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소멸, 그 이후 - 1

singleplayer 2016-04-04 0

어느날 아침, 한 소녀가 길을 걸어가고 있다.
한 때, 한국인의 상징이나 다름이 없던 칠흑과도 같은 긴 흑발을 뒤로 내리는 식으로 묶은 소녀.
눈동자의 색은 푸른색이고, 옷은 학교를 가는 중인지 교복을 입고 있다.
이세리.
고아인 소녀.
아니, 고아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아기적때부터 고아원에서 길러졌다.
그렇다곤 해도, 학교는 빠짐없이 다니고 있지만.
성격은 그리 활발한 성격이 아니고, 또 다른 학생들과는 달리 게임을 좋아한다.
그리고 밤을 샐 때도 있는 덕분에 학교에서의 인간관계는 그리 좋지않다.
친구가 몇 있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또 다른 소녀가 세리를 불렀다.

"세리야─!"

이슬.
세리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소녀.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분홍색의 단발머리를 하고, 눈동자의 색은 세리와 같은 푸른색.
작은 키에, 아담한 체구, 그리고 귀여운 외모로 학교에서 어마어마한 인기인인 소녀다.
하지만, 그런 소녀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친구는 다른누구도 아닌 세리.
세리의 성격이 활발하지 않은 점을 봤을 때,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슬은 세리와 가장 오래된 친구사이다.
슬이도, 마찬가지로 고아원에서 지내왔고, 원장의 말에 의하면, 이슬과 세리, 둘 모두 같은 해에 고아원에 데려왔다고 한다.
그 말인즉, 아기때부터 같은 곳에서 지내며 자라왔다는 의미.
어지간하지 않으면, 친한것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세리의 성격이라면 그 어지간한 부분에 포함될지도 모르지만.

"세리야?"

세리가 그러한 생각을 하고있자, 어느샌가 세리의 앞까지 온 이슬이 다시금 세리를 부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세리는 피식 웃고선 잠시 다른생각을 했다며 얼버무렸다.

"그런데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얘기?"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온다는데? 한번에 다섯씩이나!"
"다섯명? 전부 고등부야?"
"아니, 하지만 그래도 세명은 고등부래. 나머지 두명은 각각 초등부랑 대학부."

설명을 하는 슬이의 모습은 굉장히 들떠보였다.
그도 그럴것이, 평소에는 거의 오지 않던 전학생이 한번에 다섯씩이나 오니까, 들뜨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세리의 걱정은, 간단했다.
자신의 반에 전학생이 오지 않으면, 슬이가 조금 서운해 할지도 모르겠네, 라는것.
그런 생각을 하며 멈추지 않고 꾸준히 학교를 향해 걸어가던 도중, 세리는 갑자기 주변이 흔들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지?"
"세리야, 이거...포탈 생성되는 것 같은데..."
"에?"

세리는 당황한 나머지, 목소리가 새버렸다.
약 20년 전, 즉, 세리와 이슬이 태어나기 약 몇년전.
그 때에는 포탈이 나타나는 것은 일상이고, 심지어는 최상위급 차원종도 자주 나타났었다.
그리고 그 때에 나타난 차원종들의 군단장.
그 군단장이라 불리던 자는 홀로 최상위급 차원종들을 부리는 것이 가능했고, 그 때문에 한 때 신서울은 그들에게 정복될 뻔했다.
그런데, 그것을 5명의 클로저가 막았다.
그들은 각자 최상위급의 차원종을 잡는 것이 간단하게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강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그들이, 군단장을 제압, 사살하는 것으로, 차원종들의 기세를 꺾었다고 한다.
그 후, 생성되는 포탈은 거의 전무했고, 현재, 몇년 전부터 다시금 드물게 포탈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생성빈도조차 굉장히 드물고, 나타나는 것들은 최하위에서 하위급이라서 사람들의 관심이 크게 쏠리지는 않았지만, 이슬과 세리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여러 정보를 모았었다.
이슬과 세리는 비록 하급이지만, 클로저로 각성하였기 때문이다.
그 둘이 클로저가 된 것은 고등학생이 되기 1년전이었고, 우연인지 둘은 같은 날 정각에 클로저로써 각성하였다.
그 둘은, 아니, 정확히는 세리는 고아원출신이라는 이유로 놀림당했었는데, 클로저가 되는 것으로써 그런 놀림들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그 둘은 『일반인보다 약간 강하다』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신체의 강도는 변함이 없었고, 능력도 무기가 있어야만 사용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둘은 그점에 개의치 않아했고, 단지 자신들이나 주변의 사람들을 위급상황에 구할 수 있겠다, 라는 생각에 안도했을 뿐이다.
요약하자면, 둘은 클로저지만 약하다.
세리가 놀란 이유는 단 한가지.
세리는 최하위나 하위급 차원종이 나타나는 포탈이 생성될 때, 공간이 흔들린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전에 한번, 최하위급 차원종이 나타나는 포탈이 열리는 순간 같은 장소에 있던 적이 있는데, 그 때엔 공간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 말인즉, 나타나는 차원종은 그 정도로 강하다.
적어도 중급이상이다.
세리가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자, 허공이 찢어졌고, 그 찢어진 틈새가 넓어졌다.
그 크기는 지름 5미터 정도의 원.
포탈이다.
그 부분에서 세리와 이슬은 다시금 당황했다.
대체 어떻게?
보통 포탈이 열리기 전에는 차원력이 포탈이 열릴 장소 주변에 방출되므로, 유니온에서 미리 감지하고 요원들을 파견시키거나, 군대를 보낸다.
그런데, 주변에는 열리는 포탈을 보고 도망가기 시작하는 사람들만이 보이고, 클로저나 군인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는 것은.
차원력을 감추고 포탈을 생성했거나,
유니온에서 대응할 틈도 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열렸다.
그리고 그런 행동이 가능한 차원종들은, 최소 최상급 이상.
상급은 강하지만, 포탈생성을 앞당기거나 차원력을 감출 수 없다.
생각이 거기까지에 미치자, 두 소녀는 서로를 한번 바라보고선, 포탈이 생성된 곳의 정반대방향으로 함께 달리기 시작했다.
─────────
모두가 어디론가 가버려서 텅 비어버린 길거리.
그리고 그 길거리의 중앙에 있는 지름 5미터 정도의 포탈에서, 다섯의 인영이 걸어나온다.
키와 몸집, 예상되는 나이는 제각각이지만, 모두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백발인지 은발인지 구분이 힘든 새하얀 머리카락.
보랏빛으로 빛나는 눈동자.
그리고, 그들의 몸을 감싸고 있는 갑주와 그들의 무기는 칠흑과도 같지만, 빛나는 검은색이었다.
모두가 포탈에서 걸어나오자, 그들 중 가장 어려보이는 소녀가 말을 꺼냈다.

"오랫만이네요, 이 곳."

그 말에 대답을 하는 사람은 그들 중 가장 나이가 있어보이는 남자.

"하지만 놀러온 것은 아니니까, 기억하도록."

그 말에 반응하여, 한 장발의 소녀가 말했다.

"하지만 어때요, 놀면서 해도 되지 않아요? 쏘고, 베고."

그렇게 말하고선, 소녀는 한번 키득거리며 웃고, 말을 이었다.

"어차피 이번 작전은 실패가 없는, 우리 입맛대로 진행하면 되는거잖아요? 아저씨."
"아저씨라니..."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고서, 다섯 중 유일한 소년이 말을 했다.

"어찌되었든, 중요한 것은..."

하지만 그 말을 끝낸것은, 소년이 아닌,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던 한 단발머리의 소녀.

"작전, 그리고 무엇보다...복수."

그렇게 말하는 소녀의 눈동자 속에는 화려한 불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소녀의 말을 마지막으로, 포탈이 닫혔고, 포탈이 완전히 닫히는 그 순간, 그들의 모습이 변했다.
─────────

"에휴..."
"으음..."

두 소녀가 교실 바깥 복도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들고 있다.
두 소녀는 당연하지만 세리와 이슬.
이미 그렇게 있고나서 시간이 꽤 지났는지, 클로저인 두 사람이 힘들어하는 기색이 보인다.
그 순간, 교실의 앞문이 열렸다.
그 문으로 한 정장을 입은 약간 나이가 있어보이는 여선생님이 나왔다
김유정 선생님.
예전에 무슨일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니온의 관리요원과 학교 선생님의 일을 병행하고 계시는 선생님.
선생님이 둘의 앞까지 와서, 세리와 슬이에게 말을 걸었다.

"다음부턴 늦지 말도록! 알겠지, 둘 다?"

그 선생님은 살짝 웃으며 세리와 슬이에게 말했고, 세리는 지친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선생님께 대꾸했다.

"쌤...선생님 스타일은 너무 올드해요...차라리 그냥 운동장 10바퀴를 돌고말지..."

시간이 얼마나 지났기에 약하지만 클로저인 세리가 저런 말을 할까, 하며 김유정은 시계를 바라보았고,
시간은 김유정 본인이 그 둘을 복도로 보낸지 약 40분 가량이 지났다.
즉, 한교시 내내 그러고 있던 것.
김유정은 당황하여 세리, 그리고 슬이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고, 슬이는 그런 두사람을 보고선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김유정은 그러다가 핑계거리를 찾았는지, 약간 더듬으며 말했다.

"거, 거짓말도 했잖니. 늦은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포탈이 생겼다는 거짓말을 하면 안되지."
"그거 거짓말 아니라니깐요?"
"하지만 주변 피해가 전혀 없었다는 걸?"
"우으..."

세리는 결국 김유정이 끝까지 믿어주지 않았고, 세리는 억울한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학교의 점심시간.
세리는 이미 급식을 먹고 왔는지, 교실안의 책상위에 늘어져 있다.
그녀의 머릿속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로 가득 찼고, 신경이 계속 쓰였다.
그 순간, 교실의 뒷문이 열리더니 이슬이 들어왔고, 슬이는 세리의 표정을 보더니 살짝 씁쓸해보이는 미소를 짓고선 세리에게 다가갔다.

"혹시 아직도 오늘 아침일을 생각하고 있는거야?"

세리는 늘어진 상태에서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고, 이슬은 잠시간 씁쓸한 미소를 지울 수 없었다.

"괜찮을 거야. 유니온 쪽에 보고라도 했으니까, 말이야."

세리는 아마도...라며 조용히 중얼거리고선 고개를 들었다.
갑자기 뭔가가 생각이 났는지 급히 주머니를 뒤지지만, 그녀의 손에 집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게임기를 놓고 온것이다.
세리는 한숨을 푹,쉬고는 다시 책상위에 늘어졌다.
그런 세리를 바라보던 슬이가, 복도에서 무슨 소리가 나기 시작하자 눈치를 채고선 세리를 불렀다.

"이세리!"
"와이..."

슬이가 예상한 그대로의 대답에, 피식 웃고는 말을 이었다.

"바깥에 전학생들 지나가는데, 구경 안갈래?"
"전학생이 무슨 동물원 원숭이도 아니고...별로 관심없어..."

그렇게 말을 한 세리가 뭔가가 떠올랐는지, 늘어진 몸을 고개만 돌려 슬이를 바라보았다.

"왜?"
"우리 내일이 현장체험학습날 아니야?"
"어...생각해보니까 그렇네...그런데 그건 왜? 혹시 잊고 있던건 아니지?"

슬이가 설마,라는 표정을 지으며 세리를 바라보자, 세리는 전혀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그건 아니고, 전학생들은 갈 수 있으려나, 싶어서."
"오, 지금 세리가 남걱정 해준거야?"

슬이가 과장된 몸짓을 하자 세리가 가볍게 웃었고, 슬이는 미소지으며 설명을 해주었다.

"학교측에서 미리 연락을 받아서 확인했다네. 모두 다 문제없이 참여한다고 하네."
"응. 그런데, 혹시 바깥에 지나가는 전학생 몇명이야?"

슬이는 세리의 그 질문에 약간 의문을 띄우고는 대답해 주었다.

"다섯인데?"
"...여기 고등부인데 초등부랑 대학부 학생이 들어올 수 있던가..."
"아무래도 전학생들이니깐. 며칠간은 학교측에서도 신경 쓰지 않을거야."
"흐음..."

그러한 슬이의 대답을 들은 세리는, 다시금 아침의 일을 생각하였고, 슬이도 그런 세리의 모습을 보기만 할 뿐 다른 말은 별로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학교가 끝났고, 세리의 생각은 그녀가 잠들어서야 끝낼 수 있었다.

2024-10-24 23:00: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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