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의 약속. 이세하-1화

리프리센트 2016-01-28 6

 

1인칭은 처음 써보는 것이기도 하고... 글에 많은 부족함이 있지만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눈 갱을 용서해줍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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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공간이라 불릴만한 곳이 없다.

 

주변은 모조리 터져나가고 깨져나간 돌의 파편과 화염, 차원종의 살점으로 메워져있다. 건 블레이드에 체중을 싣고 숨을 내쉰다.

 

하아.”

 

지친 기색이 너무나도 역력한. 메마르고 갈라져있는 한숨소리. 폐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숨을 쉬는 것도 고통스럽다.

 

어째서 이렇게 된 걸까. 그래.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바로 눈앞의 원흉들 때문이다.

 

아직까지 살아있는 건가. 칭찬해주지. 이세하.”

 

변**가 오지 않은 것처럼 아름다운 미성. 그러나 남성임이 분명한 도도한 목소리. 칭찬의 단어가 잿빛의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변색된다.

 

눈앞의 상대는 차원종들의 참모장.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들어 건 블레이드를 휘두르고 싶지만 우선적으로 그런 충동을 억제하는 것에 성공했다.

 

여기서 조금 회복을 하는 정도로 승산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도 혹시 하는 마음에 몸이 좋아질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멀쩡한 모습을 가장하고 대화를 시도한다.

 

칭찬? 웃기지도 않은 소리 하지 마.”

 

아니. 나는 지금 진심으로 너를 칭찬하고 있다구. 그렇게 삐딱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

 

누구에게라도 붙잡고 물어봐. 그게 칭찬으로 들리는 사람은 극도의 **일거야.”

 

나의 말에 냉소적인 웃을 짓는 애쉬를 향해 애쉬의 쌍둥이 누나, 더스트가 칭얼거린다.

 

애쉬. 세하는 내꺼라구. 웬만하면 멀쩡한 상태로 돌려받고 싶은데?”

 

누가 니꺼라는 거야. 난 내꺼야. 그리고 너희는 어린애들만 마음에 들어 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난 이제 어른이라구. 기한 지나지 않았어?”

 

내 말에도 더스트는 변함이 없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가지 마이페이스 일변도에 항상 거절했음에도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어른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는 것부터 넌 어른이고 싶다고 떼쓰는 어린 소년인거야.”

 

애초에 내가 너희를 만난 지 8년이 지났는데, 아직 어린아이 취급하는 건 이상하지 않냐?”

 

어이없어하는 나의 말에도 더스트의 반응은 똑같다.

 

상관없어. 아직까지 내 취향 그대로 나이를 먹지 않는 널 내 발 아래 깔고 앉으면 어떨까 생각해왔지. 정말 즐거울 것 같지 않아?”

 

더스트가 볼에 홍조를 띄우고 황홀하다는 듯이 말했다.

 

정말이지 악질적인 취향이다. 무엇보다 고등학교 때의 나보다 골격도 커졌고, 위상력의 사용법에도 익숙해져 그 때와는 모든 것이 달라졌지만, 더스트는 같은 태도를 고수해왔다.

 

“8년간 생각만하고 끝난 일이잖아? 성공한 적도 없으면서 이상한 소리 꺼내지마.”

 

내 말에 더스트가 부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홱 돌린다.

 

그러니까 지금 결착을 짓겠다는 거잖아. 어서 살려달라고 내게 빌어보라구. 이세하.”

 

그래. 이세하. 나는 누나랑 다르게 너에게 흥미가 사라진지 오래지만 이렇게 너에게 열렬한 구애를 하는 누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

 

더스트와 내가 대화를 끝마쳤다고 생각한 듯, 애쉬가 추가적으로 내게 말을 건다.

 

골치 아픈 남매라고 중얼거리면서 머리를 감쌌다.

 

정말이지. 골치 아픈 건 너라고. 이세하. 그렇게 유니온의 상층부로부터 좋을 대로 부려지기만 해 왔는데도, 끝까지 우리 이름 없는 군단과의 전투를 포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야.”

 

...그래. 포기하려고 해도 포기할 수가 없거든. 물론 유니온 상층부가 너희보다 밉기는 하지만 이래보여도 그 미움을 뛰어넘는 약속...아니. 계약이라 하는 게 맞겠다. 아무튼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어서...그 녀석의 마지막 모습을...”

 

그렇다. 결코 잊을 수 없다. 잊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나의 그런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더스트가 볼을 부풀리면서 말을 잘랐다.

 

그런 아이는 잊으라구. 내게 오면 그런 애의 기억 따위 싹 잊어버릴 정도로 즐겁게 만들어 줄 테니까.”

 

피가 차갑게 굳는 느낌이다. 머리는 냉정해지고 감상적이게 되려는 정신을 가다듬는다.

 

멋대로 말하기는...그 아이랑은 다르게 넌 날 장난감 취급만 할 뿐이잖아?”

 

기억을 되감으며 후회하는 인간의 모습은 보기 흉하군. 시간을 끄는 거라면 잘못 생각했어. 엉망이 된 너의 몸이 회복될 시간은 벌 수 없어. 혹시 지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면 변함없이 멍청하다고 말해주겠어.”

 

더스트를 비꼬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애쉬가 나의 의도를 정확히 지적한다. 저 녀석들 정도 되면 이쪽의 의도는 알고 있었겠지만, 그럼에도 씁쓸하다.

 

몇 번이고 당해본 전례가 있어서 잘 알고 있다. 유니온은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온 나에게 지원 같은 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

 

꺄하하하하핫. 맞아. 이번에는 절대로 그냥 안 보내 줄 거야. 넌 도움을 받지 못해. 말을 안 듣고 목장을 뛰쳐나온 양을 보호해줄 사람은 없다구.”

 

더스트의 추임새는 덤이다.

 

그래. 알고 있어. 그래도 한방은 먹이고 가야 후련 할 것 같아서... 들켰으니 의미 없는 대화는 그만두도록 하자.”

 

건 블레이드를 앞으로 겨누면서 차원종들의 참모장에게 대화의 종료를 선언한다.

 

“8년 동안 권유해왔지. 이번이야말로 마지막이야. 우리 편에 서지 않겠어? 이세하.”

 

8년 동안 같은 질문이 질리지도 않는 걸까. 애쉬 녀석.

 

당연히 거절이지.”

 

검게 물든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잊지 않기 위해 애썼던 그 아이의 모습을 그려본다.

 

조용히 혼잣말로 이제 대답하지 못하는 그 아이에게 말하듯 중얼거린다.

 

미안하다. 오래 살라는 약속 못 지키겠다. 그래도 인간을 버리지 말라는 약속은 지켰으니 용서해주라.”

 

지금의 상황. 분명 그 날의 기억과 비슷한 진퇴양난의 상황. 난 그 이후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한 가지 확신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그 아이를 만나게 된다고 하더라도 떳떳하게 가슴을 펼 수 있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표정을 바꾸기도 힘들 정도로 지쳤지만, 달려 나가는 나의 입가가 미소를 띠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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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 접은 지 한참 되었다가 복귀한지 일주일 정도 지났습니다. 생각보다 재미있더군요.

 

이런 종류의 게임을 좋아하다보니... 돌아와서 UCC구경하다가 갑자기 글이 쓰고 싶어졌습니다.

 

글 실력이 한참 부족하지만 글 쓰는 실력과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것은 다른 일이니까요.

 

"글 보이는것이 부끄러우면 올리지 말라"고 하신다면...

 

죄송합니다. 저 약속을 한 아이를 누구를 선택해야 할 지 혼자서 못 정하겠더군요. 제가 너무 우유부단한 놈이라...

  

세슬 세유 세하가 얽혀있는 커플링은 다 좋아서...

 

약속의 아이를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유리 2.슬비 3.다른 누군가.

 

 

2024-10-24 22:43: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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