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그녀

흑신후나 2016-07-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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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그를 봤을 때에는 그에 대한 나의 평가는 가히 바닥을 기어다니는 지렁이와 같았다.

 

알파퀸이라는 엄청난 인물을 어머니를 두고서, 그녀의 거대한 위상력을 이어받고서도 노력하여 자신의 실력을 쌓기는 커녕 언제나 게임기를 잡고서

 

"위상력을 기르는 것에는 관심없어. 난 위상력 보다는 게임이 더 좋아."

 

라고 말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그가 너무나 한심해 보였다.

 

'난 절대 저 녀석 따위에게 지지 않을거야.'

 

나는 절대로 저런 녀석에게는 지지않을 것이라 다짐하며 노력에 노력을 했다. 밤잠을 설쳐가며  위상력의 응용에 대해서 연구했고, 위상력을 더욱 세밀하고 강력하게 다룰 수 있도록 훈련에 임했다.

 

그 덕분에 나는 유니온 아카데미에서 꽤 높은 순위를 차지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한 주의 아카데미 순위이다. 확인하고, 순위가 낮은 사람은 분발하도록."

 

아카데미의 훈련관이 순위를 공고했다. 아카데미의 학생들은 앞다투어 공고된 용지를 바라보았다.

 

...........

 

그의 순위가 나의 순위보다 앞에 있었다. 게다가 아카데미 수석.. 엄청난 점수차로 2등을 압살시키며 당당히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속이 뒤집힐 것 같았다.

 

"역시나 니가 일등이야."

 

친구들의 비아냥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리자 그가 보였다.

 

여전히 게임에만 몰두하며 성적이 잘 나오든 잘 나오지 않든 별 상관하지 않는 그가 보였다.

 

"뭐?"

"언제나 일등 받으니 좋아? "

"뭐.. 그럭저럭."

"그렇겠지~ 알파퀸의 뛰어난 위상력을 가진 '알파퀸의 자식'이니까!"

 

비아냥 거리는 친구의 말에 순간 그의 손이 멈칫거린다.

 

"하고 싶은 말이 뭐야?"

 

그가 친구들을 째려보며 말했다.

 

"뭐긴 뭐야~ 고작 알파퀸의 핏줄때문에 잘하는 혈통빨이면서 지 잘난듯이 게임하면서 놀고 자빠지지 말라고."

 

뻐억! 큰 소리와 함께 친구가 날아갔다. 그의 주먹이 친구에게 날아가서 정확히 꽂힌 것이였다. 당황하여 어찌할 틈도 없이 그는 그 친구의 멱살을 붙잡았다.

 

"왜? 한 대 치게?  **. 내가 틀린 말했나? 노력도 하지않는 넌 혈통덕분에 줄곧 일등만 하고! 수십배 수백배 너보다 더 노력하는 우리들은 니 같은 ** 깔아주면서 뒤치닥거리 해줘야하는거야?"

 

"네가 뭘 알아!"

 

그가 소리를 질렀다. 친구를 던져버리고서 그는 모여든 친구들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내가 노력을 안 했다고? 게임만 줄곧 하면서 너희들 깔아뭉겐다고? 네가 내가 되어봤어?"

 

"난 노력했어! 네들이 한 것보다 더 많이 노력했어! 그런데 너희들도 그렇고 어른들도 다 같이 똑같은 말만 되풀이 했지. 알파퀸의 아들이라면 이 정도는 당연한 것이라고! 아무리.. 아무리! 노력해도 죽기살기로 해봐도 똑같은 대답이였어! 네들을 그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떤지 알아? 거지 같다고! 나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딴소리 지껄이지마!"

 

친구들을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친구들은 더욱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볼 뿐이였다.

 

'자기는 우리 심정 생각해봤나?', '금수저 주제에 나대고 있어.', '하여튼 재수없는 놈이야.'

 

수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단지 멍하니 있을 뿐이였다.

 

"에이 씨!"

 

자리를 박차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수근거리는 소리는 점점 더 큰 목소리를 가지더니 웅성거림으로 변했다.

 

"저 ** 꼴값떨고 있네.","내가 저 녀석 위상력 가져봐라 저런 소리하나." , "하여튼 재수 없는 놈이야."

 

친구들의 소리를 뒤로하고서 나도 밖으로 나왔다.

 

"아. 슬비야! 너 잘 만났다."

 

선생님이 나에게로 왔다.

 

"저기 슬비야! 그 녀석 좀 찾아와 주겠니?"

 

"그 녀석이라면...."

 

"밖으로 무단 이탈한 그 놈 말이야."

 

"이름을 모르세요?"

 

"몰라. 내가 왜 그녀석 이름을 알아야 되는거지? 그녀석은 그냥 알파퀸의 아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야."

 

"그런..."

 

뒤집히는 속을 가까스로 부여잡고 말했다.

 

"아무튼! 부탁할게 슬비야! 그 녀석 꼭 붙잡아서 데리고 와 줘!"

 

선생님은 자신의 말만 하고서 자신이 갈 길을 갔다. 짜증이 솟구쳤다.

 

그를 찾아서 온 사방을 뒤지고 다녔다. 그리고 겨우 그를 찾을 수 있었다

 

빈 공터에 하나 있는 그네에서 그는 앉아 있었다.

 

"야! 너 얼마나 찾아다녀....."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 소리를 멈추었다.

 

그가, 언제나 게임만을 하는 그가, 뭐든지 무관심하고 냉혈한 같은 그가,

 

울고있었다.

 

"흑...흐흑..나도...나도....이러고 싶지 않았어... 훌쩍.. 왜... 나만.. 이런.. 취급.....훌쩍 당해야 하는거야?"

 

수줍은 그의 볼에 눈물이 타고 흘러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숨어서 그 광경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는 한참을 울다 다시 돌아갔다. 나는 짜증이 사라졌다. 짜증대신 연민과 동정심이 들었다.

 

잠재력과 힘이 있음에도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였다. 그는... 그는

 

벽에 걸터앉아서 생각했다. 눈물이 나왔다.

 

수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인정받지 못한, 단지 사랑에 굶주린 아이였던 것이다.

 

이건 마치...

 

"그냥 쓰다 버리는 도구 같잖아..."

 

눈물이 흘러서 계속해서 나왔다.

 

그와 나는 닮았다. 같은 듯 다른 듯 닮았다. 노력을 해도 힘이 없는 나, 힘이 있고 노력하는 것에도 차별받고 사랑받지 못하는 그.

 

서로의 처지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 후 몇년 뒤

 

나는 아카데미를 성공적으로 졸업했다.

 

길고 길었던 아카데미의 졸업식 날 축하해주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난 그를 찾았다.

 

그는 역시나 홀로서 게임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뭐?"

 

째려보는 눈빛, 이전까지의 나였다면 분명 욕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름을 알 수 있을까?"

 

나는 그러지 못했다.

 

그는 눈이 동그랗게 커지며 말했다.

 

"나...내 이름?"

 

"응... 네 이름. 왜? 싫어?"

"아니,아니,아니! 그게.. 이런 질문 처음이라서.."

 

쑥스럽게 말하는 그, 곧이어서 그는 말을 이었다.

 

"내 이름은.........."

 

"이슬비... 이슬비 요원!"

 

"핫! 넵!"

 

갑작스럽게 놀랐다.

 

"회의 시간에 딴 짓을 하지 말아주세요!"

 

"아.. 죄송합니다."

 

아카데미 졸업 후 나는 '검은 양'으로 들어왔다.

 

그곳에서 만난 관리요원 김유정씨와 함께 일을 진행하게 되었다.

 

"오늘은 슬비 말고도 더 들어도는 인원에 대해 말할 거야. 여기 서류가 있으니 잘 봐두도록 해."

 

서류를 받고서 서류를 보기 시작한다.

 

서유리, 미스틸 테인, j씨.....

 

하나하나의 얼굴과 능력, 나이등을 알아보고서 파악한 뒤 나는 마지막 장을 보았다.

 

"엇.."

 

"왜 그러니 슬비야? 무슨 잘못된 것이라도 있니?"

 

"아니요. 별 것 아니에요."

 

"그래? 그럼.. 난 잠시 밖에 있을 테니 서류는 보고서 책상위에 올려놓도록 해."

 

김유정씨가 밖으로 나갔다. 나간 것을 확인한 나는 마지막 장의 그의 얼굴을 보았다.

 

갈색의 눈빛과 검은 색의 머리... 그리고 선명하게 새겨진 그 이름.

 

어릴 적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세하."

 

나의 입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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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24 23:02:5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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