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 03화

엘류온 2015-11-16 0

01

 

결론적으로 소년과 그의 어머니는 간이막사를 반파시키고 도망친 것이 무색하게, 5분도 되지 않아 지수와 데이비드가 있는 곳으로 되돌아오고 말았다. 조민수가 나설 차례도 없이, 최하늘이 단 한마디로 두 사람을 기절시켜서 허무할 정도로 빠르게 제압되고 말았다.

 

저희 아이를 어쩌실 생각이죠? 그리고 저희 가족은..”

 

,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정상적인 절차 이후에,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보내질 뿐입니다. 가족에 대해서는 아이의 위상력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아이의 위상력은 금일 트룹의 고위 개체를 만나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 반사적으로 발현된 것으로 처리했으니까요. 일단은 해드릴수 있는 것이 이정도 뿐이라 죄송합니다.”

 

불안한 눈으로 물어오는 소년의 어머니에게 데이비드는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자신이라고 어린아이를 부모와 생이별 시키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위에서 내려온 명령이었고, 자신은 일개 관리요원일 뿐이었다. 하다못해 부국장이나, 국장 정도만 되었어도 권력을 이용해 어떻게든 무마할수 있었을 테지만, 그저 말단 직원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않은 그의 힘으로는 이미 정해진 사항을 바꿀수는 없었다.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지수는 양 손에 위상력 억제 장치가 채워진 채 울고있는 소년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었다.

 

미안해. 누나가 좀더 빨리 괴물을 쓰러뜨렸다면 이런일이 없었을텐데..”

 

지수의 사과에도 소년은 애써 소리를 죽이며 눈물을 떨구고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지수는 아이를 쓰다듬던 손을 멈추고 자신이 어찌해야 좋을지 망설였다.

 

꼬마야 그렇게 슬퍼할 것 없단다. 팔찌는 곧 풀어줄테고, 부모님과도 완전히 헤어지는 것은 아니야. 네가 너의 힘을 완벽히 다룰수 있을 때 까지 잠시만 떨어져 있을 뿐이고, 일주일에 두 번씩이지만 부모님을 만날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걸 지금 위로라고 하는 거야?”

 

바꿀수 없는 결정을 바꾸려 노력하는 것 보다는 주어진 상황에서 희망을 찾아내도록 도와주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 생각한 것 뿐이야.”

 

자신을 향해 날카롭게 쏘아오는 지수의 말에 어깨를 으쓱하며 웃어보인 데이비드는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유니온의 상층부가 결심을 굳힌 이상, 소년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방도는 없었다. 그저 소년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을수 있도록, 앞으로의 상황이 최악이 아니며, 노력 여하에 따라 다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수 있다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현재의 상황을 거부하기보다 그에 순응하고, 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일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정말 엄마아빠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물론이지. 네가 열심히 노력하면 할수록 다시 집으로 돌아갈수 있는 시간도 빨라질거란다.”

나 열심히 할거야!’라고 소리치며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욕을 불태우는 소년을 잠시 바라본 데이비드는 쓰게 웃으며 이내 고개를 돌렸다. 순진한 소년의 유년기를 빼앗고 그것에 의욕을 불어넣은 자신이 못마땅했다.

 

이거 나도 속물이 다 되었군.”

 

이제 겨우 스무살이 되었건만 유니온이라는 직장에서 생활한 탓인지, 아니면 원래의 자신의 본질이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비드는 스스로를 강하게 사회에 찌들어버린 속물이라 느꼈다.

 

***

 

아이에 대한 인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이의 아버지 역시, 데이비드의 능수능란한 화법에 넘어가 홀린 듯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아이는 신속하게 유니온의 교육시설로 보내졌다. 데이비드의 말에 힘을 얻은 듯이, 열심히 하겠다며 떠나간 아이의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아서일까? 요 근래 지수의 기분은 바닥을 치고 있었다.

 

무슨일이야 누님? 최근들어 싸움이 뭔가 난폭해진 느낌인데.”

 

, 너구나..”

 

떨쳐내고 싶어서일까? 평소보다 힘이 과하게 들어가 그야말로 고깃조각이 되어버린 차원종의 무리들을 헤치고 백발이 소년이 걸어나오며 걱정스레 물어왔다. 아마도 자신의 팀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아이. 열 네 살임에도, 자신과 비슷한 위상 잠재력을 보이는 아이 역시 어린나이에 클로저로서의 삶을 살고 있었다.

 

학교를 다니는 것은 고사하고, 만나던 친구들조차 제대로 만나지 못한 채, 차원종을 사냥하는 매일이 지속되어서일까? 아이의 눈 역시 또래의 어린아이들과는 사뭇 다른 눈을 하고 있었다. 그것은 어른의.. 정확히 말하면 자신 이외의 생명을 앗아본 경험이 있는 사냥꾼의 눈을 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운 내라고. 평소의 누님이랑은 너무 달라서 다들 걱정중이라고.”

 

자신의 어깨까지밖에 오지 않는 키의 꼬마가 자신을 위로하는 모습을 보자니 다시금 소년의 생각이 나 지수는 신경질적으로 소년의 머리를 헤집었다. 당연하게도 갑작스러운 지수의 행동에 소년은 저항할 틈도 없이 지수에게 머리를 내어주고 말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의 백색 머리는 까치집처럼 변하고 말았다.

 

갑자기 뭐하는거야?! 누님!”

 

건방지다고, 새파랗게 어린 녀석이 누굴 걱정하는거야?!”

 

갑작스럽게 머리를 헤집어진 것이 불만인 것인지, 뒤에서 시끄럽게 소리쳐대고 있는 소년의 목소리를 한귀로 흘리며, 지수는 크게 한번 한숨을 내 쉬었다. 어차피 자신이 고민한다고 해도, 혈연 관계도 아닌 그 소년을 구해내는 것도, 하다못해 그 생활이 조금더 편해지게 하는것조차 할수 없었다. 자신이 할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보다 빠르게, 차원종을 쓰러뜨려서 지금의 힘의 균형을 인간쪽으로 기울게 하는 것. 세상에 평화가 찾아온다면 위상능력자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줄어들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이들까지 전장에 서게 될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저 필요한 만큼 힘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배운 뒤, 일상에 복귀하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그 아이를 위해서라도, 앞으로 나올 다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녀석들을 몰아내는 수 밖에는 없겠네.”

 

겨우 누님다워졌군. 그래, 꼬맹이들이 전장에 서게 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장을 없애는게 제일이긴 하지.”

 

뭐라는거야? 너도 꼬맹이인 주제에.”

 

앳되보이는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하는 백색머리의 소년을 멀뚱히 바라보던 지수는 결국 참지못하고 다시금 소년의 머리를 헤집었다. 이녀석도 꼬맹이인 주제에 너무도 어른스럽게 변해버렸다. 어떤때에는 마치 연상의 남자와 대화하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 정도랄까? 하지만 그럼에도 역시 여자인 자신의 어깨까지밖에 오지 않는 키의 꼬맹이였다. 그런 꼬마가 이렇게 어른스럽게 될 정도로, 차원종들과의 전쟁은 격렬했고, 그 속에서 스러져가는 생명들도 많았다. 그렇기에 이 꼬마도, 그 꼬마도 전쟁을 위해 유니온에 소속될 수 밖에 없었던 거겠지.

 

! 누님 그만좀!”

 

알았어 알았어. 이제 여긴 대충 정리된 것 같으니 철수하자고. 얼른 가서 점심이나 먹자 J."

 

자신이 할 말만 하고 쌩하니 가버리는 지수를 바라보던 J라 불린 소년은 투덜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최고의 전력중 하나는 그녀였고, 자신은 그녀에게 유독 약했다. 이유는 알수 없었지만.

 

그래, 계급이 깡패지. 힘이 깡패지. 어쩌겠어.”

 

벌써 저만치 가서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지수를 향해 대충 손을 흔들어 보인 제이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방금전의 일로 인해 그녀의 고민은 대충 해결된 듯 보였다. 그녀의 고민이 해결된 이상 지금부터는 더더욱 바빠질 터였다. 그녀를 고민에 빠지게 한 아이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데이비드나 해당 작전에 참여했던 클로저들에게 물어서는 자신보다도 한참이나 어린 아이라고 들었다. 그런 아이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한 교육시설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그녀가 제때 차원종을 처리하지 못해 아이가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음을 유니온이 알아차렸다는 사실이 더더욱 그녀를 몰아세우고 있었을 것이다.

 

이거야 원. 앞으로 정말 바빠지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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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로저스 팬 소설 게시판과 조아라 패러디 부분에 동시 연재중입니다.

2024-10-24 22:41:32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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