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너(OPENER)-2. 차원종과 대화를 해보았습니다.

pix캐스터 2016-07-03 2

"흐음...석봉이가 여기에 살았었구나"

-케엑...뭔가 불안하다 케엑...-

-툭 건들기만 해도 무너져 내릴 것 같은 데 이런 곳에서 사는 것이 가능하다는 건가....-

세라누나, 케비, 크리나가 우리 집에 대한 각자의 평을 늘어놓는 것을 나는 아무말도 못하고 듣고만 있어야 했다. 딱히 나도 그들의 평가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왜**...."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정체불명의 물체들 때문에 말을 못했을 뿐.....사이킥 무브라는 것이 이렇게 어지러운 거였나? 웬만한 롤러코스터는 비교하는 것 조차 불가능할 정도....우엑...또.....

"석봉이가 많이 힘들어 보이네....크리나, 석봉이한테 재대로 위상막 씌워줬지?"

-....인간이란 건....그런 간단한 것도 못하는 건가?-

전혀 간단하지 않다고!
그것보다 크리나의 말은 나에게 위상막이라는 걸 씌워주지 않았다는 거고, 그래서 내가...

".........."

".....석봉아....미안.."

"위상막없이 사이킥 무브라는 걸 하면 어떻게 되는 거에요?"

"위상능력자는 상관없다는 데....일반인은....표현불가?"

그런 걸 경험했다는 건가 나는....살아있는 게 신기하네.

"살아남은 사람이 없거든...."

정말 살아있는 게 신기하다. 나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하여튼 미안....크리나가 사람들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어서....차라리 케비한테 부탁할 껄 그랬나..."

-맞다! 나한테 부탁했으면 잘 씌워줬을 거다 케엑!-

휴...역시 케비는 크리나와 다르구나, 같은 차원종이어도 성격은 제각각인 모양이네..

-근데 위상막이 뭐냐?-

.....성격만 좋아.

"하아.....미안해 석봉아. 케비는 또 차원력이 너무 낮아서...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대리고 다녀야 겠네"

"아...괜찮아요. 세라 누나, 뭐 죽은 것도 아니고(죽을 뻔했지만..)"

"하핫!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뭐 죽지만 않으면 되는 거지 뭐!"

너무 죄송해 하시는 것 같아서 위로 좀 해 드렸더니 순식간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거 노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만...뭐 상관없나.


그나저나 우리집 앞에 사람....생명체들이 많이 몰린 건 오랜만인 것 같다. 평상시에는 항상 혼자 였는데....그러다보니....

"........맞다...."

청소를 한지 얼마나 됬드라???!!

"응? 뭐해 석봉아? 어서 문 열지 않고?"

"그...그게..."

한달? 두달? 하여튼 엄청 오래된 것 같은 데? 나야 상관없지만 세라누나는 여자다. 이렇게 더러워진 방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 지는 안 봐도 비디오다. 앞으로 대체 어떤 시선으로 날 바라볼지....

"으윽...그..그게..."

-석봉아! 나 빨리 석봉이 방 구경하고 싶다 케엑!-

케비가 내 다리에 매달리며 말했다. 내 방 하나도 구경할 것 없는 데....게다가 그런 모습으로 애원해도 전혀 설득되지도 않고...하지만 여기서 적당한 이유를 대야 어떻게든 청소를 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뭐라고 둘러대야......으.....

고심 끝에 결정했다. 나는

"청소를 않했습니다."

솔직해 지기로 했다.

"얼마나?"

"한달"

"그정도면 상관없어"

....에?

-....네 멋대로 판단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군. 나는 그런 더러운 곳에는 들어갈 수 없다-

으윽....솔직히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흑..

"크리나 너는 항상 깨끗한 데미플레인에서 살아서 그런거고, 휘하 뱀들이 다 치워주잔아"

-흥, 그런 하찮은 것들은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에효...이제 그런 생각은 버려야 한다니까....어쨋든, 청소가 안 된것 뿐이라면 상관없어. 그러니까 들어가자~"

....우리 집 상태를 상당히 얕보고 있는 모양인데...과연 직접 봐도 그런 말이 나오나 보도록 하자. 그럼....

결국, 열었다. 문을 열자 보이는 널부러진 이불, 여기저기 숨어서 숨밖꼭질을 하고 있는 옷가지들, tv에 연결된 채 대충 놓여진 게임기들.......심하다.

"으윽....."

"그래도 다행히 부엌은 클린이네"

"그....그게 부엌은 먹을 거랑 관련되어서...위생문제 상..."

-나머지는 위생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녀석, 정신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 같군. 아니, 모든 인간이 그러는 건가?-

모두 그런 건 아니야! 그래....나만...이런거야....크윽...

-케엑! 석봉이네 집이다 케엑!!-

케비만 좋아서 내 방으로 뛰쳐들어갔다. 이 더러운 집이 뭐가 좋다고 저렇게 날뛰는 거지....

-뭔가 세라네 집하고 비슷하다 케엑!! 익숙한 분위!!!-

케비의 입이 갑자기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잡힌 모양새가 되었다. 그대로 허공에 떠서 발버둥치는 케비에게 세라누나가 미소지으며 다가갔다.

".........."

"하하~케비야~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집은 무~지 깨끗하다고, 그치?"

-케...케엑....-

"그치?"

콰악! 이번에는 진짜로 손으로 쥐었다.

-그..그렇다 케엑!-

케비는 거짓말을 할 줄 모릅니다. 표정이 전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네...그나저나 세라누나도 의외다. 엄청 깔끔하게 살 줄 알았는 데.

"저..정리같은 거 정말 순식간이니까! 어쨋든! 먼저 부엌에 가서 차라도 한잔 마실까나?? 하하"

세라누나가 어정쩡하게 웃으며 집 안으로 들어왔다. 청소부터 해야 할 텐데....청소하고 나면 차 한잔 할 시간이 남을까..?

"처....청소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아, 걱정 마 석봉아. 이 누나가 순식간에 해치워 줄테니까. 말 했잔아? 정리같은 거, 순식간이라고"

......말이 순식간이라는 거지, 그게 진짜..........

 

".....위상력이라는 거,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거에요?"

"딱히 어디어디에만 쓰라고 정해진 힘은 아닌데..?"

"그...그렇구나..."

진짜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이불이 스스로 개어져서 이불장으로 날아가고, 옷들이 뚜벅뚜벅 걸어서 옷장속으로 들어가고, 게임기들이 서랍장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1분은 걸렸나? 정말 순식간에 집이 엄청 깨끗해졌다....

"케비는....주스?"

-토마토 주스가 좋다 케엑!!-

없는 데......

"오렌지 주스밖에 없네...."

-케엑...오렌지 주스도 좋다...케엑..-

뭔가 상당히 풀이 죽어서 미안해졌다. 딱히 잘못한 건 아닌 데....그나저나 차원종이면서 주스를 좋아하는 구나....특이하네.

"크리나는? 맥심?"

-흥, 내가 내가 그런 저급한 걸 먹을리가 없지 않나-

저급한 거라니....상처받았어....

"하하, 미안해. 크리나는 직접 내린 커피가 아니면 않 먹거든..상당히 까다로운 입맛이라니까"

"아뇨...괜찮아요. 누나가 사과할 것 까진....."

세라누나가 숟가락으로 컵에 든 커피를 저으며 식탁에 앉았다. 케비는 내 무릎에(무겁다..), 세라누나와 그 옆에 크리나가 반대편에.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케비가 케엑케엑 거리는 건 제외).
.......이쪽에서 말을 꺼내야 하나...?

".....미안해 석봉아"

"네....네?"

"갑자기 이렇게 쳐들어와서...오프너라든지 미래라든지 생뚱맞은 소리나 하면서 말이야.."

"에...그게...저..."

아까 전까지는 달리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 오히려 섣불리 괜찮다고 말하기가 힘들었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했다. 오프너라든지 미래라든지, 믿을 수 없을 이야기만 해대고.

"석봉아..."

"네?"

"지금 혹시....무섭니?"

"아니요"

...어? 나 방금...무심결에....

"아니라고?"

"어...그...그게.."

-어째서지??!-

크리나가 이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나와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뭔가...화난 듯하다. 그것도 엄청, 대체 왜?

-나는 차원종이다. 언제 너의 목숨을 빼앗을 지 모른다고? 뭣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할 수 있지-

-케엑!! 그건!!-

"케비야"

크리나의 손에서 푸른 광채가 피어나왔고, 케비가 격하게 반응하려 했지만 세라누나가 케비를 진정시켰다. 그리고 크리나는 세라누나도, 케비도 신경쓰지 않은 채 푸른 광채를 이쪽으로 휘둘렀다. 정확하게, 내 목에서 1cm정도 떨어진 곳까지

".........."

-무섭지 않은건가? 눈 앞의 공포를 보고도? 이 푸른광채가 너에게 스치기만 해도 네 몸은 조각조각나 흩어질 것이다. 내가 이 팔을 조금만 움직여도 너는
죽는다고?-

"무섭지 않아"

"....뭐? 어째서지?"

"않 움직일 거잔아"

무심코, 단언했다.

"미안, 왠진 모르겠어. 하지만 너, 그 팔을 움직이지 않을 거야"

미쳤나보다. 뭘 근거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크리나가 정말 조금만 팔을 움직여도 내 목은 조각날텐데. 죽음을 앞둔 사람은 **다는 말이 사실인 거였나. 그렇다면...**김에..
할 말은 다 하고 가야겠다.

"아까부터 너. 뭔가 이상해. 차라리 정말로 날 그런 식으로 취급하든가. 그런 툭툭 던지는 그런 말투. 말은 해야 겠는 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무심코, 아니 그런 말 밖에 모르겠다는 그런 말투, 그런 생각이 고스란히 튀어나오든데? 미안하지만, 연애쪽 게임은 정통이라, 분명 남이 들으면 그냥 톡톡 싸는 말투처럼 들리겠지만 이쪽은 다 알겠드라고"

-네 녀석...대체 뭘 말하는-

"너, 사람들이랑 접촉한 적이 거의 없지"

-....!!-

"표정 보니 맞네. 기억 속에 새겨진 건 사람들은 적이라는 기억 뿐, 사람을 미워하고, 사람에게 미움받았던 기억밖에 없어.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 지 전혀 모르겠어 "

"가급적이면 말은 적게, 상황봐서 말 해야 할 타이밍에 한마디씩만, 하지만 말을 꺼낼때마다 인간에 대해 모른다는 거, 인간에 대해 알고 싶지 않다는 거, 그런 것만 계속 튀어나오네"

-.....-

"이제는 적이 아닌 데, 미워해선 않되는 데, 하지만 역시 볼 때마다 떠오르는 건 널 미워하던 사람들 뿐. 그래서 자꾸 자꾸 미워하게 되. 그래서 외면하고, 떨어지고, 무시하는거야. 그러면 되니까. 그렇게 하면 적어도 미워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대체 내가 크리나에 대해 뭘 안다고, 차원종에 대해 뭘 안다고. 하지만, 그냥 터져나왔다. 이렇게 생각되는 걸, 이렇다고 확신이 드는 걸 어찌 할 수가 없었다. 설사 이게 그저 나만의 생각이라 해도....그냥 무작정 지껄여 벌였다.

-그래-

크리나가, 손의 푸른 휘광을 누그러트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케비와 달리 나는 차원전쟁의 경험자이기도 하지. 숱하게 많은 클로저들을 상처입히고, 숱하게 많은 클로저들에게 상처입었다. 내겐, 그런 기억밖에 없어. 우리를 죽이겠다는, 그런 인간들의 얼굴밖에는-

-그래서 차원전쟁이 끝난 뒤로는 항상 데미플레인에 틀여박혀 사람들과 일절 접촉하지 않았다. 한 두번 만나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구역질이 났지. 사실 이번 임무도 그분의 말이 아니었다면 절대 맡지 않았을 거다-

-대체 왜 그런 임무를 내개 내리셨는 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나보다 더 뛰어난, 인간과 더 잘 소통할 수 있는 이무기들은 차고 넘쳤는 데, 왜 하필 나에게-

"대단하네, 그 사람"

-.....뭐?-

"덕분에, 날 만났잔아?"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네 녀석...-

"내 얼굴이....널 죽이고 싶은, 네 적으로 보여?"

-흥, 네까짓 것이 무슨.....-

"그렇지? 그렇게 않 보이지?"

-............-

"그럼 된거야, 적어도 나 하나는 네게 적이 아닌 사람으로 인식됬다는 거, 그거 하나면 엄청난 거 아냐?"

-칫...-

"나는 네 적이 아니니까, 내가 그걸 알았다면, 그거로 할 발 나아갔다는 거잔아?"

-.....시끄럽다...-

"아, 그리고. 너 그거 알아?"

-또 뭘 말이냐-

"너, 이번에 처음으로 눈 마주치면서 말했다?"

-............칫..짜증나는 군-

크리나가 내 눈을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리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는 미처 말릴 틈도 없이 그대로 집 밖으로 떠나버렸다.......

"....어래....나가버렸네..."

"복잡해서 그럴거야. 크리나에게 그렇게 말해준 사람. 너가 처음이니까"

세라누나가 크리나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말했다. 머리가 복잡하다고 가출입니까....들어온지 얼마나 됬다고...뭐 잠시 생각할 시간 정도는 필요할까나. 받아들이는 데도...

"그나저나 석봉아"

"네?"

"어째서....크리나에게 그렇게 말한 거야?"

"아....저...그게...저도 잘 모르겠어요...그냥.."

크리나가 나가니 나도 덩달아 포멧상태가 되어 버렸다. 내가 아까 대체 무슨 정신상태로 그렇게 말한 거지?? 귀신이라도 들렸었나?

-석봉이, 굉장히 멋있었다 케엑-

"응?"

-사실 미래에서도, 우리 차원종에게 그렇게 다가와주는 인간, 별로 없다. 서로 적이 아니라는 것 정도일 뿐, 그렇게 말해주는 사람 없다. 그런데 석봉이, 미래에서 온 사람이 아닌데도, 여기서는 우리는 아마 사람들의 적일 텐데도, 그렇게 말해줬다. 케엑-

"케비..."

-굉장히...기뻤다..케엑-

케비가 그렇게 말하며, 내 배에 얼굴을 파묻었다.

"....오렌지 주스...다 묻었네..."

얼굴 부비지 말아주었으면 좋겠는 데....얼룩 번지겠네.

"저...사실 차원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니까요"

"....?"

"클로저들처럼 차원종들과 싸우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책이나 tv에서 보는 것 정도인데요 뭐. 그러다가 오늘 처음 차원종을 만났네요. 솔직히 처음에는 굉장히 무서웠어요. 어디서든 차원종은 인간의 적이라고 말하니까, 적을 만난 거잔아요?"

"그렇지...적이지. 차원종은"

"하지만...전혀 그렇게 않 보였어요"

"그래?, 그럼 어떻게 보였길래?"

어...어떻게? 그...그건...

"치.....친구같아 보였어요...."

".....친....구..."

"그렇게..세라누나와 케비가 서로 장난친다는 것이, 차원종과 인간이 서로 장난치고 노는 것이 너무 당연해 보였어요. 그런 거, 친구잔아요? 보통.."

".....고마워....."

"...네?"

"정말....그렇게 말해줘서....고마워"

세라 누나의 눈 근처에 이슬이 맽힌 것 같다. 눈물? 그...그저 난 내가 느낀 점을 있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그렇게 까지 고마워 하실 필요는 없는 데...

"원래 모든 걸 다 일일히 설명해야 겨우 납득시킬 수 있을 거란 생각이었는 데...다행이네. 석봉이가 차원종을 그렇게 생각해줘서"

"네? 저가 차원종을 어떻게 생각했길래"

"친구라며?"

"아....저...그건 세라누나와 케비를 봤을 때 느낀 건데..."

-케엑!!?? 석봉이는 나랑 친구 아니었냐 케엑!!?????-

아, 여기서 아니라 하면 진짜 나쁜 놈 되는 데....

".......친구 맞지..."

-그렇다 케엑! 석봉이랑 나랑 친구다. 케엑!-

다시 얼굴을 비벼대는(이 티셔츠는 이제 끝났다) 케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의자가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어보니 세라누나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누나?

"원래 함께 있을 생각이었는 데, 생각이 바뀌었어. 석봉이라면 완전히 맡겨도 될 것 같은 기분?"

"뭘....요?"

"케비하고 크리나"

함께 살게 하겠다는 말....정말이었냐...

"케비는 그렇게 큰 문제가 않되겠지만....크리나는 석봉이가 많이 도와줬으면 해. 석봉이가 정확하게 꽤뚫어봤거든. 사람들에 대한 않 좋은 기억밖에 없어서...하지만 오늘로 좋은 기억도 생겼으니까. 이따가 돌아오면 맛있는 거라도 해줘? 참고로 크리나는 크림 파스타를 가장 좋아한다?"

....못 만드는 데....그렇게 말해주셔도....이따가 편의점가서 간편 조리 파스타라도 사와야 하나...

"그럼...나는 이만"

세라누나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하...설마 진짜 가시는 건가...

"아, 석봉아!"

"네?"

"케비는 잠잘 때 많이 뒤척거리니까, 조심하도록 해!!"

"아...감사합니다...."

"내일 애들 학교 보낼 때도 늦지 않게 보내고! 참고로 둘 다 너랑 같은 반이야! 그럼 이만!"

네.....어? 방금 학교...라고?

"자..잠깐만요!!!!"

뒤늦게 알아차리고 세라누나를 불러보았지만 세라누나는 이미 떠난 뒤였다. 이 애들을....학교에 대리고 가라고...?

".....케비야....."

-...케엑?-

"나 어쩌냐?"

-학교 가고 싶다 케엑!-

망할...

 

 

크리나는 거의 저녁시간에 딱 맞춰서 돌아왔다. 차원종이어도 배는 고픈 걸까, 세라누나 말대로 편의점에서 인스턴트 크림 파스타를 사왔는 데...

-이거, 재대로 된 것이 아니군?-

"단밖에 알아맞추시네요...."

-내가 못 알아볼리가 없지 않나. 잘도 나를 속여넘기려 했군?-

"....죄송합니다...."

크리나의 두 눈에서 불꽃이 번뜩인다. 아...내 명은 여기까지 인건가...

-......뭐, 가끔 이런 것도 먹어둬서 나쁠 건 없겠지-

"....엥?"

크리나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않고 얌전히 파스타를 먹었다. 물론 같이 있은 지 하루도 (반나절도) 않되긴 했지만.......이런 성격이 아니라는 건 들었고 또 느꼈는 데....뭐 다행이다.

-케엑!! 맛있다! 케엑!-

케비는 뭘 줘도 잘 먹는다는 말 그대로이고. 다행이네, 반찬투정할 일은 없어서

-아! 크리나! 말할 게 있다 케엑!-

-음? 뭐지?-

-내일부터 학교에 가야 한다는 세라의 말이다 케엑!-

-역시 이 녀석을 죽이는 게 가장 빠르겠군!!!-

"잠깐 나는 왜에!!!"

크리나의 주위에 파란 화살들이 떠오르더니 나를 향해 덮쳐들었다. 내 명은 이걸로 여기까지,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


"아직 않 죽었다!!!"

헉...헉...살아있다. 눈부신 햇살! 푹 자다 일어난 개운함. 살아있어! 살아있다고! 다행히 살아는 있는 데!!

"어젯밤 그 화살 맞은 뒤로 필름이 끊겼다......."

........기억을 되돌려, 저녁먹다가 화살맞고, 끝. 어래...

"중간에 설거지 같은 건 않 한건가..."

얼굴을 부비며 잠자리에서 일어나려는 대 배개 옆에 뭔가 편지같은 게 놓여있었다. 보니까 세라누나가 남기고 간 거다. 읽어보니

'떠난 지 1시간만에 너가 죽을 것 같다는 케비의 연락을 받고 돌아와보니 너는 쓰러져서 거품을 물고 있고 케비는 그런 너를 붙잡고 방방 뛰고 크리나는 -이...이럴 생각은 아니었다!!-라며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고 있고.....불안해지네 하하. 하지만 이건 석봉이가 약해서지 딱히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던 건 아니니까. 아! 그리고 애들 옷은 네 서랍에서 3번째 칸. 애들 파자마 잘 개어서 넣어놓고 후딱 교복으로 갈아입혀서 학교로 대려가! 케비는 걱정 말고 크리나 좀 도와줘! 애들 겉모습에 현혹되지 말고! 차원종의 친구였던 석봉이인 거니까!! 참고로 입학 수속은 다 맞춰 놨으니까!"

...........애들 겉모습에 현혹되다니, 이건 또 왜 써놓은 거야.
그나저나 애들 옷은 3번째 칸에 있다니....그런 거 알려줘 봤자다. 게다가 파자마? 물론 추울까봐 챙겨주는 건 좋지만 애내들 그런 거 필요 없지 않나? 게다가 교복 입힌다 해서 애들이 사람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아니고.....하아
부스럭

"냐...벌써 아침인 거냐 냐...?"

"어, 케비, 일어났....."

........

"냐? 석봉이? 왜 그렇게 쳐다보냐 냐?"

............헝클어진 짧은 흑발, 귀여운 얼굴, 작고 여린 몸. 분명 내가 아는 케비는 커다란 뿔 달린 머리에 작지만 단단한 몸통이었는 데? 왜 갑자기 이런 여자애가 내 옆에서 일어나는 거지?

"으.......머리가 꽤나 아픈 데....잠을 재대로 못 잔 것 같군....."

크리나의 목소리, 약간 기계음이 섞인 듯한 차원종의 목소리가 아니다. 진짜, 인간의 목소리다.

"...서...설마...크리나도...."

벌떡 일어서서 거실로 나가보니, 비틀비틀 걸어오는 크리나가 있다. 크리나의 몸 색깔이었던 밝은 은색의 머릿결. 근육잡힌 단단한 몸이 아닌 만화에나 나올 법한 완벽한 여성의 몸.........

"뭘 그렇게 보는 거냐? 네 녀석은..."

"....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이 두명의 차원종에 대한 내 감상평은, '허.'이란 말 한마디였다.

 

 

와~ 겨우 반나절 본 것 만으로 크리나의 마음을 꿰뚫어버렸네요! 평범한 남자라면 절대 불가능 이겠다만 석봉(작가)같은 경우라면 미사일 연속 발사 시스탬 게임을 하도 많이 해봐서 단 3구절만 들어도 상대방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죠!! 랄까 NPC 석봉은 되게 겁 많은 석봉인데 여기 석봉은 되게 멋지네요. 목에 칼이 들어왔는 데도 끄덕안고...ㅎㄷㄷ

2주일 간격으로 올린다 했는 데 그 이유가 유학을 와서 2주일에 1번 집에 돌아가기 때문이었는 데, 생각해 보니 메모장에 써 놓고 PC방에서 그대로 CTRL C 하고 CTRL V 하면 되는 거였네요. 초 간단.....

고로, 차원종과 마음을 열고 친구가 된 석봉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석봉이는 차원종들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련지...

2024-10-24 23:02: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검색 결과가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