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슬프도록 아름다운 그사람

얼티메이트원 2016-02-22 2

http://bgmstore.net/view/88tmY  브금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세계, 식탁, 의자, 책장, 거울, 옷장, 화장실 등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문물은 모두 갖췄으나, 살고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의 인기척은 없다. 빛은 벽에 달린 몇개 되지 않는 창문과 천장의 창문에서 들어오는 것이 전부. 사람이 살기엔 좀 음침한 분위기를 끼친다.

 

 

  그 집안을 새하얀 로브를 쓰고 있는 한 인영이 중앙의 홀에서, 혼자뿐인듯한 이 공간에서, 홀로라는 것에는 아무 신경 쓰지 않는 듯이 청소를 하고 있다.

 

 

  순간, 천장의 일부가 무너져 내리며 정체불명의 인영 하나가 천천히 낙하하기 시작했다. 하얀로브의 인영은 낙하지점으로 다다가 하늘에서 떨어지는 누군가를 받는다.

 

  아름다운 긴 검은 머리를 가진 소녀였다.

 

".....누구세요?"

 

  그녀의 물음에 로브를 입은 인영은 말없이 소녀를 내려놓는다.

 

"여기는 어디?"

 

소녀는 주위를 둘러본다. 넓지만, 낡은 느낌을 주는 집이다. 아니 마치 성에 가까웠다. 전등조차 없어 으스스한 느낌까지 준다.

그녀는 하얀 로브의 인영에게 웃으며 손을 내민다.

 

"반가워요, 난 서유리라고 해요, 이름이 뭔지 여쭤봐도 되요?"

 

  자신을 서유리라고 밝힌 소녀는 낯선 환경에 전혀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말을 건냈지만, 로브의 인영은 그녀의 손을 잡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반갑지 않은건가?'라고 느낀 유리지만 곧이어 과하게 손을 잡고 흔드는 로브의 모습에 바로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다.

 

"저기, 이름 안알려줄거에요?"

 

  유리의 말에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마음대로 부르라는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그럼, 하얀옷을 입고, 키도 크니까.. 하양씨로 불러야겠다."

 

  유리는 즐겁다는 듯이 말한다.

  

  하양씨라 불린 로브의 인영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하양씨와 인사를 나눈 유리는 자신이 떨어진 천장의 구멍을 보며 고민한다.

 

 "...하양씨, 나 집에 돌아가고 싶어요, 뭔가 중요한 일을 하다가 온 느낌이 들어."

 

하양씨는 유리와 함께 커다란 구멍이 생겨 푸르슴한 빛이 들어오는 천장을 응시하더니, 천장의 파편을 하나 가지고 오더니 바닥에 놓았다. 마치 , 계단의 첫부분처럼. 그 모습을 본 유리는 웃으며 그를 말렸다. 아니 말리려고 한 순간, 암석은 빛을 발하며 30cm정도 공중으로 떠오른다.

 

그 광경에 유리는 놀란듯이 말한다.

 

"와아 하양씨, 어떻게 한거에요?"

 

유리의 말에 그는 잠깐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한손으로 천장을 가리킨다.

 

"....왔던 곳으로, 돌려보내주겠다는 거에요?"

 

  그녀의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마치 그 안의 표정이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느낌을 받은 유리는 잠시 천장을 바라보더니, 그를 마주보며 아름다운 미소를 짓는다.

 

  "고마워요"

 

 

 

 

 

 

 

 

"하앗!"

 

  계단을 띄우고 있던 ''는 유리의 기합에 깜짝 놀란듯이 그녀를 바라본다.

 

  2m가량을 떠오른 유리가 착지 뒤에 이상하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둘러봤다.

 

"이상하다. 왜 위상력이 발휘되지 않지?"

 

  2m면 인간의 범주를 벗어나는 듯한 점프높이지만, 유리는 만족스럽지 않다는 듯이 시무룩해졌다.

  

  그는 그런 유리의 뒤에서 가만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는 듯이 다독인다.

 

  유리는 곧바로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밝은 미소를 짓는다.

 

"아하하, 오늘도 안되네요. 위상력만 발휘된다면, 하양씨가 띄울 공중계단 개수도 줄어들텐데"

 

  천장까지의 거리는 약 70여미터, 공중계단간의 높이 차이는 50cm정도이며, ''는 계단을 공중에 유지 시킬 수는 있으나, 올려보낼 수는 없기에, 계속 천장의 잔해를 포함하여 적당한 물체를 찾아 한계단씩 띄우고 있다.

 

  유리는 그를 돕기 위해 드넓은 집 곳곳에서 계단으로 쓸 수 있을만한 자재들을 찾아 옮기곤 했다.

 

  이 알 수 없는 세계에서 ''와 만난지는 비록 밤만 계속되고 있으나 음식같은 것을 섭취하지 않아도 생활에 무리가 없기에 시간개념이 사라졌지만, 유리는 대략 사흘정도 흘렀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식사가 필요없는 세계지만 그는 어째서인지 그너에게 식사를 챙겨주고, 조용히 잠을 잔 뒤, 계단 쌓는 작업과 더불어 세번의 식사를 챙기는 생활이 세번째였기 때문이다. 유리가 고기를 좋아하는 것은 어찌 알았는지, 중간마다 어디서 구해왔을지 모를(하지만 맛있는) 고기반찬이 꼭 같이 나왔다.

 

  이 낯선세계에서 유리는 어느덧 그를 상당히 의지하게 되었고, 계단이 천장에 가까워질수록 ''가 마음 한곳에 자리잡혔다. 단 한번도 그의 얼굴을 본적도, 단 한번도 그의 목소리를 들은적도 없지만, 처음 만난 그순간부터 왠지모를 편안함과 따스함을 느꼈다.

 

"하양씨, 집에 돌아갈 때 같이 돌아가요. 나 하양씨랑 해보고 싶은거 잔뜩 있어요!"

 

  그녀의 말에 하양씨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는 모션을 취한다. 그의 반응에 그녀는 기대된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불꽃놀이도 보고, 밤하늘의 별을 보고, 같이 음악을 듣고, 또 맛있는 고깃집에...."

 

  중얼거림은 중간에 끊겼다. 하양씨가 그녀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와서 알게 된 하양씨의 버릇이기도 한 그의 손길을 느끼며 유리는 기분이 좋은지 고양이처럼 냐~소리를 내며 즐긴다.

 

'뭔가..그리운 느낌...'

 

두근

 

가슴의 고동이 느껴진다. 하지만, 느끼고 싶은 이상적인 고동이 아니었다.

 

두근

 

아픈 고동이다. 두근거릴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욱신거린다.

 

"....."

 

식은땀이 흐른다. 그녀의 이상을 느낀 것인지 하양씨는 유리의 이마에 손을 댄다. 그는 그녀의 상태에 당황한 듯이 그녀를공주님 안기 자세로 안아들고는 급히 침실로 가 침대에 눕힌다.

 

"....으으 미안해요 하양씨, 갑자기 여기가 너무 욱신거려서..."

 

자신의 가슴쪽에 손을 얹으며 미안한 표정을 짓는 유리에게 하양씨는 그런 그녀의 무신경한 행동으로 잠시 다른곳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그녀의 상태를 다시 한번 살핀다.

 

  갑자기 유리의 몸 주위에서 푸른색의 작은 구슬같은 것들이 떠오르더니 그대로 방을 나가 사라져버린다. 하양씨는 깜짝놀라 손으로 붙잡으려 해봤지만 그 손을 유린하듯 유유히 빠져나갔다. 당황한 하양씨는 이불로 그녀의 몸을 덮어봤지만, 어떠한 효과도 이루지 못했다.

 

"으으...하양씨...왠지 기운이 빠져요..."

 

식은땀을 흘리는 그녀를 본 하양씨는 푸른 구슬이 날아가는 곳으로 향했다.

 

 중앙홀을 통해 구슬은 지금까지 하양씨가 띄워왔던 돌계단의 상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가 마지막으로 띄운 계단까지 다다르자 그곳엔, 빛으로 이루어진 큰 원반이 존재를 과시하고 있었다.

 

타라

 

  하양씨는 자신의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에,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어떠한 인기척도 없었다.

 

타라

 

  목소리가 다시한번 하양씨를 재촉한다. 마치, 이 공간 전체가 말하듯이, 하양씨를 빛의 원반으로 보내려 했다.

 

  하지만 하양씨는 그자리에 그저 서 있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살며시 젓더니 원반에 손을 대었다.

 

   푸른빛의 원반은, 조금씩 붉은 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어째서냐

 

  작지만 넓은 세계가 의문을 표하자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에, 네 선택인가?

 

"......."

 

그대를 존중한다.

 

  그 말을 끝으로 세계는, 더이상 하양씨에게 말을 걸지 않았다.

 

  원반의 붉은기운이 더 강해지고, 원반을 채웠던 푸른 빛은 다시 구슬형태로 돌아가 빠져나왔던 유리의 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양씨는 푸른 구슬이 모두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는 비틀거리며 유리가 누워있는 방으로 돌아갔다.

 

  푸른 구슬들이 유리의 몸으로 재흡수되면서 그녀의 몸이 푸른 오오라에 휩싸여 신비한 느낌을 주었다. 열이 많이 내리고, 호흡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지만 체력소모가 심했는지,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하양씨를 맞이한다.

 

"어디갔다 왔어요?"

 

  하양씨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없이 그녀를 살며시 안아들었다.

 

 유리는 순간 얼굴을 붉혔으나 현재 몸상태로는 그저 조용히 하양씨의 품안에 안겨있을 뿐이다.

 

  그는 방에서 나와 계단을 올라갔다. 한걸음씩 한걸음씩 혹여나 품에 안은 소녀가 미끄러져 추락할까봐 조금씩 조심하며 위로 올라갔다.

 

“...하양씨?”

 

유리는 현재 위치를 어림잡아 파악하고는 의문스러운 생각에 그를 불렀다. 아직 천장까지 가려면 10여미터의 높이가 더 필요했다. 그런 그녀를 안은 하양씨는 왠지 떨고 있었다.

 

흐앗...! 나 무거워요!? 미안해요 하양씨 요즘 살이 쪄서...”

 

유리가 당황하며 말하자 그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다시 한계단씩 올랐다. 표정도 보이지 않고, 호흡도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녀는 하양씨가 지쳤다는걸 느끼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리 무리해가며 자신을 위로 올리는 걸까.... 힘이 들면 조금 쉬었다가 가도 괜찮을텐데...

 

이윽고 계단의 끝자락에 다다른 하양씨는 붉은색의 원반 위에 유리를 내려놓았다. 그동안 약간이지만 기력을 회복한 유리는 몸을 추슬려 하양씨를 바라본다.

 

이건......뭐에요 하양씨?”

 

그는 마치 미소를 짓는 것 같았다. 그는 유리를 힘껏 끌어안았다.

 

흐앗...하양씨? 왜그래요, 무슨일 있는거에요?”

 

순간, 왠지 모르게 유리의 눈가에서 눈물이 흐른다.

 

“....어라? ....이상하다....잠깐...왜 눈물이....”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에 당황하는 그녀와 떨어지며 하양씨는 붉은 원반에 손을 올린다.

 

우우웅!!!

 

신비한 소리와 함께 원반은 서서히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왔던 곳을 향해서...

 

하양씨!?”

 

자신만 올려보내려는 것을 눈치챈 유리는 하양씨의 손을 붙잡았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었다.

헤어지고 싶지 않아 그를 힘으로 끌어올리려고 한다.

 

하지만 하양씨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지친 그녀에게서 손을 빼면서 어느새 울고있는 유리를 본다.

 

하양씨, 같이가요, 하양씨만 놔두고 갈 순 없단말이에요...!”

 

이 텅 빈 세계에서, 그녀는 그와 함께 돌아가고 싶었다. 가서 이곳에서 즐길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을 그와 함께 즐기고 싶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하양씨는 자신의 로브를 벗었다.

 

그리고 로브를 벗은 하양씨를 보자마자 그녀의 머릿속에 수많은 기억들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차원종과의 전투...... 자신은 분명히 강력한 일격을 받았다. 아니 받은 것 같았다. 처음보는 타입의 괴물이 내뿜은 거대한 위상력 에너지포에 자신은 피할 수도 막을 수도 없는 상황이었으니까...그리고 유리와 그녀를 죽이려 하는 거대한 에너지 사이에 한 남자가 끼어들었다.

 

“......아저씨........어째서....”

 

로브를 벗은 하양씨...제이는 그녀를 보며 미소짓는다.

 

주변의 환경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한다.

 

가루가 되며 무로 흩어지기 시작한다.

 

아저씨! 안되요! 사라지지 마요! 잃고싶지 않아....그러니 제발 나만 보내지 말아줘요! 차라리 같이...!”

 

그말을 하자마자 제이가 자신의 선글라스를 벗어 던져 유리의 이마에 명중시킨다.

 

아얏...! 무슨짓이에요 아저씨!”

 

항의하는 유리를 보며 제이는 입을 열었다.

 

어른은, 아이들을 지키기 위한 존재야, 모두에게 안부 전해주렴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듯한 그의 목소리에 그녀는 오열한다. 그리고 잊고싶지 않아서 그의 모습을 계속 눈에 담으려 한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계속 닦으며, 유리는 제이의 모습을 담으려 했다. 자신의 눈에, 뇌속에, 마음속에....

 

집이 거의 사라지고, 제이 역시 서서히 몸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런 자신을 울면서 보고있는 유리를 향해 이제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로 마지막으로 말한다.

 

사랑한단다. 검은양 아이야.

 

들리진 않지만, 그의 말은 유리에게 다가왔다.

 

“....사랑해요...아저씨.....”

 

그의 선글라스를 꼭 쥐고는 유리는 고개를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 푸른 빛이... 그녀를 감쌌다.

 

 

 

 

 

 

삐익 삐익 삐익 삐익

 

김유정 부국장을 비롯하여 세하, 슬비, 테인이 등 검은양 멤버들과 나타, 레비아, 하피 등 늑대개 멤버들, 그리고 정미까지 병원 한 병실에 모여있었다.

 

서유리

사흘째 그녀는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몇시간 전엔 모든 위상력이 사라지는 듯 했다가 다시 돌아왔을 땐 얼마나 놀랬던가.

 

검은양 아이들도 그렇지만 특히 정미는 잠한숨 제대로 못자고 계속 유리의 곁을 지켰다. 그녀를 절대 잃지 않겠다는 듯이 애절하게 그녀의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정미는 자신이 잡고 있던 손에서 움찔하는 느낌을 받는다.

 

“...유리야?”

 

그녀의 말에 병실내에 있던 사람들이 반응한다.

 

혹여라도 잘못된게 아닐까 하는 불안감을 애써 감추려고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유리의 감고 있는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더불어 심장박동도 빨라지기 시작한다. 김유정 부국장이 급하게 의사를 부르러 갔고, 그사이에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눈을 떴다. 그리고는 이불안에 있던 자신의 왼손을, 무엇인가를 쥐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

 

주황색의 선글라스

 

자신은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자마자 유리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울었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다. 그 사실이 견딜 수 없을정도로 슬펐다.

 

그리고 다짐했다. 하양씨의... 제이의 몫까지, 자신은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고, 자신의 목숨은 서유리 혼자만의 것이 아닌 그사람의 생명도 함께 있는 것이라고...

 

 

몸을 일으켜 자신을 바라보는 소중한 사람들에게 그녀는 말했다.

 

다녀왔습니다....”








재밌게 감상하시고 부족한점이나 감상 댓글 부탁드립니다.
참고하여 더 발전하는 글을 써서 오겠습니다.
2024-10-24 22:59:1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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