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온 신입사원일기 - 1화. 모니터 너머의 그녀(中)

레드바니 2015-01-23 1

 

작전 개시. 임무 시작합니다.”

 

이제야 사태파악이 슬슬 되어가는 그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핑크빛머리의 걸그룹 같은 얼굴을 한 소녀.

 

손에는 전혀 안 어울리는 두 자루의 단검을 들고 그곳에 있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들고 있다.’ 라기 보다 그녀의 손에서 5cm 가량 거리를 두고 떠있을 것이다.

 

저기.. 그쪽은..”

 

거기서 비켜요.”

 

소녀는 그의 옆을 스쳐지나 열린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여기 4층이에요!!”

 

그가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추락...

 

아니다, 추락이라기 보단 마치 헬기가 착륙하듯 정확한 위치에 가서 내려앉았다.

 

그는 마침 그 광경을 4층높이에서 보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녀가 대치하고 있는 것은 스캘빈져 4마리.

 

거의 튜토리얼 수준... 이겠지만, 그가 알기로도 저 정도면 경찰특공대 라도 출동하지 않는 한은 제압이 불가능할 것이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기가 무섭게 스캘빈져 한 마리가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분명 그것은 C급 차원종 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움직임은 게임과 달랐다.

단순하게 달려와서 공격하는 것이 아니었다.

 

성인남성의 절반정도, 그녀에게는 가슴팍 조금 못 미치는 크기의 그녀석이 달려오는 박력은 4층 높이에서 보기에도 두려울 정도였다.

 

속도는 전력을 다해 달려오는 사냥개보다 빨랐다.

민첩하게 장애물을 피하고 넘어오는 움직임은 체조선수보다 민첩해 보였으며,

그 갑각은 총알도 튕겨낼 만큼 단단해 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보다 더 날카롭고 매서웠다.

 

정면에서 달려오다 방향을 틀어 그녀의 좌측으로 뛰어든 녀석을 그녀는 마치 예상이라도 한 듯이 살짝 비켜 피한후 단검으로 목을 쳐냈다.

 

일순간에 일어난 일, 심지어 그녀의 단검은 한순간의 느려짐도 없이 깨끗하게 녀석의 목을 지나갔다.

 

나머지 세 마리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의 단검이 허공을 날아 한녀석의 머리에 박혔다.

다른녀석들은 그것을 돌아**도 않고 그녀에게 달려들었으나,

두자루의 단검은 허공을 날며 녀석들을 유린했다.

 

4마리의 스캘빈져가 순식간에 격파당한 모습 이었다.

그는 그 모습을 보며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어디서 많이 본...’

 

불현 듯 머릿속을 스쳐지나는 것이 있었다.

 

아까의 폭발.

 

분명 스캘빈져 로는 폭발을 일으킬 수가 없다.

 

이슬비!!! 분명 어딘가 더 높은 놈이 있어!!”

 

-!!!-

 

그가 말을 끝냄과 동시에 거대한 화염이 그를 덮쳤다.

 

정확히 말하면, 이번에 폭발한 곳은 그의 집 현관이었다.

 

1.5칸 짜리 원룸에는 더 이상 온전히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아까 그녀가 튀어나오면서 박살난 집기들과 모니터,

 

그리고 이번에는 문앞에 서있는 저것이 내뿜은 불길에 다 타버린 살림살이들 뿐이었다.

 

단단한 철제문을 한번에 박살내고, 온 집안을 열기로 가득채운 것은...

 

... 이럴거라 생각은 했지만...’

 

-‘스캘빈저 주술사였다.-

 

놈이 문을 폭파시키며 내뿜은 화염은 다행인지 불행인지, 문을 부수고도 남아 그를 덮쳤지만

마침 창문을 열고 있었기에 그에게 큰 피해는 입히지 못하고 금새 빠져나가 버리고 말았다.

 

덧붙여 말하자면, 그때 폭발해서 날아온 철제 현관문은 지금 그가 서있는 바로 옆 벽에 꽂혀있다.

 

이런! 이쪽은 미끼였나!”

 

이슬비는 그의 외침과 동시에 방안에서 솟구친 화염을 보고 대략의 사태는 파악했다.

 

그녀는 재빨리 다리에 위상력을 모아 다시 그의 방으로 도약하려 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나름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그는 약하다. 다시 말해 보통의 인간이다.

 

현재 그와 대치하고 있는 것은 B급 이상의 차원종.

그 정도라면 그것은 아주 작은 공격으로도 그를 녹여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즉, 좁은 방 안에서의 그것과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의 목숨을 보장하기가 힘들어 진다는 것이다.

 

아주 짧은 시간내에 사태를 파악한 슬비는 위상력을 담아 소리쳤다.

 

아저씨 엎드려요!!”

 

-

 

그는 밖에서 들리는 소녀의 목소리에 재빨리 납작 엎드렸다.

 

그리고 그와 거의 동시에.

 

-콰광!!-

 

그의 머리위로 강한 충격과 함께 모래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검정색 승용차가 그의 집 창문을 부수고, 아니 정확히는 창문이 있던 벽을 부수고 집안으로 날아든 것이다.

 

승용차는 그의 머리위를 날아가 방안에 들어오려던 스캘빈저 주술사를 깔아뭉갰고,

녀석은 처음의 위용과는 상관없이 너무나도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다.

 

그는 납작 엎드려 머리를 부여잡고 잡고 울먹였다.

 

제발 꿈이어라, 제발 제발 제발 제발 제발!!'

 

그때 그의 산통을 깨는 목소리

 

아저씨 괜찮아요?”

 

어드새 슬비가 그의 앞에 서있었다.

 

괜찮지...않아요!!”

그는 이미 울고 있었다.

2024-10-24 22:22:0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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