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e/클로저스-14화-

버드미사일 2016-03-24 2

사라져가는 그 몸을 안고 있는 그의 모습은 처절할 정도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내가 뭐라고 위로의 말을 하더라도 그에게 잘 전달될 것 같지가 않았다. 전쟁에서 다른 사람의 손에 쓰러진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동료를, 심지어 그 동료는 다른 자에게 억지로 조종당하던 것이었다. 그러니 정신이 멀쩡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괜찮아?”


 내가 말을 걸자 세이버는 거의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그저 텅 빈 자신의 손을 바라볼 뿐이었다. 너무나도 비극적이다.


 “꼭 이렇게까지 했어야 했었습니까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멀리서 우리를 바라보던 데이비드에게 조용히 질문을 했다. 거리 때문에 들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확실히 들렸는지 파이프 담배를 꺼내 불을 피우며 대답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모든지 할 수 있지. 상대편을 이용한다는 것은 아주 당연한 전략이지. 보고 있기는 힘들지만


 진심인지도 모를 정도로 의심을 하고 있지만 그의 말은 언제나 진심인 것 같다. 그래서 두렵다. 어떤 말이 진실이고 어떤 말이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다. 오직 그를 잘 알고 있는 자만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친구가 진정이 될 때까지 그곳에 있어도 괜찮네. 진정이 된다면 2층으로 올라오게 나는 거기서 기다리고 있겠네. 하지만 빨리 끝내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군. 이제 싸우는 소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야


 그 말을 내뱉고 데이비드는 자신의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 확실히 주변에서 시끄럽게 들리던 아쳐와 나타의 싸우는 소리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아니, 멀어지는 것뿐만이 아니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두 사람이 고전하고 있거나 이제 싸움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겠지. 서둘러서 싸우러 가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세이버의 상태로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가자


 그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 세이버는 일어선다. 아직 무리일 것 같은데 너무 성급히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라는 걱정이 들기 시작한다.


 “어서 가자. 그 자식을 끝장내야지


 “방금 랜서랑 싸우고 얼마 지나지도 않았잖아.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괜찮아. 힘들기는 하지만 그렇게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야


 “무슨 소리야. 힘들다면 쉬어야지. 너무 무리하는 것 같다고. 다른 사람이 보기에도 그렇고 네가 생각하기에도 그렇잖아?”


 “확실히….힘들기는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수도 없더라. 테인이를 생각하면 더욱


 세이버의 눈은 분노로 채워져 있었다. 겉으로는 감추고 있지만 가까이에서는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분노의 크기를.


 “……가자


 그저 조용히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세이버의 앞에 서서 먼저 교회로 들어간다. 세이버는 잠시 주춤거리며 나에게 손을 뻗으려다가 이내 손을 내리고 나를 따라온다. 아마 자신이 먼저 들어가서 나를 지키는 것을 주장하려고 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세이버는 나를 믿는 것인지 그러지 않고 조용히 나를 따라온다.


 “한산하네


 이곳에서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곳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미리 내보낸 것인지 교회 안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 누구도 기도하거나 업무를 하는 사람도 없었다. 이렇게 인기척이 없는 교회에 들어와 보니 매우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이 압박감은….”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 앞에 섰다. 계단 위에서부터 범접할 수 없는 압박감이 흘러 넘친다. 각오는 했으나 이 정도의 압박감은 내 허약한 각오를 잡아먹어버렸다. 만약 내가 각오를 하지 않고 이 곳에 왔다면 그대로 도망을 쳤을 것이다.


 “세이버는 괜찮아?”


 “상태는 괜찮을 것 같네. 이 압박감. 살기. 모든 것이 느껴진다


 압박감 때문인지 세이버에게서 느껴지던 분노가 어느 정도 사라졌다. 대신, 분노는 경계심으로 바뀌었다. 세이버는 자신이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도 느껴진다며 나에게 말을 한다. 어떤 기분인지 알 것도 같으면서도 알지는 못했다. 나는 그의 생각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올라가자


 여기서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에도 밖에서는 이길 가능성이 있는 우리를 위해서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절대로 시간을 헛되게 쓸 수는 없다. 우리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다. 마음 같아서는 서둘러 올라가고 싶지만 주변의 무거운 공기가 우리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듯 했다. 계단을 올라서자 데이비드가 본당에 들어가는 문 앞에 의자를 가지고 와서 앉은 것인지 편히 앉아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왔군


 “우리가 늦게 와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건가?”


 “하하. 그럴 이유는 없지. 내가 방금 그런 말을 한 건 조금이라도 체력을 아끼며 올 것 같아서 말한 걸세. 오해는 말게

 데이비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우리에게로 다가온다. 무언가 숨겨진 속셈이라도 있는 것이 아닐지 의심부터 든다. 그만큼 그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


 “자네들. 내가 말해준 버서커의 공격 기술들….다 기억하나?”


 “기억한다만?”


 “그것들 모두 잊어버리게. 이제 의미가 없어졌어


 “무슨 뜻이지?”


 데이비드는 난감하다는 듯이 웃어 보이며 파이프를 입에 물고 다시 불을 피운다. 깊게 연기를 들이마시고 내뱉고 입맛을 다시며 다시 입을 연다.


 “내가 알려주고 난 그 뒤에 일일세. 나는 그의 진정한 힘을 보았어


 데이비드는 자신의 뒤에 있는 문을 바라보면서 이야기한다. 문 안에서는 지금까지 느껴졌던 압박감이 느껴진다. 이 안에는 버서커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진정한 힘이라고? 도대체 무슨 뜻이지


 세이버는 그 말의 의미를 모르겠다는 질문한다. 나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었다. 도대체 무슨 뜻일까.


 “지금까지 내가 말했던 모든 기술들은 하나의 장난거리에 불과하네. 모두 전문적이고 위협적이며 완성도가 높고 누구도 흉내를 낼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모든 기술들은 한 순간 머리 속에서 생각해낸 애드리브. 머리 속에서도 금방 잊혀질 기술들이네. 자네들과 처음 만났을 때 썼던 기술들이나 공격방식도 그런 애드리브일 것일세. 이제 알겠나? 그는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진심으로 싸운 적이 없네. 나는 어제서야 드디어 그의 진정한 힘을 봤고 말할 수 있네. 자네들 머리 속에 있는 모든 정보를 지우고 싸우게. 그게 더 도움이 될 거야. 엉터리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편이 훨씬 좋지


 데이비드는 긴 말을 끝내고 다시 파이프를 들이마신다. 그리고 생각해본다. 우리가 처음 버서커를 만났을 때를. 그의 위압감을 어느 정도였지? 강함은? 가지고 있는 위상력이라는 힘과 마력의 크기는? 모두 일류 급이었다. 그런데도 그것이 장난이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솔직히 그런 장난도 이길 수 있을지도 장담하지 못했는데 여기서 더욱 격차가 벌어졌다. 이것을 어떻게 해야하나.


 “그런데도 자네는 웃고 있군. 정신이 나간 건가


 하지만 세이버는 웃고 있었다. 섬뜩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 정신이 나갔다고 말하는 데이비드의 말은 정확할 것이다.


 “어째서 웃고 있는 거야?”


 나는 당황스러움에 그에게 질문을 한다. 세이버는 자신이 웃고 있다는 것을 들키자 눈에 띄게 웃어 보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노로 가득 차있던 사람 같지가 않다. 나와 데이비드는 그런 세이버의 모습을 당황스럽게 보고만 있었다.


 “어째서 웃냐고?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들었잖아. 역시 그 정도면 테인이나 트레이너, 레비아를 세뇌 시킬 만도 하다. 그 동안 열심히 싸웠던 게 그저 장난이었다고? 웃기지 않아? 그렇게 열심히 싸웠는데도 장난이었다니. 이렇게 웃긴 일이 어디 있어. 분명 그 녀석도 재미있었겠지


 그렇게 세이버는 당당히 소리치더니 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문에 손을 올려서 열려는 듯한 자세를 취한다.


 “그렇게 장난을 쳤고 이제 제대로 한다고 한다면 그 장단에 맞춰주지. 이번에는 절대로 제대로 싸운다. 그렇지? 마스터


 “……알았어


 나는 세이버의 옆에 다가가서 똑같이 문 위에 손을 올려 놓는다. 데이비드는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한번 웃더니 다시 계단을 통해 내려가면서 한가지 충고를 해준다.


 “한가지 충고를 해주지. 그 안은 그만의 고유 결계다. 조심하게나


 고유 결계. 그것을 혼자의 힘으로 펼쳤다면 그것도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물러설 수 도 없고 어쩔 도리도 없다. 이제 전진만이 남았을 뿐.


 “가자


 우리는 힘차게 문을 열어서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리자 빛이 우리를 감싼다. 강렬한 빛 때문에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고 우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이상한 기운이 넘쳐나는 장소로 왔다. 어두운 색으로 가득 찬 공간. 하늘 위에 땅 조각이 띄워져 있는 듯한 공간. 여기저기서 울려 퍼지는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소름 끼치는 울음소리. 불쾌한 감정만이 든다.


 “데미플레인…”


 “아는 장소야?”


 “. 아는 장소이기는 한데…..뭔가가 달라


 세이버는 이곳을 조사하는 듯이 자리에 앉아서 땅을 천천히 쓰다듬으며 살펴본다. 그리고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선다.


 “이것은 내가 알던 곳과는 너무나도 달라. 내가 알던 곳은 우리 때문에 엉망진창이 되어버렸고 설령 버서커의 세계가 그렇게 되지 않아더라도 이건 너무나도 달라. 마치살아있는 듯한


 세이버는 이 공간이 마치 살아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나는 세이버가 했던 것처럼 땅을 만져보았고 세이버의 말을 금방 알 수 있었다. 땅에서 생명의 기운이 느껴진다.


 “조심해서 가자. 내 뒤 좀 부탁할게


 “알았어


 세이버는 먼저 앞장서서 가고 나는 그 뒤를 보면서 천천히 앞으로 향한다. 길을 잃을 것 같다고 처음에는 생각했지만 의외로 길이 이어져 있었고 땅이 떨어진 곳은 내가 세이버와 같이 날아서 이동한다. 그렇게 10분 정도 이동했는데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괴상한 땅과 바위들이었다.


 “뭔가 이상한다. 아무리 이동해도 보이는 게 없다니


 “그러….!”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면서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세이버가 말에 뜸을 들이더니 내 옆을 검으로 내리찍었다. 아슬아슬하게 내리찍어진 검을 보고 나는 기절할 뻔했지만 내 다리 옆에서 느껴지는 이상한 촉감을 느끼고 아래를 보았다. 내 밑에는 세이버의 검에 머리로 보이는 부분이 찍혀 있는 생명체가 있었다. 생김새는 뱀을 닮아있었다. 괴물은 괴로운 듯 꿈틀대다가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건


 “어쩐지 안 보인다 했어


 “뭐가?”


 세이버는 괴물에게서 검을 뽑은 다음 검에 마력을 담은 다음 커다랗게 휘두른다. 마력은 커다란 파동을 그리며 퍼져나갔고 파동은 중간 중간 끊어졌다.


 “무언가가 있어


 “크리자드 타입의 차원종


 “차원종? 이런 고유 결계에 너희 세계의 괴물들이 있다는 거야?”


 “이 고유 결계는 버서커의 것이고 버서커는 인간이면서 차원종이니까. 그가 이런 세계를 만들었다면 이세계의 원주민들이 있어도 이상할 것은 아무것도 없잖아


 “그렇긴 하네


 “준비해. 싸우면서 이동해야 할 것 같으니까


 충격파에 맞은 차원종들이라믄 괴물들이 모두 모습을 들어낸다. 생김새는 각자 달랐지만 우리에게 적의를 들어내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공파탄


 세이버는 자신의 검을 앞애 있는 하나의 차원종에게 조준해서 무언가를 발사했다. 발사된 투사체는 폭발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투사체에 맞은 차원종은 비명을 지르며 사라져갔다. 그것을 신호로 나머지 차원종들은 우리에게 달려들었다.


 “어림도 없지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쉽게 당하지 않는다. 나는 나와 세이버를 중심으로 하여 주변의 중력을 올렸다. 갑작스럽게 강해진 중력에 차원종들은 모두 땅에 쳐박혔고 이것은 세이버의 좋은 공격기회가 되었다.


 “올라가


 세이버의 말에 나는 하늘로 잠시 날았다. 내가 날아오름과 동시에 세이버는 땅에 검의 끝 부분을 땅에 꽂더니 땅은 이내 폭발했다. 폭발한 지역은 상당히 넗었고 푸른색 화염이 세이버를 제외한 모든 적들을 불태운다.


 “화염분쇄


 저 기술의 이름은 화염분쇄인 것 같다. 화염분쇄보다는 화염폭발이 더 어울릴 것 같은 느낌이다.


 “이동하자


 “세이버. 그 불길을 그대로 놔도 괜찮은 거야?”


 “당분간인 불길은 지석되겠지만 얼마 안가서 꺼질테니 걱정은 마. 그럼 서두르자


 우리는 나타나는 적들을 쓰러뜨리며 앞으로 전진했다. 적을 쓰러뜨리고 안으로 깊숙히 드러갈 때마다 그들이 지르는 비명소리며 생김새는 점점 인간을 닮아가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들과 마주칠 때마다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차원종들은 모두 이런 것들일까.


 “다 이런 것은 아니야. 사람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건 소수에 불과할 뿐. 이렇게 사람을 닮은 경우는 없는데. 아무리 평행세계라고는 하지만 이 정도로 사람의 형태를 닮은 건 역시 상대하기 힘드네


 세이버도 그들이 이상하기는 한 모양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것들의 존재. 데이비드가 한 말이 생각난다. 자신이 알고 있던 상식을 버리라고.


 “데이비드의 말이 사실일 줄은 몰랐네


 “인정하기는 싫지만 말이지


 적들을 하나 하나 처치해 가면서 앞으로 전진한다. 압박감이 강해지는 것으로 보아 버서커가 있는 장소에 거의 다 왔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압박감 때문에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잠시 실례


 세이버가 내 목에 잠시 손가락을 대더니 목을 통해서 어떤 기운을 흘려 보냈다. 위상력인 듯 하다. 위상력이 내 몸에 흘러 들어오자 숨을 쉬기가 한결 좋아졌다.


 “좀더 조심해서 가자.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으니까


 세이버가 걸어가면서 말한다. 확실히 주변에 있던 기괴한 구조물들이 정돈이 되어 있으며 마치 예술 작품인 것 같아 보였다. 난잡했던 길들이 정동되어 있고 차원종들이 우리에게 싸움을 거는 횟수도 확연히 줄어 들였다. 마치 힘의 차이를 느끼고 피해서 가는 듯 좀더 똑똑한 것 같다. 우리가 다가가자 오히려 피하기도 한다.


 “왔구나


 상당히 오랫동안 걸은 끝에 화려한 왕좌가 여럿 있는 곳에서 그 왕좌들 중 중앙에 있는 왕좌에 앉아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버서커를 볼 수 있었다. 손에 와인 같은 것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 와인을 마시면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이곳은 어떤가? 내가 있던 세계에서 내가 살던 장소였는데


 “취향 한번 고약하군.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사람을 닮은 차원종들이 즐비하는 곳이라니. 너는 이렇게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나?”


 세이버는 거침없이 버서커를 쏘아 붙인다. 나는 버서커가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오히려 웃으면서 즐겁다는 듯이 와인을 마신다. 이 대화가 썩 마음에 든 모양이다. 와인을 한 모금 마시며 버서커는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는 않아. 오히려 조용한 곳을 좋아하지. 그리고 이곳은 내가 처음 왔을 때보다 조용해진 곳이라고?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는 얼마나 시끄러웠는데. 크리자드들은 모두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았어. 다들 너는 용이 아니다, 너는 이단이다등등 말들을 했지. 시끄러웠어. 몇 십, 몇 백, 몇 천, 몇 만 이상의 차원종들이 한꺼번에 소리쳤지. 너희는 아마 내 기분을 모를걸?”


 “그 차원종들은 모두 어떻게 됐지?”


 “들리지 않나? 이곳의 소리가


 그는 손을 뻗으며 말했다. 그 행동과 말의 의미를 알 것 같다. 모두 그의 손에 사라져서 이 장소와 하나가 된 것이다. 참혹한 결과다. 그들의 입장에서 인간이 그들의 주인이 되어서 썩 좋지는 않았을 것이고 그것의 불만을 표출한 것인데도 이렇게 사라지다니.


 “용서없군


 “내가 그들을 용서해야 할 필요가 있나? 애초에 나는 그들이 조용히만 했어도 아무런 고통도 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은 알고 있었을 것이지. 나에게 반기를 들면 어떻게 되는지. 그래서 그들의 소원대로 해준 것뿐이다


 “정신이 나갔군


 “나는 어렸을 때부터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애당초 다른 인간들과 다르다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을 뿐이다. 나는 그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차원종이 될 수 있고.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버서커는 세이버를 향해서 손가락질을 하며 그를 조롱하기 시작했다. 세이버는 그 말에 별 다른 반박을 하지 못하고 그 조롱을 듣기만 했다. 나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버서커에게 반박을 표한다.


 “아니 당신과는 다르지. 적어도 세이버는 배려가 있다고. 당신에게는 그런 것이 있어?”


 “배려? 나는 이미 충분히 너희를 배려하고 있다. 내가 너희와 이야기해서 뭐가 이득이 있겠나? 너희가 들어와 마자 끝을 낼 수도 있었다. 굳이 이곳에서 기다릴 필요도 없이 말이지. 또 나에게 배려가 없었다면 너희에게 나와 싸울 수 있는 두 번째 기회를 줄 수 있겠냐 말이다


 “그건 배려가 아니라 강자가 약자에게 보이는 여유일 뿐이지. 배려라고 부르지 않는다고


 “배려 또한 유리한 자가 불리한 자에게 베푸는 여유에 불과하다


 “이야기가 통하지 않는데


 대화를 나누고 있자니 그와 말이 통할 것 같지가 않았다. 세이버는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다시 무기를 들었다. 나 또한 싸울 준비를 한다.


 “그래. 어차피 너희와는 대화가 통할 것 같지는 않았지. 결국 이렇게 될 뿐 이였다. , 준비해라. 그리고 선택해라. 이 곳의 별이 될지, 아니면 승리를 할 것인지


 버서커는 왕좌에서 일어나 자신의 무기를 들었다. 무기를 들고 싸울 의지가 생기자 그의 모습이 달라지는 것 같았다. 그에게서 나오는 압도적인 살기. 오직 냉철한 살기만이 느껴진다. 방금 전 우리를 대하던 여유는 없다. 그는 진심이다.


 “조심…”


 세이버가 나를 향해서 조심하라고 말을 하려는 순간 버서커는 엄청난 속도로 세이버 앞에 다가왔다. 그가 다가왔는데도 그가 우리 앞에 왔다는 사실만을 확인했을 뿐 다른 반응을 하지 못했다.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기도 전에 버서커는 세이버의 배를 향해서 주먹을 한번 휘둘렀다. 버서커 특유의 강한 힘의 공격이 한 끗의 오차도 없이 정확히 들어갔다. 세이버는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버서커의 주먹을 맞고 공중에 살짝 떠올랐다. 나는 버서커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버서커는 이미 뒤로 빠져있었다. 빈틈이 없다.


 “장난은 없다. 일어서라


 버서커는 자비라고는 보이지 않는 말투로 왕좌에 다시 앉으며 세이버에게 일어나기만을 기다린다. 세이버는 입에서 피를 토해내며 고통에 잠겨 있다. 나는 조금이나마 상처가 치유되기만을 바라면서 회복 마법을 걸어준다. 다행히도 어느 정도 먹힌 것인지 세이버는 자신의 무기를 지팡이 삼아서 일어선다.


 “무슨 저런 괴물이….다 있어. 거기다 완전 놀리기나 하고


 세이버는 입에 묻어있는 피를 닦아내면서 일어선다. 그러면서 몸에서 아주 미세하게 검은색의 연기가 피어 오른다.


 “내 선물이 마음에 드나?”


 “너는 선물을 주먹으로 주냐?”


 버서커와 세이버는 영문을 모를 말들을 하며 이야기를 한다. 방금 전 상황과 선물과 주먹. 이 단어들을 맞추어보니 방금 버서커가 세이버를 강타했을 때 세이버에게 무언가를 준 것 같다.


 “내가 또 이 빌어먹을 힘을 받게 될 줄이야


 “왜 기쁘지 않나? 나에게서 힘을 받고 이제 조금 더 버틸 수 있지 않아? 오히려 기뻐하라고. 그리고 네 마스터도 지키고 싶다면 그 힘도 나누어 주고 말이야


 세이버는 혀를 차면서 내 손을 잡는다. 그리고 나에게 무언가 흘러들어왔다.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뭐야 이거?”


 “보면 알잖아. 저 녀석의 힘


 “? 왜 저 녀석이 힘을 주는 건데?”


 “저 녀석에게 있어서 싸움은 하나에 게임이야. 게임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힘 같은 걸 나눠줬나 봐


 “나는 역시 이해 못하겠어


 “나도 마찬가지야


 버서커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번에는 자신의 검을 땅에 꽃아 놓고 우리에게 다가온다. 굳이 검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듯한 모습이었다.


 “, 우리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버서커의 그런 행동이 매우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다. 나도 그렇지만. 세이버는 무기를 제대로 쥐고는 버서커를 향해서 걸어가면서 말을 한다.


 “마스터. 나한테 링크 걸어. 저 녀석은 계속해서 나에게 힘을 줄 테고 나는 그걸 적당히 마스터한테 보내줄게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세이버에게 링크를 걸었다. 이것으로 세이버가 나에게 일정한 량의 힘을 보내줄 것이고 나는 그것으로 내 몸을 지켜야 할 것이다. 지금의 나는 아직 버서커에게 제대로 대항하지도 못하고 세이버의 짐이 될 테니 적어도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나를 얕보고 말이야. 적당히 하라고!”


 세이버는 검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버서커는 세이버의 공격을 여유롭게 바라보더니 이내 주먹으로 받아 쳐냈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다. 마치 버스에서 손잡이를 잡기 위해 손을 올리는 듯한 모습과도 같은 간단한 동작이었다. 힘을 거의 주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


 이번에는 튕겨진 반동을 이용해서 오른쪽 옆구리를 공격한다. 이번에도 주먹에 막혔다. 이번에는 어깨를 공격한다. 이번에는 손으로 세이버의 검을 잡았다. 검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세이버는 무릎으로 버서커의 배를 공격한다. 버서커는 세이버의 검을 막고 있지 않는 다른 손으로 무릎을 막았다.


 “이번에는 내 차례다


 버서커는 세이버를 잡은 체 손에 마력을 모은다. 마력은 검은색의 불꽃으로 바뀌었고 그것은 신호가 되었다.


 “불타라


 세이버를 잡고 있는 두 손에서 폭발이 일어나 연막이 생겼다. 나는 서둘러서 세이버에게 지속적으로 회복 마법을 걸어준다. 최소한 데미지라도 줄일 수 있도록. 이런 순간이면 내가 다른 보조 마법들을 배우지 못한 것이 원망스러웠다.


 “크윽!”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연기 속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던 버서커에게 세이버는 연기 속에서 얼굴을 들어냈다. 매우 성난 얼굴로.


 “


 세이버는 매우 화난 얼굴로 박치기를 시전했다. 손과 발이 묶인 상태에서 공격할 수 있는 최선의 수였을 것이다. 세이버의 박차기를 안면에 받아들인 버서커는 순간 중심을 잃고 세이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쳤다. 세이버는 그 사이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다리로 버서커의 배를 차며 멀리 날렸다.


 “진짜 죽겠네


 세이버는 지친다는 듯이 말을 한다. 정말 잠깐 몇 수를 나눈 것인데도 매우 힘들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버서커에게서 힘을 받은 것인지 꺼림직한 힘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


 기분 나쁜 일이지만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것도, 슬비가 버티고 있는 것도 모두 저 녀석이 주고 있는 힘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음에 안 든다. 나는 내 힘으로 버티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다니.


 “, 이럴 때마다 후회만 하고 있네


 이런 상황일수록 후회는 나중에 하고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건만 그러지를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버서커도 그런 내 문제를 어떻게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거 한방 먹었군


 버서커는 날아간 자리에서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일어선다. 거의 상처는 없어 보이지만 입에서 피가 나는 것을 보면 입술이 찢어진 모양이다. 타격을 줄 수 없었을 것 같았는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작은 희망을 가졌다.


 “설마 그런 방법으로 공격할 줄이야. 방어를 버리고 머리에 내가준 모든 힘을 집중하다니. 이러니 내가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없군


 “? 힘을 주고 있다는 게 후회되나?”


 괜히 이런 말을 해서 힘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오히려 내 손해다. 하지만 그에게 어쩐지 이런 식의 도발이 하고 싶어진다. 내가 그와 싸우고 싶어한다는 듯이.


 “후회? 내가 후회를 할 것 같은 존재로 보이나?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만족, 대만족이지


 “무슨 이유로?”


 “너희는 드디어 나를 쓰러뜨릴 수 있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었다! 이 위기감, 이 긴장감.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각…..나는 이런 순간을 기대해왔으니…..”


 말의 끝을 흐리면서 버서커의 모습이 아주 잠깐이지만 보이지 않았다. 허나, 나는 그가 어디로 올 것인지 알고 있다. 바로 내 앞에.


 “나를 죽여봐


 나는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건블레이드에 위상력을 최대한 집중해서 버서커의 허리를 쳐냈다. 버서커는 피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내 공격을 보고 웃으면서 허리에 있는 손을 살짝 올려 허리로 직접 받아드렸다. 결국 내 공격은 정통으로 들어갔으나 그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래. 바로 이거지


 그의 입에서 피가 살짝 튀어나왔다. 그의 피가 내 얼굴에 닿았고 내 공격이 통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였다란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처음으로 느낀 희망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너라면 이 검을 쓸 필요가 있겠군


 버서커는 살짝 나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거리를 벌리는 순간 들어가서 마저 공격을 해볼까 생각을 해봤지만 그 순간 나는 끝이 날 것이라고 내 예감이 말해주었다.


 “, 이걸 제대로 써보는 게 얼마만 인지


 버서커는 땅에 꽃아 두었던 검을 뽑아 들며 오래된 감상에 빠진 것인지 애뜻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와서 그의 검을 보니, 그의 검은 손질이 되어 있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몇 번 사용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손잡이 부분도 완전히 새 것에 가까웠고 자주 싸웠을 것 같은 그의 무기가 저렇게 새 것 수가 없다. 그의 반응을 보니 새로 만든 것도 아니고. 어째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인가?


 “? 그 동안 그 검을 사용하지 않았나?”


 “당연하지. 내가 내 세계에서 살고 있는 동안 이 검에 격식이 맞는 상대는 거의 없었으니까. 여기에 오는 것 조차 힘들었고 설령 오더라도 간단하게 놀아주기만 해도 끝나는 것인데 내가 굳이 이 검을 사용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버서커는 다시 말 끝을 흐리면서 검을 대각선 하늘 쪽으로 강하게 휘둘렸다. 그가 검을 휘두르자 기괴한 소리가 들리더니 공간이 일그러졌다. 말이 안 나온다. 그저 검을 들고 강하게 휘둘렸을 뿐인데 공간이 일그러지다니.


 “힘을 가지고 있는데 말이야. 그나저나 너무 오랜만에 사용하니 힘 조절하기가 너무 힘들군. 고작 공간을 일그러뜨리는데 이렇게 많은 힘을 사용하다니….이거야 원, 당분간은 사용하기 힘들겠군. 그 기술은


 버서커는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에 많은 양의 힘을 쏟아낸 것인지 조금 숨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다. 그라도 공간을 일그러뜨린 것에는 매우 많은 힘이 필요한 모양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건 말이 안되지 않아?


 “그렇게 경계하지마. 너희에게 쓸 힘은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방금 전 기술은 당분간은 사용 못해. 그러니까 안심하라고. 특히 마스터는 말이야


 버서커는 손으로 슬비를 가리키면서 말을 건다. 슬비는 자신을 지목하자 긴장을 하고 좀 더 조심스러워 졌다. 언제 자신을 공격할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슬비 앞을 막으면서 버서커를 경계한다.


 “수다는 이쯤으로 하고 좀더 즐겨보자고


 버서커는 검을 손에 쥐고 나에게로 다가온다. 나 또한 건블레이드를 들고 그에게로 다가간다. 버서커나 나나 다가가는 속도를 줄이지도 늘리지도 않은 채 다가간다. 서로 서두르면 끝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물론 서로에게 차이가 있다면 내가 끝이 나기에 조심하는 것이고, 버서커는 자신의 장난감이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조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지루하게 할 수 많은 없지


 버서커는 좀 떨어진 곳에서 나를 향해서 검을 찌른다. 검의 사정거리는 매우 부족했지만 나는 고개를 꺾어서 그의 검 궤도를 벗어난다. 잠시 후 내 얼굴에 상처가 나더니 조금의 피가 흘렀다.


 “위상 집속검


 자신의 힘을 검에 집중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이점을 가져가는 기술. 사정거리나 파괴력, 신체능력의 활성화 등 여러 효과가 있기에 나도 즐겨 사용하던 기술이다.


 “대략 10M. 내가 순간적으로 낼 수 있는 집속검의 길이다. , 잠시 후면 3M정도로 줄어든다는 게 흠이지만


 버서커는 별 것 아니라는 듯이 말을 한다. 웃기는 소리. 근접전에서 3M라는 길이의 차이가 얼마나 불리한데. 괜히 옛 전쟁에서 창이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 아니다. 내가 위상 집속검을 사용한다고 해도 내가 늘릴 수 있는 길이는 1M. 엄청난 차이가 난다.


 “위상력 집중…”


 하지만 그렇다고 쓰지 않을 수는 없다.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더 불리해질 뿐. 내가 검의 길이를 늘린 것을 보고는 버서커는 활짝 웃어 보이면서 뛰어오기 시작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뒤로 뒷걸음 치면서 거리를 벌린다.


 “도망치지마라!”


 버서커는 4M이상의 거리에서도 공격해온다. 검이 길어진 만큼 다루기가 힘들 텐데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휘두른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깔끔한 동선. 검을 휘두르면서도 떨어지지 않는 체력과 기교. 완벽한 공격들이다. 그에 반해서 나는 그에게서 한 수떨어지는 완벽한 하위호환. 그 자체다.


 “도망치지 말라니까!”


 버서커는 내가 도망치는 것을 귀찮게 여기는 것인지 검을 거꾸로 들고 팔을 높이 들어 땅에 꽂을 듯이 자세를 취한다. 그가 검을 땅을 향해 내리 찍자 거대한 폭풍이 나를 휘감으며 거대한 충격과 함께 버서커에게 끌러가기 시작했다.


 “충격!”


 “이번에는 절대 도망 못 치겠지!”


 최대한 버텨보려고 노력하지만 버서커는 끊임없이 충격파를 생성한다. 어떻게 이렇게 강력한 충격파를 발생시킬 수 있는지 궁금하다. 허나 이렇게 끌려 다닐 수만은 없다. 이렇게 계속해서 충격파를 발생시킨다면 오히려 이것을 기회로 삼는다.


 “이야아아아!”


 그가 다시 충격파를 생산시키는 것과 동시에 점프를 해서 달려들어 건블레이드를 왼손에 잡고 그것을 방패로 삼고 주먹에 위상력을 최대한 실어서 주먹을 창으로 삼아 질주를 한다. 다른 사람이 보면 마치 필사적인 투사처럼 보일 것이다. 버서커는 충격파를 쓰면서 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이내 만족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그는 충격파를 끌어오는 도중에 자신의 힘으로 충격파를 끊어버리고 내가 내지르는 주먹에 맞추어서 똑같이 주먹으로 응수한다.


 “! 넌 역시 나와 같은 성격이군!”


 힘에서 밀린 것인지 나는 조금 밀려 날아갔고 손이 깨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버서커도 조금의 피해가 있는 것인지 손을 어루만지고 주위를 둘러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고 있다.


 “이제야 덜 들리는 군


 “무슨 소리지?”


 “아무것도 아니야. 그나저나 역시 너희에게 힘을 주기를 잘 했군. 그만큼의 힘을 준 상대도, 그만큼의 힘을 이렇게 적절히 활용한 상대도 너희가 처음이다. 정말 마음에 들어. 너의 공격도 이제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고 저 마스터의 공격도 어느 정도 무거워지기 시작했으니까 말이야


 버서커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슬비를 바라본다. 슬비는 땀을 흘리면서 손을 떨고 있었다. 눈의 색이 달라진 것을 보아하니 내가 나누어주고 있는 버서커의 위상력을 사용해서 그에게 무언가 압박을 가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어느 정도 버서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것도 그녀의 덕분이었던 것일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은 또 얼마만인지. , 이것들을 마시거라


 버서커는 손에서 무언가를 만들더니 슬비와 나에게 던진다. 혹시 폭탄 같은 것이 아닐까 걱정을 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번에 손에 들어온 것은 매번 그에게 받아왔던 물약. 한번도 마시지 않았던 물약이다. 그는 다시 한번 물약을 주면서 마시라고 권한다. 아마 이번이 3번째일 것이다.


 “왜 자꾸 우리에게 이런 물약을 주는 거지? 우리가 이런 것을 마실 것이라고 생각해?”


 “아니. 마시지 않겠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너희라면 절대 마시지 않겠지


 “그럼 그렇게까지 우리를 잘 알면서 우리에게 주는 건데


 “너희에게 승산이 없으니까 주는 거다. 솔직해져라. 너는 지금 나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에게 타격을 주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는 않겠지. 그렇지?”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솔직히 우리가 그에게 피해를 주었다고 해서 우리가 그를 이길 수 있다는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비유를 하자면 바늘로 검을 든 사람과 싸우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물론 상대가 검을 처음 든 초보자이거나 바늘을 든 사람이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버서커는 검을 들고 있는 고수이고, 우리는 바늘을 든 고수다. 결과는 뻔하다. 힘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그러니 마셔라. 마셔서 힘을 기르란 말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슬비를 바라보았다. 슬비도 마실지 말지 고민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우리의 우물쭈물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버서커의 얼굴이 점점 굳어간다.


 “아아시끄럽게..정말.……...너희가 정 그렇다면 마실 수 밖에 없게 만들어주지


 버서커는 앞에 무언가 중얼거리다가 이내 우리에게 험악한 얼굴을 지으면서 소리를 친다. 그는 괴롭다는 듯이 얼굴을 손으로 가리면서 고개를 숙인다. 평소같으면 이때가 최적의 공격 타이밍이었을 테지만 나의 예감이 또다시 다가가지 말라고 한다. 그 이유를 설명한다는 듯이 갑자기 우리가 있는 이 공간이 그야말로 울부짖듯이 시끄러워지며 공간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사람과 차원종의 소리가 뒤섞여 최악의 조화를 이루며 소리치고 있다. 불쾌하고 속이 뒤집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이내 버서커의 몸에서 검은색 불꽃이 일렁이며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불꽃은 점점 형체를 가지다가 버서커의 갑옷을 감싸 안았고 버서커의 갑옷을 좀더 화려하고 위엄이 있는 옷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속이 뒤집힐 것 같은 것을 겨우 참았다. 가까이에서 보는 그의 위험성은 대단했다. 지금이라도 도망치거나 이 물약을 마시지 않으면 나는 죽을 것이다. 도망치기라도 시도해보기 위해서 몸을 움직여봤지만 위기감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움직여도 괜찮다


 버서커가 움직여도 괜찮다라고 말하고 나서야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숨이 막혀옴과 동시에 슬비를 바라보았다. 슬비도 나와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다만 더 좋지 못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제야 알겠나? 너희가 나와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내가 너희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내 호의를 더 유지하고 싶다면 어서 그 약을 마셔라


 버서커는 고압적인 말투로 우리에게 명령을 한다. 지금까지의 권유가 아닌 단순한 명령이었다. 더는 주체할 수 없었다. 나는 슬비와 눈을 마주치고 결심을 한 뒤 물약이 들어 있는 병을 열었다. 그리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부 마셨다.


 “역시 사람은 이것이 문제군. 위험을 눈앞에서 체험해야지만 알아차리니……분명 힘의 차이는 눈에 선명히 보이는 것이거늘


 물약을 마시자 내 몸에 여러 가지 변화가 온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먼저 버서커 앞에서 당당히 설 수 있게 되었다. 몸에 힘이 넘치고 편해지기 시작했다. 전에 없던 힘이 넘쳐나며 버서커와의 차이도 어느정도 줄어들어서 이제 완전히 그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 것 갔다. 단 하나의 물약으로 이런 효과를 있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행운으로 생각했다. 이 소리를 듣기 전까지는.


 “너희도 들리나?”


 “그래. 왜 네가 그렇게 시끄럽다고 했는지 드디어 이해가 갔어. 넌 몇 년 동안 이 소리를 듣고 살아 온 거지?”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버서커가 정신이 나간 것 같은 이유를. 버서커가 준 물약을 먹고 아마 나는 그와 비슷한 격의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럼에 따라서 그와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지금 내 귀에는 여러 가지 소리가 들린다.


 ‘죽여줘


 ‘꺼내줘


 ‘그만해…'


 ‘나를 풀어줘


 ‘나는 뭘까


 ‘너의 미래가 보여


 ‘너는 불쌍한 존재야


 한 순간도, 단 한 순간의 틈도 없이 쉬지 않고 이런 소리가 속삭여온다. 미칠 것 같다. 어떻게 이런 소리들을 듣고 살아왔을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소리를 듣고 살아오면서 저 정도의 유지하고 있는 것인지 그의 정신력에 감탄이 오기 시작했다.


 “괴롭나?”


 “미칠것같군


 “그럼 그 고통 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한가지 방법을 알려주지. 나에게 집중해라. 나와 싸우는 것에 집중해라.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싸우는 것에만 집중해라. 그럼 그 소리가 잠시나마 잊혀지겠지. 그리고 걱정 마라. 너희가 먹은 것은 나의 힘의 일부니 이 싸움이 끝날 때….그 소리는 멈추겠지


 그 의미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버서커를 쓰러뜨린다면 버서커의 세계는 사라질 것이고 그럼 우리는 이런 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아도 될 것 이다. 이제 정말 도망칠 수 없다. 싸워야 한다. 내 정신이 싸움을 원하고 있다.


 “그래 그런 표정이야. 내가 원했던 표정은


 “재미있나..”


 “물론재미있지. 이제야 겨우….쉴 수 있잖아. , 준비해라. 이제 정말로 마지막이자 제대로 된 싸움을 하자. 둘 중 한 쪽이 사라질 때까지. 승부가 날 때까지 계속해서 싸우자. 무기가 없다면 만들어 주마. 힘이 부족하면 내가 채워주마. 그러니까


 버서커는 팔을 벌려 우리를 안아 주는 듯한 포즈를 취한다. 우리는 각자 준비한다. 나는 검을 들고, 슬비는 계속해서 주문을 영창하면서 싸움을 준비한다. 싸움에만 집중을 하자니 이제야 겨우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왜 버서커가 싸움에 그렇게 고집을 했는지 알 것 같다. 싸움에 집중하고 소리가 사라지자 살 것 같다. 이제 나는 이 싸움 끝날 때 까지 계속해서 싸울 것 같다.


 “이제 싸움을 시작하자꾸나

2024-10-24 23:00: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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