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덕후나하는캐릭 2015-09-16 8
3편을 모아서 한번에 올립니다. 편수마다 글자를 굵게해놔 표시해놨습니다!
-----
"유리야 오늘 끝나고 옛날 팀끼리 모여서 회식이나..."
"아아 미안~ 슬비야 오늘은 퇴근하고 술 약속이 있어~"
핸드폰의 버튼을 누르며 전화가 끊긴다.
어느새 앳되보이던 얼굴은 온데간데 없고 어엿한 어른이 된 서유리가 있었다.
그들의 세계에서 차원종은 사라진지 이미 오래이다. 유니온이 강대국들에게서 엄청난 금액을 투자받아 몇년간 노력끝에 만들어낸 거대한 차원충격기는 차원문을 영구봉인하는데 성공했다.
그 업적으로 유니온의 높으신분들은 감히 표현하기조차 황당한 부와 명예를 쌓았을테니 그들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을 것이다.
'전'검은양 팀들도 강제로 차원문에 빨려들어가면서 온갖 저주와 언젠가 돌아올거라는 허세섞인 애쉬와 더스트의 모습이 마지막으로 본 차원종이었다.
일이 기분좋게 맞물린 것일까? 아니면 유니온의 연구진들은 그것까지 생각해서 그 가당치도 않은 연구를 해낸것일까? 차원문이 영구봉인될때 세계에 퍼지던 강력한 굉음의 주파와 공기는 클로저들의 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끼쳐 그들을 평범한 몸으로 돌려버렸다. 더이상 그들은 영웅도 전사도 괴물도 아니었다.
물론 오랜 기간동안 자신의 인생을 바쳐 차원종과 싸웠던 클로저들은 합당한 연금과 보상이 지급되겠지만...
거의 테스트개념의 프로젝트의 장본인들인 검은양팀들은 소소한 보상이 전부였고. 그들은 그렇게 평범한 사람으로 돌아와 버렸다.
오랜기간 근무하지도 않은 클로저들에게 까지 국민의 세금으로 연금 지급을 해야하냐는 시민들의 시위도 크게 작용하였다.
4급 공무원 대우라고 철썩같이 믿으며 클로저 생활에 모든걸 바친 서유리에게는 눈앞이 깜깜해질만한 일이었다.
"벌써 이렇게 된지도...오래구나..."
페이즈건의 방아쇠를 미칠듯이 당겨대고 카타나를 수려하게 휘둘러 전장의 꽃과도 같았던 그녀가 내심 우둘투툴한 아**트 땅위에 빈손으로 칼을 찍는 시늉을 해본다.
물론 유리스타는 발동되지 않는다. 그 사실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 그녀가 있었다.
위상력을 잃고 이제 클로저 활동도 못하게 된 당시의 그녀가 할수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클로저 활동을 하겠다고 대학진학도 포기한채 성인이 된 그녀는 그저 미래가 막막했다.
검도를 다시하기에도 너무나도 뒤쳐진 그녀였다. 결국 그녀는 자그마한 회사의 콜택시 상담원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있었다.
"유리야~ 여기야 여기~"
시끄러운 기계음이 울려퍼지는 건물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비슷한 또래의 아가씨들이 여리여리한 손을 들고 흔들며 그녀를 반긴다.
"뭐야~ 벌써 와 있었어 얘들아? 주말이라고 힘좀 줬는데?"
"당연하지! 클럽 온지도 한달만이잖아?"
.
.
.
흘러나오는 중독성있는 일렉트로닉 계열의 음악들, 테이블 위에는 각종 보드카가 즐비했고 스테이지 앞에서는 DJ가 신나는 음악들을 갈아치우며 분위기를 한층 올리고 있었다.
"이야호오~!"
유리의 몸에 꼭 달라붙는 원피스는 자칫 그녀를 싸게보이게 할수있는 옷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 순간이 즐거웠다. 그녀는 마음껏 그녀의 섹시한 몸을 흔들어 뭇 남성들을 설레게 했다.
오래지 않아 키가 크고 스타일 좋게 차려입은 남성이 유리의 허리 위에 손을 올린다. 유리는 흠칫하고 뒤를 돌아봐서 외모를 스캔했고 썩 그가 마음에 들었다.
기어코 그는 허리를 잡고 춤을 춘지 오래 되지 않아 그녀를 자신의 앞쪽으로 돌려 자신의 입을 그녀의 입에 포갠다.
처음 만나 아무것도 모른채 같이 **한 춤을 추던 사이.
만난지 5분도 되지않은 남자, 그 남자에게 유리는 자신의 혀를 내밀고 음탕한 키스를 나누었다.
'난 헤픈 여자가 아니야...누구나 하는거잖아...'
'싼여자가 아니라구...'
.
.
.
자신의 테이블로 돌아와 같이 온 친구들과 보드카를 마구 마셔대 그녀는 이미 반은 술에 절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그리고 그 뒤에서 그녀들을 노리고 있는 한 남성들이 이야기를 나눈다.
"야 저기 긴머리에 가슴큰 여자애...꽐라 된거 같은데?"
"씨X 야 야 합석하자고 하고 쟤만 데려와서 빠져나와"
그 중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외모의 남성이 유리가 속해있는 테이블에 능숙하게 앉아 얘기를 꺼낸다.
"저기요~ 혹시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나가서 해장 할래요? 여기 계신 친구분도 많이 취한거 같아서 걱정되서요~"
많이 해본듯이 능숙하게 말을 건네 유리의 친구들을 웃게 한다. 유리의 친구들은 이미 취해버려 인사불성이 된 그녀 따윈 관심도 없다는 듯 앞의 남자에게 그 가벼운 웃음을 지어보이고 있었다.
"제가요~ 이 친구분 나가서 먼저 챙겨 드리고 있을게요~"
원래라면 그녀를 걱정해서 데리고 같이 나왔겠지만 애초에 그녀들은 유리를 그렇게 소중한 친구로 여기지도 않았고 술에 취하기도 했기에 그러라는 듯 제스쳐를 취한다.
그렇게 그는 유리를 부축해 나갔고 그 친구들은 일행이 아닌것처럼 연기해 따라가 사라진다.
그녀들은 유리가 어디에 끌려갔는지도 모른채 그저 그녀가 집에 돌아갔구나 남자애들은 다른 여자애들한테 박쥐처럼 옮겨갔나보다 하고 자신들만의 축제를 이어나갔다.
.
.
.
.
.
"으으으으... 머...머리가..."
침대에서 부스스하게 일어나 자신의 흑발을 괴롭다는 듯 감싸쥐며 신음한다.
과도한 음주로 인한 숙취가 그녀의 머리를 강타하고 있었다.
"내...내가 왜 여기있지...?"
자신의 몸을 더듬는다. 급하게 닦아낸거 같지만 흰색의 점도 있는 액체가 자신의 가슴에 어느정도 묻어있는것을 확인한다.
"서...설마 또,..."
마치 이런상황이 익숙한듯 자신을 자책한다.
"또야...또 술마시고 따먹혔어...안그러기로 했는데 이제..."
검은양 팀의 분위기메이커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상스러운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자신을 책망하는 그녀.
어차피 이 후회와 다시는 하지 않겠다는 다짐은 오래치 않아 깨져버릴 것이다.
"으흐흐흐흑...."
마치 자신이 헤픈여자같이 생각되는 이 상황은 그녀의 정신을 너무나도 괴롭게 했다.
"최악이야..."
그러나 진짜 최악은 따로 있었다.
.
.
.
.
.
그날이후 생리를 시작 하지 않게 된 서유리는 불안감에 침식되어갔다.
유기견처럼 바들바들 떨며 산부인과에 가는 그녀는 절대 듣고싶지 않았던 대답을 듣고 말았다.
"임신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웃으면서 말해주는 산부인과 의사가 저주스러웠다.
임신이라니 대체 임신이라니...
그녀는 얼굴이 일그러지며 잠시동안 생각하더니 의사에게 질문을 던진다.
끔찍한 질문을.
"지우는데...얼마나 들죠?"
.
.
.
.
.
.
그녀가 타락하는건 오래걸리지 않았다.
클로저를 그만두고 이 남자 저 남자들과 원나잇을 하며 때로는 골뱅이가 되어 범해지던 그녀였지만
운이 좋았던건지 나빴던건지... 임신을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고.
그녀의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전화상담을 하는 봉급으로는 도저히 감당할수 없는 금액이었다.
그리고 악순환은 매우 쉽게 시작되었다.
낙태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창X짓... 처음엔 인터넷으로 한번에 10만원이라는 금액으로 시작하였고.
결국 아이를 지우고 나서도 그 쉽게 번 돈을 잊지 못하고 그녀는 오피스텔에서 자신의 몸을 돈을받고 빌려주고 있었다.
.
.
.
"야 서유리 슬비가 오늘은 꼭 좀 보자고 하는데 시간 안나?"
"세하야 나 바쁘다고 했잖아...다음에 시간나면..."
똑똑
"아 나 일하러 가야돼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걸어~"
"야 대체 무슨일을 하길..."
뚝
오피스텔의 문이 열린다.
이미 반쯤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축 늘어진 뚱뚱한 남성이 문을 연 서유리의 앞에 버젓이 서있었다.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저 환하게 웃어보였다.
"오빠 왔어? 난 처음 지명하는거지?"
---여기까지가 1편입니다.
---
"꽤나 덥군..."
무더운 여름의 땡볕을 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그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한 남성이 있었다.
"제이씨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리시는 거에요?"
그 남성은 어깨위에 따뜻한 손길을 느낀다. 본래라면 그녀는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릴수 없을만큼 신장 차이가 났을것이다.
그러나 백발의 남성은 한 도구에 의존을 하고 있었다.
"아아 아무것도 아니야 유정씨. 미안하지만 여기 경사가 불편한데 앞으로 조금 밀어주겠어?"
먼 옛날 차원전쟁의 영웅이었던 제이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고, 그저 휠체어라는 도구에 의존해 이동할수 밖에 없는 몸이 되어버린 연약한 남성이 있었다.
드르륵 거리며 휠체어가 한 공원의 조깅코스를 지나고 있다. 비록 두 발로 걷지는 못하는 신세지만 제이와 그녀는 충분히 만족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결국 그렇게 차원문이 닫혀버린 이후, 마치 타이밍을 맞추기라도 한듯이 과격한 전투를 치루기엔 위상력이 턱없이 부족하던 그가 복용하던 강력한 심신보조제는
제이의 몸이 할일을 다했다는것을 알리려는 것이었을까? 제이는 점점 기력이 쇠한채로 쓰러져 버렸고. 일어났을때는 그의 하체는 무릎위까지 마치 정육점 고기처럼 깔끔하게 절단되어진 뒤였다.
과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두 다리가 부패가 진행되어 어쩔수 없이 절단을 감행했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제이의 표정은 예상했다는 듯 평온했다.
"이씨...제이씨!"
"으응?"
회상에 잠겨있는 그를 휠체어를 밀며 공원 산책을 해주는 유정이 그의 묵직한 침묵을 깬다.
"무슨 생각에 그렇게 잠겨 있는거에요! 오늘 무슨 날인지 잊은거에요?"
토라진듯이 볼에 바람을 불어넣은채 돌아선 그녀가 귀엽게 느껴진다.
둘다 어느새 청춘과의 거리가 멀어진 30대의 끝자락과 중간자락의 남녀였지만 젊은 커플들과 별반 다를것이 없다.
다만 클로저로 활동하던 그는 온전한 몸으로 그녀의 머리위에 손을 올려줄수 있었겠지만 무릎위가 잘려 휠체어 신세를 지는 그가 해줄수있는건, 그저 그녀의 두 손을 상처투성이 손으로 어루만져주는 것 뿐이었다.
"알아...우리가 만난지 1년이 된 날이지?"
제이는 그런 몸이 된걸 확인하고 망설임 없이 그들에게서 멀어지려고 했다.
검은양 팀원들과도...같이 활약하던 관리요원인 그녀와도... 그러나 그런 결심을 한 제이의 심정을 눈치라도 챈듯 유정은 그런 그의 허리를 잡고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런 처참한 몰골이 되어도, 비참한 몰골이 되어도, 아무것도 할수 없는 몸이 되어도 안아준 그녀의 품은 제이에게 너무나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결국 제이는 그 생활에 적응하려고 노력하였다.
물론 유정은 차원문을 완전 봉쇄해 해체 직전의 유니온에게 제이에 관한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는 탄원서를 제출하였지만, 공식적인 유니온의 약물이 아닌 제이 개인의 약물에 의한 신체손상은 보상을 해줄수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을 들었다.
제이의 두 다리는 절단되었지만 마냥 할수 있는 일이 없던건 아니었다. 중소기업의 사무실에서 상처투성이의 손으로 서류 정리 및 타이핑을 해나가 입에 근근히 풀칠을 하는 생활을 이어나갔다.
해가 지고 보름달이 뜬 야경에서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 유정과 제이는 와인잔을 부딪히며 그들의 기념일을 축하한다.
"제...제이씨 이거 너무 무리하시는거 아니에요...? 조...좀 비싸보이는데..."
"이런 날 정도는 괜찮잖아? 부담갖지 말라고 이런 나라도 이 정도는 해줄수 있으니까"
"제이씨가 뭐가 어때서 그런 말을 하세요 다시는 자책하지마세요"
유정은 다시한번 한쪽 볼에 바람을 부풀리며 제이에게 쓴소리를 한다.
제이는 알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창가의 야경을 즐긴다.
"유정씨 잠깐 눈좀 감아보겠어?"
"네...네에...? 이렇게요?"
"응 잠시만...그렇지 이제 눈 떠도 돼"
유정의 눈 앞에는 비싸보이는 다이아큐빅이 박혀있는 반지가 어서 그 가녀린 손가락에 끼워달라는 듯 번쩍번쩍 빛이 나고 있었다.
"이...이...이게 무슨..."
"나 말이지...여자에겐 잼병이라 잘은 모르지만...여기저기 들어서 열심히 공부했어...그리고 꼭 말하고 싶었어...나와...결혼해주겠어?"
유정의 감정이 기쁨과 환희로 몰아쳤다. 클로저 시절부터 자신에게 지지부진했던 그가 이렇게 당당히 자신에게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것이다.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마구 복받쳐 내렸다 그러나 눈물이 흐르는 눈매와 입은 환하게 웃고있었다.
"두 사람은 이렇게 사랑으로 이루어 졌습니다."
결혼식의 주레가 끝나고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식장을 울렸다.
"그...세하와 유리는 오지 않은거니 슬비야?"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는 유정은 슬비에게 조심스레 물어본다.
"그게...세하는 온다고 하더니 오늘 연락이 갑자기 안되고...유리는 콜택시 상담원일 그만두고 나서 바빠진듯해요...무슨 예약이 꽉찼다나...못 온다고 하더라구요..."
"할수 없지...그 녀석들도 이제는 어른이 된거니까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거야"
휠체어를 끼익끼익 끌고오는 제이는 아쉬운듯한 한숨을 가볍게 내쉬고 웃어보인다.
"네에...제이씨 결혼 축하드려요..."
힘없이 축하하는 슬비를 제이는 가볍게 웃어보이며 한손으로 오케이 사인을 만들며 괜찮다는 신호를 보낸다.
.
.
.
비극은 그 뒤로 시작이었다.식이 지난지 한참 뒤, 호프집에서 유정과 캐롤이 거나하게 술을 나누며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 꽃은 마냥 유쾌하지 만은 않은 독초와도 같았다.
"What?! 제이씨가 성불구라구요?!"
캐롤이 자신의 벌어지는 입을 두 손으로 막으며 놀란듯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분명 잘린건 무릎까지만 이잖아요?!"
"...약물의 과다복용의 부작용은 그것만이 아니었던거지."
유정은 한숨을 푹 내쉰다.
"그...그러면 유정선배... 마냥 독수공방 중이라는..."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은 그저 우습게 여겼던 그녀였다.
그저 그를 사랑했던 그 마음으로 견뎌내고 행복할수 있을줄 알았던 자신을 저주했다.
돌아갔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텐데...
애써 스스로를 술한잔으로 위로한다.
제이의 **능만이 문제인게 아니다. 그와 함께하는 그 시간들은 너무나도 괴롭다.
밖에서의 따가운 시선도, 신통치 않은 벌이도... 자신을 유혹하는 능력좋은 남자들도 많았는데...
스스로를 책망하며 후회하는 그녀였다.
.
.
.
.
.
"후욱...후욱..."
유정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집에서 팔운동을 하고 있는 그였다.
무거운 물건이라도 들어서 올릴수 있게. 휠체어 신세이긴 하지만 그녀를 돕기 위해 열심히 하는 그였다.
그러나 유정이 제이를 대하는 태도는 쌀쌀맞기만 하다.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방으로 들어가는 유정을 보며 제이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많이...미안하군..."
경제적으로도...성적으로도...충족해줄수 없는...
마음적으로도 **과 결혼생활을 한다는 불안감을 안겨주는 그...
그저 죄책감이 컸다. 더욱 잘해주려고 노력하는 제이였지만 갈수록 자신을 차갑게 대하는 유정의 태도는 그를 괴롭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쁘장한 화장을 마치고 스타일을 살린 옷으로 갈아입은채 방문 밖으로 나온 그녀가 있었다.
제이는 당황한듯 하지만 억지로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인다.
"유...유정씨 정말 아름다운데...어...어디로 가려는거야?"
"오늘 캐롤이랑 술 한잔하고 올테니 알아서 먼저 자던지 하세요"
콰앙소리를 내며 현관문을 닫은채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제이는 괴롭다는듯 자신의 두 머리를 감싸쥔다.
휠체어를 끌고 밖으로 따라 나선다. 그녀가 캐롤과 같이 가는 술집은 늘 한결같은 곳이었다.
취한 그녀를 데리고 챙겨서 귀가해주리라 **이 되버린 자신이 그녀를 위해 해줄수 있는건 그 정도가 최선이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도 술집에서 나오지 않는 제이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리고...
제이의 시선 끝에는 유정이 번듯하게 생긴 외제차를 끌고 온 핸섬한 청년과 모텔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이었다.
휠체어를 급하게 몰고 가지만 그녀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가서 뒤집어 엎어? 아니...그럴 자격도 없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는 자신을 책망한다.
"으아아아아아아!!!"
그저 갈곳 없이 허망하게 사라져가는 비명만을 지른다.
좀전의 고뇌와는 달리 또 다른 결심을 한듯 모텔의 정문을 쳐 부수고 들어갈 작정을 하는 제이가 있었다.
손에 힘을 준다. 위상력 호흡법을 하던 그 느낌으로. 그리고는 자신의 손바닥을 펴 내지른다.
그러나 그의 바램과는 달리 옥돌은 나가지 않는다. 당연한 현상이다. 내지르는 자신도 그저 습관같은것이었다.
이대로 들어가봤자 이혼...그리고 처참한 생활만이 기다리고 있는 그이다.
그저...유정의 **을 납득하는 수밖에... 그저...모르는채로 살아가는 수밖에...
결국 그는 힘없이 휠체어끝을 돌려 혼자만의 신혼집으로 돌아간다.
힘없는 휠체어의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만이 밤하늘을 허망하게 채운다.
-----
"이런 **!"
스피커에서 거친 총성소리가 울리고 끔찍한 비명소리가 들린다.
나는 자란 수염을 깎지도 않은채 모니터에 거칠게 소리를 질러댄다.
나의 캐릭터가 부활하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조금만 기다려... 다음판은 5명을 헤드샷으로 골로 보내버릴테니깐...
그렇게 머릿속에서 되내이며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다.
건블레이드로 차원종의 머리를 거칠게 불태워 버리고 베어버리던 나는 어느새 그저 컴퓨터 앞 본체를 바라보며 가상의 총질을 하고있는 또래의
게임에 푹 빠져있는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마우스 패드 옆쪽 초라하게 놓여져있는 꽤 년식이 오래된 핸드폰에서 전화벨소리가 울린다.
"아 씨 귀찮게 무...어?"
액정에 떠있는 낯익은 이름이 보이자 꽤나 당황스러웠다.
이슬비...
번듯한 직장으로 취직해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길 유정누나에게 들었던게 마지막이었다.
망설이지만 나는 조심스레 통화 수신버튼을 누른다.
"세하...야?"
말없이 핸드폰을 잡아들었지만 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팀이 해체되고 서로 형식적인 연락을 몇번 주고받다가 흐지부지 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그녀의 이름이 핸드폰에 뜨자 당황스러웠다.
지금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 망설이듯이 나에게 할말이 있는듯 했다.
"이...이슬비 무슨일이야?"
"그게...음...조만간 검은양 팀끼리 모여서 조그마한 술자리라도 갖는게 어떨까 해서..."
무언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듯한 그녀였다.
"술자리...언제쯤?"
딱히 클랜전이 예상되있지는 않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약속을 잡는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딱히 알바 아니잖아...이렇게 살아도... 검은양 시절은 그저 잠깐의 추억일뿐이잖아...
차원종이 없어진건 평화로운 일이잖아...
어차피 엄마가 전쟁시절 활약했던 덕에 우리집은 엄청난 액수의 연금이 꼬박꼬박 들어오잖아...
난 그냥 이렇게 놀면서 게임만 해도 돼...어차피 엄마가 돌아가셔도 계속 나오는 그 엄청난 연금은 내가 살아가는데 불편하지 않을 금액이니까...
그렇지만 마음 한켠에 씁쓸한 마음만이 남는다.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 휘두르던 나의 건 블레이드의 촉감을 되새기며...
.
.
.
--
"슬비씨! 내가 영업방침 서류 다 작성해서 출력해달라고 했어 안했어?!"
모두가 일하는 회사의 사무실에서 거칠게 고함을 지르는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들 익숙하다는 듯 무시하며 자신의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걸 기획서라고 내는거야?! 어?! 이래가지고 정규직 들어가겠어 슬비씨?!"
서류 뭉치를 자신의 얼굴에 직격으로 던져지자 그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죄송합니다만 연신 내뱉는게 그녀가 할수 있는 최선이었다.
번듯한 직장이라고는 해도 정규직도 아닌 그저 인턴생활만 반년째 이어가는 그녀, 당연한 결과였다.
정식요원 근무기간이 연금을 받을정도의 기간이 안되어서 그저 퇴직금만 받은 그녀, 게다가 자신을 지원해줄 부모조차도 없는...
그대로 대학도 가지 못한채로 사회에 내몰린 그녀가 할수 있는건 그저 이곳저곳 자격증을 따서 이 회사 저 회사에 이력서를 넣는것 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이제는 눈앞에서 흐릿해진 정규직을 향한 꿈을 쌓아가며 일을 해나갔다.
"대체 그리고 그 분홍색 머리좀 어떻게 안돼?! 차원종도 안나타나서 능력을 쓸 일도 없을텐데 회사에서 그렇게 천박한 머리를 해야겠어?!"
"이...이건 위상력의 남은 여파로 인해서...염색약도 잘 안먹게 되는..."
"시끄러워!! 그걸 어떻게 해보란 거잖아!"
화장실 한켠에서 눈물을 훔친다.
검은양팀이 그립다. 자신의 부모를 죽인 차원종들이 더이상 나타나지 않는다는건 너무도 다행인 일이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그녀가 설 자리를 잃어버린 것이기도 했다.
그저 클로저에만 열중하며 차원종 퇴치에 열을 올리며 자신의 인생을 바친 그녀, 그러나 지금은 너무도 초라해져버린 그녀가 있었다.
핸드폰을 들어 익숙한 번호를 누른다.
"유리야 오늘 끝나고 옛날 팀끼리 모여서 같이 회식이나..."
"아아 미안~ 슬비야 오늘은 퇴근하고 술 약속이 있어~"
약속했던 날짜까지 꾸준히 설득해 보았으나 그저 다른 술자리로 가겠다는 그녀의 매몰찬 거절에 그녀는 섭섭함을 느꼈다.
얼마전부터 꾸준히 같이 자리를 마련하자고 했으나 서유리 그녀는 원채 자신을 상대해주지 않는다.
한때의 그 말괄량이 같이 해맑은 웃음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바쁘다는 핑계만을 대면서 SNS에는 자신의 술자리사진이 가득하면서...
검은양팀은 유리 너에게는 그저 돈주는 직장에 불과했니...? 정말 그랬던거니...? 그 일에 보람을 느끼며 행복했던 내가 비정상인거니...?
그렇게 되내이며 결국 이슬비는 검은양 회식자리를 다른날로 미룰수 밖에 없었다.
.
.
.
결국 미루고 미루고 겨우 잡은 약속장소에 모습을 드러낸건 이세하 한명이었다.
덥수룩하게 정리되지 않은 머리와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는 그의 모습... 살도 꽤 찐거 같은데...
집에만 있었구나..그렇구나 그렇게 생각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나와준 그의 모습이 반갑다.
"어? 이슬비 너 혼자 온거야? 유리나 제이 아저씨는?"
"넌 제이씨 결혼식에도 안와놓고는 그런 말이 나와...?"
"그때 공성전이 있었거든..."
이세하 다운 사정이다. 그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는거 같은 이슬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기다려봐 내가 유리한테 지금 전화해볼테니까"
소용 없을텐데...라고 생각하는 이슬비.
이세하의 핸드폰너머로 연결음이 몇번 울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여보세요?"
무언가 교태가 느껴지는 목소리다. 어떠한 습관이 베인것일까? 해맑던 여고생의 목소리는 없고 무언가 **마저 느껴진다.
이세하는 조심스레 유리에게 말을 건넨다.
"야 서유리 슬비가 오늘은 꼭 좀 보자고 하는데 시간 안나?"
"세하야 나 바쁘다고 했잖아...다음에 시간나면..."
똑똑 거리며 누군가 방문한듯한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다.
"아 나 일하러 가야돼 바쁘니까 다음에 다시 걸어~"
"야 대체 무슨일을 하길..."
전화가 급하게 끊기자 이세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어깨를 으쓱한다.
.
.
.
"뭐하고 살고있어...?"
"요즘은...그냥 집에서 게임하고 집안일하고 티비보고...엄마도 요즘엔 터치가 없다보니깐. 꽤 편해."
그도 그럴것이 전쟁영웅 알파퀸이 받은 보상금과 연금들은 어마어마할것이다. 딱히 일해야 할 필요를 못 느낄수 있겠다라고 이해하는 그녀였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입에선 무언가 피식소리가 나며 허탕한 웃음 섞인 푸념이 그녀의 귀를 의심케 했다.
"그래도...게임 총을 쏘고 검을 휘두르는것 보단... 그때가 더 즐거웠던거 같아..."
"뭐라구...?"
"그때는 즐거웠잖아...같이 모두의 힘을 뭉쳐서 악당들을 처치하고 주위에선 우리를 응원해주고... 서로를 의지하면서...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다 같이
뿔뿔히 흩어져 버렸네..."
서로의 잔을 부딪히며 쓰디 쓴 소주를 자신의 목에 털어넣는 그를 보며 이슬비도 비슷한 씁쓸함을 느꼈다.
"그으러게에...차라리 차원조옹이.. 있는게 우리의..사앎에는...더 나으으은게 아니었을까..."
잔을 몇잔 털어넣은지 얼마 되지 않아 취한듯이 혀를 꼬으며 한탄하는 이세하를 보며 이슬비는 눈물이 그렁그렁 거렸다.
"그으런데에에... 슬뷔 너는 왜에...그렇게 계쏙 아까부터 좡갑을 끼는거....야아?"
아까부터 안주부터 술잔까지 전부 클로저 시절 검은색 장갑을 낀채 있는 그녀에게 이세하는 취한채이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이건...세하야 사실..."
그녀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장갑을 벗자 이세하는 풀려버린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믿을수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인다.
"그...그건...스...슬비...너...너어..."
파직 파지직
손에서 이슬비의 위상력 특성중 하나이던 전기가 흐르는것이 보였다.
"너...너 설마 위상력이...말도...안돼 아니...어떻게?!"
이미 알코올은 온데간데 없이 날아가버렸다는 듯 이세하는 희번뜩 눈을 뜨며 슬비에게 어서 설명하라는 듯한 눈빛을 보낸다.
"진정해...위상력이 그대로 있는건 아냐...그때의 차원충격기가 발동되기 전에 나는 건물파괴 작전을 진행중이었어... 그때 위상력을 집중해서 손에 담아둘때 모든
사태가 해결된거야...차원종도 없어지고...클로저들의 위상력도 사라져버리고...그런데...그런데...내 손에는 이 전류로 된 위상력이 흐르고 있었어. 기껏해야...
쥐어짜내서 결전기 한방을 날릴수있는 양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는 이슬비에 이세하는 말도 안된다는 듯 머리를 도리도리 저으며 부정한다.
"그...그거...왜...왜 처리하지 않은거야? 그냥 허공에라도 쏴서 없애 버렸어야지! 너 그런채로 계속!"
당황한 이세하의 질문에 이슬비는 자신의 가녀린 검지를 이세하의 입술에 갖다 대면서 조용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 클로저 시절의 특제장갑을 낀채면 정신을 집중하지 않아도 전류가 달아나지 않아...클로저들의 모든 장비를 회수하고 폐기할때 나는 예전 작전때 장비가 파손
됐다고 보고하고 이 장갑을 숨겨뒀어."
"아니 그런걸 묻는게 아니라 대체 왜 그걸 아직까지도 갖고 있는거냐고! 위험하잖아!"
이세하의 다그침에 이슬비는 깊게 한숨을 들이마셨다 뱉으면서 조심스레 말을 이어간다.
"너...유리가 대체 무슨 일을 하고있다고 생각해?"
이슬비의 뜬금없는 대답에 이세하는 황당함을 느꼈다. 대체 여기서 유리가 왜 나와?
"예약이 차있다느니...누군가가 똑똑 거리며 들어오고 그걸 맞이하는 일...그리고 다니던 전화 상담일도 그만두고 하는일...뻔하지 않아?"
그저 암묵적으로 서로 부정하고 있을뿐이었다. 유리가 **가 되어버렸다는걸 서로 말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걸 숨길수 있을만큼 치밀한 여자도 아니었다. 그들이 알고있는 서유리는 그러했다.
대답하지 못하는 이세하를 앞에 두고 이슬비는 다시한번 잔을 홀짝거리면서 말을 이어나간다.
"하던 검도조차 그만두고 클로저에 자신의 인생을 바쳐가면서! 차원종이 없어지니 그런 개같은 처우를 받으면서 유리가 선택한게 그런일이라구! 알아 이세하?!
알겠냐구! 너같은 전쟁영웅의 아들은 그런 고민조차 없겠지! 대다수의 근무기간이 오래되지 않은 클로저들은 이런 처참한 인생을 살고있어!"
그녀는 유리의 **을 옹호하려고 하는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가 잘못된 길로 빠지게 된 계기를 다시한번 되짚으며 이세하의 멱살을 잡아 흔든다.
"테인이는?! 응?! 테인이는 어떻고! 독일 과학자들이 마치 어린아이 납치해가듯 데려갔잖아! 그 뒤로 어떻게 살고있는지! 아니 살아는 있는지! 연락한통 없고
알아볼수도 없잖아! 이게 뭐가 평화라는거야! 남겨진 우리는 우리는...!"
"크윽...이...이거 놔! 그래서 그 남아있는 위상력으로 뭘 어쩌겠다는거야! 얼마나 남아있다고! 해체된 유니온을 상대로 쿠데타라도 일으킬 셈이야?! 아니면
국가에게?!겨우 그 결전기 한방 날릴수있는 위상력으로?!"
그러나 이슬비 그녀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다음주에...우리와 비슷한 처지의 클로저들이 꾸준히 열고있는 시위가 예정되있어...나...회사 때려칠거야...그리고... 거기서...퍼포먼스로 공중에 레일캐논을
사용하겠어...너도...올래 세하야...?"
오지 않을것을 안다. 이세하는 자신의 생활에 득이될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저 집에서 게임만하고 맛있는 밥들을 실컷 시켜먹어도 전혀 금전적 부담이 없는
삶이라는것을 아니까...
"나...나는...나는..."
이세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채로 그 술자리는 마무리 되었다.
.
.
.
.
.
시위 현장에 많지는 않은, 소수의 클로저들이 팜플랫에 국가와 이미 존재하지 않는 유니온을 향해 거칠게 항의한다.
앞에는 시위대를 막는 특경대가 방패로 벽을 친채 막아서고 있었다.
"역시...오지 않네..."
씁쓸하게 중얼대며 검은양 멤버들을 기다리지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퍼포먼스의 의도로 클로저 시절 정식요원복들을 갖춰 입은채 도열하며 확**에 대고 소리치는 이들이 있었다.
"우리도 목숨 걸고 싸웠다! 전직 클로저들에게 보상하라!! 보상하라!!"
"보상하라! 보상하라!"
구령을 맞추어가며 같이 소리지르던 그녀는 보상하라 라는 구령에 어딘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자신의 뒤통수 너머로 재빨리 얼굴을 돌려 자신의 의문을 확인한다.
"세...세하!! 유리!! 제이 아저씨!!"
쭈뼛쭈뼛 거리며 자신들의 정식요원복을 입은채로 나타난 그들이 있었다.
그녀는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다리가 잘려 상의만을 복장을 갖춰입은채 휠체어를 힘겹게 질질 끌고 오는 제이.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수염도 면도해 마치 큐브사태를 마치고 정식요원이 될때의 그처럼 넓은 등의 이세하.
그리고 무언가 분위기가 많이 바뀐채이지만 아직도 그때의 해맑은 미소를 잃지 않은 서유리가 있었다.
이슬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한번 눈앞의 시위대에 자신들의 상황을 호소한다.
"국가는 제대로된 보상을! 시행하라! 시행하라!"
검은양 팀의 목소리가 가장 크게 시위현장을 울려퍼트리고 있었다.
이슬비는 시위 단상 위로 올라가 마이크를 잡은채로 국회의사당 앞쪽에다대고 거칠게 목이 달아나라 연설한다.
"우리는! 국가와 국민들의 평화를 위해! 목숨 바쳐서 싸웠습니다! 그런데! 기간이 부족하다고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은채! 그저 남탓만 한다고!
너희들의 능력 부족이라고 매도하는 여러분들과 높으신 분들! 이게 옳은 일입니까!"
자신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한다. 그러나 앞에 있는 특경대들은 항상 보아왔던 일이라는 듯 그저 묵묵히 무시하면서 방패로 그들을 막아선채 무표정으로
서있을 뿐이었다.
"더이상 우리들의 외침을 듣지 않는 국가에게! 저의 외침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슬비는 자신의 장갑을 벗어 제낀다.
이세하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서유리와 제이도 이미 얘기를 전해들었다는 듯 더욱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구령을 외친다.
파지지지직 파지지지직
"뭐...뭐야 저거!!! 스..슬비씨! 그...그건 설마 위상력이에요?!"
눈앞의 시위대도 당황했다는 듯 웅성웅성 거리며 눈 앞의 광경을 믿을수 없다는 듯이 쳐다본다.
더이상은 볼수없을 장면이었으리라 사람 손에서 전기가 파직거리는 일따위는 더이상은 판타지 소설에서나 일어날 일이었으리라.
그러나 눈 앞에서 이슬비는 자신의 손가락 끝을 집중시킨다.
"안심하세요 여러분! 그저! 시위용으로 허공에 쏠뿐이에요! 이렇게 하면 매스컴에서도 우리를 주목하고 우리에 대한 보상도 수면위로 올라갈겁니다!"
이세하는 적극적으로 상황을 설명한다. 자신은 금전적인 욕심따위 전혀 없다. 그저 그런 욕심으로 나온것은 아니었다. 그저...자신들의 동료들이 이런 처참한
꼴이 된것에 대한 반항이리라. 게임따위가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다 소중한것이 여기 모여있다.
"크윽..."
몇년만에 사용하는 위상력에 대한 반작용 이었을까 슬비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바...발사하려면 5분정도...시간이...필요해...오랜만이라...지...집중이 잘 안돼..."
앞의 특경대들은 이미 진열이 해체된채 도망쳐서 줄행랑을 치기 바빴다.
공중에 번쩍번쩍 거리는 전류의 빔을 쏘아 자신들의 존재와 상황을 어필하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수분의 시간이 흐르고...
유리는 소리친다.
"슬비야!!! 쏴버려!!! 쏴버리라구!!!"
비명에 가까운 울먹임이 섞인 외침이 신서울을 울린다. 자신은 그저 검도가 하고싶었을 소녀였다.
그런데...그런데 이런 꼬라지가 되버렸다. 몸이나 팔고있는 **가 되어버렸다. 그저...그저...가족들을 부양하고 싶었을뿐인데...
"대장!!! 어서 쏴버려!!!"
그저 차원전쟁이 끝난 후 집에서 요양이나 하며 지냈으면 무리없는 생활은 가능했을 터일텐데... 아이들을 보살펴 주려는 일념 하나로 클로저로 복귀했을
것이었는데... 자신의 다리가 잘려도 아무런 보상도 없이...그저 자신의 여자를 빼앗긴채로...처참하게 살아가는 제이는 이 순간만큼은 전** 시절보다 더하게
소리를 질러댔다.
"추..충전 끄...끝났어!!! 보라구!!! 이 더러운 세상!!! 이게 우리의 외침이..."
타아아아아아앙
거칠은 총성이 신서울의 하늘을 울린다.
그것이 신호가 되었는지 눈앞에서 연발되는 기관총 소리가 주변을 뒤덮었다.
타타타타탕
"끼야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다들 그 거칠은 아비규환속에서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줄행랑 치기 바빴다.
"위상력이 남아있는 듯한 전직 클로저가 보인다! 유례없는 사태이니 만큼 사정** 않고 제압하도록!!!"
클로저들이 해체되고 다시금 재결성되어 활용되던 군대가 이슬비의 레일캐논 충전을 기다릴 이유는 전혀 없었다.
이미 주위에선 피를 흘리며 쓰러진 전직 클로저들이 있었다.
아비규환이었다.
"제...제이 아저씨...아저씨!!!"
심장에 직격을 맞은듯이 점점 숨이**가는 제이의 몸을 흔들며 눈물을 흘리던 서유리도 이내 날아오는 총탄을 피하지 못한 채 두개골에 총알이 박혀
맥없이 쓰러진다.
"...크으으윽..."
총탄을 맞은 다리를 질질 끌며 옆구리에 총탄이 스쳐 피를 주륵주륵 흘리는 이슬비의 곁에 다가가 그녀의 떨어지려는 손을 들어 말한다.
"스...슬비야...쏴...쏴버려...우리의 존재를...알려..."
"세...세하야..."
그렇게 이세하의 악력에 기대 자신의 손을 들어 하늘에 레일캐논을 막 발사하려 했다.
"사...사라져 버..."
타아아아앙
타아아아앙
깔끔하게 박힌 총탄.
레일캐논은 그저 이슬비의 손에서 파직거리며 사라져갔고, 마치 껴안은듯이 쓰러져버린 슬비와 세하의 시신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
.
.
.
.
"자자~ 차원종들 전원 사라지고 평화를 얻은 기념으로! 한방 찍어보자구요~"
카메라의 카운트 10초를 누른채 앞에서 자세를 잡는 서유리가 있었다.
"아~ 끝이라고 생각하니 허무하군..."
제이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저벅저벅 걸어가 카메라 앞에서 검은양 팀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며 웃어보였다.
"형! 누나들! 자주 연락 하실거죠?!"
"테인아 당연한거 묻지말고 얼른 카메라 앞을 보며 웃어! 야! 이세하 너 클로저 끝날때까지도 게임만 할래?!"
"아 거참...알았다니깐..."
이슬비의 호통에 게임기를 주머니에 넣으며 카메라 앞을 바라본다.
파팡
카메라 셔터음이 울리며 검은양팀 5명이 기분좋다는 듯 웃고있는 사진이 출력된다.
그리고...그 사진은 오랜 시간이 흘러 쓰러져 버린 슬비의 안쪽 주머니에서 피에 범벅이 되어 땅으로 흘러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