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슬비테인이 꽁냥대는 소설,

에베레베렙 2015-08-29 2

언제나 그랬다. 어머니라는 그늘에 가려져 나는 잘해봤자 본전치기였다. 그래서인지 내겐 의욕따위 하나도 없었다.

 의욕없이 그러려니 하며 살아오던 중에 내가 게임에 빠지게 된 것은 언제였을까. 분명 어린 나이였었을 것이다.

그때에는 게임이 왜 그리 좋았었는지. 게임만이 삶의 낙이었던 그 때. 널 만났던 것은....행운이었을 것이다. 분명히.


검은 머리의 청년이 있었다. 그의 검은 여기저기 긁히고 부서져 엉망진창이었다. 그의 머리칼처럼 검은 그의 옷도 마찬가지로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그의 몸뚱아리는 돌바닥 위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의 몸 중앙에있는 뭐에 뚫린 듯한 상처에서는 피가 샘솟아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 죽음의 신이 그를 데려가지는 않았는지 희미한 목소리가 그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 .....눈이 너무 부신데. "

 

하늘에 떠있는 2개의 태양은 나의 눈을 비추고 있었다.

내리쬐는 태양빛은 눈이 부시기에 충분한 양이었다. 손을 들어 태양을 가리고 싶었으나 팔이 움직이지 않았다.

얼핏 보니 한쪽 팔이 떨어져 나가 마음대로 굴러다니고 있었다.팔이 떨어져 나가 피가 계속 흐르고 있지만 그다지 아프지가 않았다. 뇌에서 아프다는 느낌을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을 지도 모른다.

 

" ...이런 곳에서 죽으면 장례도 못 치를 텐데. "

 

내가 굴러다니는 곳은 외부차원이었다. 여기저기엔 이상한 식물들이 솟아나 있고, 노란 돌바닥.심지어는 하늘도 노랬다. 이런 곳에서 죽어버리면 시체도 못 찾을 거야. 죽어도 네 곁에서 죽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미리 사과할게. 어차피 들리지도 않겠지만.

 

" ....미안하다. "

 

넌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아기와 놀아주며 해맑게 웃고 있을까? 군침도는 음식을 만들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있을까? 미뤄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을까. 궁금하네. 아침에 날 배웅해주던 네 모습이 뇌에서 떠나지를 않아서 평소같으면 헤벌쭉 웃으며 돌아다녔겠지만, 지금은 웃을 힘도 없어.


난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 내가 죽을 것임을. 그러나 바람에 섞여들어오는 불안감을 애써 무시했던게 화근이 되어 버린 것 같아선지 마음이 편치를 못했다. 그때에, 너에게 아프다고 말하고 하루 쉬었으면 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적어도 이렇게 빨리 죽지는 않았을 것 같아. 점점 몸이 싸늘해지는 것 같아 좀 춥네.

미칠 듯이 내리쬐는 햇빛 때문에 몸이 차가울 리가 없는데 말이지. 점차점차 죽어가는게 느껴져.


작게 바람이 일었다. 살랑대며 피부를 스치는 바람은 아무 느낌도 싣지 못했다.

어디선가 자그마한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휴대폰 알람음이었다. 이 노래는 차원전쟁이 일어나기 한참 전에 유명했다던 한 밴드가 유일하게 터뜨린 곡이었다. 그 밴드는 차원전쟁 도중 밴드 멤버가 모두 죽었다, 차원종 때문이었다.


[ 이젠 더이상 힘이 없네요- ]


약간 우울한 사운드가 작게 울려퍼졌다. 나도 그래. 힘이 없어.


[ 당신이 보고 싶어서. ]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어.


[ ....죽을지도 몰라요. ]


툭.


그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약간 들렸던 팔은 허무하게 허공을 그으며 무너져내렸다.

그의 눈이 감겼다. 더이상 저 눈꺼풀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죽었다. 그의 몸은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다. 그의 명줄은 땅에 떨어졌고,


그의 몸은 그저 싸늘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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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xx년 x월 x일. 정식요원 이세하. 사망. ]


[ 사인 : 관통상에 의한 과다출혈 ]


거짓말,거짓말이다. 그가 그리 쉽게 죽을리가 없다. 내가 사랑했던 그가, 죽다니.

헛소리다. 그는 돌아올 것이다. 지금이라도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잘 있었냐고 상냥하게 말해줄 것이다.


지끈.


머리가 지끈거렸다. 종이를 구긴 후 내던지고 주저앉아 현실을 부정했다. 리가 너무 아파 눈물이 찔끔 새어나왔다.

아니. 계속해서 흘렀다. 머리로는 그의 죽음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미 가슴은 깨닫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실은 그의 죽음을 예감하고 있었을 것이다. 아침에 불어온 바람에 그런 느낌이 실려 있었다, 그러나 애써 무시했었다. 자신이 너무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었었다고, 그렇게 말하고는 그를 배웅했었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소식을 들고 온 사람의 바지를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 .....거,거짓말이지? 응? 미스틸. 이거....거짓말이지? 나 놀리는 거지? "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의 은색으로 빛나는 머리는 평소보다도 더욱 우울해보였다.

그리고 그 몸짓의 의미를 깨닫는데엔 단 1초도 걸리지 않았다.


" ...그,그런....말도...안...돼......"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안에서 뭔가 부서지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온 세상이 칠흑이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또한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눈물은 뺨을 타고 하염없이 흘렀다. 푸른 눈엔 생기가 싹 사라졌다.

세상에 다시금 남겨졌다. 그는 사라지고 그의 아이와 함께 이 어둠에 남겨져 버렸다.

이윽고 그녀의 몸도 또한 무너졌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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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덜컥.

쿵.


문이 닫혔다. 은발의 청년은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문 옆에 있던 커다란 창을 집어들고 아파트 복도를 걸었다.

그의 발걸음은 얼마 못 가 멈추고 그는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죽었다. 아이와 함께. 그녀의 마지막 표정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숙인 고개를 들고는 미1친듯이 웃어댔다. 그의 웃음소리는 아파트 복도에 울려퍼졌다.

이윽고 웃음을 멈춘 그는 말했다.


" .....칼바크 놈의 말이 틀린게 하나도 없었군. "


그의 창이 달빛을 받고는 한순간 핏빛으로 빛났다. 그는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창에 묻은 혈흔을 닦아낸 후 손수건을 복도에 떨어뜨리고는 느릿느릿 걸어가며 말했다.


" .....난 미스틸테인. 양의 배를 가르는 창. "


이윽고 복도에는 그가 떨어뜨린 손수건만이 가만히 존재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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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냥대는거 없으니까 돌아가.

2024-10-24 22:38:4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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