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증

덕후나하는캐릭 2015-11-18 6

브금 같이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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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차원종의 시체의 산이 즐비해있었다.

그 산의 중심에서 내 흑발의 머리는 걸쭉한 붉은색의 혈우(血雨)에 적색으로 보기 흉하게 염색되어있다.

틱틱 거리며 이미 탄창이 다 떨어진 건 블레이드의 방아쇠만을 굳은살이 배기도록 눌러댄다.

"울고 싶어져요..."

"왜...?"

왜냐고 되묻는 아저씨...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알잖아요 그런건 누구보다도... 아저씨가 제일 잘 알고 있잖아요.

"차원종도 생물체에요...어떨때는 마치... 사람을 죽이는 기분이에요..."

"그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그만두는게 어때 동생, 저건 말 그대로 인류의 해악이야. 당하지 않기 위해서 한다. 그게 클로저의 철칙이라고."

"......"

그의 일갈에 아무 반박도 할수 없었다.

그래 그런것이었다. 차원종을 죽인다는건 그런 숭고한 목적이 있는 성스러운 행위와도 같다.

"...토할거 같아."

그런 말을 듣고도 나의 이 역하게 올라오는 구토감은 참을 수 없었다.

"우웨에에에엑"

보기만 해도 꽤나 역한 온갖 형형색색의 액체가 나의 입에서 겉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온다.

순간 나의 신체 배후에서 무언가 묵직한 느낌이 나는 두들김이 일정한 리듬으로 등을 통해 울리고 있었다.

"세하야 괜찮아...?"

"유...유리야..."

뒤를 돌아보니 긴 흑발을 늘어뜨린채 그녀는 걱정스러운 눈길을 감추지 않고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고...고마워"

그래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되겠지. 언제까지고 나 혼자서 이렇게 적응 못한 모습을 보인채로 싸워나가다간 오히려 팀에 민폐를 끼치게 될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렇게 있을거야 이세하?"

나지막히 다운되있는 톤으로 나에게 매몰차게 일갈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슬비였다. 그녀는 최근 이상 증세를 보이는 나에게 더욱더 몰아붙여가며 나를 쏘아댄다.

"슬비누나, 세하형도 요즘은 과격한 작전으로 힘들..."

"가만히 있어봐."

테인이의 말을 뚝 끊어버린채 나에게 사뿐사뿐 다가오는 이슬비의 모습에 나는 문득 긴장감을 고양시켜갔다.


"최근들어 너의 그 심해진 작전 거부증세는 심각한 문제야. 더 이상 그렇게 해나갔다가는 오히려 팀에 방해만 되는꼴이야."

"......"

그녀의 일침에 나는 아무런 반박도 변명도 할수없었다.

"성의를 보여줘 앞으로 우리에게 너도 할수 있다는걸 말이야."

조용히 그 가녀린 손가락은 피를 흘리며 숨만 꺽꺽대며 목숨을 부지중인 스캐빈저 녀석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지금 나에게 그 스캐빈저의 숨통을 끊어 나의 결의를 보이라는 것이다.

"......"

다시한번 땅에 아무렇게나 널부러뜨린 건블레이드를 오른손에 없던 힘까지 쥐어짜내 다시한번 들어올렸다.


"...아무...것도...아니야...이까짓...괴물...아냐...아무것도..."

문장이 이어지지않는 헛소리만을 **듯이 그러나 조용히 뇌까리며 다가간다.

"스...슬비야!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는것도!"

유리가 그녀를 말리는 소리가 들린다.

"동생 괜찮아 무리하지 않아도 동생!"

아저씨가 나를 말리는 소리가 뒤통수를 통해 전해진다.

"형! 괜찮아요! 할수있어요!"

반면에 나를 응원하는 테인이의 목소리도 아저씨의 말림과는 다른 하모니를 이루며 섞여서 들려온다.


"흐으으으으읍!"

그대로 나는 건블레이드를 들어...

...

......

내려찍지 못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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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들어 더욱 심해진 모양이더구나."

서류를 넘기며 나를 나무라는 목소리가 새하얀 벽지로 뒤덮여있는 회의실을 채워나갔다.

다른 팀원들은 우리들의 대화를 걱정된다는 눈길을 보내고있었다.

"그게 무슨뜻이에요 유정 누나?"

"너의 그 바보같은 증세가 도를 넘어가고 있다는 뜻이야."

"아니에요 저는 차원종을 문제없이 열심히 잡고 있어요. 치료따윈 필요 없으니 오해하지 마세요."

"......말이 안통하는구나 세하야,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답답하다는 듯,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가는 누나.

"또 저만 이렇게 남겨두고 작전을 수행하는건가요?"

"......"

나의 항변에 유정누나는 귀를 기울여주지 않는다.

대체 왜? 나를 제외한 4명의 검은양으로만 작전을 수행시키고 있었다.

누나는 나를 한심하다는 듯, 힐끗 쳐다보고 돌아서는게 다였다.

다들 나를 이해해주지 못하고 있어.

난 점점 그 차원종 살생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고 있어. 그런데 다들 나를 아직도 신용하지 못하고있다.

작전에 내보내주지 않으려고 하고있다.

"세하야 괜찮니?"

걱정되는 눈길로 나의 옆자리에 아담한 몸을 앉히는 그녀.

은이누나였다.

"누나..."

"소외되는 느낌이에요...다들 저를 팀원으로 취급해주지 않는거 같아요."

"...그런게 아니야. 지금 유정씨는 너를 조금 더 기다리고 있는거야."

"기다리고 있다구요? 뭘요? 저는 이미 충분히 극복했다구요! 다들 왜 나를 마주치면 한심하다는 눈빛을 보내는거냐구요!"

**듯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그녀는 귀가 아프다는 듯 두 검지로 각자 자신의 왼쪽과 오른쪽 귀를 막았다.

"으으...다들 너가 활발했던 그때로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어."

이 사람들이고 저 사람들이고 말이 안통해! **할!

"일단 위에서 배급나온 간식이라도 먹으면서 진정하는게 어때?"

누나가 나에게 형형색색의 사탕들을 건넨다. 유니온에서 주기적으로 나오는 캔디였다.

"으...너무 셔요 유니온건 역시 간조절이 제대로 안되있어요."

"그렇지? 하하하하하"

어느새 그녀와 농을 주고받는새에 나의 분노가 누그러지는것을 느꼈다.


.

.

.

"출격시켜달라구요!"

"그놈의 출격,출격,출격! 언제까지 떠들어댈래 이세하! 이제 그만 정신차려!"

뭘 자꾸 정신차리라는거야 빌어먹을!

"나도 클로저라고!!! 나도 출격 시켜달라고! 이게 그렇게 잘못된 요구에요?! 보내줘요! 유정누나 빨리!"

"작작해! 제발 좀! 너 그러는거 받아주는것도 한계야 이제!"

그녀는 갑작스레 옆에 조용히 있던 슬비를 밀친다.

그녀의 몸이 나에게로 날아들어온다.

아니 대체 일반인인 그녀가 위상능력자를 물리적으로 밀어내다니?

그보다도 왜 갑자기 슬비를 밀치는거야?!

"무슨 짓이에요 유정누나!!!"

"클로저니 뭐니 이제 꿈에서 좀 깨어나 세하야! 제발 좀!"

"......에?"

꿈이라니?

"너! 최근까지는 증세가 좋아지더니! 왜 갑자기 그 환자들의 안정을 위한 토끼밭의 토끼들을 모조리 죽이지를 않나! 뭐하는거야 대체!"

"무슨 토끼라는거야! 차원종을 죽였더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거야! 대체! 왜 며칠전부터 나만 차별대우 하는건데!"

"주치의로써도 한계가 있어 이세하! 이제 제발 꿈에서 벗어나!!!"


...주치의?

"......"

옆에서 은이누나가 나를 안쓰럽다는 눈길로 쳐다보고 있었다.

"...세하야 응? 이제 그만 깨어나자. 자발적인 상담과 약물치료로는 한계가 있는거 같아. 너만 동의하면 돼. 너만 동의하면 뇌수술을 진행해서 고칠수 있어 응?"

"무슨 소리냐구요 그게! 이제 사람 놀리는거에요 누나?!"

"이 서류에 사인만 하면 돼! 사인만하면 너의 그 미쳐버린 정신병도 고칠수있어! 빨리 사인해 이 멍청아!"

그녀가 나에게 수술동의서라고 적힌 종이 한장을 내밀며 펜을 내 앞에 들이댄다.

"날 **놈 취급하지마요!"

"클로저니 뭐니 하는건 죄다 환상이야. 세하야. 몇번이나 설명해줬잖니...너에겐 최강이라 불리는 알파퀸이라는 엄마도 없고! 니가 그 맨날 지껄여대는 검은양 팀원이라는것도

그냥 인형에 불과해! 넌 항상 지껄여댔잖아! 위상능력자는 일반인이 건들수 없다고! 하지만 어떻지?! 니가 그 오랜시간동안 이슬비라고 우겨왔던 인형은 지금 내

손짓 한번에 날아가버렸지!"


......에에?

"놀리지 말아요...그런 거짓으로 날 속이지 말아요..."

"은이씨가 너에게 유니온에서 나오는 캔디라고 속여가며 치료약물을 먹이는것도 한계고! 너의 그 증상은 더이상 감당이 안되는 수준이란 말이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그와 동시에 그녀는 나를 안쓰럽다는 듯, 쳐다본다.

"그냥 사인만 하면 끝이야 세하야...현실로 돌아와 이제..."

나는 눈앞의 서류 뭉치를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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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실의 유리를 건너보며 인형을 잔뜩 끌어안고 있는 이세하를 바라보며 송은이는 조심스레 질문한다.

"유정씨...그래서 어떻게 됐죠? 세하는 수술서류에 사인을...했나요?"

"......아니. 금새 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어."

딱 잘라 말하는 김유정.그 옆에 송은이는 납득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은...수술을 강요해서 현실에 돌아오면 행복할거라는건...내 이기주의적인 생각이었는지도 몰라."

"......확실히 세하는 행복해보였죠. 어느때보다."

"뭐, 환자들 정서안정용 토끼를 죽이지만 않아줬으면 하지만 말이야"

살짝 입꼬리를 올려 웃어제끼며 그녀들은 병실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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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따라 작전에 갈일이 별로 없네."

나지막히 유리가 옆에서 중얼거렸다.

"그게 좋은거지. 우리같은 클로저가 나갈일이 없다는건 평화롭다는 거니깐."

"이세하 넌 그냥 단순히 작전가기 귀찮아하는거잖아 다 알고있거든?"

"윽! 시끄러!"

슬비의 잔소리에 뜨끔한 나는 버럭하고 소리친다.

"그래도 이렇게 다같이 모여있어서 저는 너무 좋아요."

"그럼! 우리는 팀이니깐!"


회의실 안에서 우리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래...너무나도 행복하다.

마치 이것이 꿈인것처럼...

꿈이라면...영원히 깨고싶지 않을만큼...



2024-10-24 22:41:3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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