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1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6-06-01 0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기분은 어떤가? 식인종들은 어떠한 기분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었을까? 아직도 현존하는 식인종이 있다고 나는 알고 있다. 집에와서 이불을 뒤집어 쓰면서 나는 생각했다. 이빨에 말랑한 살이 박히는 감촉말이다. 맛을 제대로 음미하지 않았지만 먹을 만 했다.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뼈까지 다 씹어먹었다. 옷도 찢어서 먹어서인지 느낌이 불쾌한 부분도 있었지만 나는 사람이 아니라서 체하지는 않았다. 이게 바로 라이칸 토스, 그리고 없던 힘이 생겨난 기분이었다. 힘이 세진다? 그래, 그렇게만 된다면 나는 더 이상 불량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아도 될 지도 모른다. 혹시 인간인 상태인데도 적용되는지 시험삼아서 침대를 한손으로 들어올려보았다.
"헉."
저절로 놀라게 만들 정도로 벌어진 일이다. 침대를 한손으로 가뿐히 들어올린 것이다. 무게가 얼마나 되는데 내가 이런 괴력을 가지게 되었단 말인가? 사람을 많이 잡아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내가 그 때 잡아먹은 불량배들은 20명정도 되어보였다. 그러니 내가 이정도로 세지고도 남을 것이다. 감염자인 상태인 나는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하지만 이렇게 강해지는 것도 필요할 거 같았다. 라이칸 그룹을 위해, 그리고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서 말이다. 나는 모두를 위해 쓰고 싶었다. 적어도 내 친구들은 라이칸 그룹과 싸우지 않기를 원했다. 그들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니까 말이다. 라이칸 그룹에게도 그렇게 말하고 싶었다. 내 친구들을 죽이는 건 내가 허락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이렇게 생각하자 나는 해결방안을 제시한 거 같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했던 행동에 후회가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사람을 수십명이나 잡아먹었다. 끔찍한 경험이다. 내 마음속의 두개의 마음이 서로 충돌하는 걸 느꼈다. 한쪽은 잘한거라면서 앞으로 그렇게 잡아먹어서 강해지라고 강요하고 있었고, 다른 한쪽은 그건 끔찍한 살인행위라고 하면 안 된다고 강요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건 올바른 일이 아니다. 누군가를 죽이는 건 절대 정당화 될 수 없다. 합법적으로 가능한 건 전쟁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전쟁... 맞다. 나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Union을 상대로 말이다. 슬비와 세하, 유리도 Union 소속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원하지 않는 진행이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나는 모르겠다. 내가 원하지 않은 결말이다. 힘이 세진 건 잘된 건지도 모르지만 내 운명이 멋대로 결정되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왜 라이칸 토스가 되었는가? 물리거나 할퀴어서가 아닌 다른 뭔가의 이유로 되었다는 것, 나는 알고 싶었다. 그 날밤, 날 습격한 라이칸 토스가 누구인지 라이칸 그룹에게 물어봐야될 거 같았다.
휴대폰 전원을 키고 라이칸 그룹 리더에게 연락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바탕화면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그러자 부재중 전화가 70건 정도였고, 그 중에는 슬비와 세하, 유리가 대부분 이었다. 오늘도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걱정한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럴 만도 하다. 그들은 내 친구니까 말이다. 나는 누구에게 전화를 걸까 생각했지만 역시나 세하에게 거는 게 더 나을 거 같았다. 슬비에게 걸면 왠지 말을 제대로 못할 거 같았고, 유리와는 그렇게 친하게 지내는 관계가 아니라서 어색할 거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세하에게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석봉아! 어떻게 된 거야? 오늘 학교도 안나오고 무슨 일 있었어? 너희 부모님께서는 네가 학교간 걸로 알고 있는데 어디갔었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될 지 몰랐다. 라이칸 그룹에게서 있었다가 돌아오는 길에 불량배들을 잡아먹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세하는 아직 내가 라이칸 토스라는 사실을 모른다. 이건 무슨 일이 있어도 숨겨**다. 왜냐하면 그들이 친구라해도 일단은 Union의 지시에 따르는 클로저니까 말이다. 잠시 고민하다가 한가지 변명거리를 말했다.
"으응, 그게 오늘은 학교가기가 무서워서 가지 못했어."
세하는 내 말을 듣고 혹시 준우일행때문이냐고 묻자, 나는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게라도 해서 속여야되는 상황이다. 세하는 내일 학교에 나올 수 있냐고 물었고, 나는 나갈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학교, 준우일행은 아마 또 나를 추궁하려고 들 것이다. 어디갔냐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울 필요없다. 준우일행에게 이제 구타맞아도 멀쩡할 거 같으니 말이다. 혹시나 내 맷집도 단단해졌는지 시험해볼 필요가 있었다. 나는 내일 학교가겠다고 말하고 나서 전화를 끊었다.
부모님에게는 뭐라고 설명드려야될까? 단지 따돌림때문에 괴롭다고 해야될 거 같았다. 부모님도 나에 대해서 잘 아니까 아마 이해해주고도 남을 것이다. 그래, 이렇게 넘어가면 된다. 그리고 학교에서 준우일행에게 구타를 당해도 멀쩡하면 나는 이제 더 이상 학교가 두렵지 않을 거 같았다. 다만 라이칸 그룹이 좀 무섭겠지만 말이다. 오늘 밤에도 나가야되는 상황이다. 리더님께서 사람들을 사냥하러 가자고 할 테니까 말이다. 거절하고 싶지만 따를 수밖에 없다. 지금 가진 힘보다 더 강해져야될 지도 모르고, 가지 않으면 라이칸 그룹이 또 누구를 습격할 지 모른다. 혹시나 친구들을 습격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서 그들의 행동을 감시해야 될 거 같았다. 여차하면 내가 리더를 말려서라도 슬비와 세하같은 친구들을 절대로 습격하게 두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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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시간, 나는 부모님에게 생각했던 말로 설명하자 예상대로 부모님께서는 내 입장을 이해해주셨다. 준우 아버지가 국회의원이라는 것만 아니었어도 부모님이 어떻게 하셨을 거 같은데 말이다. 학교 선생님들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내일은 학교간다고 자신있게 말하자 부모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말 괜찮겠냐고 묻기도 하셨지만 나는 정말로 괜찮다고 확신을 가지며 대답했다. 내 몸이 평범한 인간이었다면 불가능했지만 지금은 평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흰밥과 반찬을 먹는데 어째 맛이 조금 이상했다. 평소의 내 입맛과는 달라진 거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남길 수는 없다. 부모님이 힘들게 일해서 벌어온 식량인데 그것을 마다할 이유가 어디있겠는가?
식사를 마치고 나는 양치질을 하면서 이빨 사이에 낀 살점들을 떼어내고 있었다. 전부 사람의 살점이다. 부모님이 이 사실을 아셨으면 아마 기절했을 것이다. 빨리 제거해야지 이거 안 되겠다. 증거를 없애기 위해 구석구석까지 칫솔질을 해가면서 살점을 전부 떼어내기 시작했다. 이것들을 보면서 내 가슴 속의 심장이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정말 이대로 좋냐며 말이다. 나는 싫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내가 어쩌다가 식인종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단 말인가? 살점들이 꿈틀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각자의 살점 주인들이 내게 외치는 거 같았다. 왜 날 잡아먹었냐고 말이다.
하지만 내가 그러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나는 분명히 그러지 않으려고 했는데 방망이에 잘못맞아서 기절한 후에 내가 그 모습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따지고 보면 변하게 만든 그들이 잘못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바로... 라이칸 토스라고 스스로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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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님이 잠드신 밤에 창문을 통해 몰래 조용히 빠져나와서 라이칸 그룹이 있는 곳으로 갔다. 리더님과 일행들은 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고 내가 오지 반갑게 맞이한 리더님이었다.
"어서와. 약속대로 와 주었군 그래."
"네. 리더님. 그런데 저희의 목표물은 뭐에요?"
"우리가 갈 곳은 바로 폭력조직 헤리오스 파야. 최재석이가 알아낸 정보에 의하면 그들은 오늘 밤에 불법 마약거래를 하기로 예정되어 있다고 해. 우리는 그들의 뒤를 몰래 미행하면서 그 현장에 나온 인간들을 전부 덮치는 거야."
내 친구들을 덮치는 게 아니었다는 것이다. 후유, 그거야 말로 다행이다. 최태인 리더님은 싱긋 웃으면서 간만에 포식 좀 하겠다고 혀를 낼름 거렸다. 나머지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내가 봤을 때는 아마 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보다 더 강해진 만큼이나 그 사람들을 잡아먹어야된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그래야될까? 하지만 좋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상대는 친구들이 아닌 단지 사회의 쓰레기라고 알려진 조직 폭력배다. 그들을 잡아먹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 같은데 그게 옳은 것일까? 내 마음은 또 다시 두개로 나뉘어 서로 싸우고 있었다. 어차피 쓰레기인데 잡아먹어도 상관없다거나 쓰레기라도 같은 사람인데 그런식으로 살인을 하는 건 정당하지 않다고 내 귀에 똑똑히 들렸다.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뛰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애쓰고 있었다.
"너 왜그래? 몸이 안 좋아?"
"아니에요. 갈 수 있습니다."
"그래. 어서 출발하자. 얘들아."
우리는 그렇게 출발했다. 나는 그들의 움직임을 본다. 나보다는 빠를 정도의 수준, 나도 빠르게 달려갈 수 있을까? 시험해보니 그들 만큼이나 빨리 달릴 수 있었다. 리더님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지만 미소를 띠면서 앞장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