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멘션 브레이커 Part.8 행간 1 - 마검 그람

안gel리na 2016-03-15 0

4. 행간 1 - 마검 그람


카이넌스가 마천루 옥상에서 심령사건을 해결하고 있을 때.

카이넌스와 싸우다 차원문을 열어 차원전쟁 당시에 클로저들의 임시막사로 사용되었던 폐쇄된 구로 백화점의 어두운 지하복도에 나타난 칼바크 턱스가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불과, 몇 십분 전만해도 카이넌스와 로토와 짧게나마 격한 전투를 벌인 칼바크 턱스는 도저히, 한 때는 과학을 탐구했던 과학자의 몸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풍겨왔다.

얼마쯤 지났을까, 지하복도를 계속해서 걷는 칼바크 턱스의 눈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비춰졌다.

"흐음~ 이드, 자네가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칼바크 턱스가 음흉스럽게 웃으며 계속해서 걸어나갔다.

그러자, 긴 스트레이트 검은 머리카락을 흰색 끈으로 포니테일 스타일을 만들고 오른쪽 어깨에는 회색의 어깨 보호구를 찬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운 20대 초반의 남자가 지하복도 벽에 기대어 서있었다.

무섭도록 아름다운, 경국지색의 여인의 미모를 가진 이 남자, 이드는 우아하면서도 차가운 눈빛을 띄며 허리에는 낡아빠진 검을 차고 있었다.

조금만 치장을 하면 남녀노소가 봐도 반해버릴 것 같은 천상미인으로 보일 그였지만, 그 속은 검사, 그 자체였던 모양이다.

세하의 어머니인 알파퀸 서지수, 카이넌스의 죽마고우인 빙검성 카인 세라이트와 마찬가지로 이드 또한 자신만의 검도(劍道)를 가진 검사 클로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늦었군, 칼바크 턱스."

"미안하네, 이드. 자네 친구라는 자를 만나고 왔네."

이드라는 이 무섭도록 아듬다운 남자가 조금 무겁게 얘기하자 칼바크 턱스는 피식 웃으면서 시원스럽게 대답했다.

"... 내 친구? 누구 말이냐?"

이드는 날카로운 눈빛을 띄며 칼바크 턱스를 노려보았다.

"자네는 배신자라고 하더군, 그래?"

"... 아아... 카이넌스인가? 흥..."

칼바크 턱스의 말에 이드는 날카로웠던 눈빛을 거두고 눈을 잠시 감으며 중얼거렸다.

"배신자라... 맞으면 맞지. 난 확실히 놈의 뒤통수를 쳤으니까. 놈만큼 배신이라는 단어를 증오하는 놈은 없어. 놈은 자신을 배신한 사람은 그 누구라도 반드시 처절하게 복수를 하려는 놈이거든. 뭐, 평소엔 혼자 다니기 좋아하면서도 정작, 주위에 자신곁에 누군가가 있기를 항상 바라는 애정결핍증에 걸린 로맨티스트일 뿐이야."

"호오... 애정결핍증에 로맨티스트라..."

칼바크 턱스는 이드의 말을 듣고 재밌다는 듯이 턱을 매만지면서 중얼거렸다.

평소엔 돈만 무지하게 밝히는 현실주의자인 카이넌스가 알고 봤더니 애정결핍증에 로맨티스트라니...

평소, 카이넌스를 잘 알던 지인들이 들으면 놀랄 노 자일 것이다.

"아무튼, 놈이 뭘 하고 다니던 내 알 바 아니야. 어서 가지."

"흥, 그러지."

이드가 먼저 발걸음을 제촉하며 앞이 새까맣기 짝이 없는 복도로 걸어가자, 칼바크 턱스는 어깨를 들썩이며 그 뒤를 따랐다.

두 사람이 걸어가면서 지하복도에는 두 사람의 발소리만 들릴 뿐, 아무런 소리 하나 들리지 않아 을씨년스런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윽고, 두 사람은 한 문앞에 도착하기에 이르었다.

문옆에 있는 버튼에 이드가 자신의 손을 누르자 위잉~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려졌다.

안에는 연두색 액체가 가득 담긴 여러 개의 수조가 담겨져 있으며 가운데에 우뚝 자리잡은 가장 거대한 수조 안에는 연보라색의 거대한 대도가 수조 안의 수십가지 선에 달라붙으며 마치 살아있는 듯이 칼날에 힘줄을 잔뜩 드러내고 있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덕지덕지 묻혀져 있었으며 저먼치 구석에는 차원종으로 추측되는 이형의 괴물들이 여기 저기 토막난 채로 죽어가고 있었다.

심지어, 흰 가운을 입은 사람마저, 팔이 잘리거나 다리가 잘리는 등, 안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엄청난 근육질을 자아내는 30대 초반의 긴 흑발의 남자가 윗통을 벗고 땀을 흘리고 서있었다.

안의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와 대조되게 이 근육질의 남자는 참으로 당당하게 서있는 걸로 보아, 우직한 분위기만 내풍기고 있었으니, 아이러니하기 짝이 없었다.

"후후, 우리의 성검 그람의 제작은 어찌 진행되고 있는가, 성검의 창조주 지그여."

"그렇소, 칼바크 턱스!! 이 마검 그람에 대적할 수 있는 위상무기가 절대로 없음을 내 20년 위상무기 제작 인생을 걸고 단언할 수 있소이다!"

칼바크 턱스가 말한 성검의 창조주, 지그는 고개를 획 돌려 사나운 눈빛과 우직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듬직한 얼굴을 띄며 당당하게 아주,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위상무기를 만드는 자들 사이에서 '대장장이 지그'라 불리는 이 남자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위상무기 제작에 일생을 바쳐온 근성의 사나이다.

여태까지 그가 만들며 수많은 이름을 남긴 위상무기가 몇이나 되던가!

차원전쟁 당시에 수많은 차원종들의 피가 묻혀 이름난 위상무기란 위상무기는 죄다 이 대장장이 지그의 손에서 태어난 위상무기들이였다.

묘듈이면, 묘듈, 코어면 코어, 그의 손에서 태어난 강력한 위상무기와 함께 클로저들은 차원전쟁을 끝낼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런 대장장이가 만든 성검이란 얼마나 대단한 위상무기란 말인가?

"크크... 과연, 대단하..."

"당신들이 날 협박시켜서 만든 악마의 위상무기, 모듈 넘버 666으로 만든 이 마검 그람은 내가 만든 최고의 역작인 만큼, 이 무기를 다루는 자는 그만한 대가를 치뤄야만 할 것이오!"

"... 허허, 역시나, 대장장이 지..."

"지금 내 뒤에 있는 수조에서 잠들고 있는 마검 그람은 그야말로 살아있는 위상무기, 에고 소드요! 이 에고 소드에 깃든 에고는 666에 있던 때보다 더 많은 위상력을 원하고, 또 원하고 있소이다! 끝없는 위상력을 향한 폭식은 곧, 마검의 원동력이고 이를 다룰 수 있는 끝없는 위상력을 가진 위상력자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오! 헌데, 왜 이런 무기를 굳이 만들려고 하는 것이오! 차원전쟁 종전 직전에 알파퀸을 유일하게 사지로 몰아넣었다던 소드 엠페러, 이드! 당신이 다루기라도 할 것이란 말이오!"

"..."

칼바크 턱스의 말을 끝자락에서 계속 막고 긴 얘기를 마친 지그의 커다란 목소리에 담긴 호소에 이드는 그저, 팔짱만 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드는 카이넌스와 카인, 피닉스가 있던 디멘션 브레이커의 마지막 맴버로 차원전쟁 종전 직전에 카이넌스들을 배신하고 도주 중에 마주친 알파퀸과 싸워 그녀를 사지로 몰아넣다 다른 추격자들의 추격을 피해 몸을 숨기고, 신분을 숨기고 살아왔었다.

모든 검사 클로저들의 동경의 대상이라 알려진 소드 엠페러, 검왕 등의 별명을 가진 이드는 판별이 나지 않는 매우 희귀한 타입의 위상력과 함께 마치, 무협 판타지에서 나올법한 무림고수들의 날카로운 검술을 구사했던 유명인사였던 터라, 너무 신분이 노출되었기 때문에 숨죽은 듯이 숨어 살아왔다.

그리고 차원전쟁 종전으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그는 강남과 구로에 차원종을 풀어넣은 차원압력계의 네임드인 칼바크 턱스와 손을 잡고 대장장이 지그를 협박하여 마검 그람을 만들고 있었고 말이다.

지그의 말마따나 이 마검 그람의 크기나 분위기로 봐서는 카인보다 더 차갑고 냉정하며 베는 적에 대한 동정따윈 없을 이드가 다룰 것 같지는 않았다.

지그가 수많은 위상무기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어떤 클로저에게 어떤 무기가 어울릴 지에 대해선 그가 판단을 내리곤 했기 때문에 지그는 마지막에 이드에게 마검을 다룰 거냐 물었을 때 이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다룰 게 아니고 다른 놈이 다루게 될 거야. 만나게 해주지 않았나? 텔레마커스를..."

"텔레마커스, 그 자가 아무리 자신의 의지력을 위상력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말이오! 의지력이 더 깊은 지, 666의 폭식이 더 깊은 지! 잘 생각해보셔야 할 것이오!"

"... 성검의 창조주여, 자네는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게 흠이로구나."

이드의 말까지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고집해서 지껄이는 지그가 마음에 안 들었던 칼바크 턱스가 조금 화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지그가 뛰어난 위상무기 제작자이자 마검 그람을 만든 장본인인 만큼, 협박으로 겨우 끌여들인 마당에 가능한 마찰을 피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독불장군 지그의 황소고집엔 천하의 칼바크 턱스도 여유스러움을 가질 수 없는 모양이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당신들이야 말로, 내 말을 듣지 않고 기어이, 이런 무서운 위상무기를 만들고 말았지 않소이까! 성검이니, 마검이니!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 지 아냔 말이오!"

지그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방 안이 떠나가도록 호통을 쳤다.

지그가 비록, 이드와 칼바크 턱스에게 협박을 받아 마검 그람을 만들고 있다지만, 만날 때마다 마검 그람을 만드는 건 **짓이라고 할 정도로 항상 주의를 주고, 또 주의를 주곤 했다.

하지만, 이드와 칼바크 턱스는 지그의 이런 끈질긴 충고를 무시하고 기어이, 지그를 제촉시켜 제작 완성단계까지 이르고 말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수조 안의 마검을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을 지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이 야속할 뿐일 것이다.

"... 지그, 자네가 아무리 성검의 창조주라 한다지만, 이런 식으로 비협조적이라면 곤란하네. 자네가 지금 어떤 상황에 처했는 지, 잘 알고 있지 않는가?"

"... 크윽...!!"

칼바크 턱스의 나지막히 얘기하자 지그는 이를 부드득 갈며 주먹을 꽉 쥐고 별 다른 말 하나, 하지 못했다.

지그, 그가 여태까지 위상무기를 만들었던 이유는 자신이 만든 위상무기로 하여금, 클로저들이 신서울을 지킬 수 있게 만전을 기하는 것이였다.

그의 손에서 태어난 위상무기는 차원종으로부터 클로저들이 민간인을 지키는 성스러운 무기가 되고, 자신은 이런 위상무기를 마련해준 클로저들로부터 고마움을 받는 것이 그의 위상무기 제작 인생의 모토였다.

하지만, 그가 지금 만든 최고의 역작이라는 마검 그람은 앞으로 차원종은 물론, 인간들도 사정없이 죽이고, 또 죽일 최악의 살상무기가 될 것이니, 그의 모토와는 완전 정반대가 아닌가?

협박 때문에 사상 최강, 최악의 위상무기 마검 그람을 만들어버린 지그는 앞으로 이 마검이 일으킬 재앙에 큰 죄책감을 짊어지고 살아야할 것이다.

"이거~ 이거... 우리 대장장이 지그께서 날 너무 못믿으시는 거 아닌가?"

이 때, 세 사람의 뒤에서 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청록색의 머리카락에 중세시대 모험가 복장을 띄는 투박한 가죽 갑옷, 그리고 짙은 회색 피부의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지그처럼 우락부락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남자가 들어오고 있었다.

"텔레마커스, 수행은 끝났나?"

"아니~ 이쪽 방이 시끄러워서 말이야~"

이드가 고개를 살짝 돌려 물어보자 텔레마커스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댓다.

"텔레마커스! 당신이 정말로 당신의 그 의지력을 위상력으로 변환시킬 수 있다는 게 난 아직도 믿겨지지 않소! 그리고 설사, 그럴 수 있다하더라도 당신의 의지가 이 마검의 폭식을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냔 말이오! 당신은 결국, 마검에 먹혀서는 모든 걸 파괴하는 최악의 위상력자가 될 것이오!"

텔레마커스가 나타난 걸 알아챈 지그는 뒤로 획 돌아서는 텔레마카스에게 호통을 치기 시작했다.

로토나 카이넌스들이 가진 위상력처럼 세상엔 별의 별 위상력이 있는데, 텔레마커스처럼 자신의 의지력을 위상력으로 변환시키는 것이 가능한 얘기는 듣도 ** 못한 얘기였다.

의지력을 얼마나 짜내는가에 따라서 텔레마커스는 어쩌면 무한한 위상력을 지녔다고 과언이 아니기에, 위상력에 대한 폭식을 가진 마검 그람을 다룰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그의 말마따나 의지력을 짜내는 것이 편할 지, 위상력을 향한 폭식이 더 편할 지는 안 봐도 비디오기 때문에 지그는 마검은 무조건 자신이라고 떠드는 텔레마커스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그, 텔레마커스의 의지력은 곧 욕망이야. 놈은 최강이라는 자리에 목말라하고, 자신을 내친 자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항상 힘을 갈망하고 있지. 항상 복수심과 욕망에 사로 잡혀있는 이 친구야 말로, 마검 그람의 주인이지 않겠어?"

"모든 생명에겐 각자의 한계가 있는 법이오! 아무리 텔레마커스의 복수심과 증오에 매 순간마다 사로 잡혀있다 하더라도, 마검은 점점 텔레마커스의 한계를 억지로 넘게해버려 미쳐버리게 만들고는, 자신의 숙주로 만들어 모든 것을 파괴하고 다닐 것이오!"

"... 내가 이런 말하긴 뭐하지만, 당신이 텔레마커스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거지?"

"내가 그에 대해서 아는 건 전혀 없소! 하지만 내 20년 위상무기 제작 인생을 걸고 말하지! 이 검을 다룰 수 있는 자는 진정으로 끝없는 위상력을 가진 괴물이 아니면 그 누구도 완벽하게 다룰 수 없을 것이오!"

이드와 지그는 서로 사나운 눈빛을 띄면서 지지 않고 논쟁을 펼쳐나가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논쟁을 이어간다면 얻을 것도 없을테고, 서로 악감정만 쌓여가기만 할 걸 알면서도 고집 센 두 사람은 서로를 양보하지 않았다.

"자, 자... 선택받은 성전의 전사들이여, 그렇게 입씨름한다고 얻을 건 없다네. 우린 모두 앞으로 있을 복음의 성전을 위해 그저, 만전에 기하기만 하면 되는 걸세."

보다 못한 칼바크 턱스가 이드와 지그 사이에 끼어들어 다툼을 멈추려고 했다.

중2병틱한 그의 말투는 조금 귀에 거슬렸어도, 그의 의도가 중재였으니 들어줄만은 했었다.

"... 지그, 우리가 굳이 당신을 협박하면서까지 마검 그람을 만드려는 이유는 썩어빠진 유니온을 박살내기 위해서야. 당신이 만든 위상무기 또한 전쟁 때나 쓰였지, 지금은 배불뚝이 유니온 노친네들의 자랑거리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드는 한숨을 내뱉으며 흥분된 마음을 추스리고 침착하게 지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건 단지 핑계가 아니오!? 이래뵈도 내가 눈썰미가 좀 있지! 당신은 유니온을 박살낸다는 명목하에 살육을 즐기는 것 뿐이지 않겠소!"

"... 핑계라니, 너무하는군. 살육을 즐긴다고? 내가 살육을 즐긴다면 '화경'의 경지에 다다르지 못했어. 난 그저, 내 스승을 죽인 유니온에게 복수하려는 것 뿐이야."

"그러면 그 복수를 당신의 허리춤에 찬 검으로 하면 될 것을, 왜 이 마검 그람을 만들어 당신이 쓰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쓰게 하는 것이오! 앞뒤가 전혀 안 맞지 않소이까!"

"흐응~ 정말이지, 이래서 남자들끼리 말싸움하는 꼴은 유치하기 짝이 없군요."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이드와 지그의 논쟁을 중단시킨 것은 놀랍게도, 벌처스의 감시관인 홍시영이였다.

나름대로 산전수전을 다 겪어온 거칠기 짝이 없는 남자들 틈에 섞인 홍시영의 모습은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의 표본이였다.

그런데 벌처스의 감시관인 그녀가 왜 이들과 함께 있는 것인가? 

"홍시영, 당신... 언제 왔지?"

"조금 전에요. 우리의 마거... 아니, 우리의 성검 제작에 필요한 무기 재료들을 가져오느라 좀 늦었네요."

이드가 날카롭게 노려보며 입을 열어도, 홍시영은 여유스러움이 넘치는 미소와 함께 이드에게 나지막히 말했다.

유니온에 위상무기 재료를 남품하는 대기업으로써 벌처스의 감시관인 그녀가 잘도 이렇게 무기 재료들을 빼돌릴 수 있던 모양이다.

"홍시영! 당신은 아직도 마검이 일으키는 재앙을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요! 정신 좀 차리시오!"

"흐응... 우리 늑대개팀에 있는 트레이너 씨처럼 과묵해졌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요, 지그 씨?"

지그가 호소하듯이 소리를 치자 홍시영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크크큭... 우리 성전에 참가하는 성녀가 아닌가? 어서 오시게."

"성녀라... 나쁘지 않네요?"

격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홍시영의 등장이 반가웠던 칼바크 턱스의 환영에 홍시영은 한쪽 눈을 윙크지으면서 말했다.

성격이 알게 모르게 특이한 두 사람의 조합은 정말이지 상상이 안 갈 정도지만 말이다.

"그럼 나는 계속해서 수행에 임하도록 하지. 대장장이 나리는 걱정하실 일이 없도록, 마검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크크큭..."

텔레마커스는 사악한 미소와 함께 홍시영이 서 있는 자리를 지나가면서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그럼 저도 이만 가봐야겠네요. 이래뵈도, 벌처스의 감시관이라서 보는 눈이 제법 많거든요? 그럼, 연화 씨? 다음에 올 때는 혼자 있길 바랄게요."

"... 흥, 당신 사정을 모르는 내가 아닐텐데?"

"정말이지... 남자들이란~"

자신의 장난을 제대로 못 받아주는 이드가 야속했는지, 홍시영은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짓고는 지하복도로 나가버렸다.

세간에서 불리는 '고자'라는 건 바로 이 카인보다 더 지독한 검바보인 이드를 뜻하는 게 분명할 것이다.

"... 그럼 나도 이만 나가봄세. 우리의 원대한 복음의 성전을 위해서 말이지."

"..."

칼바크 턱스도 홍시영과 텔레마커스를 따라 지하복도로 나가자, 이드는 아무 말 없이 칼바크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였다.

"지그, 당신이 비록 우리에게 협박을 받아서 이 자리에 있다고는 하지만, 우린 우리의 계획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거야. 그것만 알아둬."

"... 이드..."

이드가 지그에게 시선을 돌려 나지막히 얘기하자, 지그는 아직도 험악한 표정을 거두지 않고 이드를 바라볼 뿐이였다.

지그는 그저, 저 젊은 나이에 이런 일에 가담하고, 유니온을 부수겠다는 복수를 가진 그가 애처로울 뿐이였다.

그 나이 때의 신서울의 젊은이들은 전혀 다른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을 텐데, 이드는 차원전쟁의 숨은 공로자인 디멘션 브레이커의 맴버였고, 그 전에도 수많은 사선을 넘어온 진짜 검사였으니, 한편으로는 지그가 이드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법하기도 했다.

이윽고, 칼바크 턱스를 따라 이드를 마지막으로 방 안에는 지그 한 사람 밖에 남아버리고 말았다.

홀로 남은 지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는 땅이 **라 한숨을 내쉬기 시작했다.

홍시영과 칼바크 턱스, 이드와 텔레마커스.

그리고 네 사람의 협박에 의해 반강제적으로 마검 그람을 제작하게된 지그.

이 다섯 사람의 조합은 실로, 역대급이였으며 이 팀이 앞으로 만든 마검 그람은 후에 신서울과 유니온에 잊을 수 없는 커다란 사건사고들을 일으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2024-10-24 22:59: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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