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inforcement(28) -생각(上)-
소드쉽 2016-04-10 0
어디선가 들리는 어둠 속 목소리…
그리고 희미해지다 밝아져 오는 빛…
서서히 보이는……
“펠롭스!!”
누나의 목소리……
“으앙~!! 펠롭스!!”
그리고 이어지는 뭔가 숨이 막힐 듯 하면서도 부드러운 압박에 읍읍 거리다가 겨우 얼굴을 보니 유리였다.
그리고 이어서 달려오는 다른 가족들…
아직 막 깨서 그런지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살짝 못 알아듣겠지만 자신을 염려하고 걱정하다 안도하고 자신을 봐주는 따뜻한 분위기는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플레인 게이트에 있는 의료 시설.
다른 사람들은 진작 치료를 다 받은 상태라 그런지……
“더…… 더는…… 못해…… 죽어도…… 못해……!!!!!”
누구누구가 거의 액체가 되기 일보직전이었다.
“더군다나…… 저 녀석한테는…… 다신……절대!!!!! 안 해!!!!”
펠롭스한테 치료능력을 쓰면 복잡한 몸 구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몇 배나 되는 기운을 써야 했기에 엄살이 아니었다.
그래도 하피가 과자를 갖고 오자 걸신들린 듯 해치우기 시작했다.
“하나야… 정말 고마워.”
“그냥 저 녀석이 다시는 다치지 않게 해. 으으~~ 살찌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입에 안 넣으면 죽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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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온 뼈 무덤은 그저 냉혹한 현실을 일깨울 뿐이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드라군 커맨더 자신이 잘 알고 있었다.
펠롭스를 얕보았다.
직접 쳐 죽인다는 느낌으로… 일부러 죽는 모습을 보려고… 여태껏 이용한 자신의 실험체에게 당했다는 분노와 절망감에 대한 보상에 냉정해야 될 두뇌 회로가 마비되었다.
드라군 커맨더의 능력이라면 일부러 펠롭스의 능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텔레파시로 지휘할 수 있었고 자신이 말한 대로 다른 누군가를 세뇌해서 상황을 끝장 낼 수도 있었다.
“전부… 내 잘못이다.”
또 드라코리치의 힘에 의존했던 것도, 응석을 받아 준 것도 잘못이었다.
“하~. 난 대체 뭘 한 걸까…”
“자책하지 마라. 다른 땅으로 도망 다니면서 이 녀석을 회복시킬 방도를……”
“메피스토 같은 작자한테 들켰다간 얼씨구나 하면서 차지하려 할 테고… 무엇보다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르는 참모장이 우리가 벌인 사고현장을 안 봤을 리 없어.”
자신이 내 뱉으면서도 너무 웃길 정도였다.
그들이 있는 곳은 용의 궁전…
한번은 플레인 게이트로 연결 되었기에 자신들을 추적하러 이곳으로 올 것이다.
펠롭스한테 허가 찔리는 바람에 능력사용에도 지장이 있었고 안드라스와 나머지도 싸울 수 있는 조건이 아니었다.
“평소의 너 답지 않군. 어떤 상황에 처하든 방법을 생각했기에 폐하께서도 널 아꼈건만…”
“단순히… 작전실패 때문만이 아니야.”
자신이 그토록 농락해온 가족에 대한 마음이 사실상 실패의 주 원인이었다.
그것 때문에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곧 있으면 놈들이 이곳으로 올 거야. 다른 곳으로 가면 어쩌면 살 수 있을지라도 폐하의 몸으로 만든 이건 결코 무사하지 못하겠지. 선대 용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다 해도 할 말 없는 짓을 저질렀다지만 그렇다고 무책임하게 둘 순 없지.”
자신이 여태껏 해온 일들은……
“안드라스… 다른 녀석들은 모두 보호해줘. 폐하보단 작지만 네 땅에서 보호받으면 적어도 살겠지.”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그때의 의구심에서부터……
“잔 말 말고!!”
시작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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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폐하, 아무리 생각해도 한 번 더 심사숙고해야 될 문제입니다.”
“너도 예언을 들어서 알 터이다.”
“하… 하지만 원래 예언이라는 자체가 워낙 두루뭉술한 말만 하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굳이 저런 귀찮은 구조는 좀 아니지 않습니까? 그냥 지금까지처럼 인간들을 폐하께서 직접 선두에 나서 주셔서 쳐부수거나 이런저런 방법은 많습니다. 물론 대비를 안 하는 건 찝찝합니다만…”
“평소에는 그저 내 말에 묵묵히 작전을 짜던 네가 이런 반발을 하다니…”
“…… 그게…”
“계속 말해 보거라.”
“폐하… 폐하께서 예언을 부정하기 위해 만드신 건 압니다만, 예언에서는 인간의 힘이 아닌 인간의 마음에 의해서 멸망한다고 했습니다. 힘에만 초점을 맞추는 건 좀…”
“아무래도 네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특징인 예언이기에 네가 이러는 것 같군. 난 예언을 부정하기 위해 인간의 형상에 짐승을 가두어 놓았다. 인간의 마음은 약하며 머지않아 모든 것을 파괴할 때 우린 멸망의 예언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이번만큼은 불안감이 씻기질 않았다.
위대한 존재의 예언은 언제나 어떤 형태로든 이루어 졌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래서 자신은 몰래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아스타로트에게 고발당하고 폐하의 보호덕분에 추방에 그쳤지만 그 후에 온 건 절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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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멸망에 폐하의 창조물이 끼어 있다는 걸 알았던 순간부터 어쩌면 검은양 팀이 가져갈 때까지 미련을 못 버린 채 포기하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용으로의 진화 가능성까지 포기하면서 폐하를 섬겨 왔습니다.”
뼈를 만지는 순간, 아직 포기하고 싶지 않은 자신과 사룡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이제…… 죗값을 치르러 폐하를 만나러 가겠나이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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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코리치의 몸이 무너지고 자신이 드라군 커맨더를 저지한 것 모두 꿈에서 벌어진 듯 했다.
깨어나자마자 아무 목적의식 없이 간 곳은 자신이 태어난 알의 껍질이었다.
자신은 다른 사람과 다르게 태어났다.
태어날 때 기억은 없지만 그때 자신은 분명 엄마, 아빠를 인식했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은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그 뒤에 있었던 지옥 같은 일들…….
그때 자신의 존재마저 부정하는 그 박사의 마지막 말에 무섭기도 했지만 동시에 죽여버리고 싶기도 했다.
그때부터 뭔가 뒤틀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겨우 가족들과 만났건만 위험한 녀석이 껄렁 대었고, 결국 농간에 넘어가 싸우기 까지 했다.
'녀석'도 느꼈을까?
하지만 제일 위험한 녀석은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 때문에 벌어진 사단을 생각하면……
자신은 태어나는 것이……
“여기서 뭐하니?”
슬비가 뒤에서 갑자기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 우물쭈물하자 슬비는 여우네 분식으로 데려갔다.
슬비는 먹고 싶은 걸 골라보라고 했지만 펠롭스는 먹을 것 보다 더 말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몇 가지 아무거나 가지고 검은양 사무실로 갔다.
순대, 라면 등을 먹으며……
“그 녀석과…… 접촉했을 때… 모든 게 떠올랐어요. 같이 지냈던 일… 여기서 있었던 괴로운 일…… 그냥…… 지난 일들이 전부 떠오른거에요. 원래 다 이런 건가요? 정신 능력이란게?”
“음… 나도 정신 계열 능력 쪽에 대해선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아마…”
슬비는 그 다음 말을 차마 하지 못했다.
“이젠 알아요. 그 녀석도 ‘저’니까…… 그런데 그 안에서 느낀 감정은 증오만이 아니였어요…… 두려움과…… 절규였어요.”
슬비는 이제 그 두려움과 절규가 무었을 뜻하는지 알았다.
“그보다 더 놀라운 건 저하고… 똑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었어요. 당연한 건데도… 완전히 똑같다 보니…… 왜 그런 방향으로 행동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하지만 왠지 또 알 것 같은…… 참 알 수가 없었어요.”
짧은 한숨을 쉬고 말했다.
“어쩌면… 큐브안에서 보여준 다른 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일지도 몰라요. 어… 음…… 그러니까……”
슬비는 펠롭스가 하고 싶은 말은 있지만 말을 꺼내지 못하는 걸 알았다.
“말하렴. 겁 내지 말고. 엄마라도, 말 하지 않으면 대답할 수 없잖아.”
“…!!?”
슬비가 눈빛으로 재촉하자 그저 갖고 온 분식만 허겁지겁 먹었다.
하지만…
음식까지 바닥나자 무었을 해야 될지 불안한 눈빛으로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