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향 한닢

룬검 2016-04-15 0

내가 클로저스에서 본 일이다. 늙은 제이 하나가 나딕에 가서 떨리는 손으로 한 패치분량의 상향노트를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상향노트가 못쓰는 것이나 아닌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나딕 사람의 입을 쳐다본다. 나딕 주인은 제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상향을 두들겨 보고

 "좋소."

 하고 내어 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상향을 받아서 가슴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며 간다. 그는 뒤를 자꾸 돌아보며 얼마를 가더니 또 다른 나딕을 찾아 들어갔다. 품 속에 손을 넣고 한참 꾸물거리다가 그 상향노트를 내어 놓으며,

 "이것이 정말 패치로 만든 상향이오니까?" 하고 묻는다.

 나딕 직원도 호기심 있는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 상향노트 어디서 훔쳤어?" 제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러면 길바닥에서 주웠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큰상향을을 해줍니까? 상향되면 유저 웃는 소리는 안 나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제이는 손을 내밀었다. 나딕 직원은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 주었다.

 그는 얼른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흘끔흘끔 돌아다보며 얼마를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상향노트가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 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누더기 위로 그 상향노트를 쥘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골목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차원종 시체 밑에 쪼그리고 앉아서 상향 노트를 손바닥에 놓고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가까이 선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상향 해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손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다리로 일어서서 달아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하향하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누가 저 같은 놈에게 상향을 줍니까? 스킬 하나 상향을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캐릭터 대우 해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사람 한사람 에게  얻은 분노에서 조금씩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분노 1년 어치를 하향 패치와 바꾸었습니다. 이러기를 여섯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물공화 상향 노트를 갖게 되었습니다. 이 패치를 얻느라고 1년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상향을 얻었단 말이오? 그 상향으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이 상향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2024-10-24 23:00:4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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