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누스의 기사(Knight of Janus)-7편

에피메테이아 2016-05-25 0








변함 없는 야간연재! 인 겁니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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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판 더요! 한판만 더!”

유리가 눈을 빛내며 다시 일어섰다. 머리를 얻어맞은 충격은 금세 머리에서 지운 듯했다. 씩씩한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소피아는 기꺼이 그녀의 요청에 응해주었다.

“다들 실수야 한 번 정도는 하지. 실전에서만 그러지 않으면 된다.”
“알겠습니다. 그럼 갑니다!”

2번째도 선공은 유리였다. 아까의 일을 교훈 삼아, 이번에는 머리가 아니라 옆구리를 베는 형태로 죽도를 휘둘렀다. 정식 검도가 아니라 차원종과의 전투를 하며 익힌 자세였다. 약간 달라진 자세를 보고 소피아 또한 죽도를 바로잡았다.

“윽…….”
“또?”

그리고 아까의 일이 반복되었다.
유리가 옆구리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섰다. 이번 공격도 아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포기하지 않고 재차 발을 박찼지만, 짧은 순간에 몇 번이고 여러 곳을 골고루 두들겨 맞기만 했다. 한 번 죽도를 휘두르면서 다섯 번은 얻어맞는 것 같았다. 운 좋게 소피아 근처에 닿는 공격도 있었으나, 그 공격들은 소피아가 휘두르는 죽도에 어이없이 튕겨져 나갔다. 싸우는 격이 너무 차이가 났다.

“빠르게 공격하는 거야 좋다만, 남의 빠르기도 잘 봐야지. 그래서는 자기 몸도 무방비하니라.”
“끄응! 어디서 오는지 느껴지지도 않는 걸요.”
“네 실력이라면 느낄 수는 있느니라. 단지 실력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거지. 다시 오거라.”

충고를 듣고도 유리는 소피아의 공격을 ** 못했다. 달려들다 얻어맞는 장면이 몇 번이고 반복되었다. 약이 오른 그녀는, 차라리 자신의 공격에만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죽도에 실린 위상력이 조금 더 예리해졌다. 유리가 지나가는 뒤편으로는 푸른색 잔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인은 왕도를 제시한 건데 말이다. 뭐어, 그 방법으로 돌파가 가능하다면 그거로도 좋겠구나.”

자신이 한 말이 무시당했음에도 소피아는 화내지 않았다. 충고는 충고. 그걸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 것은 유리의 선택이었다. 점점 더 빨라지는 유리를 보며, 그녀도 죽도에 힘을 더 강하게 불어넣었다.
서로 힘을 강하게 불어넣는 중이었다. 어느 순간 유리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급속도로 가속하여, 소피아의 뒤편으로 달려간 것이다. 소피아는 아직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앞만 쳐다보았다. 유리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죽도를 찔러갔다.

“체크메이트.”

‘에?’

그것으로 승패가 결정되었다. 다만, 유리의 기대와 달리 승자는 소피아였다.
소피아가 한 행동은 간단했다. 죽도의 끝을 땅을 향해 든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바닥에 내리찍었다. 죽도에 모인 괴이한 힘이 끝부분에서 뿜어져 나왔고, 그 흐름은 이윽고 조그만 폭풍으로 돌변했다. 마구 불어 닥치는 바람에는 일정한 방향이 없는 법. 사각을 노리려던 유리가 그대로 허를 찔렸다.

“우아악!!”

유리의 몸이 바람에 밀려올라갔다, 중력에 따라 바닥으로 추락했다. 물건들 무너지는 요란한 소리가 귀청을 때려댔다. 유리는 허리를 두들기며 울상을 지었다. 겨우 낙법을 전개해서 충격을 완화했지만, 그래도 폭풍에 휩쓸린 여파가 너무도 아팠다. 세하와 제이는 질린단 표정으로 서로 감상을 중얼거렸다.

“…되게 아프겠네요.”
“괜찮아. 상처는 안 날 테니까. 아마도.”
“‘아마도’라고 덧붙인 시점에서 이미 글렀다고요.”

힘을 갈무리한 소피아가 유리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약간은 미안함이, 대부분은 흥미로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녀는 아까 공격에 대한 평가를 해주었다.

“속도를 그렇게까지 빨리 할 수 있을 줄은 몰랐느니라. 그건 좋았다. 하지만 사방으로 공격이 가해질 수 있다는 생각은 못했구나.”
“너무 아파요, 히잉…….”
“이런. 미안하구나. 힘 조절을 잘 했어야 했는데 실수를 했단다. 그럼 유리 너는 이 정도로 해야겠노라.”
“네에.”
“두 번째는, 그래. 슬비 양의 실력을 보도록 하지.”

유리가 짧은 시간 만에 나가떨어지고, 다음은 슬비의 차례였다. 마구잡이로 달려들었던 유리와 다르게 그녀는 신중했다. 덤벼드는 대신, 주변에 비트들을 띄워놓고 거리를 재고 있었다. 아까하고 정반대인 상황에 소피아는 더욱 즐거워했다. 그것과 별개로 여유 만만한 태도는 그대로였지만.

“원거리가 주특기로구나.”
“네, 그렇습니다.”

슬비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왔다. 굳이 유리가 당한 것을 ** 않았어도, 소피아에 대해서 그 위명을 익히 알고 있었다. 군단장조차 일개 차원종처럼 사냥했다는 전설의 영웅, 이제 막 클로저 일을 시작한 자신이 그녀와 대련한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냉정을 유지하려 해도 손이 떨렸다.

“원거리라면 이런 훈련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 영웅님은 이상한 행동을 보였다. 손에 들고 있던 죽도를 놔버린 것이다. 나무와 나무가 부딪치는 가볍고 경쾌한 소리가, 슬비의 작은 두 귀를 간질였다.

“소, 소피아 이사님?”
“원거리 위상능력자의 훈련은 간단하다. 공격에 대한 정확성을 올리는 것. 그것을 효율적으로 수행하자면 능동적으로 움직여주는 표적이 필요하지.”

소피아가 살짝 자세를 바꾸었다. 한쪽 다리는 쭉 편 채 발뒤꿈치를 들고, 다른 한쪽 다리는 앞을 향해 구부렸다. 언제든 뛰쳐나갈 수 있는 그런 모습이었다.

“오늘의 표적은 과인이다. 자, 마음껏 쏘도록 해라.”
“네? 하지만 제가 어떻게…….”
“허수아비나 정지 표적을 상대로는 몇 번을 쏴도 연습이 되지 않느니라. 뒤에 사람들도 기다리니까 후딱 하여라. 과인은 피할 자신이 있으니까 걱정은 말고. 팀의 후견인으로서 내리는 임무이다.”

체육관이 구멍 송송 뚫린 치즈가 된단 문제점도 있지만, 소피아는 거기까진 말하지 않았다. 지금 그녀가 생각하는 것은 ‘슬비의 공격이 어떤 식일까?’ 하나 뿐. 그 이상은 깨끗하게 머릿속에서 지우고 비워냈다. 다리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알겠습니다. 임무 개시합니다.”

그녀의 자신 있는 목소리에, 슬비도 다시 기세를 다듬었다. 조금씩 처져있던 비트들도 도로 고개를 빳빳이 들었다. 칼날 주변으로 뭉쳐가는 위상력은 기이한 소음을 내며 번쩍였다. 분홍색의 빛이 선명하게 반짝였다.

“좋아. 그럼 어디 실력을 볼……?”

말이 아직 끝나기도 전에, 슬비 주위를 맴돌던 비트가 움직였다. 순식간에 소피아를 포위한 그것들은 맹렬한 속도로 회전했고, 그 속도와 칼날에 담긴 위상력에 의해 공기가 밀려나고 찢겨졌다. 황급히 발을 움직인 소피아가 혀를 내둘렀다. 하랬다고 말도 없이 공격해올 줄은, 그녀도 예상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기분은 좋아보였다.

“하하하! 그래. 실전이라면 온다 간다 말이 없어야 맞지. 더 빠르게 해보아라!!”

그 말을 쫓아서, 비트들의 궤적이 어지럽게 일그러졌다. 집요하게 뒤꽁무니를 쫓는가 하면, 어느 순간 바로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며 흉흉한 칼날을 자랑했다. 소피아가 있던 이곳저곳에 칼날이 휙휙 지나갔다. 그럴 때마다 소피아의 다리와 팔은 바삐 움직였다. 낮게 날아오는 칼날은 뛰어서 피하고, 높게 오는 칼날은 넘어질 듯 숙이거나 뒤로 젖혀서 피했다. 여러 각도로 오는 칼날들은 춤을 추듯 팔로 땅을 짚고 다리를 모으는 등의 현란한 동작으로 비켜가게 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목이 달아나거나 허리가 잘려나갈 위기가 오고가고 있었다. 조금만 삐끗해도 유혈사태가 날 법한, 실전처럼 아슬아슬한 회피였다.

“저거 괜찮은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피 볼 수도 있어 보이는데.”
“흥미진진하긴 한데, 미스틸도 조금 걱정돼요.”

피하는 사람은 웃는데 보는 사람이 식은땀을 흘리는 묘한 구도가 펼쳐졌다.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굳게 쥐면서, 세하는 제이와 유정을 향해 따져 물었다.

“아무래도 보통 요원들보단 훨씬 대단하신 분이니까… 괘, 괜찮지 않을까?”
“괜찮을 거다. 어르신이 몇 년 동안 잠만 주무신 게 아니라면 말이야.”

유정은 아이들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제이는 팔짱을 끼고 여유만 부리고 있었다. 어느 쪽도 소피아와 슬비를 말릴 것 같지가 않았다. 세하는 손에 들고 있던 게임기를 팽개치듯 넣고 건블레이드를 잡았다. 무감각한 그라도 이걸 그냥 두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 하나는 잡았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세하가 나서서 말릴 일은 없었다.

“어, 언제 잡으신 건가요?”

슬비가 꺼낸 비트 둘 중 하나가 잡혀버렸다. 소피아의 뒤를 노렸던 비트였다. 파르르 떨리는 칼날이 요동을 쳤지만, 소피아의 두 손에는 흠집 하나 나질 않았다. 은은히 풍겨오는 무형의 힘이 칼날을 막고 있는 듯했다.

“아까 유리하고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실수더구나.”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눈이 앞에 있는 동물은, 눈과 반대편에 있는 부위가 가장 큰 사각이지. 하지만 너도 그걸 의식한 나머지 뒤편에서는 나이프를 느리게 조절했단다. 상대가 뒤를 못 볼 것이라고 지레짐작을 하는 게지.”

눈의 반대편, 그러니까 목 뒤쪽은 생물에게 있어서 최대의 사각지대. 누구나 그곳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비를 못하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대비를 할 능력이 없는, 보통인 이들에게나 해당하는 이야기. 소피아의 손에 잡혀버린 나이프가 그걸 보여주는 증거였다.

“사각이어서 방심했다는 것은 둘이 똑같지만, 너의 경우는 원거리 공격을 하느라 그것이 힘의 배분으로도 나타나지. 그걸 주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비트는 더 가져오지 않았구나. 하나 남았군. 어쩔 것이냐?”

항복하면 받아주겠단 뉘앙스였다. 소피아의 제안에, 슬비는 비트를 가다듬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소피아가 더욱 짙게 웃었다.

“좋은 대답이다.”





“흠~ 이 정도면 되었구나. 그만하도록 하자.”

훈련이 끝났다. 첫 비트보다는 시간을 더 끌었지만, 결국 두 번째 비트도 소피아에게 붙들렸던 것이다. 더 꺼낼 무기가 없었던 슬비는 집중시키던 위상력을 흩어냈고, 위상력이 사라지자 칼날도 움직임을 멈췄다.

“과인이 위로 뛰었을 때 밑에서 치고 올라오더구나. 속도도 줄이기 않았고. 엔간한 차원종이라면 감지를 해도 못 피했겠지.”

가감 없는 칭찬에 슬비의 얼굴이 붉어졌다. 소피아는 칭찬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다. 땀이 흥건한 슬비의 이마를 닦아주면서, 그녀는 처음에 했던 말을 다시 강조하였다.

“이 정도면 되었느니라. 했던 말을 반복하는 거다만, 항상 사람의 사각을 생각하지 말고 항상 전력으로 전투에 임하여라.”
“예, 알겠습니다.”

무기가 잡혔으니 더 진행하기도 뭐했다. 슬비는 겸허히 패배를 인정하고 소피아에게 고개를 숙였다. 소피아 또한 살짝 목례를 함으로써 그녀에게 예의를 갖춰주었다.

“슬비도 끝났고, 다음은 누구 차례이려나?”

다음 제물(?)은 누구일까. 남아있던 세 사람 중에서 미스틸테인을 뺀 두 남정네들은 슬며시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렸다. 그녀를 상대하기가 영 껄끄러워서 그런 것이리라. 눈에 빤히 보이는 의도에, 소피아가 한쪽 입술만 올려서 웃었다. 그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완벽하게 고정되었다.

“세하 군이야 그렇다 치고… 제이 너는 피해봤자 소용없음을 잘 알지 않더냐?”
“제발요 어르신, 저 안 그래도 요새 삭신이 쑤셔 죽겠습니다. 오늘 하루는 봐주세요.”

제이가 손사래를 쳐댔다. 얼굴은 밀랍이라도 바른 것처럼 새하얗게 변해있었다. 어떻게든 위기를 넘어가고자 하는 의지가 힘차게 저어대는 손짓에서 느껴졌다. 좀 더 신나게 곯리고 싶었던 소피아는, 그걸 보고 입맛을 쩝쩝 다셔댔다. 맹수가 먹이를 놓친 것과 같은 음흉한 제스처였다.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그럼 세하 군? 준비하고 나오도록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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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요약 1: 전 유리 안티가 아닙니다. 나중에 활약하게 할 거예요!


오늘의 요약 2: 세하 군에게 미리 명복을...






2024-10-24 23:01:5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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