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 일러보고 개 삘받아서 쓰는 소설 2화
인간썽기사 2016-04-09 0
" 어? ...아, 안다고 해야 할까.. "
내 말에 세하(?)라는 또다른 나로 추정되는 여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아니, 그보다 우선 내 몸 위에서 내려와 줄래? 상체를 들어올리며 세하(?)를 떨쳐내려 했으나, 강한 위상력이 느껴졌다.
나는 세하(?)의 가느다란 허리를 팔로 감아 가볍게 안은 다음 재빨리 일어서서 뒤로 힘껏 뛰었다.
쾅! 바닥이 부셔질 정도로 강하게 뒤로 물러났지만, 그보다 더 강하게 누군가가 착지하며 땅을 흔들었다.
푸른 머리카락, 사나운 눈매, 날렵한 몸매와 양손에 든 쿠크리.
그리고 목에 걸려있는 초커.
그 익숙한 차림세에 나도 모르게 그 녀석을 떠올려버렸다.
...아니, 아닐거야.
" 냐하하! 역시 여기있을 줄 알았다고, 이세하! "
" ...또 너야? 나타. "
내 품 안에서 세하(?)는 지긋지긋하다는 듯 말했다.
나, 나타라고? 저게? 저렇게 미인이 그 망나니 녀석일리가 없잖아.
라고 부정하고 싶지만, 저 위상력. 틀림없이 나타와 동일인물이다.
고개를 돌려 슬비(?)와 유리(?)는 각자 난처해 하는 모습으로 나타를 쳐다봤다.
" 왜 매번 저 녀석은 세하를 노리는 거야? "
" 글쎄... 세하야. 어떻게 할 거야? "
유리쪽이 물어오자 세하는 내 팔을 풀며 떨어져 나와 손을 풀며 말했다.
" 늘 하던대로. 너희들은 물러나있어. "
" 예이예이~. "
" 나참... 적당히 하라구. "
" 냐하하핫! 이번엔 확실히 썰어버릴 테니까, 각오 하라곸...?! "
쿠크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소리치는 나타(?)에게 세하는 순식간에 달려가 주먹으로 얼굴을 후려갈겼다.
어, 어?! 야 너무 험하게 싸우는 거 아니야?!
휭! 날아가는 나타에게 순식간에 따라붙은 세하는 건 블레이드를 겨누며 조용히 읊주렸다.
" 별빛에.. 잠겨라. "
...뭐?! 야, 그 대사는 너무 오글거리잖아!
아, 아니 나도 하는 말이지만! 저렇게 오글거리는 말이었나?!
푸른 혜성과 같은 위상력이 검에서 뿜어져 나오며 철컥! 불꽃을 뿜어냈다!
" 야! 잠깐! "
생각도 하기전에 내 몸은 나타에게로 달려가 어느새 그녀를 끌어안은 상태였다.
하지만, 내 등장은 예상치 못한 건지 세하는 당황한 기색으로 날 쳐다봤다.
" 큿...?! 무슨 짓을! "
일단 저 기술은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하지만 같은 상황을 겪어본 적이 있기에 해결법 또한 알고 있다.
그건 바로 같은 힘으로 멈추는 것!
" 합! "
위상력을 한껏 끌어올린 후 그대로 세하와 충돌했다.
서로의 위상력이 충돌하여 공중에서 서로를 밀쳐 잔뜩 거리를 벌려 바닥에 착지했다.
" 너, 넌 뭐야?! 왜 방해질이야! "
바둥바둥! 코피를 줄줄 흘리며 나타는 소리쳤다.
...나참, 나타는 어디서든 시끄럽구만.
" 가만히 있어. 코피나니까. "
" 뭐? 자, 잠깐... "
얼굴을 가까이 하여 손으로 코를 꾹 꾹 눌러주자 나타는 얼굴을 붉히며 어버버 거렸다.
나 역시 나타와는 어쩔 수없이 싸우는 거지만, 이 세계에서라면 아무래도 나타와 세하의 싸움을 말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내가 둘이니까.
" 이, 이런 건 다친것 축에도 끼지 않아! "
" 딱히 널 다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없는데? 나도 쟤도. "
" 뭐, 뭐뭐뭐뭐...! "
내 말에 나타는 얼굴을 확 붉히며 쿠크리를 휘둘렀으나, 나에게 안겨있는 상태로 타격을 주기는 여러모로 무리였다.
나는 더욱 손에 힘을 주어 코를 꾹꾹 눌렀다.
아프긴 한 듯 우아우-- 소리를 내며 곧 얌전해진 나타.
그렇게 나타의 코피를 지혈하고 있는 나에게 세하는 무기를 거두며 조용히 물었다.
" ...너, 누구야? "
" ....으음. "
결국 이 상황이 온 건가.
엄청 귀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다.
내 편의를 위해 거짓말을 해두자.
" 나는 유니온의 비밀 요원? 비스무리한 거야. "
일단은 요원인 건 맞으니까.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길 바랬던 내 기대와는 달리 슬비가 내 말에 딴죽을 걸어왔다.
" 네가 위상능력자인 건 확실히 알겠어. 하지만, 어떻게 세하랑 같은 힘을 쓰는 거지? "
윽... 여전히 예리한 녀석이다.
그냥 넘어가주면 안될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슬비와 판박이인 이 녀석이 그럴리는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이 슬비와 판박이라 취미도 비슷하다면 분명히...!
" 사, 사실, 나도 그게 궁금했어. 그래서 세하가 어떤 녀석인지 만나러 이렇게 온 거야! "
" 뭐? 그 말은...? "
" 사실은 남매일 수도 있다는 소리지! "
는 무슨! 엄청 막장스토리잖아! 아무리 슬비라도 이런 건 안 믿는다고!
" 그, 그럴려나? "
믿는 거냐! 힐끗 유리쪽을 살펴보자 아하하 웃는 모습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모양이었다.
...후우, 급한 불은 넘긴 것 같네.
" 그나저나, 생각보다 얌전한 걸. 나타. "
" 에, 뭐? 아, 아니... "
세하는 시선을 나타에게로 돌리고 놀리듯 말을 이었다.
" 혹시, 이 녀석이 마음에 들어? "
" 그, 그럴리가 없잖아아악! "
붕붕붕! 세하의 장난기가 어린 말에 나타는 얼굴을 재차 붉히며 쿠크리를 휘둘렀다.
" 야, 괜히 이 녀석 날뛰게 하지마! 귀찮다고. "
" 맞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곤란하다구요. 저희는. "
어느샌가 우리 사이에서 시원한 웃음을 짓고있는 미청년이 세하에게 손을 흔들었다.
" 오랜만이에요~ 세하양. "
" 우왓! 까, 깜짝이야! 언제부터 거기 계셨던 거에요? "
...저 상큼한 미소와, 가볍고 발랄한 목소리. 나타와 마찬가지로 목에 걸린 쵸커와 다리에 착용한 기어.
틀림없어. 저쪽은 하피 씨다.
이쪽은 전혀 위화감이 안드는 걸.
" 흠~ 그리고 나타는, 제가 안보는 사이에 바람을 피고 있었던 모양이군요? "
" 바, 바람이라니! 죽을래?! "
" 하지만, 저한데도 그렇게 안기지 않으셨으면서 꽤 귀여운 고양이처럼 얌전히 처음보는 남자의 품에... "
" 우, 우와아아악! 죽여버린다! 죽여버릴거라고! "
...아, 진짜 날뛰게 하지말라고.
나는 마구 쿠크리를 휘두르는 나타를 바닥에 떨어트렸다.
" 꾸엑! "
" 하핫, 꽤 거친 타입이시네. 그럼, 수고하세요~ 귀여운 검은양 팀 여러분. ...그리고, 처음보는 멋진 분. "
소름돋게 윙크를 날리며 바닥에 떨어진 나타를 순식간에 챙겨가는 하피 씨.
...정말, 저 분은 남자든 여자든 분위기를 휘어잡는 구나.
하지만 여기에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다.
" 그, 그럼 난 이만 가도 되지? "
계속 같이 있다면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아 슬그머니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역시나 슬비가 날 붙잡았다.
" 아니, 유정 누나에게 정말로 네가 유니온 소속인지 확인해달라고 할 거야. 그때까진 너희들은 우리와 함께 있어야만 해. "
아.. 제발..
...잠깐, 일단 이 세계가 우리 세계의 가상현실 비슷한 거라면, 게임기도 있을 거 아냐?
다른 세계의 게임은 어떨 지 궁금해지는데.
분명 이 세하라고 불리는 또다른 내가 성격이 나와 같다면 검은양 팀 본부에 게임기가 잔뜩 있을 것이다.
" 좋아. 그럼 너희들 본부로 가자! "
" ....생각보다 적극적이네. 좋아. 이세하, 너는 이 녀석 잘 감시해. "
" 유리시켜.. 나 게임 할 거야. "
" 야, 이세하! "
" 에이~ 뭐 어때. 이 녀석도 좋은 친구가 될 것 같은데. "
...제이 형은 항상 이런 관점으로 우리들을 쳐다보는 건가?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내 예상대로 세하는 게임기를 꺼내어 어느새 게임에 몰두했다.
어깨 너머로 지그시 게임을 쳐다봤는데..
" 어? 야, 거기 우물에 들어가면 숨겨진 무기가 있어. "
아는 게임이 나왔다.
...다만,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차원종이었지만.
내 말에 세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 너 이 게임 알아? "
" 당연하지! 프롬하드웨어에서 만든 블라드 본 아냐! 엄청 어려운 게임! 이거 깨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
" 뭐...! 이 게임을 벌써 깼다고? 대단한 걸... "
" 소비아이템 중에 제사자의 칼있지? 우선 우물 아래에 대기타고 있는 녀석을 반피 깎은 다음에... "
" ...저 녀석들, 취미가 똑같은데? "
" 그러게~ 둘 다 완전 판박이야. "
세하와 게임의 대한 이야기를 수없이 나눌 때 쯤, 어느새 검은양팀 본부에 와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곳에 분명 제이 형이랑 테인이가 있을 텐데.
둘 다 우리처럼 바뀌었을려나?
...테인이는 딱히 변할 게 없을 것 같은데.
" 제이 누나! 테인아! 우리 왔어요! "
하하핫! 유리가 활기차게 문을 벌컥 열자 그 안에 대기하고 있던 인물들이 보였다.
...사탕을 쪽쪽 빨면서 십자수를 하고있는 백발의 어린 여자와 은발의 훤칠한 젊은 청년이 이쪽을 쳐다봤다.
으음... 그래서, 어느쪽이 테인이지?
" 안녕! "
" 오셨어요? 오빠, 언니. "
...침착하자.
이런 어린 여자애가 제이 형일리가 없어.
아무리 아저씨 같았었다지만 가장 어른스러운, 아니 실제로 어른이었는데!
그보다 테인이는, 그냥 성장한 남자잖아? 아니, 아까 말을 들어보면 남자같이 생긴 건가!
" 응? 이 녀석은... 엄청 쎈대?! "
" 헤에~ 세하 언니랑 비슷한 분위기의 형이네요. "
" 후후후! 하지만 아직 애송이야! 내가 전**때면 이렇게! 이렇게! 주먹을 휘두르기만 해도... 쿨럭?! "
어린 것처럼 행동하는 것과는 달리 몸이 병약한 건 똑같은지 허공에 주먹질을 하다가 피를 토했다.
테인으로 추정되는 녀석이 쓴웃음을 지으며 피를 닦아주며 내게 시선을 들며 물었다.
" 그래서, 이 형은 누구에요? "
" 자기 말로는 유니원의 비밀 요원이라지만 확인을 위해 데려왔어. "
물론 진짜로 확인을 하면 당연히 그런 거 없음, 하는 결과가 오겠지.
하지만 로그아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그러니까 그 동안 이 세계의 게임을 실컷 즐겨봐야지!
" 야! 이거 같이하자! "
" 호오, 보는 눈이 있는 걸? 그 게임은 페어 플레이를 해야 비로소 진가를 발휘하는 게임이지. "
" 아하하, 세하가 저렇게 적극적인 건 석봉이랑 같이 있을 때 이후로 처음 보는데. "
" 게, 게임 때문이겠지! 저런 건 빨리 끊어버리는 게 임무에 더 집중할 수 있을 텐데. "
슬비가 뒤에서 무어라 투덜투덜 거렸지만, 나와 세하는 게임기를 끌고와 함께 게임을 했다.
...그렇게 수많은 게임을 순식간에 클리어 하고 나서 찾아온 무기력감에 빠진 우리는 동시에 말했다.
" ...아, 겜방가고 싶다. "
" ...아, 겜방가고 싶다. "
" 너희들 진짜... "
슬비의 말을 흘리며 나와 세하는 서로 쳐다보며 말했다.
" 점프 게임장 갈래? "
" 역시 거기밖에 없지? "
순식간에 의기투합한 우리는 키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슬비가 불만 가득한 얼굴로 버럭 소리질렀다!
" 야! 멋대로 나가지 마! "
" 괜찮아 이슬비. 문제가 있으면 연락할게. "
" 야! 야! 가지말라고! "
" 괜찮아. 저러면서 항상 보내주더라. "
" 응, 알고 있어. "
" 너, 너희드으으을! "
얼굴을 붉히며 소리지르는 슬비였지만 항상 같은 패턴이다.
저렇게 싫은 소리를 하면서도 결국은 하게 해준단 말야.
차원종이 발생한 곳은 강북구니까 강남구는 딱히 대피명령이 없었으므로 게임방은 여전히 운영중이었다.
거기다 이 세계에서 강남이 파괴된 일은 없었는지 건물들은 전부 멀쩡하고 사람들이 돌아다녔다.
게임방에 들어간 우리들은 어떤 게임을 할까 둘러보던 중, 한 학생무리와 조우하게 되었다.
" 세, 세하 선배님이죠?! "
" 어, 그런데. "
왠지 부끄러워하는 듯 쭈뼛쭈뼛 말을 거는 남학생들.
...이 상황, 뭔가 익숙한데?
" 저, 저어! 괜찮다면 같이 게임이라도 하시죠! "
" 아, 오늘은 일행이 있어서 말이야. "
항상 석봉이와 게임방에 오면 같이 게임하자고 하는 녀석들이 있다.
그리고 나는 저 말처럼 일행이 있다며 넘어가버린다.
...모르는 녀석이랑 게임하면 어색하단 말야.
" 좋아, 사운드 볼텍스 부터 비트매니아까지 싹다 대결이다! "
" 훗, 따라올 수 있겠어? "
" 지고 울지나 마셔. "
그렇게 세하와 게임을 즐기고 난 후 슬비에게 연락이 왔다.
적절한 시간대. 이것도 슬비가 최대한 배려해준 거겠지.
나참, 그 녀석은 이 세계든 저 세계든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 그만 가자. "
" 그래. "
돌아가려던 찰나, 질나빠 보이는 남학생들이 이쪽으로 걸어왔다.
...윽, 제발 시비 안걸었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내 바램은 또다시 무시당하고 결국엔 그 녀석들이 이쪽에 킬킬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 여, 이거이거, 세하 아니야? "
" ....뭐야. "
" 아니~ 별 건 아니고, 좀 같이 놀아줬으면 해서. "
" 싫어. "
지긋지긋하다는 듯, 세하는 눈을 찢으며 단호히 거절했다.
하지만 녀석들은 킬킬 웃으며 다가왔다.
" 니가 싫다면 어쩔 건데? 위상력이라도 쓰게? 이 좁은 곳에서? "
그 말대로 우린 민간인에겐 절대로 위상력을 쓰면 안 된다.
아니 그보다 위상능력자가 민간인에게 조금의 피해를 주는 것이 안 된다.
하지만, 이렇게 좁은 곳에서 녀석들에게 둘러 쌓인다면 힘을 조금도 쓰지 않고 빠져나가는 건 힘들다.
넓은 곳이라면 무시하고 피할 수 있겠지만 하필이면 게임방이라..
아무튼, 저런 악질놈들은 어릴 때 말고 본 적이 없었는데.
세하도 나와 같은 생각인지 난처해하는 얼굴을 했다.
...하지만 이번엔 내가 도울 수 있다.
" 야, 니들 나 안 보이냐? "
" 엉? 뭐야. 너는? "
" 보면 몰라? 세하 남자 친구다. 혼나기 싫으면 비켜. "
" 푸하핫.. 이 기생 오라비같이 생긴 게..! "
내 말에 킬킬킬 웃으며 녀석들은 날 비웃더니 갑작스레 공격해왔다.
일단 나는 이 세계에서 유니온에 등록되지 않았다.
무슨 소리냐고? 이래도 된다는 소리다.
퍽!
" 억?! "
내가 휘두른 주먹 한방에 나가 떨어진 남학생.
당연히 위상력은 조금도 쓰지 않았다.
단지 기본적으로 내 몸이 튼튼할 뿐.
그래서 내가 뭔 짓을 한다고 해도 뭐라고 할 녀석은 지금 이 장면을 볼 세하밖에 없을 것이다.
" 야.. 너.. "
" 괜찮아. "
순간 세하가 걱정이 가득한 눈으로 내 옷깃을 붙잡았지만 나는 세하를 안심시키며 그 손을 붙잡았다.
그녀의 걱정과는 달리 놈들에게 나는 단지 좀 이상하게 강한 녀석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거다.
" 혼나기 싫으면 비키랬잖아. "
" 큭.. 이 녀석.. 위상 능력자 아냐? "
" 헹, 너보다 강하면 다 위상능력자냐? "
내가 비웃자 녀석은 부들부들거리며 버럭버럭 소리질렀다.
" 야! 이세하는 남친따위 안중에 없는 게임광이거든?! 그런 녀석이 갑자기 남친이 생겼다는 게 말이 돼? 서로 생긴것도 닮았구만, 사실 가족이지?! 위상능력자 맞잖아! "
" 아, 아니거든! "
이, 이 녀석 생각보다 날카롭잖아.
아니 그보다, 내가 게임광인게 그렇게 유명한건가? 나름 조용히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어설프게 부정하자 녀석은 마치 카드라도 붙잡았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 그럼, 여기서 키스해봐. "
" ...뭐? "
" 서로 연인이면 키스해도 될 거아냐! "
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는데.
그냥 무시하고 깽판쳐?
아니, 그러면 이 녀석이 곤란해질... 아니 그보다 여기 가상세계잖아?! 난 뭘 걱정하고 있는 거람! 게임 때문에 너무 빠져있었어! 가상 현실... 생각보다 무서운 녀석이군.
" ...난 괜찮아. "
가상현실에 몰입감에 나도 모르게 공포심을 느끼고 있을 때, 옆에서 세하가 중얼 거렸다.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깨닫는 데에는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 이 쪽이 더 빠르니까... "
살짝 뺨을 붉히며 쑥쓰럽다는 듯 몸을 꼬는 세하. ...순간 나도 모르게 심장이 덜컹했다.
난 왜 다른 세계의 나한데 두근거리는 건데?!
진정해라 이세하! 진정...
" 우... "
정신을 차려보면 세하가 내 목을 감고 서서히 까치발을 들며 입술을 가까이 하고 있었다.
키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내 몸에 밀착한 세하에게서 좋은 향기가 풍겼다.
그리고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가, 가슴이 몸에 닿아서...
여체의 매력에 어질거리는 동안에도 세하의 입술은 점점 가까워져왔다.
' 어, 어떡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