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소설: 안개의 무게추 [2]

이순재의건강보험 2015-01-21 1

 

 거친 악몽을 꿀 만큼 잠자리가 끔찍해 신음 소리가 퍼져나온다. 그러나 그 신음 소리 조차 꿈 속에서 벌여지는 지독한 환상의 나래일 뿐이지, 아무도 그의 고통을 알아주지 못한다. 그나마 잡아둔 끔찍한 삶에 대한 애착감이 사라질 정도로 그에게는 매우 애절하고 서러운 원망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 모든게 꿈 속에서 일어나고, 누구도 그 원망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다.


 그에게 꿈이란 10일째 동안 이래왔고, 앞으로도 계속 될 것만 같았다. 그 사건에서의 잘못으로 인하여 몽환같은 세계로이 수많은 기억들이 자신의 꿈 속에만 수천번, 수만번 씩 반복하여 그 일들을 알려줬다. 무전으로 들려오는 고통에 저린 소리와는 달리, 이번엔 귓가에 들려오는 생생한 비명 소리가 찢어질 만큼 크게 들려온다.


 누군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온다. 어둠이 짙어 잘 볼수야 없었으나, 선명한 선혈의 자국들이 다가옴에 따라 그들이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뒤로 내빼고 싶으나 움직이지 않는다. 자신은 이리 쉽게 자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애초에 마음대로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깨어나겠지만.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무릎에 고개를 처박는다. 힘들고 괴로운 삶과 꿈이 계속 그의 뒷다리를 붙잡고 괴롭힌다. 피투성이의 그들은 그의 몸 여기저기를 만지작거린다. 그러자 그도 점점 피투성이가 되어간다.




 깊은 잠에서 깨어난 그는, 술병이 이리저리 나뒹굴어져 있고, 잠시 곯아떨어져 일어날때마다 밝은 빛으로 TV가 켜져 있고, 업무가 없음얘도 불구하고 청소조차 하지않아 먼지가 주변 주변에 수북하게 쌓여있으며 언제나 쾨쾨한 냄새가 진동해되는 그의 방이 아닌, 주변은 먼지가 없을법하게 매우 청결하며, 딱딱하고 침이 묻어있는 소파가 아닌 푹신푹신한 침대에 누워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덤으로 꽂혀진 링거마저 발견하자 대충 여기가 어딘지 깨닫게 되었다.

 

 물론 그만큼 벌여둔 돈으로 하루하루를 술병에 입만 대면서 살아왔으니, 몸이 남아나기에는 절대적으로 무리였다. 그는 머리가 웅웅거려 머리를 소심하게 쥐어뜯었다. 확 쥐어 뜯고싶은 마음은 넘쳤으나, 워낙에 스트레스로 머리가 잘 빠져나가는 이유 때문이였다.

 

 그가 그런 행동을 멈춘 뒤에 잠시 뒤에 깨닫게 된 것은, 겨우 자신이 과로로 인한 기절로 인한 사유로 여기에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였다. 그가 그런 추측을 한 것은 그 느낌은 창밖의 보호복을 입은 몇몇 사람들을 보며 알 수가 있었다. 청결 유지상으로 깨끗하게 차려 입은 그들은 보는 사람을 꾀나 무섭게 만들었다. 특히 흰색 환자복을 입은 그한테는 더욱이.

 

 방밖에서 삐빅거리는 기계음이 들리고, 묵직한 철문이 드르륵 거리며 거친 소리를 낸다. 그러자 보호복을 입은 자들은 그의 신원을 확인하는 듯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는 그들의 대화를 매우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였다.

 

 다른 의미로, 보호복을 입은 자들도 그가 지금 깨어난 일에 대해 매우 놀라움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보호복을 입은 자들 중에서 한명이 누워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보호복을 입은 자가 그를 자세히 보기위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반투명한 유리막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란 보이지않고, 또 다른 방독면이 얼굴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 내가 무슨 생화학 물질이오?"

 

 그래서 그는 기분이 나빠서 평소와는 달리 거친 언사로 말했다. 그에게 다가간 보호복을 입은 자에 얼굴을 볼 수 없어 어떤 감정인지 알수 없었지만, 새어나오는 기분나쁜 웃음 소리에 그가 자신을 비웃고 있음을 깨달았다.

 

 "...뭐가 웃기길레 웃는거야?"

 

 "그 단어가 적절해서 말입니다. 아까 생화학 물질이라고 하셨잖습니까." 

 

 결국 보호복을 입은 자는 참고있던 웃음이 터져나왔다. 같은 복장을 한 주변 사람들은 그를 제지하며 웃지말라고 다그쳤다. 그러자 웃고있는 자는 고개라고 볼수있는 몸체를 돌리며 그들의 시선에 자신의 눈을 맞추었다.

 

 "왜, 맞잖아? 이 사람이 자신이 뭔지 제대로 알려줬다고. 이대로 보고서에 올려도 좋겠는 걸. 아, 그래도 생화학까지는 아니라서 그런가? 낄낄낄."

 

 보호복을 입은 자는 계속 웃었다. 그러자 그는 분통이 터질 수 밖에 없었다. 뭣도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비웃고있다는 기분 나쁨에, 그러나 어찌할 도리없이 그가 웃기를 멈추는 걸 기다려야만 했다.

 

 웃음을 멈추자, 보호복을 입은 자는 다시 고개라고 할 수 있는 몸체를 그에게 돌렸다. 섬뜩한 모양새가 차원종의 그것과 매우 비슷했다. 그 기분나쁜 방독면이 그에게는 괴물처럼 보였기 때문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계속 그를 뚫어져라 처다보았다. 그러면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그에게 들려와, 한 대라도 때려줄 만큼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도 거기에 있었다고요?"


 그러자 화는 고사하고 싸늘함만 그의 마음속에 남았다. 보호복을 입은 자는 그의 찌푸린 얼굴이 하얗게 질리는 것을 보자 킥킥거리는 웃음소리를 냈다. 자신감 넘치던 사람이 갑자기 저런 꼴이라니, 우스운 꼴이기 때문이였다. 불과 10일 만에 사람이 저리 무기력하고 쉽게 망가진다는 게 매우 흥미로웠다. 당장 그의 초췌하게 변해버린 눈에서도 알 수가 있었기에, 보호복을 입은 자는 슬슬 비웃기를 그만 두었다. 이제부터 진지하게 예기할게 있었기 때문이였다.


 "이제 그건 이제 됬으니까 넘어가고." 보호복을 입은 자가 손목을 좌우로 흔들며 손짓했다. "일단 아직까지는 상태를 봐야하지만, 어차피 그런건 이제 상관 없다면서 깨어나자 마자 유니온이 알려주라고 하더군요."


 "...뭘 알려줄려고 그러는 건데?"


 그가 말했다. 그러자 히죽히죽 웃던 기분 나쁜 웃음 소리도 사라졌다. 


 "지금 당신이 깨어났으므로, 이제부터 당신이 소유하고 있는 지휘권을 없얘고, 유니온에서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사무적 권리을 불가시킬 것이며, 당신의 명예 요원 자리를 위상력 미달이라는 사유와 실격 미달이라는 사유로 중대한 결정을 통해 박탈 시켰습니다. 한마디로, 당신은 해고입니다."


 "뭐...뭐라고?"


 그는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아낼수 밖에 없었다. 단지 유니온이 자기를 배신했다는 충격적인 느낌만 들을 뿐, 갑자기 이러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무리 그때 사건이 큰 잘못이라고 한들, 유니온이 그러한 이유 때문에 유능한 요원을 급작스럽게 박탈시키고라는 건 전혀 알 수 없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 그는 자신에게 무언가가 사라져 있음을 느꼈다. 예전부터 느껴왔던 것이 사라져버린 기분이였다. 직책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공허함 때문일까, 아니면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에 대한 허무함일까. 아까의 화 때문에 잡고나선 힘을 주고있던 손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 들은 말들을 되네어 보다가, 위상력 미달이라는 곳에서 궁금증이 생겼다.


 위상력 미달이라니?


 "이봐, 아까 뭐라고 했어?"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위상력 미달이라니? 그런 어이없는 이유로 나를 박탈한다고?"


 "아, 아직 설명을 못해줬군요. 당신이 어떻게 이 곳에 왔는지, 기억이 나나요?"


 "어떻게 알겠어. **, 그냥 과로 때문인데 유니온이 과잉 보호를 실천하는 줄 알았지. 그 무시무시하게 생긴 보호복 때문에 말이야." 머리를 또 다시 움켜쥐며 대답했다.


 "...사실은 말이죠." 그리 말하다가, 보호복을 입은자는 고개를 돌렸다. "이거 말해줘도 되지?" 그러자 다른 보호복을 입은 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는 의사를 표하자, 다시 고개를 돌렸다.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당신에게서 위상력 개방이 일어났어요. 근데 그 위상력 개방은 주변 벽에 금이가는 일정 기준치를 넘어가면서 위상력 개방이라는 수준을 넘어 위상력 폭발이라는 일로 넘어갔죠. 그 덕분에 당신의 집은 쑥대밭이 되어버렸고, 우리가 잔해 속에서 깔려있던 당신을 찾았을때는 위상력 기운이 완전히 소멸된 상태였어요."


 "소멸 됬다고....완전히...남아있지 않는 건가?" 그는 깜짝 놀랐다. 위상력이 소멸했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이기 때문이였다. 그리고 그런 기억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그에게는 매우 신비하게 느껴저 왔다. 


 "그건 아직 알 수가 없는 상태에요. 비록 당신은 해고 당한 상태지만 유니온 측에서는 당신을 위험 물질이라 지정해놓고 조사를 걸쳐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언제 또 위상력 폭발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또, 당신에게 이상한 반응이 나오더군요."


 "...이상한 반응이라니, 그게 뭐길레?"


 "그때 당신이 위상력 폭발을 한 사고 현장에서, 당신을 몸을 수습한 뒤에 당신을 옮길 클로저 요원이 사이킥 무브로 나갈려는 순간 위상력의 힘이 약해져 부상을 입었어요. 우리는 그때만 해도 클로저 요원의 건강 상태가 오늘은 안 좋아서 그런 줄 알았죠. 그런데 그런게 아니였어요."


 보호복을 입은 자는 또 킥킥 거렸다. "아, 말할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거든요. 어떻게 이런 일이 나타나는 지 참 신기하네요, 안 그래요?"


 "...빨리 빨리 말해." 그가 답답한 듯이 말했다. 그러자 보호복을 입은 자는 친절하게, 끄덕 거리고는 말했다.


 "당신, 다른 위상력자의 위상력을 흡수해요. 마치 청소기 처럼 말이죠." 


  


 

 




2024-10-24 22:22: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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