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유정] The liar.

키아나 2015-10-09 2

"흐아앙. 아저씨, 가지 마세요."


"......."


"... 아저씨."

 

검은 양 팀이 제이에게 몰려간다.

 

"줄줄이 초상집인줄 알겠네.

다들 울지 말고, 뚝. 

자주 찾아올게.

아예 못 보는건 아니잖아."

 

부모와 떨어지는 ** 양 마냥 애처로이 울어대는 검은 양 일원들.


오늘은 제이가 검은 양 팀을 떠나는 날.


그의 은퇴 날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제이는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해 몇 번씩 머리에서 시뮬레이션해보며 이별연습을 했지만 정작 상황이 **오니

 

"굳세게 살아야 한다."


"너희들을 믿는다."

 

그런 말은 입 언저리에서만 맴돌 뿐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애처로이 울어대는 어린양들을 어미가 **를 보듬듯, 꼭 끌어 안아주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검은 양들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 상황을 알아차린 듯, 저 멀리서 한 아이가 후다닥 뛰어왔다.


그리고 헐떡임이 약간 담긴 듯 하나, 상쾌함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자신의 도착을 알렸다.

 

"미스틸테인 도착했어요... 우웅, 무슨 일 있었어요? 다들 눈가가..."

 

미스틸테인은 고개를 기우뚱했다.


유리가 눈가의 눈물을 훔친 후에 미스틸테인에게 대답해줬다.

 

"... 오늘 제이 아저씨가 팀을 떠난데."


"은퇴하신데."


"흐아앙."

 

유리의 말을 슬비가 수정해 전해 주었다.


슬비가 '은퇴' 라는 말을 꺼내기 무섭게 유리는 다시 울음보가 터지고야 말았다.

 

"으아아앙. 아저씨 가지 마요, 아저씨!"


"...."

 

다시 아이처럼 울기 시작하는 유리.


유리의 옆에 선 슬비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스틸테인은 그런 누나들의 모습에 우물쭈물했다.

 

"괜찮아요?"

 

"괜찮아, 미스틸. 유리도 곧 진정할거야."

 

슬비는 그를 진정시키려 활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잠시 후. 


유리가 진정되어 울음보를 잠그자, 미스틸은 다시 입을 오물거렸다.

 

"웅. 우웅."


"뭐 할 말 있어?"

 

미스틸에게 넌저시 물어보는 세하.

 

"말해도 돼요?"


"말 해봐."

  

"...팀을 떠나요."

 

미스틸의 말에 세하의 게임기가 경직되었다.

 

"뭐, 팀을 떠난다고?"

 

" ...네."

 

"왜!"

 

세하는 미스틸을 책망하듯이 말한다.

 

"미스틸도 떠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하지만...!"

 

미스틸은 말하다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


세하는 울음을 터뜨리는 그를 경직된 상태로 바라봤다.

 

/

미스틸이 떠난다는 말을 듣게 된 슬비와 유리.


그에게 조심스레 다가갔다.

 

"...그 말. 사실인거야?"


"네."

 

미스틸이 떠난다는 것을 인정하자. 유리는 잠갔던 울음보를 다시 해방했다.

 

"테인아, 가지마! 가지 말고 누나랑 같이 살자. 응?"


'아저씨도 모자라 동료까지 떠난다.'


이 사실을 인정 못하는 아기 양들은 복창하듯 울어댔다.

 

/

 

울다 지친 아이들은 사무실 책상에 널브러졌다.

 

제이는 힘없이 축 늘어진 아이들에게 담요를 조심스레 덮어주고 건넛방으로 넘어왔다.

 

제이는 아이들이 깰 세라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그리고서는 아이들과 함께했던 나날을 생각했다.

 

말렉을 잡은 일.


칼바크 턱스와 싸운 일.


인간과 싸운 일.


목숨을 걸고 용을 쓰러뜨려 강남을 구한 일.


이 때마다 걱정되었다.

 

아이들이 잘못 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제이의 걱정과는 달리 잘못되지 않았다.


무사했다.

 

오히려 자신이 아이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신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아이들은 훌륭하게 자랐다.


아이들은 자신보다 강해졌다.


아이들은 자신이 없어도 세상을 잘 해쳐나갈 것이다.

 

제이는 이렇게 잘 자라준 아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해준 그녀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유정씨."

 

제이는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러봤다.

 

유정씨.

 

검은 양 팀의 관리요원으로서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도록 이끌어주었다.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보듬어주었다.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거친 자신과는 달리 섬세하게 아이들을 보듬어주는 유정씨가 고맙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고맙게 느껴졌다.

 

이따금씩 클로저를 내려놓고 도망치고 싶단 이기적인 생각이 들 때도 

유정 씨는 함께 하자고, 자신에게 의지해도 괜찮다고 말해줬다.

 

유정 씨는 넘어지려던 자신에게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손을 잡아주었다.


그런 유정 씨는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녀에겐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느낌이 있다.


그녀는 사람을 따스하게 감싸주는 '여자' 이다.


그녀를 이제야 '여자' 로서 인식하게 되었다.


자신은 이런 그녀를 이제야 알아차리게 되었다.


 

제이는 자신을 책망했다.

 

그러나 그는 이 감정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유정 씨에 대한 동경심과 혼동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는 그녀가 자신에게 과분한 존재라고 느껴졌다.


또한 그런 그녀에 비해서 자신은 한없이 초라했다.

 

앞날이 창창한 그녀에 비해 자신은 앞날도 불투명하고 가진 것도 없는 상태이지 않은가.


그래서 자신이 그녀에게 버팀목이 되어 줄 수 있을까?


언제나 함께해 줄 수 있을까?


의문이 든 그는 자신의 마음을 그녀에게 내비치는 것이 두려워지려했다.

 

"끄응."

 

제이는 머리를 쥐어 싸며 복잡해진 감정을 정리하려했다.

 

"해도 될까."

 

그는 고민을 한숨에 가깝게 내뱉었다.


 /

 

"덜컥."

 

문고리가 비틀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끼이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틀려 비명을 내지르는 사무실 문 너머로 익숙한 검은 장갑의 손이 보혔다.


그 손이 문고리를 잡고 비틀자, 문이 비틀리며 열렸다.


그리고 그처럼 비틀거리는 다리가 보였다.

 

다리는 힘이 풀렸는지 비틀거리며 제이 쪽으로 한 발자국 옮겼다.


그러자, 흑색 반바지가 보였다.


또 한 발자국 옮기자, 청색 슈츠가 보였다.


마지막 걸음을 옮기자, 갈색 빛의 한 쪽으로 쓸어내린 머리카락이 보였다.

 

제이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어 올려봤다.

 

발그레해진 얼굴.


힘이 풀린 듯 한 입.

 

멍해진 듯 탁해진 눈.


어딘가 은근히 부스스한 머리.


분명 그녀다.


유정씨다.

 

"...유정씨?"

 

제이는 놀란 표정으로 유정씨를 올려다봤다.


그녀는 제이를 한참동안 내려다보다가 털썩 주저앉았다.

 

"유정씨?"

 

"...예."

 

"술 먹었어?"

 

혀 꼬인 목소리로 말하는 그녀.

그에게 술 먹은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그녀는 어설프게 변명을 한다.

 

" 아, 아뇨. 술 안 먹었어요... 딸국"

"

 

"거짓말, 술 먹었잖아. 안 그럼 얼굴은 왜 그렇고 딸꾹질은 왜 하겠어?"

 

"읍!"

 

그의 말에 유정 씨는 서둘러 입을 막았다.

 

"유정씨, 입 막아도 소용없어."

 

"......"

 

그녀는 제이를 한참 멍 때리며 바라봤다.


그러다 그에게 한 마디를 툭 내 뱉었다.

 

"제이씨야말로, 거짓말하잖아요."

 

"?"

 

"나보고 예쁘다고, 좋은 신붓감이라며 추파를 던질 땐 언제고..."

 

"유정씨."

 

"그 말은 거짓말이에요? 장난이었어요?"

 

"..아니야."

 

"그럼 뭔데요! 왜 떠나는데요!"

 

"...."

 

"내 마음도 모르면서!"

 

제이의 무릎을 붙잡고 우는 유정.


제이는 그런 그녀와 눈높이를 맞추고 나지막이 말했다.

 

"나, 유정씨 두고가지 않아."

 

"네?"


"...언젠가 유정씨와 약속했거든. 함께하자고, 함께 살자고."


"제가요?"


"으읍!"

 

제이가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

 

"물론."


"하지만 기억 나질 않는데요?


"어떻게 본인이 한 약속까지 잊어버려..."


그녀의 말을 듣고 그는 시무룩해한다.  


그녀는 술이 깼는지 발음을 정확히 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기억 났어요!"

 

"...그래. 유정씨."

 

그는 그녀에게 말을 하며 오랜 체증이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

 

"끼이익"


사무실 문이 또 조심스럽게 열렸다.

 

문 너머로 조그마한 남자아이가 보였다.

 

"미스틸."


그가 미스틸을 불렀다.

 

"준비는 됐어?"

 

"...우웅."

 

"이따금씩 올 거야. 그리고 일 정리만 끝나면, 다시 형 누나하고 만날 수 있을거야."

 

그는 일만 해결되면 검은 양 팀과 다시 만날 수 있다며 미스틸를 다독였다.

 

"...네!"


그 이야길 들은 미스틸은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이는 그런 그를 본 후, 고개를 돌려 아이들처럼 널브러져 자는 그녀를 봤다.


술 취해서 그런지 침까지 흘리며 잘도 잔다.

 

그런 그녀를 보고 그는 피식 웃었다.


미스틸은 그가 웃는 것이 궁금한 듯 고개를 올려 그를 바라봤다.


그는 미스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 아저씨?"

 

"네가 귀여워서 그래. 그리고 아저씨가 아니라 형이야."

 

"우웅."

 

미스틸은 입을 삐죽 내미며 조용히 그의 손길을 허용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분명 성숙해질 것이다.


미스틸도 분명 일을 이겨낼 수 있으리라.

 

그리고 비록 유정 씨에게 자신이 부족할지라도.


설령 자신의 미래가 불투명할지라도.


그녀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그녀를 위하리라.

 

그는 다짐하듯이, 


맹세하듯이.


고개를 올려 천장을 바라보았다.

 

-Fin-

2024-10-24 22:40:04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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