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치겠네."

 

볼펜의 버튼을 똑닥똑닥, 머리로 눌렀다 뗐다 하면서 자신의 앞에 놓여 있는 노트를 보고는 한숨을 내뱉는다.

 

"벌써부터 *엥겔 계수가 너무 높잖아……."

 

(*생계비 가운데 음식비가 차지하는 비율)

 

나, 이세하가 눈앞에 놓인 가계부를 보며 한숨을 내뱉게 된 것은 아스타로트를 물리치고 G타워로 복귀한 후의 일이다.

 

 

 

 

아스타로트를 물리치고 이제 얼마간은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던 우리들, [검은 양]팀.

 

나는 언제나처럼 P★P에 전원을 넣어 저장해뒀던 게임에 열중하고 있었다. 슬비는 유리와 함께 휴가를 받고 나서 어디로 놀러 갈지 정하고 있었고, 제이 아저씨는 허리가 아프다며 휴가를 받으면 집에서 느긋이 쉬어야겠다고 투덜거리며 테인이와 얘기하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도 엄마는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니 석봉이를 불러서 밤새 게임이나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참에, 한쪽에서 데이비드 국장님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유정이 누나가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어왔다.

"어…… 음……. 저기……, 얘들아?"

 

"아, 유정이 누나. 강남도 한 건 해결됐겠다, 이제 집에 가서 쉴 수 있는 거죠?"

 

"유정이 언니! 이번 일로 보너스 잔뜩 받을 수 있는 거죠?!"

 

"언니, 얼마간 휴가를 내고 싶은데요. 그동안 쌓인 드라마를 보고 싶어서.."

 

"유정씨, 난 이제 당분간 휴가 낼테니까 형한테 잘 좀 말해줘."

 

"누나! 이제 저도 돌아가서 쉬어도 되는 거예요?"

 

모두가 기대하는 얼굴로 대답을 기다리고 있자, 유정이 누나의 얼굴은 식은땀 범벅이 되고 있었다.

 

"그, 그게 말이지……. 실은 너희들이 살고 있는 집들이 차원종들로 때문에 무너져 버려서……, 당분간 <검은 양>팀은 유니온이 마련한 집에서 지내야 할 것 같아……."

 

『……』

 

……지금 유정이 누나가 무슨 말을 하는 거지? 집이……, 우리들 집이 무너져? 아니, 잠깐만. 웨잇웨잇웨잇, 그럼 내 게임기들도 다 부서졌다는 건가? 내 컬렉션들이 전부? 검은 양 팀원들의 얼굴은 유정이 누나의 한 마디로 인해 파랗게 질렸다. ……근데 생각해보면 당연한 건가? 그렇게나 날뛰었으니.

 

"……우리들 집이, 무너져요?"

 

"응…… 안타깝게도……."

 

"그럼 그 무너진 집 안에 있던 물건들……, 사진이나 비디오 같은 것들도 전부……?"

 

"아, 아니 집 안에 있던 물건들은 괜찮아! 차원종이 출현하고 나서 너희들이 살고 있던 집이나, 아직 피해가 가지 않은 요원들 집의 물건들은 다 빼놓았다고 들었으니까."

 

유정이 누나는 우리들을 안심시키려는 듯, 양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에이, 뭐야~ 그럼 걱정할 필요 없네요 뭐."

 

"……그러게. 물건들이 무사하다면 집들이 원래대로 지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거고."

 

슬비는 가슴에 손을 얹고는 나지막하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저 드라마 덕후도 나 못지 않게 컬렉션이 많이 있었던 모양이군. 게임기가 무사하다는 소리를 듣고 나도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다행이다. 내 게임기들이 무사해서. 하마터면 더 비싼 값에 사야할 뻔 했잖아……. 게다가, 지금은 팔지 않는 것도 있고.

 

"그나저나 1인 1집이라……. 유니온치고는 상당히 인심 썼구만."

 

"제 중요한 물건들은 다 독일에 놔두고 와서 괜찮아요!"

 

"유정이 언니. 유니온에서 마련한 숙직실도 있었던 것 같은데 거기서 지내면 안 되는 건가요?"

 

"그 숙직실도 무너져 버려서……."

 

"……"

 

……뭐야 이거, 뭔가 불길한 플래그가 뜬 것 같은데. 유정이 누나 얼굴도 점점 어두워지고 있고.

 

"뭐 어때! 숙직실 같은 곳 말고 집을 마련해 준다잖아! 넓은 곳에서 지내면 더 좋지!"

 

아무 근심 없는 얼굴을 띄우고 있는 유리에게 가족은 걱정이 안 되냐고 물었더니 피난소에서 왠진 모르지만 호화롭게 지내고 계시단다. 호화롭게가 뭐냐, 호화롭게가.

피난민이 왜 호화롭게 지내고 있는 건데.

말이 없어진 유정이 누나의 얼굴을 슬쩍 살피자, 왠지 점점 더 창백해지고 있었다.

……뭔가 이상한데? 1인 1집, 도시를 복원하는데 터무니없이 막대한 돈이 들어갈 텐데 아무리 차원문을 닫은 요원들이라고 해도 그렇게 해줄 리가 없을 터이다.

설마 집이라는 이름의 캠프라는 건 아니겠지?

다음에 뱉은 유정이 누나의 한 마디가 애써 밝아진 검은 양 팀원들의 얼굴을 다시 한 번 파랗게 질리게 했다.

 

"얘들아, 1인 1집이 아니라……. 말 그대로 <검은 양> 팀이 '한 집' 에서 지내야 해……."

 

『……네? '한 집', 이요?』

 

드디어 유니온이 미쳤나……. 한창 때의 남녀를 한 집에서 살아라? 유정이 누나 한 명만 믿고 이러는 거냐……. 네? 아저씨는 믿음직한 어른 아니냐고요? 글쎄올시다.

물론 우리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다른 곳에서 지내려고 해도 이미 피난민들이 있었고, 최악의 경우 노숙을 해야 한다. 아무리 그래도 노숙하는 것보다야 낫겠지…….

 

이로써, 우리 <검은 양>팀은 '한 집'에서 지내게 되었다.

 

 

 

 

 

 

 

 

 

 

 

 

 

 

 

 

 

"지내게 됐지만……. 아, 유정이 누나. 거기는 합산을 해서 적어야죠."

 

"그, 그런 거야? 가계부는 잘 쓰질 않아서……."

 

유정이 누나는 '으응~' 하며 손등에 턱을 괴고는, 종이를 팔랑 넘기며 문자와 수열을 눈으로 훑는다. 다시 한 장, 시선을 홱홱 옮겨 나간다.

 

이 집에 이사를 왔을 때, 유정이 누나는 자신이 검은 양 팀의 관리 요원이니 팀원들이 지내게 된 집안일들도 전부 자신이 해보겠다고 했었지만……. 엉망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것은 10시가 넘어서, 그러니 당연히 집 안의 청소나, 밥, 설거지, 빨래 같은 것들은 제대로 이뤄질 리가 없었다.

 

하다못해 가계부라도 써야 되겠다고 달려들었지만, 지금 이 상태다. 당연하다. 전혀 써** 않았으니 써질 리가 없다. 가계부를 우습게 보면 곤란하지, 암 그렇고 말고.

 

한 집에 살 게 된지 3일째, 매끼는 배달이나 라면. 이대로라면 건강에 문제가 생길 게 뻔하다. 가계 쪽도 마찬가지고.

 

나야 이런 음식들 좋아하니까 그렇다 치더라도, 테인이나 여자들 쪽이 문제가 있겠지. 아저씨야……. 뭐, 야채주스라도 잔뜩 마시게 하면 될 거고.

 

내가 요약해둔 가계부 설명서를 다 읽어본 유정이 누나는 지친 모양새로 한숨을 쉬었다.

 

"저기, 세하야. 부탁 하나 할 수 있을까……?"

 

살짝 고개를 돌리며, 얼굴을 붉히고 우물쭈물대면서 유정이 누나는 펜을 쥐고 있던 손을 가계부 위에 얹혔다.

 

"네? 뭔데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요."

 

대충 짐작은 가지만.

 

"네가 집안 일도 잘하고 요리도 할 수 있으니까……. 집안일 좀 부탁하면 안 될까?"

 

"……"

 

언젠가 이런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왔다. 너무 빨리 왔어.

 

엄마가 집에 없을 때도 집안일은 전부 내가 맡아서 해왔었다. 솔직히 말해서 집안일은 힘이 드는 것도 그렇지만, 귀찮아.

그래서 집이 무너졌다고 들었을 때, 그 귀찮음으로부터 해방될 거라고 생각해서 진짜 좋아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 거지요. 네, 알고 있었습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모두 영양 실조로 쓰러지거나, 집안 꼴이 엉망이 돼서 자신들의 집이 원래대로 돌아가기 전에 죽을 것 같으니 할 수밖에 없겠지.

 

 

"……뭐, 알았어요. 집안일은 제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고마워, 세하야……."

 

유정이 누나는 훌쩍훌쩍 거리면서 내 쪽을 바라본다.

"알았으니까 울지 좀 마세요."

 

울면서 부탁하는 게 귀엽긴 합니다만……. 진짜 20대 후반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이렇게 집안 일은 내가 전적으로 맡게 되었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유정이 누나가 집안일은 전부 나한테 일임한다고 했으니까, 이제부터 담당을 정할 거야."

 

"담당? 무슨 담당?"

 

"그거야 물론, 청소 담당 같은 거지."

 

"우선 청소는 5명이서 번갈아 가면서 하는 걸로 하자. 불만 없지?"

 

"청소야 뭐……. 동생들 돌보면서도 많이 해봐서 괜찮아."

 

"그래, 불만 없어."

 

"나도 없어, 동생."

 

"저도요, 형!"

 

의외로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고 있어 놀랐다.

 

"그럼 다음으로 식사 문제인데……. 이중에서 요리 할 수 있는 사람?"

 

『……』

 

……아, 전멸입니까. 그렇습니까.

 

여성진 쪽을 바라보자, 두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친 슬비와 유리는 고개를 돌리곤 식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야, 거기 분홍 머리랑 검은 머리. 시선 돌리지 마."

 

이 망할 리더랑 검도 바보가…….

 

"으음, 건강 주스는 만들 수 있는데……. 다른 건 만들어 본 적이 없군."

 

"저도 음식은 만들 수 있는 게 없어요 형."

 

제이 아저씨와 테인이는 사전에 입을 맞춰두기라도 한 듯, 동시에 손을 올리곤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렇겠지요……. 맨날 야채 주스 마시는 사람이랑 15세 이하인 애한테 조금이라도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후……. 뭐, 그래. 기대는 그다지 안 했어. 그럼 요리는 내가 할 테니까 설거지 담당 정하자."

 

"어? 설거지도 네가 하는 게 아니고?"

 

저 식충이가 내가 설거지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물어보네.

 

"요리도 하고 설거지도 하라고? 님 양심 어디 있나요."

 

"……죄송합니다."

 

"그럼 설거지 담당은……. 아저씨랑, 나, 슬비, 유리로 하자."

 

"형, 저는요?"

 

테인이가 의아한 듯 눈을 깜박이며 물어왔다. 아니, 네 키로는 안 닿잖아. 무리해서 설거지 하면 접시 깰 거 같아서 이 형은 무섭단다.

 

"테인이는 손이 안 닿으니까 패스."

 

"우으……."

 

테인이는 자기가 키가 작은 사실은 인지하고 있는 듯 순순히 물러났다. 약간 아쉬운 듯한 소리가 들렸지만 기분 탓이겠지.

 

"빨래 같은 건 한 사람이 끝내면 다음 사람이 하는 걸로 하고, 이제부터 밥할 건데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나! 나! 나! 난 카레! 고기 듬뿍 들어가 있는 카레가 먹고 싶어요!"

 

"흐음……, 카레라……. 시간적으로도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보더라도 좋네."

 

만드는 데 오래 걸리지도 않고, 이 인원 수라면 카레가 적당하긴 하다. 유리를 시작으로 차례차례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제육 볶음."

 

"난 기름진 음식만 아니면 돼, 동생."

 

"전 아무 거나 괜찮아요!"

 

"……웬만하면 통일하자? 제육 볶음은 내일 해줄테니까 오늘은 그냥 카레로. 인원도 많으니까."

 

"아, 아니 무리해서 먹고 싶을 정도는 아냐!"

 

그러신가요. 근데 그러신 것 치곤 꽤나 볼을 붉히시는데요 대장.

 

"예이, 예이. 그럼 다른 사람들은 가서 숟가락이나 그릇 같은 것 좀 놔줘."

 

"옛서! 테인아! 아저씨! 슬비야! 가서 밥 먹을 준비 하자!"

 

"카레는 오랜만에 먹어서 기대돼요!"

 

"그러고 보니 카레는 나도 오랜만인 것 같아."

 

"얘들아, 뛰지 마라. 그러다 넘어진다."

 

 

***

 

 

"……이런 식으로 일주일 정도 지냈는데. 아니, 한 집에서 살 게 된 지 일주일 하고 5일 정도 지났는데 왜 벌써부터 엥겔 계수가 높은 거냐고. ……게다가 높은 원인이 술이야."

 

한숨을 내뱉으며 스트레스의 원인인 가계부를 식탁에 던졌다.

 

우리가 받는 급료는 먼저 우리들의 관리 요원인 유정이 누나가 맡게 되고, 그 유정이 누나로부터 내가 돈을 받아서 가계를 꾸려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돈을 분배해서 팀원들에게 용돈으로 나눠주고 있고. 그런데 뭐야, 이 심상치 않은 계수는.

 

"후……. 잠시 콜라라도 마시면서 쉴까."

 

몸을 일으켜 냉장고로 발걸음을 옮겼다. 콜라를 꺼내며 저녁을 어떤 걸로 할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에 묘한 것이 내 눈에 포착됐다.

 

"뭐야, 이거? ……이거 떡볶이야?"

 

떡이라고는 알 수 없을 정도로 흐물흐물하게 녹아내린 것들, 붉다 못해 검은 소스, 무엇보다 매운 냄새 사이에 희미하게 섞여 있는 단 냄새.

 

눈으로 봐도 믿겨지지 않지만 떡볶이였다. 이거 상한 거야 뭐야. 대체 뭔 짓을 했길래 떡볶이가 이런 꼴이 돼? 대충 누가 사왔는지는 짐작이 가지만.

 

"세하야, 냉장고 앞에서 뭐해?"

 

마침 방 안에서 나온 유리랑 슬비와 눈이 마주쳤다. 곧 잘 생각인 건지 두 사람 다 잠옷으로 갈아입고 있었다. 유리는 팔다리가 드러나는 약간 연두색의 잠옷을, 슬비도 역시 팔다리가 드러나는, 본인의 머리색과 어울리는 분홍색 프릴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얘들 지금 같은 방에서 나온 건가?

 

"그런데 니들은 왜 같은 방에서 나오는 거야? 슬비, 네 방은 옆 방이잖아."

 

"어, 어? 그게 그러니까……."

 

"뭐긴 뭐야! 걸즈 토크지! 싫은 사람이라던가 좋아하는 사람이라던가. 참고로 공통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의 얘기가 나오면 분위기가 올라가!"

 

"걸즈 토크 무섭구만……. 그리고 잠옷 차림으로 돌아다니지 좀 마라."

 

"어, 어찌됐든! 이세하 너는 냉장고 앞에 서서 멍하니 뭐하고 있는 거야?"

 

"그게……. 냉장고 안에 이게 있길래. 슬비 너 이거 누가 사온 건지 알아?"

 

"응? 아아, 그 떡볶이? 테인이랑 아저씨가 사온 걸껄?"

 

……그럼 그렇지.

 

짐작과 다르지 않은 결론에 피곤한 한숨을 내뱉으며, 마치 차원의 플라즈마 파편같은 떡볶이를 냉장고에서 꺼내 식탁에 올려두었다.

 

"……두 사람 불러와. 그리고 유정이 누나도."

 

 

***

 

 

"제가 왜 부른 지는 아십니까, 두 분?"

 

"으음……, 잘 모르겠는데……. 우선 그 식칼부터 내려놓고 말하자고, 동생."

 

"나, 나도 잘 모르겠는데?"

 

"저도 모르겠어요 형."

 

쇼파 앞에 꿇어 앉은 세 사람을 보며 참고 있던 한숨을 내뱉었다. 남은 지금 다른 곳도 아닌 이 집의 가계 때문에 뒷골을 잡고 있는데 정작 그 원인이 되시는 분들이 짐작 가는게 없으시단다.

 

"모르겠다, 라……. 그럼 이 가계부를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시려나?"

 

식탁에 펼쳐져 있던 가계부를 들고 제이 아저씨와 유정이 누나의 눈 앞에 가져다 놓았다.

 

"지금 엥겔 계수가 높은데 왜 그런지 아세요? 두 사람 술값 때문이거든요?"

 

"그, 그정도는 아니야! 이 누나는 술 약해서 이렇게까지 많이 안 마셔!"

 

아니긴 무슨. 딱 봐도 각이 잡히는 구만. 내놓은 기억도 없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빈 맥주캔들이 쌓여 있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온다. 속일 사람을 속여라.

 

"호오? 그럼 집 쓰레기통 안에 있는 이 캔맥주들은 다 뭔데요? 게다가 요즘 다른 요원들이랑 윗분들이 뭐라고 한다고 제이 아저씨랑 같이 나가선 술에 취해서 돌아오잖아요? 그런데도 아니다?"

 

"으……. 그, 그건……."

 

"그리고 아저씨. 집안에 있는 한약이나 홍삼, 다 아저씨가 산 거죠? 전부 환불하고 와요."

 

어째서인지 냉장고 안에는 이상한 홍삼 캔디 같은 것들도 있고. 냉장고를 관리하는 사람은 나란 말이야……. 정리하는 사람의 입장이 돼 보라고.

 

"아니, 저기, 동생? 저것들은 평소에 비싸서 못 사던 것들이야. 마침 30% 할인을 해서 겨우 산 거라고. 게다가 요즘 들어 허리에 통증이 더--"

 

"전.부.환.불.하.세.요."

 

"……"

 

환불 안 하면 매끼마다 홍삼 갈아서 밥 위에다 얹히고 그것만 먹게 할까보다.

 

"그리고 테인이. 한국 음식들이 입맛에 맞는 건 알겠는데 냉장고 안에 있던 떡볶이……. 아니, 떡볶이 뿐만이 아니라 각종 군것질. 장난 아니게 많이 나가. 자제해."

 

특히 요즘 과자 값……. 괜히 '질소를 사면 과자를 덤으로 드려요~' 같은 소리가 나오는 게 아니였어……. 부피만 크지, 내용물은 절반도 안 되고…….

 

"우웅……, 네……."

 

저렇게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약해져서 탈이다. 조심스레 테인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기로 했다.

 

"……떡볶이 같은 건 먹고 싶다고 하면 해줄테니까 나가서 비싸게 돈 주고 사먹지 말고."

 

"……네! 알겠어요, 형!"

 

"그리고 아저씨랑 유정이 누난, 엥겔 계수 높은 만큼 용돈 삭감."

 

"뭐? 아, 아니 세하야 용돈 삭감은 좀……."

 

"동생, 그건 봐주면 안 될까? 요즘 약값도 많이 올라서 가격이 장난이 아닌데……."

 

"글쎄요. 가계부가 나아지는 것 봐서요."

 

 

 

전에 썼던 글을 보니 반복되는 문장이나 흐름에 맞지 않는 문장이 좀 있어서 수정을 했습니다.

그리고 바뀐 부분도 약간 있습니다.

여태까지 썼던 글들을 전부 다시 살펴보고, 수정한 다음에 다시 올릴 예정이긴 한데 언제 올라올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