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26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17 0

"박준우, 네가 학교를 나오다니."
"뭐야? 이세하. 내가 학교를 나온 게 불만이야? 하긴 뭐 그러겠지. 네 절친한 친구를 내가 지금까지 실컷 가지고 놀았으니까 말이야. 마침 저녀석도 학교에 나오게 되었네."


준우는 세하와 마주하면서 서로 으르렁 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댈 수는 없는 입장이다. 세하는 클로저고 준우는 국회의원의 아들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될지 몰라서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볼 수밖에 없었다. 준우가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


"뭐, 상관없어. 이세하, 네가 언제까지 클로저로써 활동할 수 있는지 지켜보도록 하지."


준우는 이렇게 말하면서 복도로 나갔다. 그가 문을 닫고 나가자 세하는 한숨을 내쉬면서 나에게 다가왔다. 도저히 상대할 수가 없다. 그렇다고 힘으로 제압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미칠 노릇일 것이다. 나는 그래도 라이칸 토스라서 이제는 참을 만 했지만 세하는 내가 차원종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인간형으로 있어서 인간으로 보이는 거 뿐이다. 세하는 나를 얼마나 생각해주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나도 세하의 기분을 이해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도와줄 수는 없다. 그러는 순간 난 바로 정체가 들키게 되니까 말이다.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 방법을 또 모색해야되는 상황이었다.


"주목, 오늘 수업은 하지 않기로 했다. 현장체험학습을 간 학생들이 실종되어서 말이야. 이런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할 수가 없구나. 오늘은 이만 집에 가도록 하렴."


담임선생님의 말씀에도 학생들은 누구도 기뻐하지 않았다. 친구들이 실종되었다는 데 좋아하는 게 이상한 거다. 아마 한 두명은 있겠지만 다른 학생들에게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할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런 애들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어차피 나와 별로 친하지도 않는 친구들이었으니까 말이다.


머리를 굴려야 한다. 클로저지만 나는 세하를 적으로 삼을 생각은 없다. 세하가 지금까지 날 걱정해준 것을 생각해서 어떻게든 준우 문제를 해결해야될 거 같았다. 세하는 오늘 회의있다면서 먼저 나갔고, 나머지 학생들도 나가자 교실 안에는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강재호 교수님의 선택지가 자꾸 맘에 걸렸다. 라이칸 그룹에서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너무 가혹한 현실을 직설적으로 말했다. 세상은 악하다. 나는 홀로 스마트폰을 꺼내 전에 봤던 동영상을 재생시켰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강재호 교수입니다. 선택지에 대해서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그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세월호입니다.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시는 분이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선장과 선원들이 학생들을 죽였다고 했습니다. 당연합니다. 그들은 맡은 바 책임을 다하지 않았으니까 말이죠. 그들의 죄는 용서받지 못할 정도죠. 하지만 왜 그들은 그렇게 했을까요? 학생들에게 원한이라도 있었던 걸까요? 절대 아닙니다. 단원고 학생들과 처음만났을 텐데 원한같은 건 가질 리가 없죠. 그들은 배를 조종하는 일을 하는사람들이라 학생들과 마주치는 일이 없어요. 그럼 어째서 그렇게 행동했을까요?


그는 모두에게 묻는 듯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미쳤다고 하던지 정신이상자라고 하던지, 돌아이라는 등 욕설이 들어간 놈이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사실 궁금하기도 했었다. 왜 그 사람들이 그런 잔인한 짓을 했는지 말이다. 강재호 교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그들은 선택을 한 겁니다. 자신들이 살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키는 것을 선택한 거죠. 제가 말했었죠?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타인을 희생시킬 것인지 아니면 타인을 살리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인지 말이죠. 이 선택이 쉬울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은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하면 죽으시겠습니까? 단 한번밖에 없는 인생인데 말입니다. 손 들어 보세요. 지금 당장 죽으라고 하면 죽으시겠습니까? 아무도 없군요.


나라도 손을 들지 않을 것이다. 막상 그 상황이 오면 나는 심한 갈등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아마 세월호 선장들과 선원들도 두가지 선택지에서 혼란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선택했다. 자신들의 목숨을 구하고 타인들을 희생시키기로 말이다. 그 결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다. 절대로 용서받지 못할 짓이라고 말이다. 확실히 그건 나도 공감한다. 그럴 거면 애초에 방송으로 왜 가만히 있으라고 말하겠는가? 아마 혼란때문에 자신들이 탈출하는 게 늦어질까봐 그런 걸지도 모른다. 막상 상황이 닥치면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를 사람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그들은 살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것에 따라 세상사람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는 신세가 되었죠. 자업자득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라면 그 선택을 쉽게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 가능하다고 말하겠죠. 하지만 막상 그 상황이 닥칠 때 여러분은 반드시 갈등하게 될 것입니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여러분이 어떻게 선택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죠. 원래 인간이란 이런 존재입니다. 누구나 살고 싶어하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는 법이니까요.


동영상은 여기서 끊겼다. 일 리가 있는 말이다. 사람은 말이 쉽지 행동으로 옮기는 건 어려운 법이었다. 정치를 욕하는 사람들도 막상 정치가가 되면 어떻게 될까? 나는 이런 혼란 속에서 괴물이 되어 있었다. 과연 이대로 살아갈 수 있을까? 세상은 나를 조금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는 거 같다. 끊임없이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고 있었다. 정체를 숨기기 위해 친구의 일을 모른 척 할 것인지 아니면 힘으로라도 해결해서 정체를 밝힐 것인지 말이다. 분명히 방법은 있을 지도 모른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 잘만 해결해왔지 않았는가? 분명히 이번에도 방법이 있을 거라고 나는 믿었다.


강재호 교수, 그를 한번 만나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행방불명이고 라이칸 토스에게 당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건 잘못된 정보라는 건 알고 있는 사실이다. 강재호 교수가 라이칸 토스라는 건 Union에서는 아직 모르니까 말이다. 나는 반드시 그 교수님을 만나야될 거 같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될 지 말이다. 도저히 내 힘으로는 감당하기가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계속 이런식으로 살아가는 건 질색이다. 그러니 방법을 찾아야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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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여기는?"

"정신이 들어?"


슬비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을 내려다보는 준우를 쳐다보았다. 주변환경은 어딜봐도 폐건물인 게 티가 났을 정도다. 그리고 기둥이 그녀의 등 뒤에 닿아있었고, 양 손은 등 뒤에 있는 기둥을 감싼 채로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그녀는 기억을 되돌려 보았다. 분명히 오늘 수업이 일찍 끝나고 나서 준우가 자신을 불러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귀찮게 한 거 사과하는 의미에서 음료수를 한잔 마셨을 뿐인데 그 뒤로 잠이 들었더니 여기에 온 것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짓이냐고? 너야말로 무슨 짓이지? 슬비 네가 우리 사이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너 때문에 내 마음이 얼마나 망가졌는지 알기나 해?"

"네가 자초한 일이야. 어서 날 풀어줘! 안 그러면 가만 두지 않겠어."

"가만 두지 않겠다고? 어떻게 할 건데? 위상력이라도 쓰게? 불가능할걸?"


슬비는 염동력으로 수갑을 끊어버리려고 했지만 어째서인지 위상력이 나오지 않았다. 아마 수갑 때문이 아닌가 그녀는 생각했고, 준우는 광소를 터뜨리면서 말했다.


"그 수갑은 위상능력자 수감용으로 쓰이는 거야. 위상력을 절대 사용하지 못하지. 다시말해, 너는 이제 내 포로가 되었다 이말이야. 슬비야. 얌전히 굴면 내가 잘해줄 수도 있어."


준우의 한 손이 슬비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자 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려고 했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준우는 오히려 반항적인 슬비가 맘에 들었는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아?"

"물론이지. 나는 이제 사람이 아니라서 말이야."


준우는 품에서 수면제를 하나 꺼내 그것을 단번에 들이켰다. 슬비는 갑자기 뭐하려는 건지 몰라서 그것을 보다가 눈이 크게 떠지면서 경악했다.


"크아아아아!!"


준우의 몸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도 라이칸 토스로 말이다. 슬비는 설마 준우가 라이칸 토스라는 사실을 예상하지도 못한 상황이었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바로 앞에서 변함으로서 포효하는 모습, 저절로 몸이 마비가 되는 듯한 상황이었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02: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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