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단편] Man on fire (스압)

Lacrimosa 2015-12-25 2

주의:분량조절 실패로 매우 길어졌으니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작가의 역량이 최저급이니 봐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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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그때가 언제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전쟁의 고통은 끊임없는 고통의 낙인과도 같이 자신을 끈질기게 괴롭혔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그 예리한 칼날로 이 몸과 마음을 갈기갈기 찣어놓았고


자신은 늘 언제나 잊고 있던 그 끔찍한 광경을 지켜봐야만 했다.


차원전쟁ㅡ


18년전 벌어진 그 전쟁은 차원종이라는 미지의 적들과 인류의 싸움이 되었고. 차원종이 나타남과 동시에 그들과 맞설 힘을 가진 사람들이 나타났다.


사람들은 그들을 경외의 마음을 담아 클로저(닫는 자)라고 불렀다ㅡ


클로저들의 활약으로 차원전쟁은 서서히 역전의 깃발을 드높였고 그중에서도 클로저 팀 울프팩은 초월적인 전적과 실적으로 전쟁에서 엄청난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언제나 강한 힘을 가진 자가 나타나면 그것을 시기하고 의심하는 자가 나타나듯이. 곧이어 유니온은 울프팩을 견제하기 시작했고 우리들은 아군이었던 자들에게마저 의심을 받아야만했다.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동료들을 의심하는 그 망할 꼰대들의 비릿한 눈빛을 볼때마다 주먹이 나가려던것이 바로 어제일과도 같이 생생했다.


그리고 유니온은 마침내 지금까지 자신들을 위해 일해온 늑대들에게 족쇄를 채우기위해 이빨을 드러냈다.


모든 사건의 발달은 어느날, 유니온에게 내려온 어떤 작전지령으로 시작이 되었다.


유니온으로부터 내려온 한 작전을 수행하던 날, 작전을 수행하던 나와 전우들은 우리는 인류의 운명과 직관될 '무언가'를 보았다.

팀은 이에 절망하는 쪽과 싸우려는 쪽으로 나뉘었고. 그것이 유니온이 울프팩을 제거하려는 꼼수였음을 안것은 좀 더 지난 후였다.


결국 우리는 지금까지 생사고락을 함께한 전우를 희생양으로 보내야했고 그 전우는 영웅의 칭호를 받지도 못한채, 반역을 꽤한 반역자로써 처형대에 올라야만했다.


"야 이 자식아 지금 무슨 짓거리야!? 너 도대체 뭔 개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거냐고?! 너 지난번에 '그걸' 봐버린 후로 이상해졌다고!"


그 순간, 아무런 망설임도, 분노도, 의문도 없이 팀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내놓은 '그 녀석' 에게 나는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로 길길히 날뛰며 그에게 협박에 가까운 질문을 던졌다.


"...현실을 부정하지마라, 이대로 있다간 전부 누명을 써서 처형대로 끌려갈것이 뻔하잖아.."


"그럼 너는!? 너는 목숨을 내놔도 괜찮다는거냐!? 우린 그 망할 유니온의 꼰대들의 어떤 명령에도 끝까지 복종하며 꿋꿋이 참아왔어! 근데 그런 대가가 이거야?!"


그런 나의 질문에 그 녀석은 현실을 부정하지 말라며 이대로는 전부 처형대에 갈뿐이라고 했지만 지금까지 유니온의 견제에도 꿋꿋이 참으면서, 온갖 굴욕을 참아 견딘 대가가 끝없는 의심과 견제라는 사실에 나는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전우중 한명을 향해 거의 분노에 가까운 고성을 질러대고 있었다.


─마음속 한 구석으로는 그것이 팀을 생존시킬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는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걸'본 이후로 모든걸 포기했다.. 이런 내가 처형대에 올라서기엔 누구보다 적절하지,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이렇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는걸..."


하지만 그 녀석은 내 말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가로 저으며 모든것을 포기한듯한 공허한 눈으로 날 응시하며 말했다.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다고.


내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생각하고 있었지만 필사적으로 외면하였던 그 말을 꺼내면서 우리중 누군가가 오명을 뒤집어써**다는 말을 꺼낸것은 내 이성을 끊기에 층분하였으리라.


"누군가가 희생해야만 한다고!? 우린 잘못한게 없어! 만일 네가 가려한다면 강제로라도 두들겨 패서 막아주지!"


그렇게 전우에게 무기를 들이밀며 다가가는 그 순간, 다른 동료가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이제 그만 그를 보내주자..."


검은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고운 외모의 젊은 여성, 리더로써 누구보다 강한 책임감과 부담감을 가지고 전쟁에서 누구보다 사선에 섰던 그녀.


알파퀸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전쟁터에서 군림하는 마녀.


그녀는 평상시처럼 냉정한 표정을 띄우고 있었다.


"대장!"


그런 그녀에게 원망어린 외침을 걷네며 왜 막지 않느냐고 소리치려 했지만ㅡ


"그는 이미 결단을 내렸어.."


나는 이내 그녀의 눈빛을 보고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침착함을 가장해 말을 잇는 그녀 역시,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눈 앞에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음에도, 괴로움에도 그녀는 리더로써 팀을 위해 애써 자신의 감정을 잘라냈던 것이리라.


─사실 한편으로는 알고 있었다, 이제 누군가가 희생하지 않으면 팀 전체가 죽는다는것 쯤은 분해하면서도 속으로는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과는 너무나도 달랐던 현실에게, 그런 현실에 반항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죽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다.


결국 난 그렇게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전우에게, 반역자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는것을 막지도 못하고, 그 전우를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해야만했다.


─결국, 난 그 전쟁터에서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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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저스 단편]


Man on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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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고놈의 날씨 참~ 좋네..."


오늘따라 유난히 쾌적한 날씨에 한숨을 푹 내쉬며 입을 열었다.


난 언제나 하루 하루가 지옥속에서 타들어가는거 같은데, 햇빛은 뭐가 좋다고 이렇게 따스한건지.. 또 바람은 왜 이리 시원한건지 참..


이런 멋진 날에 마치 자신이 벽지에 피어난 곰팡이 같은 존재가 된것 같아서 기분이 더욱 씁쓸해졌다.


그런 생각을 떨쳐내보려 노력해보며 걸음을 계속했지만 오히려 그 생각은 끊어지지 않는 족쇄처럼 머릿속을 어질러 놓았다.


걸음소리에 맞춰 검은 비닐 봉지에 담긴 술병들이 부딫혀 소리를 냈다.


이 놈의 목숨줄은 뭔 의미가 있다고 죽지도 않고 구질구질하게 이어지는건지.. 차라리 어디서 콱 죽어버렸으면 좋으련만..


"빌어먹을.. 매일 전쟁때 꿈이나 나오고 말이야.."


오늘도 똑같이 꾼 전쟁때의 악몽을 떠올리고는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카악, 하고 바닥에 침을 뱉으며 발로 짓이겼다.


유난히 상쾌한 날씨에 걸맞게 사람들의 모습은 즐겁고 활기차 보여서 마치 다른 세상을 사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18년 전만 해도 이 곳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사투가 벌어졌음에도 현재의 모습은 마치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평화롭기 그지없다.


아.. 안 그래도 엿 같은데 더 공허하구만...


전쟁이 끝난 이후로 모든것이 부정적으로만 보여 화가 치밀고 자기는 아무것도 한게 없는것 같아 미치겠고 전우들에게는 미안해서 연락도 못하겠고 그렇게 술에 찌들며 폐인처럼 살아온지가 어언 16년이다.


한때 품었던 혈기도, 이상도 모두 시들어 버린 채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망령 같은 자신의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나마 하는거라곤 유니온에서 쥐꼬리만큼 주는 연금가지고 술마시고 밥이나 꾸역꾸역 처먹으면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거지 뭐.


유니온에서 내 실력을 높이사서 아카데미에서 클로저를 양성하는 교관이 되어달라고 사탕발림을 짖껄인 적도 있지만 제안하러온놈 멱살을 잡으며 꺼지라고 한탓에 그것도 끊겨버렸다.


미쳤지, 전쟁터에서 온갖 견제를 해대면서 엿맥이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대장을 빼고 전부 실험체로 굴려서 **으로 만들거나 죽이고. 그런 주제에 대장은 영웅이라고 치켜세우면서 뒤로는 감시나 하고 있겠지.


애초에 위상력까지 거의 다 빼가고 몸 ** 만들어놓고 목에다 위치추적용 초커나 채우는 놈들인데 뭐..


그럴때는 언제고 가식적인 미소나 지어대면서 울프팩 출신인 당신이 교관이 되어주면 아카데미의 학생들도 영광으로 생각하고 더욱 더 분발할꺼라고? 웃기지말라고 해라.


대외적으로는 클로저가 되면 좋은 대우를 해준다고 사탕발림을 해대면서 권력 투쟁과 암투, 인체실험을 일삼고 온갖 견제를 해대는게 유니온의 실상이다.


뭐 유니온을 개혁하려는 녀석들도 있지만 그런 녀석들은 힘이 없거든.. 쯧... 명색의 범지구적 조직이란 것들이 썩어빠져갖곤..


"사는것도 엿 같고.. 유니온도 엿 같고.. 차원종도 엿 같고..."


이제는 자기혐오와 염증 말고는 아무것도 느낄 수 없는 공허한 삶에 가슴에 큰 구멍이 뚫린것 같은 느낌마저든다.


차라리 목숨이라도 끊어지면 좋으련만, 이렇게 끔찍하게 살아있는 현실이 오히려 더 지옥같아 욕설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산 자도, 죽은 자도, 권력자들에게 비정하게 이용당하는 현실에 염증이 올라왔다.


그렇게 불평을 늘어놓는 내 앞에 보이는 것은 추모공원의 구석에 아무렇게나 방치되어있는 작고 초라한 추모비였다.


차원전쟁후 전쟁에서 전사한 전사자들은 추모공원의 따로 추모비가 마련되어있는것으로 나오지만 그것은 큰 공적을 세우고 유니온의 이미지 선전으로 이용되는 자들에게나 해당되는 얘기일뿐


공적을 세우지 못한채 허무하게 죽거나 압도적인 공적에 밀려 묻힌 자들, 실험체로 소모되다가 목숨을 잃은 자들은 안내판에 표시조차 되지 않은 이곳에 추모비가 세워진다.


생전에는 전쟁터에서 인류의 평화니 미래니 하는 말을 믿고 신념을 품고 싸우고 죽어서는 아무도 모르는곳에 묻히고 기억받지도 못하는 삶.


어찌보면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진정한 영웅들이었을 그들인데도 그 안식은 너무나도 초라했다.


"...관리도 제대로 안해놨나, 망할 녀석들.."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닳고 망가져 새겨진 이름들 조차 희미해진 추모비들을 보며 바득 이를 갈았다.


관리하는 녀석들은 도대체 뭘 하는 중이길래 왜 이곳은 이대로 방치해두는것일까.


속으로 의문과 불만이 터져나올것 같았지만 따져봤자 답이 없다는걸 알았기에 조용히 분을 삭이며 추모비에 손을 얹었다.


"...나 왔다 이 녀석들아."


그렇게 비닐봉투를 바닥에다 놓으며 술잔을 하나 꺼내어 추모비 앞에 걷네듯 놓고 입을 열었다.


술병의 뚜껑을 돌리고 그대로 술잔에 술을 따르니 술이 흘러나오는 소리가 귀에 조용히 울려퍼졌다.


차라리 이 모든것도 이렇게 내려버리면 좋으련만..


"너희는 잘 지내냐? 고생도 한만큼 잘 지내야할것 아니냐.."


그렇게 다른 술잔에 따라진 술을 벌컥 들이마시며 말을 이었다.


─마치 죽은 전우들과 대화하는듯이 이야기하며 자신을 위로하듯이.


나는 추모비를 보며 이제 다시는 볼 수 없는 전우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취기가 올라 기분이라도 약간이나마 좋아지면 좋으련만 오히려 술을 마실수록 잔혹한 기억들이 더욱 더 선명해지는것 같아서 가슴이 쓰라렸다.


"난 어떻게 지내냐고? 죽지를 못해서 하루하루를 매일 엿같이 산다... 유니온 그놈들 아주 악질이라니까."


웃는 것인지, 속으로 자신에게 조소를 흘리는것인지 모를 실소를 흘리면서 술잔에 계속 술을 따른다. 술잔에 고인 술 안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도 추하고 혐오스러워보였다.


"살아있는 전우들? 에이 어떻게 만나냐. 미안해 죽겠는데... 나 같은건 그냥 처박혀서 어느날 콱 죽어버리는게 도움되는거지."


...대장도, 그 꼬마도 이대로는 만날 면목이 없다. 이렇게 술에 쩔어서 폐인이 된 현재의 내 모습보다 18년 전, 한때나마 불타올랐던 자신을 추억속에서 기억해주는게 오히려 더 나을것 같았다.


"...애초에 난 무엇 하나 지키지 못한 쓰래기 아니냐.. 엿 같아도 그냥 봐줘라."


그렇게 죽은 전우들에게 봐달라고 두 손을 모으며 애써 웃음을 띄웠다. 술을 넘기고 넘겨도 멀쩡한 정신에 진절머리가 났다.


차라리 미쳐버리면 좋으련만 미치지도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뭐 어때, 오늘은 모두 다 잊고 마시자고! 응?"


가슴 맻힌 자기혐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서 술을 끝없이 들이켜봐도 혐오스러운 자신의 모습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아니, 차라리 미쳐버리면 좋으련만 미쳐버리지 않는 자신이 더 미웠다.


이 자리에서 홀로 받은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죽은 전우들의 추모비앞에서 추태를 보이며 술을 들이키는 모습이 너무나도 우스워서 실소가 터졌다.


만일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그래도 이것보단 덜 괴로웠을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럼 잘 있어라, 후에 다시 술 들고 찿아올테니까."


그렇게 가져온 술이 전부 비었을 무렵, 난 도망치듯이 잊혀진 전우들의 추모비를 떠났다.


◇◆


어느덧 제일 높게 올라선 태양이 가라앉기 시작해 오후가 되었을 무렵이었다.


오후가 되었는데도 신논현역은 강남답게 수많은 시민들로 시끌벅적했다.


"뭐 이리 사람이 많은거야.. 콜록 콜록!"


불평을 늘어놓으려다가 터진 기침에 입을 오른손으로 막았다. 기침을 할때마다 풍기는 아찔한 느낌과 함께 혀에서 비린 금속의 맛이 났다.


기침을 겨우 잠재우고 보니 검고 끈적한 혈액이 현재 내 몸상태를 대변하듯이 오른손을 더럽히고 있었다.


"하하.. 또 시작인가.."


실험체가 된 후유증 덕에 위상력을 뽑힌것 외에도 몸 건강은 심히 엿같았다.


후유증으로 망가진 몸은 삐걱거리며 늘 비명을 질렀다.


그렇게 늘 가지고 다니는 손수건으로 손의 묻은 피를 닦으며 뭐 하나 제대로 된게 없는 자신에게 속으로 자조를 할 무렵 한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눈을 돌리자 보인것은 7살쯤으로 보이는 어린 여자아이와 어머니로 보이는 서른을 넘긴 여성의 모습이었다.


아이는 즐거운듯 양손에 작은 곰인형을 꼬옥 안고서 함박웃음을 띄웠고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은 자**운 웃음을 띄우고 있었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행복해보이는 모녀의 모습은 이런 자신의 모습을 부끄럽게 하는 기운이 있었으며 순수해보이는 아이의 그 눈빛은 이미 오래전에 자신이 잃어버린 것이어서 가슴이 쓰라렸다.


다시 한번 쓰래기같은 자신의 모습이 우스워서 실소를 내뱉었다.


그렇게 터덜 터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으아아아아아아악!"


날카롭게 울리는 사람들의 비명이 쾌적한 날의 평화를 산산히 깨뜨렸다.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린 그곳에는 도망치는 시민들의 인파와 함께 검은 구멍속에서 나온 이형의 괴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차원종.


자신이 한때 목숨을 걸고 싸웠던 상대이자 전쟁이 끝난 지금도 나타난다는 이형의 적들.


"캬르륵! 캬륵!"


그들이 흉포한 이빨을 들이밀며 달려드는 모습에 시민들은 공포에 시달리며 도망쳤고 차원종들은 마치 그런 시민들을 사냥하듯이 매섭게 쫓아오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눈 앞에 갑작스레 벌어진 상태에 당황감이 서렸다. 억제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건가? 강남은 차원종이 나오지 않는걸로 아는데 어째서..


갑자기 예전의 지옥이 되살아나려는 광경에서 상황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한 순간 내가 꿈이라도 꾸는건가 하는 생각을 품었지만.


"하연아!"


─그 생각은 처절한 여자의 절규에 완전히 깨져버렸다.


방금까지 웃고 있었던 모자의 모습이 그 곳에 있었다.


"캬르륵!"


스케빈져들은 미처 도망치지 못한 모자를 사냥감으로 정한듯 야만적인 울음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고 그대로 스케빈져에게 한 모자가 끔찍한 최후를 맞으려는 그 순간─


"이얏!"


머리가 아닌 가슴의 명령으로 움직인 자신의 몸이 재빨리 스케빈져의 공격을 처내는것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이 지금 무슨 짓을 벌인 것인가 생각하고 있을때 이미 다른 손은 스케빈져 인간 사냥꾼에게서 검을 빼앗아 잡은 뒤였고. 위상력이 담긴 검은 윤무를 추며 모녀를 노리던 차원종들을 도륙하고 있었다.


이미 검을 잡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을 터인데도, 마치 물이 흘러가듯이 몸은 그 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전투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마치 내 몸이 아닌것 같아 어안이 벙벙했다.


"...저 옆에 건물이 보이지? 거기로 들어가서 문을 잠궈! 빨리!"


마치 예전처럼, 뒤에 있는 모녀에게 도망치라고 외치는 자신의 모습에 의문이 생겼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차원종들을 보면서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자신의 몸으로는 클로저가 올때까지 버티는게 고작이라고.


무리를 약간씩 호소하기 시작한 몸과 전투에서 쌓은 경험이 그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여성은 자신의 아이를 안은 채로 아직 상황을 완전히 파악하지 못한듯 입을 열었다.


"하..하지만.."


"죽고 싶지 않으면 빨리 가!"


그렇게 모녀를 떠밀고 모녀에게 달려드는 스케빈져들을 도륙했다. 조금의 오판이라도 용서되지 않을 전투의 속에서 어째서 자신이 이제와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의문이 앞섰다.


이미 과거의 신념도, 열정도 모두 사라진채 껍데기만 남았을터인 자신이 어째서 차원종으로부터 그 모녀를 구한 것일까.


"...클로저 아저씨! 힘내!!"


그렇게 잠시동안 품은 의문을 소녀의 순수한 외침이 산산히 깨부쉈다.


이런 상황에도 순수한 소녀의 모습에 잠시동안 사고가 정지하며 과연 나 자신이 진정 처음부터 이렇게 타산적으로 움직이는 존재였는지에 대해 자문을 던지게 했고ㅡ


상황이 급박하다는것도 잊은 채로, 난 아직 '희망'을 품었던 과거의 기억에 빠져들었다.


'어이! 이대로 가다간 대교의 방어가 뚫리겠다고!'


'약한 소리는 집어치워! 이대로 있다간 죄 없는 시민들이 개죽음 당한다고!!'


과거의 나는 한 순간의 정의감에 움직이며 시민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무기를 들었던 검사였고.


'우리를 죽이기 전까진 절대로 시민들에게 손 하나 대지 못할테니 각오하는게 좋을꺼다 차원종!'


'뭐해! 빨리 대피소로 들어가! 여기는 우리가 맡을테니까!'


단지 무모한 혈기와 용기를 품고서, 약자를 지키는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클로저였다ㅡ


그러고 보면 당시의 자신은 언제나 그랬었다.


전쟁에서 시민들이, 전우들이 어이없이 죽는것이 보기 싫어서, 그런 그들을 지키고 싶어서 검을 들었고


약자를 지키기 위해서 검을 들었고 비록 그것이 가시밭길일지라도 그것이야말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잊어버렸던 것일까?


─나의 검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한 검이었다는 것을.


"─아아, 생각해보면 그랬지... 지금까지 괜히 멍청하게 고민하고 있었구만.."


종전 후, 잃어버렸던 초심을 떠올린 후 오랜만에 얼굴에 진실된 웃음을 띄웠다.


지금까지 공허하기만 했던, 분노와 절망으로 얼룩지기만 했던 가슴속에서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정의감이, 작은 불씨가 되어 불타오르듯 가슴을 불태웠다. 죽어가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신체의 조금이나마 남은 모든 위상력을 쥐어짜내어 불태우고 검의 날을 수직으로 세워 들고 오른쪽 아래로 내렸다.


이상하게 힘은 과거의 10%도 남지 않았을 터임에도 몸은 어느때보다도 가벼워 날아갈것만 같았다.


망가진 몸은 그 무모함을 제제했지만 머리가 아닌 가슴이, 그것을 묵살하며 외쳤다.


검을 들어라, 목숨을 걸어라, 그리고 그 검과 목숨으로 저들을 지켜라, 마치 불꽃과도 같이 타올랐던 그때처럼ㅡ


"고맙다 꼬마야.. 너 덕분에 생각났어. 내가 뭘 위해 싸웠었는지. 그럼 거기서 지켜보라고."


그대로 모녀가 들어간 건물을 지키듯 막아서고 가게의 모습을 바라보며 여자 아이에게 감사를 걷냈다.
 
"...클로저라는게 어떤 것인지."


"캬르르륵!!"


그대로 위상력이 검에 일정하게 모이자 스케빈져들은 포효하며 사나운 이리처럼 달려들었고 남자는 팔을 움직였다.


날카로운 선을 그리며 매끄럽게 펼쳐지는 검의 윤무는 차원종들의 검격을 상쇄시키며 그들을 도륙했고 그 순간,


─영웅이 귀환했다.


"캬아아아악!!"


두동강으로 베여진 스케빈저의 비명이 울려퍼지고 동포의 죽음에 분노하던 다른 스케빈져들이 이빨을 세우며 달려들었다.


이계의 금속으로 만들어진 검들이 금속의 비명을 내며 울려퍼지고 펼쳐지는 서로의 검의 윤무는 어느때보다도 빠르고 강력했다.


금빛의 위상력을 내뿜는 검사는 과거의 빛을 되찿은 두 눈으로 말 없이 이형의 적들을 노려보며 말하고 있었다.


절대로 한 놈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겠노라고, 각오가 어린 푸른 두 눈이 조용히 포효했다.


"크윽!"


위상력을 억지로 짜내며 버티지 못한 몸이 이곳 저곳 찣어지며 피를 뿜었다. 날카로운 고통에 한 순간 표정이 일그러지고 몸의 경종이 강력하게 울렸다.


죽고싶은 것이냐며 이성의 내면이 지금의 행동을 멈추라고 경고를 펼쳤지만 오랫동안 잊어버렸던 전투의 감각, 열정, 신념, 그리고 누군가를 지킨다는것에 대한 고양감이 그것을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 그런게 중요하냐고. 지금 한창 기분 최고니까 닥치고 조용히 있으라고.


"..캬륵! 캬르륵!"


그 각오에 응한듯이, 차원종들은 행군을 멈추고 공포를 느낀듯, 서서히 뒤로 물러났다.


"...안 오냐? 아까의 기세는 어디로 갔냐?"


그렇게 녀석들을 도발하듯 검을 겨누며 입을 열었다.


이거 이거.. 어쩔 수 없구만..


"...그럼, 내가 간다."


그대로 위상력을 몸에 통하게 하고, 두 다리에 위상력을 실어, 패잔병의 기운을 띄기 시작한 녀석들에게 도약했다.


"캬르륵!?"


갑작스런 돌진에 당황한 스케빈져 1마리의 머리를 베어 처리하고, 검을 양손으로 고쳐잡고 그대로 자세를 고정해 오른쪽으로부터 왼쪽으로 이어지는 횡베기로 두번째로 달려드는 스케빈저를 찣어발겼다.


차원종의 혈액을 뒤집어쓰고 맨손기술을 걸어오는 다른 녀석의 멱살을 잡고 내팽게치고 위상력을 담은 발로 걷어찼다.


몸은 서서히 망가져가고있는데도, 머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맑아 기분이 좋았다. 녀석들의 공격을 흘려내고 검을 바닥에 꽃아 위상력을 폭발시켰다.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생각만이 맴돌 뿐이었다.


이 한 몸 바쳐도 좋으니, 불꽃처럼 타버리자고─


◇◆◇


"말도 안돼.. 혼자서 저 많은 차원종들을..."



공포의 존재와도 같은 차원종들이 섬광과도 같은 검의 윤무에 휩쓸려 베여나가는 광경은 시민들의 시점에서 보자면 너무나도 생소한 것이었다.


수많은 차원종들을 베어넘기며 한때 시민들을 위해 검을 들었던 검사의 검은 그 어찌나 수려했는지 마치 검투가 아닌 아름다운 춤을 보는것 같았으며 시민들이 본 그의 뒷모습은 틀림없는 '영웅'이었다.


전쟁 후 지금까지 타오르던 그의 감정이 자기혐오와 현실에 대한 분노와 절망에 의한 것이었다면, 현재 그에게 타오르던 감정은 과거 그가 품었을 순수한 신념의 불꽃이었고 그 불꽃은 보는 이들의 넋을 잃게 하는 빛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누군가는 감탄했고, 누군가는 순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봤으며, 다른 누군가는 눈물을 흘렸다.


이내 시민들은 용맹한 영웅의 뒷모습을 향해 경의를 담은 응원을 보냈다.


그들의 외침이 어느새 노을로 물들어가는 시내에 울려퍼졌다.


"힘내라아아아!!"


"그 녀석들을 쓰러뜨려버려!!!"


"응원할테니까 지지마아아!!"


그 순간, 그들은 하나가 되었으며 오로지 눈 앞에서 펼쳐지는 전투를 바라보았다.


시민들에게 비친 남자의 뒷모습은 누구보다도 '영웅' 다웠다ㅡ


전투는 시민들에게 죽어도 잊지못할 광경을 각인 시켜주고 있었다.


◆◇◆


"하아... 하아..."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심장은 무리한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비명을 질렀고 위상력을 버티지 못한 옷은 이곳 저곳이 찣어져 너덜너덜했다.


거칠어진 호흡은 산소를 갈망하며 가쁘게 움직였다.


식은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입안에선 건조한 피맛이 흘렀다. 이제 남은 차원종은 불과 10마리.


지칠대로 지친 몸에 내심 이거 후에 좀 성가시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제야 자신을 되찿은것 같아 기분은 아직도 최고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울려퍼지는 시민들의 외침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을 뜨겁게 달궈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속으로 가라는 도망은 안 가는 바보같은 놈들이라 생각했지만 그 진심어린 응원은 식어가던 피를 끓게하는 힘이 있었다.


전투의 흔적으로 이리저리 날이 빠진 검을 고쳐들고 너덜너덜해진 팔을 움직여 자세를 바로 잡았다.


그토록 기다리던 클로저들은 다른 곳에 차원문이 열리기라도 했는지 오지 않았지만.. 뭐, 10마리 정도라면 처리 할 수 있겠지.



─하지만 야속하게도, 하늘은 그런 기대를 내팽게쳤다.


직후, 하늘에서 보라빛의 번개와 함께 동그란 거대한 구멍이 모습을 드러냈다.


"빌어먹을...!"


욕설을 내뱉으며 눈 앞에 개같은 상황에 분노를 터뜨렸다.


전쟁에서나 지금이나 이런 생각을 품을때마다 이런 사건이 터졌었지.


이윽고 열린 차원문 앞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을때, 시민들의 표정에 절망의 그늘이 드리웠다.


"저..저건..."


붉은 갑피와 금빛으로 빛나는 눈, 그리고 거대한 도끼를 한 손에 쥔체 거대한 체구로 이 곳에 군림한 차원종


B급 차원종, 트룹 대장이었다.


"쿠오오오오오오오!!"


패자의 거친 포효에 차원종들이 사기를 되찿았고 한 순간에 전황은 뒤집혔다.


솟아오르던 희망이, 단 순간에 절망으로 모습을 바꾸었다.


"빌어먹을 클로저는 아직인가...!"


과거의 자신이었다면 능히 쓰러뜨릴 수 있었겠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벅찬 상태였다.


애초에 기술들도 리미터가 걸려있어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흉내만 내는데 그치는 자신에게, 나타난 상대는 너무나도 절망스러웠다.


"당신들 전부 도망쳐! 저건 나도 이길 수 없어! 시간을 끄는게 고작이야!!"


그렇게 내가 외칠때, 이윽고 스케빈져 검투사 둘이 달려들었고, 방어하기에는 늦었다는걸 깨달은 순간 두 검격이 왼팔과 오른쪽 다리를 그었다. 선혈이 검의 궤적을 따라가며 튀어나갔다.


"크윽...! 이 놈들이 갑자기 기세가 바뀌니 기세등등 해져서는!!"


이후 오른쪽 다리를 그은 스케빈져녀석들 다른 놈과 함께 발로 차 날려버리고 검으로 몸을 부축하며 자세를 바로 잡았을때, 트룹이 던진 거대한 파편이 이쪽을 향해 직격했다.


"크아아악!"


데미지를 버티지 못한 갈비뼈가 박살나고, 근육이 찣어졌다. 입에서 차오른 토혈을 내뱉으며  그대로 움푹 패인 벽에 주저 앉자 차원종들은 치명상을 입은 적을 찣어 **기 위해 이 곳을 향해 달려들었다.


"빌어먹을.. 여기서 끝인가..."


그렇게 뇌리의 스치는 죽음의 모습을 씁쓸하게 바라봤을때, 속에서 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여기서 포기할꺼냐?


포기할까 보냐.


아직 도망치지 못한 시민들이 있는데도?


포기할까 보냐!


이제 무리라는 머리의 명령을 씹으며 몸을 질타해 강제로 힘을 넣었다. 남은 위상력을 더욱 더 쥐어짜내어 몸에 흐르게 했다.


주먹을 쥐고 소리를 내질렀다. 쇳소리가 섞인 탁성의 포효가 강하게 울려퍼졌다.


"이 곳은! 내가 지킨다!!!"


그대로 튀어나갔다. 보법을 통해 상대의 발을 묶고 스케빈져의 멱살을 잡아 내동댕이쳤다.


부러진 검을 주워 트룹의 목덜미에 꽃아넣고 피를 뒤집어썼다.



이미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기 시작한 몸을 채찍질하며 2격으로 날아온 다른 스케빈져의 공격을 피하고 팔을 두손으로 잡아 내동댕이치고 머리를 발로 밟아 으깼다.


다른 스케빈져의 검을 빼았고 3격으로 날아온 공격을 흘려내며 스케빈져를 베어넘겼다.


─이제 남은 적은 총 8마리.


다른 스케빈져와 검격을 나누고 페인트를 걸어 속이며 허리를 베어 움직임을 정지시켰다.


그대로 다음공격을 검으로 막아낸뒤 검을 역수로 고쳐잡고 스케빈져의 머리를 꿰뚫고 피와 뇌수를 뒤집어쓴채 귀기를 띄웠다.


그대로 검을 부메랑처럼 던져 트룹의 목을 자르고 검을 잡고 적들의 심부를 향해 돌진했다.



─이제 남은 적은 총 5마리.


발차기를 트룹의 안면에 명중시키고 쓰러지는 트룹의 목에 검을 박아넣어 위상력을 폭발시켰다.


터져나간 트룹의 머리를 뒤로하고 다른 달려드는 트룹의 발목을 끊어 넘어뜨렸다. 그대로 등에 검을꽃아 갑피를 뚫고, 심장을 꿰뚫어 녀석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제 남은 적은 총 3마리.


그대로 날아든 투척도끼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그 틈을 노려 달려든 스케빈저 한마리를 바닥에 눕혀 머리를 터뜨렸다.


이후 달려드는 트룹의 공격을 피해내며 다리근육을 끊어 기동력을 봉하고 녀석의 묵직한 일격을 피한뒤 혼신의 일격으로 머리를 날려버렸다.


이제 남은적은 총 1마리─


발악에 가까운 공격으로 남은것은 이제 트룹 대장 한마리 뿐이었다.


"..쿠오오..!"


녀석은 마치 제상대를 찿았다는듯, 금안을 분노로 이글거리며 자세를 잡고 흉악하게 근육을 부풀렸다. 녀석의 풀스윙은 풍압을 일으키며 공기를 터뜨리고는 그대로 수많은 파편들을 일으켰다.


"...칫!"


시민들에게 향할 공격의 일부를 검으로 쳐내었다.


산탄과도 같은 공격을 억지로 처낸것에 대한 부작용으로 검을 잡은 손목이 얼얼했다. 떨어뜨릴뻔한 검을 힘겹게 고쳐잡으며 자세를 바로 잡았다.



녀석은 콧김을 뿜어내며 그대로 포효했다.



"쿠오오오오오!!"



그대로 달려드는 붉은 거신의 일격을 아슬아슬하게 회피했다ㅡ 저것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간 현재의 자신은 송장이 될것이다.


몸은 갈수록 망가지는데 피해야할 공격은 늘어만 나는 상황에 살짝 혀를 찼다.


빌어먹을... 이대로 피하기만 했다간 이길 수가 없다.


도망친다고 했다간 녀석은 괴력으로 이 일대를 날려버릴 것이고, 그랬다간 이 주변에 있는 시민들이 전부 죽는다, 그것만은 피해야만했다.


**, 지금 이 몸의 상태론..


─아니, 방법은 한 가지 있다.


"이 초커를 끊어버리면..."


목에 채워진 이 초커는 위치추적 말고도, 실험의 여파로 심각하게 불안정해진 위상력을 통제하는 리미터의 역활을 수행한다.


리미터를 해제한다면 위상력이 불안정해지는것을 대가로 일시적으로 나마 더욱 강력한 힘을 낼 수 있겠지.


하지만 이 반송장과도 같은 몸이 불안정해진 위상력을 견뎌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고, 아마 이것을 한다면 이 목숨은 완벽히 끊어지리라.


"..이거 이럴줄 알았으면 대장 얼굴이라도 보러갈껄 그랬네.."


이렇게 최후를 맞이할 줄 알았으면 차라리 인사라도 하고 그러는건데. 과거 같이 싸웠던 전우들의 모습에 말랐다고 생각한 눈물이 흘러나왔다.


"...미안하다, 역시 난 네가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가보다.."


그대로 오래전에 지키지 못했던, 결국 처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해야만 했던 전우의 얼굴을 떠올리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이제 다시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모습이 뇌리에 스쳤다.


"클로저 아저씨! 힘내! 할 수 있어!!"


그런 내 속을 아는건지 모르는건지, 아까 보냈던 어린 여자아이는 눈물을 흘리며 외쳤고 그 옆에 부모는 기도를 하듯 두손을 모으고 무릎을 꿇었다.


"힘내애애애! 녀석을 쓰러뜨려줘!!"


"지지마아아아아!!"


그 어린 아이의 함성을 시작으로 울려퍼지는 시민들의 함성이 등을 떠밀었다. 사그라들던 의지가 다시 불타올랐다.


실없는 웃음을 지어보이며, 나는 내 목에 채워진 초커를 잡고 전력을 다해 잡아 뜯었다.


"으아아아아!!"


스파크를 튀기며 저항하는 초커를 잡고 강제로 뜯어내며 비명을 질렀다. 억지로 쥐어 뜯겨지는 초커의 표면에 균열이 일고 스파크가 튀더니, 이윽고 초커는 완전히 박살나며 바닥에 떨어졌다.


이윽고 초커였던것의 조각들을 발로 밟고 올라서자, 대지가 패였다.


고르게 흐르던 위상력의 흐름은 마치 짐승의 발톱처럼 신체내를 난폭하게 타고 흐르며 혈관을 터뜨렸고 근육은 파열하며 난폭한 힘을 버텨내지 못하며 비명을 질렀다.


이제는 처절하기까지한 몸의 경종은 정말로 죽고싶은거냐고 절규했고 난 언제나 그랬듯이, 그 경종을 무시했다.


"우오오오오아아아아아아!!!"


불안정하게 타고 흐르는 위상력을 전신에 순환시키며 소리를 질렀다. 이제 살 가망따윈 1%도 없는데도, 왠지모르게 가슴이 후련했다.


아마도 그것은─


"이겨라아아아아아아아!!"


"가라아아아아아아아아!!"


시민들의 눈에 비친 이 초라한 뒷모습이─


틀림없는 '영웅'이기 때문이리라.


'위상력 개방'


남은 위상력을 전부 쥐어짜내어 개방시켰다. 망가져가는 신체를 억지로 강화시키며 검을 강제로 고쳐잡았다.


급격하게 상승하는 위상력으로 대기를 터뜨리고 서있는 대지를 박살냈다.


그 모습에, 트룹 대장은 한번 눈을 크게 뜨고는 명백한 적의를 띄우며, 이곳으로 달려들었다.


"쿠오오오오오오!!"


압도적인 힘이 담긴 거한의 풀스윙. 그것은 투박하고 거친 윤곽을 그리며 무엇보다도 묵직하게 내리쳤다.

그 공격을 흘려내고 피하고, 페인트를 걸어 숙이고 녀석의 몸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난도질을 했다.


녀석의 갑피를 끊어내고 앞으로 굴러 공격을 피하고 시야에 들어오는 죽음의 연격들을 피해내며 다시 앞으로, 또 앞으로.


쏟아지는 녀석의 공격을 다시 공격으로 상쇄시키면서 눈 앞에 적을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고자 앞으로 나아갔다.


눈 앞에 적을 베는 것이 지금 자신의 전부─


기억하고 있는 과거의 기술들을 살려내며 달려들었다. 자신의 검격에는 앞에 있던 수려함따윈 없었다. 오로지 눈 앞에 적을 베어죽이기 위한 흉흉한 검격만이 거칠게 몰아치고 있었다.


서로의 목숨을 걸고 공격을 튕겨내고 흘려내는 사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분명 몸은 너덜너덜해져서 어느때보다 무거워야 했음에도 그 어느때보다도 가벼웠고


머리는 죽음의 공포와 본능적인 경종으로 엉망이었어야 함에도 어느때보다도 맑았으며


가슴은 그 어느때보다도 뜨거워서 마치 가슴속에서 불로 달군 쇳물이 끓어 오르는것 같았다.


시민들의 외침도 점점 멀어지고 오로지 전투의 소리만이 귓속을 가득 맴돌았다.


판단력이 적의 공격에 대한 조언을 끊임없이 제시하고 몸이 그것을 매끄럽게 수행했다.


'녀석의 약점을 노려! 녀석의 움직임은 느려!'


끝까지 눈을 감지말고 앞을 봐라, 빨리 하되 조급해하지 마라. 수많은 전투에서 쌓은 경험들이 본능을 통해 다음의 수를 알려주고 알려주었다.


처음부터 자신의 무기는 재능도, 압도적인 힘도 아닌 바로 기술이었다.


사지에서 몇번이고 갈고 닦아온 기술이. 마치 예전처럼 찬란한 빛을 내고 있었다.


모든 경험과 임기응변을 쏟아부어 공격을 상쇄시키고 그대로 틈새를 파고들어가 녀석의 복부에 횡베기를 가했다.


"쿠후욱!"


일격은 분명히 맞았으나 치명타를 주기에는 여전히 부족했다. 이윽고 녀석은 거친 콧김을 뿜어내며 품안에서 날 밀어냈다.


이후 몸을 더욱 채찍질하여 녀석의 공격을 피하고 공격을 계속하며 페인트를 걸었다.


"쿠오오오오오!!"


올려베기를 가장한 페인트에 녀석이 내려베기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몸을 뺐다.


녀석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해내며 몸을 뒤틀어 녀석의 왼쪽 손목에 검을 박아넣었다.


트룹의 갑피는 단단하지만 오금이나 손목, 발목 같은 부분에는 틈새가 있어 그것을 노리면 상대하기가 더욱 편하다. 전쟁때 얻은 지식중 하나였다.


"크어어어!"


그대로 고통스러워 하며 날 뿌리치려는 녀석의 공격을 피하고 검을 잡아, 전력으로 검을 돌려 손목을 뒤틀었다.


뚜드득!,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와 함께 부자연스럽게 녀석의 왼팔이 꺾여 늘어졌다.


"쿠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녀석의 절규가 크게 울려퍼진다. 그대로 양손에 쥔 거대한 무기를 떨어뜨린 녀석은 이윽고 자세를 고쳐잡았다.


상대방에게 전속력으로 달려들어 일격에 상대방을 치어버리는 기술.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트룹의 기술이다.


단단한 갑피로 쌓인 몸이 가속도와 어우러져 그야말로 무엇보다도 강력한 흉기가 된다.


그 모습에 나는 검을 들고 녀석의 앞에 대치했다.


검에 충분히 모인 위상력이 거친 오오라를 뿜내고 있었다.


─기회는 단 한번.


그렇게 수초간 다른 두 눈이 서로를 응시하고 공기가 살기로 부풀어올랐다.


"쿠후욱!"


그대로 녀석이 콧김을 뿜으며 전신의 근육을 부풀렸고 내가 자세를 잡은 그 순간─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서로의 거대한 포효와 함께, 대기가 터져올랐다.


단숨에 줄어든 간격에서 아슬아슬하게 옆으로 공격을 회피하고, 그것을 제지하려는 녀석이 한 순간 멈춰섰다.


그 순간, 지금까지 모은 검에 모은 위상력을 난폭하게 해방시키며, 나는 그 어느때보다도 장렬하게 함성을 내질렀다.


"닿아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위상력을 담은 검으로 수도 없이 녀석을 베어나갔다. 검격에 이어 검격이 이어지는 윤무를 계속하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몸을 계속 움직여 검의 폭풍을 그려낸다.


급격한 회전을 버티지 못한 왼발의 발목이 부러지고 갈비뼈들이 박살났다. 근육이 팽창하고 혈관이 터지며 피가 튀었다.


이어진 검격의 선은 끊임없이 녀석을 타격하고 위상력을 폭발시키며 끊임없이 녀석의 내부에 상처를 입혀가며 형체를 망가뜨렸다.


어느덧 검을 쥔 오른팔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해진 상태였다. 수십, 수백번의 검격의 폭풍을 일으키고 나는 그대로 올려베기를 한 후 공중에 뛰어올랐다.


─아무래도 이번 일격으로 오른팔도 완전히 박살나겠군.


"아아아아아아아!!"


이윽고 공중에서 텀블링을 한번 돌고는 내려베기로 태세를 전환하여 가속도를 실은 검격을 녀석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휘둘렀다.

오른팔의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파열해나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퍼졌다.


모든 발악이 모인 검격과 폭주하는 위상력이 만나 생겨난 잔혹한 검의 일격은, 그대로 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에 충격파를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앙! 몰아치는 폭음과 함께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녀석의 모습은 위상력의 폭발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대로 바닥을 불태우는 금빛의 불꽃과 부숴진 현장이 이곳에서 장렬한 전투가 벌어졌음을 알려주고 있을 뿐이었다.


이걸로 남은 적은 제로─


임무 완료였다.


"이..이겼다아아아!!"


이윽고 침묵을 지키던 현장은, 한 시민의 외침과 함께 거대한 환성으로 들끓었다.


"""이겼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


시민들은 기쁜듯 웃음을 띄우고 환호성을 내질렀고 여러명의 함성은 이 땅에 내려진 승리를 축복했다.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전신을 휩쌓던 긴장의 기운이 풀리고 오랜만에 쟁취한 승리의 기쁨을 느끼려던 찰나─


지금까지 싸워온 무모함의 대한 벌이라는듯, 전투의 대가가 강렬하게 몸을 강타했다.


"아..."


난 그대로 몸이 휘청거리는것을 느끼며 털썩, 바닥에 쓰러졌다.


◆◆◆


그렇게 한 남자의 활약으로 신논현역에 나타난 차원종들은 단숨에 전멸을 맞았고 시민들은 그 잊지못할 전투를 보며 전율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이내 시민중 한명이 환호를 터뜨린것을 시작으로 수많은 시민들의 환성이 터져올랐고 시민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구한 영웅의 전투를 찬송했다.


그대로 시민들이 이번 전투의 영웅을 향해 다가가던 그 순간─


그들이 바라본 남자의 모습은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끔찍하게 망가진 상태였다.


◇◇◇


리미터를 벗어난 위상력은 강력하게 폭주하면서 적 뿐만 아니라 나 자신까지 불살라버렸고 몸이 부숴져가면서도 싸운 대가는 참혹해서 한때 가슴속에 불타올랐던 강력한 불꽃은 서서히 **가고 있었다.


전신의 뼈랑 뼈는 거의 다 부러졌고, 혈관은 대부분 터져버렸으며, 근육은 찣어질대로 찣어지고, 장기랑 장기는 데미지와 위상력을 버티지 못한채 망가질대로 망가져있었다.


이렇게 생명을 유지하고있는 지금에 이른 결론은 단 하나─


바로 자신이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어..어이!"


"저거 위험한거 아니야..?"


"119! 누가 119 좀 불러!"


그 모습을 본 시민들은 황급하게 움직이며 난리를 냈다.


그렇게 흔들리는 시야를 바라보며 멍하니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작은 인영이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는것이 보였다.


양손에 곰인형을 안은채로 눈물을 흘리며 달려오는 여자아이.


아까 자신이 구해주었던 여자아이였다.


"아저씨! 아저씨!!"


눈물까지 글썽이며 울음을 터뜨릴것 같은 녀석의 얼굴에는 아까와는 다른 명백한 슬픔이 서려있었다.


그런 녀석에 머리위에 나는 오른팔보다는 그나마 상태가 나은 왼팔을 머리위에 올리며 입을 열었다.


"꼬마야, 어떠냐? 클로저는... 강하지?"
 
애써 웃음을 띄우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녀석은 울음이 나오는것을 참으며 애써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너 덕분에 잊고 있었던걸 겨우 떠올릴 수 있었어... 넌 내가 잊고 있던걸 되찿아준거야.."


이 아이 덕에, 가슴속에 사라진줄 알았던 초심을 되찿을 수 있었고, 오랜만에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 있었으며, 이런 쓰래기 같은 나에게는 전혀 걸맞지 않은 일을 해낼 수 있었다.


"끄..끄흑..!"


그대로 눈물방울을 떨어뜨리는 녀석의 모습에 힘겹게 말을 이었다. 슬슬 숨이 거칠어졌다.


"...울지마... 머리 아프니까..."


뒤늦게 따라온 아이의 부모가 그대로 주저앉으며 두 눈으로 얼굴을 가리며 눈물을 흘렸다.


내심 이런 나를 위해 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것에 고마움의 감정이 떠올랐다.


비록 결과는 자신마저 불태운 결과였음에도, 지금까지 자기혐오와 분노에 찌들어 살아온 자신에게는 너무나도 과분한 최후에 웃음이 나왔다.


아까까지만 하더라도 자기 혐오가 가득했던 가슴속에는 예전과도 같은 뿌듯함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오늘 여기서... 널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그 덕분에, 나는 구원받을 수 있었으니까ㅡ


"꼬마야.. 앞으로 너도.... 힘든 일을 많이 겪게될꺼고.. 절망하게 될지도 몰라.. 하지만.. 그 순수함을 기억하고 있다면... 너는 거기서 빠져나올 수 있을꺼야..."


말을 마치고 아이에게 웃어보였다. 이제는 너무나도 후련한 감정을 가슴속에 품으며 시선을 붉게 물든 하늘로 옮겼다.


"아아.. 아름답구나..."


오늘따라 더욱 더 붉은 석양은 그 어느때보다도 밝고, 아름다웠다. 그렇게 아름다운 하늘을 바라보며, 입가에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를 띄운 체 마지막으로 모든것에 감사를 표했다.


그렇게 마지막에 시민들을 위해 과거의 신념을 떠올린 검사는,


─아니 시민들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위대한 '영웅'은 어느때보다도 행복하게 눈을 감았다.



(BGM - 귀거래사(歸去來辭) (김신우))


◇◇◇◇


"차원종은?!"


분홍머리의 소녀가 이곳 저곳의 건물을 사이킥 무브로 날아다니며 신논현역에 도착하고는 시선을 돌리며 주변을 살폈다.


1시간전, 억제기의 감지도 없이 갑작스레 신논현역에 나타난 차원종들 때문에 신서울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렇게 검은양팀 역시 바로 출격하였으나 신논현역으로 가는 길목마다 열린 차원문 때문에 전투하느라 도착하는 시간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고 시민들의 생명을 걱정하던 소녀는 동료들과 함께 차원종들을 격퇴하자마자 신논현역으로 향했으나 신논현역에 출현했을터인 차원종은 보이지 않았다.


"이게 어떻게 된거야...?"


눈 앞에 상황과 노을이 진 신논현역을 둘러보며 옆에 있던 흑발의 소년과 소녀가 의문을 품으며 입을 열었다.


그 옆에선 은발의 소년이 이해가 안가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볼 뿐이었다.


검은양팀도, 특경대도 도착하지 않았는데도, 주변에는 장렬하게 치뤄진 전투의 흔적이 가득했다.


틀림없이 어느 누군가가 이곳에서 차원종과 싸웠으리라.


"...도대체 누가.."


이윽고 백발의 청년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의문에 표정을 찡그렸고, 그는 한 곳을 바라보고는 그대로 표정에 불길함을 띄웠다.


"...설마..."


◇◇◇◇◇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있는 시민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끌렸던 것은 그들이 무언가를 슬퍼하는듯 있었기 때문일까.


내가 그곳으로 향한걸 안 대장과 아이들은 따라오기 시작했고 난 눈 앞에 상황을 바라보며 바보같이 되뇌일 수 밖에 없었다.


"....형?"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전우의 모습이, 가장 보기 싫었던 모습중 하나의 모습을 취한채 그곳에 있었다.


옷은 전투에 흔적으로 이리 저리 찣기고 잘리고 그을려 전의 모습을 상상하기 힘들었고 미소를 띄운 입에는 거무죽죽한 토혈이 흥건했다.


또한 몸에 입은 데미지가 컸는지 그 몸은 완전히 너덜너덜했으며 왼쪽 다리는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꺾여있었고 제일 상태가 심각한 오른팔은 숱한 전쟁에서 참상을 봐온 자신이 보기에도 끔찍해서 시선을 돌릴 정도였다.


그 순간, 지금까지 머리에 떠있던 의문의 대한 답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우리가 늦는동안 누가 여기서 시민들을 지켰는지를ㅡ


울고있는 모녀의 모습을 바라보며 걸음을 계속했다.


늘 무모했지만 누구보다도 정의감이 넘치던 동료였다,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목숨까지 바치려했고 누구보다도 전우들을 아꼈던 형이었다.


때마다 실 없는 농담을 던지면서, 편안하게, 때로는 든든하게 마음을 지탱해줬던 그였다.


모습을 감춘 뒤에도, 언젠가 만나길 바랐는데. 결국 이런 형태로 보게 된 것은 세상의 부조리일까.


가슴 한구석에 어리는 슬픔을 누르며 이제는 안식을 맞은 전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죽음을 누구보다 안타까워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평화'가 깃든 전우의 얼굴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것은 예의가 아닌것을 알기에 눈물을 삼키고 웃음을 지었다.


그는 죽기전에, 드디어 진정한 '평화'를 얻었으리라.


"..형은 '평화'를 얻은거지?"


형에게 질문을 던졌지만 이미 안식을 맞은 용사는 평안한 미소로 조용히 답할 뿐이었다.


"...정말 행복한 얼굴로 가버렸네, 이 바보형님이..."


붉게 물든 노을이, 다시 만난 전우를 조용히 비추며 일렁였다.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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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래 땅이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 내몸 둘 곳이야 없으리  


하루해가 저문다고 울 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 지는 저 산 너머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 내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쉬러 떠나가련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그 안에 내가 숨쉬니 


어디인들 이 내몸 갈 곳이야 없으리 


작은것을 사랑하며 살 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말이 없는 저 들녘에 내 님을 그려 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 내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쉬러 떠나가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 내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쉬러 떠나 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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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오랜만에 끄적인 클로저스 단편입니다.


분명 단편으로 시작했습니다만.. 분량이 폭주해버려서 많이 당황했네요..


일단 나름 수정해서 내놓긴 했지만 이 뭐같은 묘사는 달라지지 않는군요..


본인은 매우 오글토글한 마음으로 작품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래도 나름 멋져보이게 해보자! 했는데 결과는 시궁창이네요.


그럼 이상 작가는 좌절하러 가겠습니다.


2024-10-24 22:42: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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