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04화
엘류온 2015-11-18 0
02
“정말 끝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데?!”
“그래도 이제 슬슬 정리가 되어 가는 것 같아. 아까보다는 차원문에서 쏟아져 나오는 녀석들의 숫자가 훨씬 줄어들었어.”
인천부근에 대형 차원문이 생성되어, A+급의 차원종인 키텐과 함께 수많은 하위급 차원종이 소환되어, 출동한 지수는 자신의 옆에서 투덜거리고 있는 소년, 제이를 달래며 키텐에게 달려들었다.
차원종과의 전쟁이 심화됨에 따라, 클로저들의 장비 개선의 필요성이 부각되어 몇 번의 개량을 거친 건블레이드는 이제 제법 그 모양새가 잡혀있었다. 처음에는 그녀의 위상력인 폭발 계열이라는 것에 집중하여, 그녀의 불꽃을 견뎌낼수 있을만큼 특수처리된 총신이 장착된 라이플에 위상 전도율이 높은 칼날을 장착하여 꽤나 볼품없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제법 세련된 디자인을 하고 있었다. 차원종을 베어낼 때도 폭발 데미지를 줄수 있게 개선 된 이후, 그녀의 전력은 급상승하여, 지금에 와서는 A급의 차원종도 무리없이 퇴치할수 있게 되었다.
“그나저나 누님의 그 건블레이드는 언제봐도 부럽단 말이야. 나는 기껏해야 맨주먹을 보호할만한 글러브가 전부인데 말이야.”
“너무 그렇게 불평하지 마. 네 전용의 건틀릿도 제대로 개발중이라고 들었으니까.”
각자의 위상력 특성과, 전투 스타일에 따라 제작되는 클로저의 전용장비들은 그 특성이 명확한 클로저의 경우 누구보다 빠르게 개선이 이루어져 우선 보급 되었지만, 제이와 같이 신체 강화와 더불어 바람 속성의 위상력에 근접 격투라는 전투스타일에 맞추기에는 그 요구사항을 맞추기에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그렇지 내것만 너무 늦는다고. 누님.”
“어쩔수 없잖아? 웬만한 장비의 강도로는 네 전투 한두번에 부서져 버리는걸.”
그의 전투 스타일은 최전선에서 차원종과 맞대결을 펼치는 만큼, 그의 장비가 받는 부담은 제이 자신의 위상력에 의한 압력과, 차원종의 두터운 피부와 위상력에 의한 압력을 동시에 받았기에, 그 수명이 극도로 짧았다. 대부분 폭발시의 충격파로 차원종들을 처리하는 지수의 경우 장비 자체에 가해지는 부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방어 타입인 조민수의 경우 그 자신이 장비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차원종의 공격쪽에만 방어를 하면 되었기에, 제이보다는 확실히 장비에 가는 부담이 적었다. 쉽게 말해 공격적인 틍성이나 방어적인 특성 하나에만 집중한 장비들은 제이의 장비보다는 수명이 길었다.
다만 제이의 경우 그의 무기 자체에 공격력을 극대화 시키면서도, 방어적인 특성 또한 추가시켜야 했기에, 다른 클로저들의 장비보다 제작 난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때문에 그만큼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 덕분에 제이는 벌써 몇주 동안이나 임시용 무기를 사용하고 있었고, 전투 도중에마저 부서지는 임시 장비의 내구도로 인해 스트레스가 꽤나 쌓여있었다.
“이것 보라고! 또 부서져 버렸어. 이 망할 유니온제 장비!”
결국 누적된 데미지를 버티지 못한 글러브가 또다시 부서져 나갔고, 제이가 짜증스럽게 내지른 주먹에 주변의 차원종들이 한꺼번에 쓸려나갔다. 서울지부를 넘어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도 톱클래스에 드는 위상력을 지닌 지수와 비슷할 정도의 잠재 능력을 지닌 제이는, 순간적으로 발휘되는 파괴력은 지수 이상이었고, 때문에 유니온의 개발진들도 제이의 전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기 위해, 그의 무리한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여, 몇 번이고 제이 전용의 위상장비를 개발하는 데에 힘을 쓰고 있었다. 그의 요구에 부합하는 장비가 제작되어 그의 전력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결과적으로 차원종들과의 전쟁에서 보다 우위를 점할수 있을 테니까.
“화를 좀 가라앉히라고 말하고 싶지만, 덕분에 주변의 잔챙이들은 전부 정리가 된 것 같네? 그럼 마무리를 지으러 가자고!”
“알았어, 한번 터트리고 나니 좀 스트레스가 풀리는 것 같네.”
주변이 정리된 것을 확인한 지수와 제이는 곧바로 주위에 전기를 흩뿌려대고 있는 A+급 차원종 뇌수 키텐을 향해 달려들었다. 차원문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차원종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보았을 때, 눈앞의 키텐만 처리한다면 인천쪽의 사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될 것이 분명했다.
키텐 또한 자신이 최후의 보루라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 사람을 향해 전력으로 뇌전을 쏘아보냈다. 하지만 지난 수 개월간 키텐과 비슷한 정도의 강함을 가진 차원종들과 몇 번이고 전투를 겪어온 두 사람에게, 그런 마구잡이로 뿜어내는 공격이 통할 리가 없었고, 두 사람은 어렵지 않게 뇌전을 피해내며 키텐에게 접근했다.
“벌써 한시간이 넘게 버티고 있었잖아?! 이제 그만 사라지라고!!”
제이의 주먹에서 뻗어나간 돌풍이 키텐의 몸을 거칠게 찢어**며 지나갔고, 몸 여기저기에 크고작은 상처가 가득해진 키텐은 결국 한쪽 무릎을 꿇었다. 끝이 보이기 시작함에 따라 지수 역시 승리를 확실히 굳히기 위해 건블레이드에 화염을 휘감은 채로 키텐의 전방 상공을 향해 높이 뛰어올랐다.
“별빛에☆잠겨라!”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유성과 같이 긴 불꽃의 꼬리를 남기며 키텐의 머리위로 내리꽂힌 지수의 최후의 일격은 그 기세 그대로 키텐을 양단하며 착지했고, 머리를 잃은 키텐은 곧 허물어져 내렸다.
지휘관급 개체였던 키텐이 무너져 내리자. 남은 차원종들은 황급히 자신들이 나타났던 차원문을 이용해 도주하기 시작했고, 차원들이 전부 도망쳐버리고 조금의 시간이 더 지나자, 곧 그들이 나타났던 차원문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자 이걸로 해결! 돌아가 볼까?”
“누님.. 아무리 그래도. 그 별빛.. 뭐시기는 좀 그렇지 않아?”
“모르는 소리! 모름지기 주인공의 필살기는 자신의 신념을 담아 기술명을 외치는 것으로 완성되는 거라고?!”
신념이 아니라 중2병을 담아 외치는 것 같은데.. 라는 말은 차마 내뱉지 못한 제이는 의기양양하게 앞서가는 지수를 보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런 왈가닥을 과연 누가 데려가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뭐, 데려가는 사람이 없으면 나라도 데려가줄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응? 뭐라고 했어?”
“아니, 아무말도..”
작은 소리로 말했음에도 들었던 것일까? 곧바로 되물어오는 지수에게 고개를 저어보인 제이는 콧잔등을 긁으며 먼 산을 바라보았다. 감이 좋은건지 둔한건지 도통 종잡을수 없는 사람이었다. 뭐, 아직은 그녀에게도 자신에게도 시간은 많이 남아있었다. 조급하게 생각할 것은 없었다.
***
“자네가 관리하고 있는 클로저 요원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군, 데이비드.”
“과찬이십니다. 국장님께서 좋은 요원들을 배치시켜 주신 덕분일 뿐이지요.”
데이비드는 테이블에서 몇장의 서류를 넘겨보며 입을여는 유니온 서울지부 요원 관리국장의 앞에서 그가 과연 무슨 이유 때문에 자신을 부른 것인지 생각하고 있었다. 짐작가는 바는 몇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몇몇 클로저 요원들의 성과에 대한 치하와 포상에 관한 내용일 것이고, 또 하나는..
“차원종들과의 전쟁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도중에도, 클로저 요원의 자질이 있는 위상능력자들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고, 또한 교육을 통해 점차 그 규모를 늘려가고 있는 판국이지. 이에 유니온 상층부에서는 관리요원의 관리하에 있는 클로저들로 팀을 구성하여 각 구역을 담당하게 할 생각이네.”
“그 말씀은..”
“자네의 관리하에 있는 클로저들, 팀 네임 ‘울프팩’이 결성되었음과, 그들의 관리구역이 정해졌기에 부른 것이지.”
국장에게서 서류봉투 하나를 건네받으며 데이비드는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 어느정도 예상해 오던 일이었다. 클로저들이 관리요원의 관리하에 팀으로서 활동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비밀도 아닌, 공공연한 사실이었고,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근 시일 안에 해당 사항에 대한 공지가 나올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자신이 관리하는 클로저 요원들 중에 실력이 좋은 요원들이 많다고 해도, 그것이 국장이 직접 일개 관리요원을 불러 공지할 정도의 일인 것일까? 그저 해당 사항에 대한 서류를 보내오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불러 직접 건네주는 데에는 무언가 다른 할 말이 남아있는 것이겠지.
“서류를 보면 알게 되겠지만, 먼저 사과의 말을 전하겠네, 자네의 관리하에 있는 팀 울프팩은 서울을 중심으로, 다른 팀들이 감당하지 못할만한 차원종이 출연한 지역 전역을 담당해 주어야겠네.”
“휴, 이거 꽤나 바빠지겠군요.”
“하하, 그건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자네 팀의 구성원들이 평균적으로 다른 팀원들보다 실력이 월등한 것 또한 사실이라 어쩔수가 없었네.”
면목없다는 듯이 뒷통수를 긁으며 웃는 국장은 데이비드의 표정이 별다른 변화 없이 담담한 것을 확인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조금이나마 반응을 해 주기를 바랬건만, 지나치게 우수한 친구였다. 자신을 포함한 유니온의 상층부가 생각하는 것을 언제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이 담담한 얼굴로 받아들이는 모습은, 자신의 마음까지도 전부 읽히는 것 같아서 이따금씩 오싹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여유로운 얼굴에 금이 가게 해 줄수 있겠지.’
“전달하실 사항은 이게 전부이십니까?”
“아, 내정신좀 보게,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을뻔 했군. 가장 뒤의 서류를 확인해 보게나.”
또 다른 사항이 있었나 보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서류 봉투의 맨 뒤쪽 서류를 확인하고 있던 데이비드의 눈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역시나 이번 일 만큼은 예상하지 못했나 보군, 예상대로의 모습에 국장의 입꼬리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휘어져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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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저스 홈페이지 팬 소설 게시판과 조아라 패러디 란에 동시 연재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