그래서... 용건이 뭐야? "

 

그제서야 잔소리를 멈추고는 슬비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 대청소. 한명이라도 빠지면 짐은 배가 된다고. "

 

슬비의 말에 세하는 질렸다는듯이 한숨을 쉬며 재촉하는 슬비의 뒤를 터덜터덜 걸어갔다.

 

- UNION -

 

기지에 들어가자 군침 돌게하는 라면향이 두 사람을 반겼다.

 

호로록.

 

면넘어가는 소리에 세하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문을 열자 라면 한젓가락을 들고 흡입하고 있는 흑발의 소녀가 보였다.

 

" 으? 셰하(세하 ), 술비( 슬비 ) 왔여? "

 

그런 소녀의 태도에 슬비는 난감하다는듯한 표정으로 세하를 밀어넣으며 말했다.

 

" 안녕... 인데, 다 먹고 말해. 유리. "

 

슬비의 말에 뭐가 좋은지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유리를 향해 슬비는 물을 건냈다. 반짝이는 햇살처럼 맑고 밝아보이는 유리 푸른빛 눈이 더욱 반짝이며 물을 받았다.

 

드르륵.

 

세명이 미처 다 진행중인 일을 끝내기 전에 전형적인 커리우먼 같은 여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가슴아래에 위치한 유니온의 카드에는 김 유정라는 이름과 함께 그녀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녀는 세명의 아이들을 보더니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전부... 다 모였기는 했군요. 세하군, 항상 당신을 찾아다니는 슬비양을 생각해 줄 수는 없나요? "

 

유정의 말에 슬비는 공감을 한다는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세하는 멋쩍은듯이 웃었다. 이번에 유정의 시선은 유리에게 향하더니 세하 보다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 유리양, 자꾸 그런 음식을 먹다보면 몸에 이상이 생겨 함께 싸우지 못 할 수도 있어요. "
" 네... "

 

유정의 충고에 유리는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젓가락을 내려 놓고 슬비간 준 물을 꿀꺽 삼켰다. 그제서야 만족을 한다는 듯이 유정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이제 한결 났군요. 오늘 임무는 다른 날과 별로 다를게 없어요. 다만 새로운 맴버가 온다고나 할까요... "
" 팀원이 추가 되는 건가요. "

슬비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네, 그의 이름은 제이. 옛날 차원 전쟁에 참가했던 사람이지요. 퇴역... 아니, 잠깐 쉬었지만 여러분을 감독해주며 좋은 파트너가 될거랍니다. "
" 언제 오시는 건데요? "
" 여기로 도착하는 즉시 현장으로 가실거라서 여러분이 가 있으면 알 수 있을 거에요. "

유정의 말에 슬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메모장을 주머니 안에 넣었다.

" 이번지역은 강남역 인근이근요. 그럼, 부탁합니다. "
" 한방에 무찔러 주겠어!!! "

 

파이팅 넘치는 유리의 태도에 유정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한편으로는 조금 안됬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 조차 두려워 하는 차원종을 막으러 다니는것이 곁에서 보기에 썩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유정은 노트북을 열어 강남역 인근의 CCTV화면을 주시했다. 이미 게이티가 열려 차원종이 나오고 있는 중이었다. 무언가 불안하다는듯이 손가락을 부딫이며 소리를 내던 그녀는 메일창을 열어 누군가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 강남역 인근 -

 

" 이것들은 어떻게 번식을 하는거야? 줄지를 않아... "

 

신가하다는듯이 두리번 거리는 유리의 말에 슬비는 살짝 웃었다.

 

" 뭐, 한두번인가... 빨리 빨리 끝내자고. 난 다시 게임을 처음부터 해야 하니까. "

슬비가 들어라고 크게 말했지만 슬비는 신경도 쓰지 않고 이미 차원종을 없애기 위해 공격을 시전하는 중이었다.

" 이 세하! 유리! 구경만 하지 말고! "
" 예, 예. 갑니다 가요! "
" 빵빵! "

 

가벼운 총성과 함께 유리에게 달려오던 차원종은 풍선터지듯이 사라졌다. 슬비 역시 자신의 능력을 이용하여 플라잉 대거를 날리며 적을 섬멸하고 있었다.

 

" 으아암... 어제 게임을 너무 많이 했나... "

 

싸우는 도중에도 끊임없이 나불대는 세하가 은근 거슬리던 슬비는 세하의 바로 옆에 있는 차원종을 향해 프라잉 대거를 날리며 눈치를 주었다.

 

" 그렇게 말할 시간에 한놈이라도 더 베어라고. "
" 아... 알았어. "
" 슬비! 뒤에! "

 

중형의 차원종이 슬비의 뒤에서 뛰어 오르고 있었다.

 

" ...!!! "

 

순간 몬스터 뒤에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차원종은 기괴한 울음소리를 내며 다른곳을 튕겨 나갔다.

 

" 이런이런... 정말 애들이잖아? "

 

2024-10-24 22:20:4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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