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유리] [夏] (合) 언제나 내 곁에

루이벨라 2016-05-22 4

※ 마지막 편입니다.

※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ㅡㅡ;;






(SeoYuri)


 시간은 상대적으로 흘러간다. 10대때는 시속 10km로 가고, 20대때에는 20km/h, 30대때에는 30km/h...


 네가 없어진 이후로는 그 20km/h가 반, 아니 반의 반만큼 줄어든거 같았는데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어느 정도 돌아온거 같아. 한...18.5km/h 정도로?


 "유리야, 다 챙겼어?"


 밖에서 부르는 슬비의 밝은 목소리에 나는 곧 나간다고 대답을 했다. 외출 준비를 하는 나는 세하의 사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럼, 또 보자.




 "벌써 1년이 되어가네..."


 내 앞에 서면 슬비는 단어를 골라가며 쓴다. 어떤게 나에게 덜 상처를 줄 수 있는지를 계산하듯이. 그럴만도 했다. 사실 세하가 죽은 직후에는 그냥 어떤 말만 들어도 통곡을 하던 상황이었으니...늘 밝기만 했던 내가 그렇게 침울한 모습을 보이니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지금은 그럭저럭 많이 괜찮아졌다. 어디까지나 그럭저럭.


 아직도 마음이 아픈건 매한가지.


 "...그러고보니 유리 너 49재때도 안 가지 않았니?"

 "49재...?"


 그때는...별장에 콕 박혀 있을 때다. 가끔 오는 전화도 나중에는 귀찮아져서 전화코드는 뽑았고, 휴대폰 배터리는 분리시켰더랬다.


 "그때 정말 너까지 큰일난 줄 알았어. 이거 신고를 해야하나...그래도 8월 말에 돌아온걸 보고 안심했지만 말이야."

 "...미안해."


 이렇게 보니 나 정말 민폐를 엄청 끼쳤구나...결국 49재는 검은양 팀 전원이 같이 갔다는 모양이다.


 "솔직히 세하도 많이 서운했을거 같은데. 정작 제일 보고 싶은 아내는 오지도 않았으니 말이야."


 슬비한테 지난 여름에 겪었던 경험을 말하면 무슨 대답을 해줄까? 내가 신서울이 아닌 강원도에 있는 동안 나 나름대로 세하와의 이별을 잘 겪고 있었...


 지는 않았다...


 "그래도 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

 "난 어쩌면 평생 유리 네가 세하묘지에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했거든."


 그건 나도 슬비와 어느정도 공감하는 부분이다. 이렇게 작은 용기를 낼 수 있었던건...그 묘한 벚꽃길에서 만났던 또 하나의 '세하' 덕분인걸까. 부쩍 야위어서 마음이 아팠던 그 '세하' 는...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나와 같이 아픈 눈을 하고 있었던 그 '세하' 는...잘 살고 있을까?


 그전에 살아는 있을까? 그 테러리스트 폭파 사고에서 말이다.




 "그냥 묘지에 안착한거야?"

 "그 뭐냐, 전사자는 꼭 묘지에 묻어**다고 하도 극성이어서..."


 6월 초의 묘지는 의외로 선선했다. 나로서는 처음 가는 길이기에 슬비의 안내를 쭈욱 받았다. 갑자기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내가 지금까지 세하에 대한 것을 무시하고 있었구나.


 이제부터 회피하려고 하지 않으면 된다. 그거면, 1년이라는 공백도...늦지는 않았어.


 "...안녕?"


 아까 집을 나서면서 '또 보자' 라고 인사한 의미. 이세하, 라는 이름 뒤에 붙은 'S' 라는 단어가 신경이 쓰였다. S급 대우 전사자, 라는 의미니까.


 그래서 이렇게 볕도 잘 드는 양지 바른 곳에 자리잡게 되었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슬비는 저만치에 서 있었다. 아무래도 나보고 서러움 같은 굴레를 잘 풀고 오라는 뜻인거 같았다. 슬비는 항상 상냥하다니까.


 "...결국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


 딱히 할말은 없었다. 내가 일부러 이 곳을 오지 않은 이유는 갑작스런 현실감에 내가 견디지 못할까봐. 내 몸을 우선적으로 챙긴다는 이기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난 이곳을 먼저 왔어야했다.


 이렇게 인사를 나누고 모든걸 다 인정을 해야했다.


 당장에 상처받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먼길을 돌아서 오늘에서야 겨우 도착했다.


 할말? 많다. 하지만, 입밖으로 내뱉어지는 건 없었다. 지금 나는 현실과 꿈의 경계선상에서 걷고 있는 기분이었다.


 한창 비석만 만지작거리다 일어섰다. 인사를 하는 건 잊지 않으면서.


 "안녕, 또 보자."






(LeeSeha)


 "..."


 여기는...그래, 어제 막 별장에 왔었다. 얼마전에 다친 머리맡 부분이 욱씬거렸다.


 이주일 전, 난 테러리스트 기지 잠입 작전에 참전했다. 벚꽃길에서 만났던 서유리가 말했던거와 똑같이 일치하는 상황이라서 소름이 저절로 돋았다. 어쨌든 이번 임무는 아주 중요한 임무였기에 유니온에서 실력이 있는 클로저라고 불리는 내가 참전하는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어쨌든, 결론부터 말하자면 난 살아남았다. 누구 한명은 희생되어야하는 상황에서 난 내가 남겠다고 했다. 나를 말리고 통곡까지하는 동료들을 일단 내보내고서 잠깐의 짬이 생기자 그때의 유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살아남아달라고.


 지금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리는 없잖아. 사방은 온갖 적으로 가득차있고, 내가 가지고 있는건 손때 묻은 건블레이드와 위상력 폭발 장치...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내가 폭발 장치를 테러리스트 본거지 안쪽을 향해 깊숙히 던졌다는 것이었다.


 그후로 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나와 같이 파견이 된 요원들이 잔해 사이에 깔려있던 나를 발견했고 즉시 병원으로 이송했다. 의식을 차린건 그로부터 이틀 뒤, 오른손이 내가 원하는대로 쥐었다펴졌다를 반복하자 난 울어버렸다. 정말, 난 살아났구나...


 그런 거대한 폭발 속에서도 다행히 잔해에 재빨리 묻힌 바람에 폭발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에 비해 충격이 덜했다는게 전문의의 소견이었다. 하지만 난 글쎄, 라는 입장이다. 아마도 내가 산건...




 어쨌든 유니온 측에서는 안정적인 휴식을 취하라는 이유로 나를 거의 등떠밀다싶이 반영구적인 휴가를 보냈다. 기한은 내 몸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게 될때까지라나.


 요양하기에는 아무래도 신서울보다는 공기 좋은 시골이 좋을거 같아서 이곳 별장으로 왔다. 첫날인 어제는 먼지가 쌓인 집안 청소를 하고서 거의 뻗은듯이 잤다.


 이렇게 신선한 여름날 아침 햇살을 맞는 것도 오랜만이다. 창문쪽에는 내가 달은 파란색 풍경이 기분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일로도 벌써 2년이 다 되어가나...


 그 이후로의 내 삶은...처참하기 그지 없었다. '죄책감' 이 내 발목을 붙잡고 있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 족쇄에 완전히 벗어난건 아니지만, 무게는 가벼워졌다.


 가벼워진 만큼...마음 한켠도 평온해졌다. 살아있는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기 시작했다. 한번 용기내어 물어본다.


 난 잘 살고 있어, 서유리.


 그쪽은...어때?






[작가의 말]

기나긴 여정이었습니다!

이렇게 저를 힘들게 한 작품은 오랜만이네요...(내가 창조했지만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던 너희들...)

배드물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반정도 쓰니까 내가 너무 우울해서 해피로 약간 전환시켜본건 이번이 처음...입니다.(이거 사실이에요.)

평행세계관이기도 하고, 자꾸 변하는 시점 때문에 너무 헷갈리셨던 분들도 많으셨을텐데...ㅠㅠ

그냥 제가 낸 순서대로 읽는게 순서에 맞기는 합니다만...시점 변화...죄송합니다..큐큐(좀 복잡한 설정으로 써보는걸 좋아해서)

현재 PDF 파일로 엮어서 만들었습니다. 가지고 싶으신 분은 이메일 주소 남겨주세요.

여러분, 한마디 할게요.

사랑해요.

2024-10-24 23:01:5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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