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15 】

가람휘 2015-10-16 4

팬무비



팬소설



[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3 】일상(1)



1

 “유리 누나! 짠!”

 “오! 이거 나 그린 거야?”

 “응!”

 아침 이른 시간. 평소처럼 출근을 위해 준비를 마치고 조용히 나가려던 찰나, 언제 깬 것인지 남동생이 내게 다가와 종이 한 장을 펼쳐보였다,
 그 종이에는 어설픈 실력으로 그려진 검은 장발의 여성이 그려져 있었는데, 입고 있는 옷차림의 전반적인 형태를 통해 그 그림이 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누나 또 일하러 가는 거야? 안 가면 안 돼?”

 “하지만 누나가 열심히 돈 벌어야 과자도 사고 장난감도 사고하는데?”

 “그래도… 누나 맨날 다쳐서 오잖아. 나 과자도 안 먹고 장난감 없어도 되니까 누나 일 안하면 안 돼?”

 요즘 동생이 부쩍 철이 든다 싶더니, 아무래도 걱정을 끼쳐버린 모양.

 “애햄! 이 누나는 클로저라서 이런 상처쯤은 아무것도 아니야! 이것도 겉으로만 상처처럼 보이지 사실은 하나도 안 아파!”

 “정말?”

 “물론이지. 누나가 거짓말 하는 거 본 적 있어?”

 “아니!”

 내 말에 히죽 웃는 동생을 보며 머리를 헝클어트린 뒤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혹여나 동생이 나와서 볼까 싶어, 집에서 조금 떨어진 공원까지 걸어와 주저앉았다.

 “……후.”

 동생에게 거짓말을 한 건 처음이다.
 앞에서는 태연한 척 했지만, 상처들은 굉장히 아프다. 겉으로만 상처가 보일 뿐 아프지 않다고 했지만, 실은 반대다.
 앰플이나 여러 가지 치료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상처를 많이 없앤 것 뿐, 오히려 보이지 않는 상처의 고통이 훨씬 크고 많다.
 몸속은 이미 엉망진창이며, 겉으로 보이는 상처는 더 이상 치료가 안 되는 상처들이다.
 그리고 나도 여자인지라, 이미 여기저기에 잔뜩 생긴 흉터들 또한 신경 쓰이지 않을 수가 없다.

 “에휴.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겠지.”

 어차피 우울해 하고 있을 여유는 없다.

 “읏차. 돈 벌러 가자.”


2

 “십문자 베기! 쓱싹!”

 이제는 어느 정도 상대하는 것이 익숙해진 드라군 타입 차원종과의 전투. 여전히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전처럼 상대하는 위험이 크지는 않았다.
 유정언니의 말을 빌리자면 안정적인 전투이며, 제이 아저씨의 말을 빌리자면 건강한 전투…. 사실 건강한 전투라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드라군 타입 차원종을 상대로 싸우며 부상을 입는 일은 확연히 줄어들었다.

 “다들 다친 데는 없어?”

 평소라면 제이 아저씨가 가장 먼저 했을, 우리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슬비가 나서서 하였다.
 제이 아저씨는 이전, 학교에 잠시 세하를 도우러 왔었다고 하지만 그 이후 상처가 벌어져서 다시 입원하였다고.

 “나는 괜찮아.”

 “저도 괜찮아요.”

 “유리야. 너는 어때?”

 세하와 미스틸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세하가 게임기를 꺼내기 시작할 무렵, 슬비가 내게 물어왔다.

 “응? 나도 완전 괜찮아.”

 “그래? 다행이다.”

 내 상태를 마저 확인한 슬비가 임무 상황을 체크한 뒤 유정언니에게 통화로 보고를 시작하자, 게임을 하던 세하가 내게 다가왔다.

 “너 정말로 괜찮은 것 맞아?”

 “응? 뭐가?”

 “…아니야.”

 게임기와 나를 번갈아가며 힐끗힐끗 쳐다보던 세하가, 뭔가 말하고 싶은 게 있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다시 거리를 벌렸다.

 “유정이 언니가 오늘은 이대로 해산하래. 이세하. 넌 게임 좀 그만 하고.”

 보고를 마친 슬비가 유정언니의 말을 전달하며 세하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자, 미스틸이 다가왔다.

 “유리누나. 혹시 오늘 시간 있나요?”

 “응? 왜?”

 갑작스러운 미스틸의 말. 흡사 작업을 거는 것 같은 말에 당황하여 되묻자, 미스틸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오늘 맛있어 보이는 크레이프 가게를 봤어요. 그런데 혼자 가기는 어색해서, 괜찮으면 같이 가고 싶어요.”

 크레이프. 딱 한 번이지만 먹어본 적이 있는 것이다. 그 때 내가 먹어본 것은 딸기와 아이스크림이 들어있는 것이었는데, 무슨 군것질 가격이 그렇게 비싼가 싶을 정도로 비쌌었기에 당연히도 그 이후 먹어** 못했었다.
 물론 지금은 그것 하나 사먹을 여유조차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이 제안은 상당히 고맙지만….

 “미안해. 오늘은 일이 있어서.”

 “그런가요…. 세하형은 그런 건 귀찮다고 안 갈 것 같고, 슬비 누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응? 아닐걸? 세하는 몰라도 슬비는 엄청 좋아할걸?”

 세하는 확실히, 그걸 먹으러 가는 시간에 게임 한 판을 하는 게 더 좋다고 할 것 같기는 하지만, 슬비는 다를 것이다.
 평소 태도와는 달리, 단 것을 매우 좋아하니까.

 “그래요?”

 “응. 일단 가서 말이라도 해봐.”

 내 말을 들은 미스틸이 고개를 끄덕이며 슬비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뭔가 한참을 대화하더니 슬비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역시나 마음에 든 모양.
 그리고 그에 대조되듯, 세하는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역시나 세하는 관심 없는 모양.

 “난 먼저 가볼게.”

 “아, 유리야. 잘 가.”

 “내일 봬요!”

 크레이프를 먹으러 가기 위해 계획을 짜고 있는 슬비와 미스틸에게 인사를 한 뒤 집으로 향했다.


*   *   *

 “우으, 윽….”

 집으로 향하는 길. 다른 아이들과 확실히 떨어졌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 주저앉아버렸다.

 “아파….”

 이곳까지 태연한 척 걸어왔으나, 더 이상 고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아까부터 욱신거리는 옆구리를, 옷을 걷어 확인했다. 곧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커다란 상처.
 이번 전투에서 생긴 상처는 아니다. 그랬다면 옷이 찢어지고 겉으로 상처가 들어나 다른 아이들에게 들켰을 것.
 상처 자체는 제법 오래 전에 생겼던 것이다. 당시에는 치료를 통해 완치되었다고 거짓말을 했었으나, 사실 다른 상처가 너무 많은 탓에 치유속도가 느려져버려 치료가 거의 되지 않은 상처다.
 클로저 담당 의사의 말에 의하면 못해도 한 달은 안정을 취해야 할 상처라고.

 하지만 한 달이나 쉴 수 있을 리가 없다. 내가 쉬면, 가족이 굶게 된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동생들까지.

 “앰플…도 이젠 다 떨어졌네.”

 어떤 원리인지는 몰라도, 클로저의 상처를 고속으로 치료해주는 위상 앰플. 세하가 말하길, 게임의 포션 같은 것이라는 물건.
 다만 지금의 경우, 이미 다른 상처들을 치료하는 앰플의 위상력으로 몸속이 가득 차서 더 이상 다른 상처 치료에 사용할 수가 없다.
 그래도 사용하면 일시적으로나마 고통이 적어져서 진통제의 역할로 계속 사용했었지만, 이제 가진 것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새로 사야하나. 돈 아껴야 하는데….”

 예전에 클레이프를 먹었을 때만 해도, 친구들이 사 준 것이었지만 먹고 나서 너무나도 아까웠었다.
 그것 하나면 한 끼 식사가 해결이 될 액수. 당연히 위상 앰플의 가격은 그보다 훨씬 비싸다.
 지금까지는 지급되는 보급품으로 어떻게든 버텼지만, 그것이 바닥난 이상 이제는 내 돈을 주고 구매해야만 하는 처지.

 “어떡하지?”

 암만 머리를 굴려도 마땅히 떠오르는 대책이 없다.
 이젠 정말 악으로 버텨야 하는 걸까.

 “내 이럴 줄 알았지.”

 억지로 고통을 참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세하야!?”

 다름 아닌 이세하. 세하가 내게 다가오고 있었다.

 “어쩐지 아까부터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더니. 얌전히 있어봐.”

 게임기를 꺼내지도 않고 나를 찾아온 세하가, 주머니에서 앰플 하나를 꺼내 내 상처부위에 꽂았다.

 “윽!”

 “참아. 이젠 익숙하잖아?”

 세하의 말대로, 앰플의 바늘을 상처부위에 꽂는 행위 자체는 이제 충분히 익숙해졌다. 다만 행위가 익숙해진 것과 고통이 사라지는 것은 별개의 문제.
 상처 부위에 굵은 바늘을 꽂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다.

 “이렇게 상태가 안 좋으면서도 왜 계속 싸우는 거야? 좀 쉬어도 되잖아?”

 “내가 쉬면 가족이 굶으니까. 내가 돈을 벌지 않으면 우리 집에는 단 한 푼의 돈도 없어. 이젠 신용등급도 바닥이로 빚도 못 지고. 이런데 쉴 수 있을 리가….”

 회사를 다녀 신용등급이 높았던 아빠도 이제는 신용등급이 마이너스 단계. 엄마 또한 말 할 것도 없다.
 통장 잔고는 꿈도 못 꾸며 현찰도 없고, 사실상 빚뿐인 상황에서 내가 쉴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고 상처를 티내면 다들 일하지 못하게 할 것이 분명하니 그것을 티 낼 수도 없을 노릇.
 그마저도 이젠 세하에게 들키고 말았다.

 “…저기, 너 말야. 잊은 게 있는 것 같은데. 정식요원은 4급 공무원부터 시작이라는 말, 네가 했었잖아?”

 “응? 그게 왜?”

 “연차 쓰라고 바보야.”

 “아?”

 연차.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공무원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에게도 주어지는 권리. 연차.
 특히 우리는 정식요원이 되어 4급 공무원이다. 연차는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

 “내일은 나오지 마. 유정이 누나한테는 내가 말 해 둘 테니까. 연차 일수는 누나가 알려주는 대로 문자로 알려줄게. 당분간은 푹 쉬어.”

 “아, 응. 알았어.”

 다른 때 같았으면 사양하거나 했을 터이지만, 지금은 확실히 상처의 고통이 너무나도 컸다.
 어중간하게 사양을 하느니, 이번만은 세하의 배려를 받아들이도록 하자.

 이렇게 나는, 짧지만 부족하지 않은 잠깐의 휴일을 얻게 되었다.









또다시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조금 핑계를 대자면, 보통 주말에 글을 쓰고 있었지만 추석4일 연휴동안에도 쉬지 못하고 일을 하고, 개천절에도 일을 하고, 한글날에도 일을 하고, 심지어 한글날에 할머니 팔순잔치가 겹치는 등,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아서 글을 쓰는 것이 늦어지고 말았습니다...

사죄의 표시라고는 뭣 하지만, 당분간은 평일에 시간을 내서라도 연재 주기를 확실히 당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각설하여 이번 편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번 편은 잠시 쉬어가는 느낌의 일상편입니다.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옅을 예정인 유리와 미스틸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는 클로저의 일상이라는 컨셉의 이야기입니다.

물론 매우 짧은 글이 될 예정이지만, 그래도 3, 4편은 되지 않을까 하네요.

이번 편은 그 중에서도, 전투편에서 일상편으로 넘어가는 일종의 막간의 느낌입니다.

소년가장 노릇을 해야 하는 유리가, 몸을 혹사시키다가 잠시 쉬며 휴식을 취하는 느낌이 되도록 써 보았습니다.

 

다음 편부터는 진짜 쉬어가는 느낌으로, 가볍게 진행되는 일상편이 두, 세 편 정도 될 예정입니다.

물론 일상편이라고 아주 일상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죠. 후후...

 

여튼,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24-10-24 22:40:1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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