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로저스]하이브리드 -혼성체- ] 1
칼질중독 2015-01-25 1
그것은 구로의 버려진 백화점- 지하 주차장의 한가운데에 놓여있었다. 지하실 전체와 그 주변 일대의 열을 전부 빼앗아 그 주변을 새하얀 서리로 뒤덮어 버렸으며, 그것은 묵묵히 서리공간의 한 가운대에 세워져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을 뿐이었다.
천장과 바닦을 이은 그 거대한 얼음기둥은 주변의 열기를 가차없이 포식하고 있음에도 전혀 녹아내릴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녹기는 커녕 더욱더 크기를 키울 생각인지, 얼음이 맞닿은 바닥과 천장으로 부터 마치 덩쿨 형태의 얼음줄기가 영역을 펼치고 있었다.
이미 지하실 내부의 벽면은 온통 서리로 가득 차 있다. 지하실 입구로 여전히 상온의 바깥공기가 흘러들어오고 있음에도 온도가 올라갈 기세는 전혀 보이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바깥의 수증기가 내부로 들어오면서 겹겹이 서리를 쌓아갔다.
마치 함박눈이라도 내린 듯 지하실 입구에는 서리가루가 가득 차 있었다. 허름하다 못해 낡고 찢어진 옷차림의 두 남성이 삽을 들고 입구를 찾아왔다.
"몇일 사이에 또 쌓였구만. 일일이 치우는것도 노동이야 노동."
둘중 키가 작은쪽의 한 중년 남성이 한숨을 내쉬며 삽질을 시작했다. 몇십 센치 가까이 겹겹이 쌓여 서리라고 부르기도 힘든 그것을 삽으로 파내 바깥으로 내던진다. 지하실의 냉기가 가득차있던 지하실과 달리, 상온에 노출된 서리더미는 금세 녹아내려 물웅덩이를 만들어냈다.
"지하실에 있는게 대체 뭘까요? 전기가 끊어진 구로의 백화점 지하실을 거대한 냉동고로 만들어버리다니, 천연 냉각기 같은거라도 있는 걸까요?"
뒷따라 삽질을 시작한 키 큰 청년이 물었다. 먼저 삽질을 시작한 남자보다야 키가 십센치 이상은 컸지만 아직 20대 정도로 보이는 젊은 청년이었다.
"그런거 알아서 뭐에 쓰려고? 우린 그냥 검은 붕대 형씨한테 돈만 받으면 되는 일이야."
중년의 남성은 그렇게 말하며 서리더미 속으로 삽을 찔러넣는다. 청년은 그가 열어준 길을 통해 지하실 아레로 내려가선 밑에서 부터 서리를 치우기 시작했다. 서리를 파다가 지하실 넓은 공간으로 아무렇게나 던져버린다. 이미 그곳에는 이전부터 수차례 쌓인 서리더미가 쌓여있었지만, 지하실의 공간이 워낙 넓다보니 서리가 쌓여 길이 막힐 일은 없었다.
청년은 서리를 파내면서 지하실 안쪽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고 있는 기둥을 바라본다. 추운 곳을 싫어해 단 한번도 아레쪽으로 내려와 본 적이 없는 중년 남성과는 달리, 항상 밑으로 내려와 서리를 치우는 청년은 거의 매일마다 지하실의 거대한 얼음기둥을 목격한다. 직접 다가가서 확인해 보려고 한 시도는 몇번 있었지만, 기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기온이 급격히 떨어져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오늘은 두껍게 입고온데다가, 마스크 까지 챙겨왔다고?"
급하게 삽질혀 서리를 대부분 치운 그가, 후드를 덮어쓰고 얼굴에 마스크를 차고서 기둥쪽으로 다가간다. 얼음 기둥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기온은 떨어지고 발걸음은 무거워진다. 폐속으로 들어가는 공기가 너무나 차가워 폐가 얼어붙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발길을 멈추지 않고, 마치 산을 오르듯 기둥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간다. 실제로 얼음기둥으로 부터 덩쿨뿌리처럼 퍼져나온 얼음줄기 때문에 얼음기둥쪽이 높은 경사면이 져 있었다.
어떻게든 기숭의 바로 앞까지 다가온 그는 자신의 팔로 얼음기둥의 벽면에 붙은 서리를 털어냈다.
"이, 이건…!"
의외로 기둥 안쪽을 들여다 보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안쪽이 맑게 비추어질 정도로 얼음기둥 내부는 깨끗이 얼어있었으며, 내부의 중심으로 부터 뿜어져 나오는 푸른색 빛이 무엇이 있었는지를 밝여주고 있었다.
18세 정도의 젊은 남성이 얼음기둥 안에 같혀있는 것을, 청년은 두 눈으로 보아 머리속에 톡톡히 세겨넣었다.
기둥속에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누가 그걸 멋대로 건들라고 했나."
그리고, 불길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뒤에서 부터 엄습했다. 청년은 순간 놀라 곧장 뒤돌아서선, 자기도 모르게 찬 공기를 크게 들어마시는 바람에 목이 얼어붙는 듯한 느낌에 휩쌓인다. 콜록거리며 몸부림치는 청년은 지하실 입구 쪽으로 향해 애써 기어나왔다.
"추하기 짝이 없는 모습이로군. 눈에 거슬리니 얼른 사라져라."
청년을 벌레보듯이 내려다 보는 그는 검은 복장과 함께 얼굴을 검은 붕대로 감고 있었으며, 붕대 틈 사이로 비추어지는 그의 안광은 매우 불길한 색을 띄고 있었다. 청년은 검은 붕대의 남자에게 겁먹곤 삽을 두고 갔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잊고서 지하실로부터 빠져나온다.
지하실에 홀로남은 검은 붕대의 남자. '칼바크 턱스'는 방금 전 청년이 서리를 끌어낸 그 틈을 손으로 좀더 털어내 안쪽을 바라본다. 여전히 송장처럼 깊게 잠들어있는 얼음속의 그를 바라보며, 칼바크는 말했다.
"네가 버린 힘은 내가 유용하게 사용하게 사용하도록 하지. 어리석은 나의 동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