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선화(Touch Me Not) - 프롤로그 -

paolo 2015-11-22 1

커다란 폭음과 함께 건물들이 무너진다.


그리고 건물들 사이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생기는 붉은색의 게이트들


게이트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형의 존재들과 거칠게 울려퍼지는 짐승같은 울음소리들


무언가를 휘두르는 듯한 육중한 파공음과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뒤를 따라 들렸다.


제대로 인지할 수는 없지만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잔잔한 폭음


우왕좌왕하며 갈 길을 잃고 헤메다 이형의 존재들에게 산산조각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참혹한 지옥의 한 가운데에 있는 나.

 

"여긴....어디야?"


주변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뇌는 몸에게 주변을 둘러볼 것을 명령한다.
하지만 시야에 들어오는건 폐허가 된 건물들, 그리고 도망치는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을 학살하는 이형의 존재들
그러던중 나와 눈이 마주친 조그마한 이형의 존재가 작은 나이프를 들고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온다.


'뭐지? 저건 뭐야? 왜 나를 향해 달려오는거야?'


하지만 뇌는 이 간단한 상황에서의 대처법조차 떠올리지 못하고 그저 이 상황에 대한 판단만을 시도할 뿐..


그리고 뇌가 [도망쳐라]라는 명령을 내리는 순간, 복부를 중심으로 온 몸을 난도질하는 듯한 고통이 퍼져나간다. 복부에서 흉부로, 어께로, 머리로..


'아파! 아프다고! 이럴땐 어떻게 해야지? 어떻게 해야하는 거냐고! 어째서? 왜 내가 아파야하는건데! 어떻게해야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지? 누구라도 좋으니까 어떻게 해보라고!'


고통으로 인한 패닉에 빠진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다.
그와 동시에 시야도 흔들리기 시작했고, 모든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나의 팔, 다리, 턱, 눈동자.


그리고 무너지기 시작했다.


내 몸의 균형도, 폭격을 맞은 듯한 폐허도,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잔해들도, 나를 나이프로 찌른 조그마한 이형의 존재도..


모든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너지되 쓰러질 수는 없었다.


이대로 쓰러져버리면 그대로 영원히 쓰러진채로 다시는 일어서지 못하게 될것 같으니까.
무너져 내리던 다리에 힘을 줘서 버텼다.
손도 무릎을 짚어 넘어지는 것을 막았다.
그리고, 추하게 뛰기 시작했다.


제대로 움직이는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흔들리는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서,
무너진 잔해에 발이 걸려 넘어져서 무릎이 까져도 다시 일어나서,
건물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던 낙하물이 머리에 떨어져 이마에서 피가 흘러도,
박살난 벽에서 흉하게 드러난 철골에 팔을 찔려 잠시 휘청거려도,

 

 

뛰는걸 멈추지 않았다. 그저 살고싶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피를 흩뿌리며 뛰었다.

 


어디로 뛰는지는 모른다. 그 짧은 시간의 경험으로 뇌가 내리는 명령은 너무 느리고, 믿을수 없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이런건 싫어! 죽고싶지 않아! 난 살고싶다고!'

 

그저, 정신을 차렸을 뿐이다.
정신을 차리기만 했을 뿐인데, 이형의 존재들이 인간을 학살하는 이런 세기말적인 상황에서, 온 몸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상태로 쉬지않고 달리고 있는 것이다.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뇌가 나의 몸에게 보여주는 이 모든게, 믿고 싶지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았다.

 

크르르르르ㅡ.......

 

다시한번 주변에 피를 뿌리며 잔해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순간, 나의 옆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렸다.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한계에 달했는지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렸을때, 소리의 원인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사자같은 갈기, 날카로운 손톱, 단단해보이는 근육질의 몸. 그리고 날카롭게 솟아있는 한 쌍의 뿔.


시야는 계속해서 조금씩 어두워졌고, 팔과 다리에선 그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형의 존재가 나에게 다가올때마다 흔들리는 땅의 감각은 너무나도 선명하게 나의 피부를 파고들었다.
조그마한 진동은 이형의 존재가 한걸음 한걸음을 내딛을때 마다 점점 더 강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느껴지지 않았다.


그대신, 소리가 들렸다.
등근육이 압축되고, 팔을 뒤쪽으로 제끼는, 내려치기 위해 움직이는 소리가.
피할수 없다는 것은 뇌를 거치지 않아도 온 몸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아니, 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공격이 얼마나 강한지는 몰라도 나의 목숨을 끊는데는 충분한 위력이 있다고 느껴지니까.


그와 동시에, 저 일격을 얌전히 받아들인다면 온 몸에서 내달리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엎드려 이형의 존재가 움직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형의 존재는 나를향해 손을 내려찍지 않았다.


ㅡ탕!


단, 한번의 총성.
그것이 이형의 존재의 관심을 나에게서 빼앗아갔다.


이형의 존재는 한쪽 눈을 부여잡고 총성이 들린곳을 노려봤다. 그리고 나도 노려보고 싶었다.


내가 정신을 차린 직후라면 이 총성이 정말로 반가웠을거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불쾌했고, 짜증났다.


이제야 육체라는 고통의 원인에서 해방되어 안식을 취할 수 있었는데, 단 한번의 총성이 나를 다시 고통의 감옥으로 밀어넣었다.


총을 쏜 여성과 그 여성의 일행으로 보이는 흰 머리의 남자는 나를 향해 무어라고 소리치고 있었지만, 듣고싶지 않았다.
저들은 나에게서 자유를 빼앗아가고 고통의 구덩이에 밀어넣은 장본인들일테니까


하지만 빌어먹게도, 이형의 존재가 가진 근육에서 나는 소리도 잡아낸 청각이 그 두명의 목소리를 잡아내지 못할리가 없었다.


[**, 하필이면 주택가에서 말렉이라니! 이봐! 괜찮아!?]
전혀. 전혀 괜찮지 않아. 하지만 너희가 그 괜찮지 않은 상태를 더 안좋게 만들고 있다고!

 

하지만 말할수가 없었다. 아무리 말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턱도, 혀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눈물만 흘렀다.


[누님은 말렉을 맡아줘! 내가 구출해올테니까!]
오지마...그냥 돌아가. 제발 돌아가줘! 나는 이 망할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나한테 오지말고 그냥 갈길이나 가라고 이 망할 2인조!!


하지만 나의 마음속 외침은 전혀 외부로 전해지지 않은채 그저 나의 입안을 맴돌았다.
그리고, 드디어 나를 고통에서 해방시켜 줄지도 모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팀 울프백은 당장 작전지역에서 이탈해라. 곧 폭격기가 해당 지역에 폭격을 가할거다. 다시한번 말한다. 팀 울프백은 작전지역에서 이탈해라. 폭격기가 해당 지역으로 향하고 있다.]
청각은 그 사이에도 범위를 넓혔는지 하늘에서 육중한 엔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과 함께 모든 촉감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셧다운됐다.


그리고 복부에서 한번 조그마한 고통이 느껴지고 나서----
나는 의식을 잃고 모든 감각과 고통에서 해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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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 잠깐, 이거 프롤로그잖아? 설마 나 이름도 안나오고 죽은거야!?

 

작가 : 안죽었어. 기다려봐. 엄청난거 하나 줄테니까.

 

주인공 : 언제? 다음화?

 

작가 : [말소된 데이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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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주인공이 강한 정신력을 가진걸 좋아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빡세게 굴러야겠죠.

 

 

네? 강한 정신력을 얻기 전에 정신이 망가지면 어떻게 되냐고요?

 

....제 관할이 아닙니다.

 

 

 

 

 

 

한달에 두번정도 올라오면 정상, 한달에 4번이상 올라오면 작가가 누군가에게 목숨을 위협받아 소설을 쓰는겁니다

2024-10-24 22:41:4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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