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세하의 위상력 -19-

이케아라 2015-08-15 5

맨 처음 위상력을 손에 넣었을 때,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위상능력자들은 차원종과 같은 힘을 갖게 돼버렸다는 사실에 극도의 자기혐오감에 시달려야했다.

실수로 힘을 발현해버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힘을 제어하지 못해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까지 죽여 버리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하게 만드는 위상력 존재는 차원 종에게 대항할 수있는 희망을 주었지만, 정작 그 능력을 얻어버린 위상능력자에겐 절망이나 다름없었다.

생각해봐라. 그동안 영화나 소설 속에서나 상상할 수 있었던 힘을 실제로 손에 넣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 이제 내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를 수 있다는 기대감? 이제 난 평범한 사람이 아닌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는 우월감? 절대 아니다.

평범하게 살고, 평범하게 죽을 운명인 인간이 이런 능력을 손에 넣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자괴감과 절망감밖에 없다.

적어도 차원전쟁이라는 재앙을 겪었던 우리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

 

-제임스 로빈의 일기 일부.

 

궁수와 검사.

 

이 두 명의 전사들이 전투를 벌인다면 누구의 승리로 결착이 날까?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두 사람의 거리가 어떠냐에 다르겠지.

근접이라면 검사가, 원거리라면 궁수가 승리를 쟁취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두 가지의 무기는 서로 다른 거리에서 적을 쓰러트릴 수 있도록 발명된 물건이니까 말이다.

 

하지만그 전사들이 위상능력자라면? 반사 신경만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탄알을 회피할 수 있고, 위상력으로 자신의 신체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그들이라면 쓰고 있는 무기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한 스타일의 전투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세하와 제임스의 전투는 무기의 특성에 의한 불리함을 잊게 만들어 줄 정도 였다.

 

 

!! 키캉!

 

 

거대한 도신의 깃털 검과 칠흑의 활이 부딪히며 무심코 귀를 막아버릴 정도의 폭음을 흘려댔다.

본래대로라면 있을 수 없는 활과 검의 근접대결.

하지만 제임스는 자신의 무기인 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휘두르며 대봉을 다루는 듯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신체적인 능력과 힘의 위력은 라움의 위상력을 부여받은 세하가 훨씬 유리했지만, 수십 년이 넘는 세월동안 전투를 계속해온 제임스는 자신의 전투경험을 살려서 세하의 공격을 노련하게 회피하고,

최소화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를 입진 않았다.

 

"!!"

 

세하가 불쾌한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며 검을 휘둘렀다.

아름다운 원을 그리며 허공을 가른 세하의 검은 제임스의 몸을 향해 사납게 돌진해갔지만,

제임스는 그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회피한 뒤, 순식간에 거리를 벌려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이런...!"

 

동작을 크게 한 탓에 제임스가 거리를 두는 걸 그대로 내버려둔 세하는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5발의 화살을 보고 이를 악 물었다.

단 몇 초 만에 이런 식으로 공격을 감행한 그의 실력에 내심 감탄하면서도 세하는 손에 들린 검을 강하게 쥐어 잡고 위상력을 집중했다.

 

"하앗!!"

 

세하의 검이 지면에 박히더니, 용암 같은 염화를 뿜어댔다.

물체의 변환단계를 순식간에 무시해버릴 정도로 뜨거운 열을 내뿜는 푸른 화염은 세하를 노리고 날아오는 화살을 전부 소멸시킨 뒤, 제 역할이 끝난 듯 바로 소화돼버렸다.

제임스의 공격을 어찌어찌 방어한 세하는 쓴웃음을 지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상대를 너무 얕잡아봤나... S급 요원이라 길래 기껏해야 김 기태 아저씨 정도의 실력자라고 생각했는데 이거야 원...'


강남의 사태를 초래한 주범 중 한명인 김 기태는 비록 A급 요원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 실력만큼은 S급 요원에 필적할 정도라고 했다.

세하는 데미플레인에서 아스타로트의 부하로 들어갔던 김 기태와 전투를 해봤기 때문에 김기태의 실력은 S급 클로저의 평균 실력으로 잡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의 예상을 비웃듯 제임스 로빈이라는 S급 클로저는 김 기태와는 비교도 할 수없는 실력으로 자신을 농락하고 있었으니 세하가 짜증을 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아직 일세."

 

위에서 나직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세하가 반사적으로 검을 들어 몸을 방어했다.

다름이 아니라 엄청난 중량을 지닌 투창들이 덮쳐왔던 것이다.

 

"으윽!!"

 

깃털 검을 뒤덮는 투창의 폭격에 맞서기 위해 세하는 몸을 살짝 숙이고 검을 방패삼아 위로 쳐들었다.

안간힘을 써서 공격을 막는 데는 성공했지만, 검의 넓이 때문에 미처 다 막지 못한 창이 신체부위를 스치면서 상당한 부상을 입어버렸다.

하지만 온몸이 피로 뒤덮여져도 세하는 오히려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위를 쳐다봤다.

 

"찾았다...!"

 

마치 사나운 맹수가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눈동자를 빛낸 세하는 제임스마저도 오금을 저릴 정도로 잔인한 미소를 짓자마자 위에 있는 모든 사물을 향해 일섬을 내뿜었다.

그 자체로 무거운 질량을 지니고 있는 것 같은 빛 덩어리가 제임스가 있던 지하실 상공은 물론, 위에 설치되 있던 시설들까지 순식간에 소멸시켜버렸다.

제임스는 사이킥 무브로 전이해서 공격을 피하는 데엔 성공했지만, 세하가 저지른 공격의 범위와 위력에 넋이 나간 듯 입을 크게 벌린 상태였다.

세하는 그 틈을 노려 다리에 위상력을 둘러 사이킥무브를 준비한 뒤, 신속(神速)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의 속도로 달려다가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이런!"

 

반사적으로 자신의 무기인 활을 들어 공격을 받아냈지만, 바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한 제임스는 온몸을 후려치는 고통에 절로 인상을 찌푸리며 피를 토했다.

세하의 검을 받아낸 활이 충격을 다 흡수하지 못하고 제임스의 몸 구석구석에 전달해버렸기 때문이다.

 

'설마 실드뿐만이 아니라 모듈까지 부숴버릴 줄은 몰랐군...'

 

제임스는 세하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는 찰나의 순간동안 자기 무기의 상태를 분석하며 혀를 찼다.

클로저의 무기는 주체가 되는 도구에 모듈과 실드 등을 장착해서 공격력을 올리고, 그 무기를 사용하는 인간의 주위에 방어막을 생성시켜서 차원종과의 전투를 보조한다.

하지만 제임스는 세하의 검압 한방에 자신의 무기가 산산조각이 나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어쩔 수 없군.'

 

빠른 판단력으로 이 이상의 전투는 불리하다는 걸 파악한 제임스는 다리에 위상력을 강하게 집중시켜 사이킥무브를 시전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짓을 놔둘리 없었던 세하가 눈을 번뜩이며 크게 소리쳤다.

 

"놔둘까보냐!!"

 

한 점의 군더더기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한 참격이 제임스의 몸을 향해 날아갔다.

그는 사이킥무브의 실행 도중에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세하의 참격을 몸에 허용할 수밖에 없었지만 순간적으로 몸을 뒤틀어서 자기 몸이 양단이 되는 최악의 사태만은 회피할 수 있었다.

 

"!"

 

그는 그렇게 짧게 고통을 호소하곤 그대로 순간이동을 하듯이 사라져버렸다.

순식간에 목표물을 잃어버린 세하는 흉악한 표정으로 그를 뒤쫓으려고 했지만, 자신의 발치에 뭔가가 닿은 느낌이 들었다.

 

'뭐야?'

 

설마 도망치는 와중에도 폭탄 같은 함정을 던져놓은 건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고개를 내려다보니, 그곳엔 세하의 예상을 뛰어넘는 물건이 나뒹굴고 있었다.

 

"...?"

 

깔끔하게 잘려나간 제임스의 왼팔이 피 흘리지 않은 상태로 세하의 시야에 들어왔다.

세하는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팔을 들어 올려 자세히 살펴본 뒤, 어이없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의수(義手)를 달고 다녔을 줄이야..."

 

세하를 당황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제임스의 신체였던 것으로 추정되는 기계 팔 이었다.

 

 

 

************************

 

 

 

"...이거 큰일이군."

 

세하와의 격전지에서 겨우 탈출한 제임스는 허전해진 자신의 왼팔을 쓰다듬으며 그렇게 한탄했다.

제임스는 세하가 신체적인 스펙이나 위상력의 질이 자신보다 훨씬 강해졌기 때문에 이길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은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전투경험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시간을 끄는 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세하의 힘은 자신의 경험으로도 동수를 겨루지 못할 만큼 크게 강화 돼버렸다. 시설이 부서진 건 물론 자신의 무기까지 한 합에 박살을 내버렸을 정도니까 말이다.

 

"어쩔 수 없지."

 

자신을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는 세하를 멀리서 지켜본 제임스는 한숨을 푹 쉬며 무전기를 꺼내 말했다.

 

"계획 변경이다. 지금 당장 차원 문을 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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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 몸에 상처를 낼 수 있을 줄은......"

 

애쉬와 더스트는 둘이 동시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자신들의 발을 뚫어버린 쇳덩어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차원압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한 힘을 낮춰서 현현했다곤 해도 이렇게 직접적으로 공격을 허용해버릴 줄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움직임을 제한당한 애쉬와 더스트는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봤다.

 

"총공격!!!"

 

"우와아아아아아아아!!!"

 

천지를 뒤흔들법한 노성이 발생한다.

단 수 백명의 인간들이 발하고 있는 투기와 사기가 눈앞의 적을 처치하고야 말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들을 향해 날아오는 수십 발의 이 능력과 수백 명의 위상능력자들을 쳐다본 애쉬와 더스트는 잠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미소를 지으며 서로간의 손바닥을 포개었다.

 

"이런데서 위상력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네."

 

"어휴~ 내 소중한 낭군님한테 줄 힘을 이런데서 쓰고 싶진 않았다고~"

 

말투는 암울하고 절망적이었지만, 사람을 해한다는 행위를 한다는 사실에 본능적으로 환희를 띄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이질적이었다.

서서히 증대해가는 불길한 입자들이 차원 종 남매의 몸을 중심으로 서서히 그 크기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일격필살의 공격을 날린 클로저들의 공격에 직격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라질 기색을 찾아볼 수없는 먼지들이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저건...!"

 

공격을 멈추고 땅으로 착지한 제이가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어가며 애쉬와 더스트의 행동을 주시했다.

전신을 타고 올라오는 검은색 위상력과 그들이 서있는 곳을 중심으로 세계가 일그러지는 환상이 보일정도의 감각.

소년병 시절부터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전쟁의 트라우마가 죽음을 확신케 만들었다.

 

 

"당장 공격을 중지해!! 도망쳐!!"

 

 

이제껏 이런 식으로 소리를 지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의 괴성이 제이의 목청에서 터져 나왔다.

곁에 있던 검은 양 팀도 지금까지 본적이 없는 제이의 긴장된 모습에 식은땀을 흘리며 저절로 공격을 중단했다.

 

"후퇴!! 후퇴해라!!"

 

제이와 마찬가지로 본능적인 위험을 감지한 클로저들이 하나둘씩 자리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전투의 끊고 맺음이 확실한 그들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재빨리 안전하다고 생각된 지점까지 후퇴했지만, 정작 애쉬와 더스트는 그들의 도망을 눈앞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자신들의 힘을 집중할 뿐이었다.

압축과 응집을 반복해가는 불길한 기운은 한계까지 차올라 차원 종 남매의 몸은 물론 그들이 서있는 공간 자체를 까맣게 물들게 만들었고, 애쉬와 더스트는 그렇게 모인 힘을 해방하듯이 두 팔을 벌렸다.

 

"Ashes to ashes, dust to dust."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돌아가라.)

 

나직하게 울려 퍼지는 진혼 시.

사람의 넋을 기리고 명복을 빌어주기 위해 사용되는 시의 구절이 끝나자마자 애쉬와 더스트를 중심으로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쳤다.

 

"크아아아악!!!"

 

"도망을...! 커헉!"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클로저들이 경악에 찬 표정으로 비명을 지으며 도망을 치려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폭풍의 소음에 묻혀 그대로 사라져버렸고, 그 대신 불길한 검은 입자들이 몸 안으로 침투해 클로저들의 몸을 감염시키기 시작했다.

 

"미스틸! 빨리 방벽을!"

 

"!!"

 

미스틸이 제이의 말을 듣고 자신의 창을 땅에 박은 뒤 위상력을 집중시켜 원형의 방벽을 전개시켰다.

보호막 안에 있는 사람들의 능력치를 증폭시켜주고 외부에서의 공격을 무효화 시키는 이 기술은 상당히 유용하기 때문에 적과의 전투에서 주로 사용되지만, 순수하게 공격을 방어하는 용도로는 쓴 적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공격을 방어하지 못한다면 틀림없이 죽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으윽!!"

 

사납게 돌진해오는 모래바람이 이 일대를 완전히 뒤덮어버린다.

보호막 바깥을 보고 있는 시야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들어버렸을 정도의 대재앙.

검은색의 먼지바람과 보라색의 업화는 생명의 존재를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공기를 가르는 포효소리를 내지르며 세차게 휘몰아칠 뿐이었다.

이미 죽어 시체가 된 대부분의 클로저들이 공중에 날려져 폭풍의 일부가 되는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애쉬와 더스트는 코웃음을 치며 어깨를 으쓱였다.

 

"생각보다 위력이 덜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놈들을 붙잡아두기엔 충분하겠지?"

 

"그래~ 괜히 이런데서 힘 빼지 말고 얼른 돌아가자. 이제 슬슬 차원 문이 열릴 시간이니까~ 꺄핫! 벌써부터 기대되는 걸?"

 

두 명의 S급 차원 종은 그 말만을 남기고 아직까지 폭풍 속에서 죽어가고 있는 클로저들을 뒤로한 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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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본부의 최하층엔 두 가지 종류의 중요시설이 숨겨져 있다.

하나는 세하가 인체실험을 당하고 있었던 비밀 실험실. 이 실험실은 유니온에서도 아는 이가 극소수이기 때문에 별다른 정보가 새어나가진 않았지만,

다른 중요시설은 의외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었다.

 

"그러니까... 여기가 유니온의 무기를 보관하고 있는 창고였다....는 거죠?"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말한 오 세린을 보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여 긍정했다.

유니온에서 개발한 대() 차원 종 병기는 물론 현대 무기인 전투비행기도 보관할 수있을법한 크기의 거대한 공간.

하지만 지금 이곳을 차지하고 있는 건 100여명 남짓의 위상능력자들 뿐이었다.

 

"굳이 이런 수고를 들여가면서까지 저희들을 여기까지 옮기다니... 테러리스트들은 저희들을 공개처형이라도 시킬 생각인걸까요."

 

만약 그들이 순수하게 위상능력자들을 몰살하기위해 쳐들어온 것 이라면 여기 있는 전원을 그 자리에서 사살했을 것이다.

하지만 의문을 품은 요원들의 말대로 이런 곳까지 끌고 왔다는 건 뭔가 다른 목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런 비관적인 미래예측보다 탈출을 하는게 가장 중요할 겁니다. 이중에 전투능력이 있는 클로저는 계십니까?"

 

누가 봐도 중상자라는 걸 알 수있을법한 모습의 다니엘이 그렇게 말했다.

전투계열의 클로저는 검은 양 팀과 마찬가지로 차원종과의 전투에 투입되는 이 능력자들이다.

두꺼운 벽도 쉽게 부술 수 있는 그들이라면 이런 창고에서 빠져나와 테러리스트를 제압하는데 큰 활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를 져버리 듯 몇몇 클로저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이 창고는 저희 같은 위상능력자의 위상력을 흡수하는 장치가 설치돼있는 것 같습니다. 힘을 쓸 수가 없어요."

 

"...!"

 

오 세린도 그의 말을 듣고 정신을 집중시켜 텔레파시를 시도해봤지만,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역시 테러리스트들이 괜히 저희들을 이곳에 가둬둔게 아니었군요. 설마 위상력을 흡수하는 기술까지 가졌을 줄은..."

 

위상력 이라는 건 근력과는 다른 원리로 작용하는 힘이지만, 사람의 몸에 내재되어있는 힘이기 때문에 쉽게 빼앗을 수 있는건 아니다.

근력이야 사람에게 무거운 걸 쥐여 주면 자동적으로 소모될지도 모르지만, 위상력은 위상능력자의 사용의지가 필수불가결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흡수할 수 없다.

 

'그런 위상력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은 기껏해야 유니온밖에 없을 텐데 언제 이런 준비를... 잠깐, 유니온?'

 

마음속으로 테러리스트들의 행동력에 감탄했던 오 세린은 유니온과 테러조직의 연관성을 떠올렸다.

 

"저기... 혹시 테러조직이 침공해 왔을 때 경비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나요?"

 

유니온에서 테러조직의 침입에 어떻게 대등했는지 확인하기위해 세린이 그렇게 질문을 던지자, 유니온의 시스템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던 클로저가 기억을 되짚은뒤 대답했다.

 

". 그러고 보니까 유니온 상부에서 며칠 전부터 대리로 업무를 확인해줄 인력을 투입했다면서 저를 비롯한 대다수의 요원들을 쉬게 해주셨어요."

 

"세상에... 그럼 그 인력들이 테러조직의 침입을 방관했던 거야?"

 

"어쩌면 그들이 테러조직이 미리 심어둔 스파이였을 지도..."

 

그의 말을 들은 클로저들이 황당한 표정으로 저마다의 감상을 말했다.

그가 말한 내용만 들어보면 유니온이 투입한 대리업무원들이 이번 사태를 초래한 주범이었으니까.

물론 그들을 투입시킨 유니온도 잘못은 있지만, 이번 침공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유니온 본부일 테니 유니온 상부의 실수를 책망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중 거의 유일하게 테러조직과 유니온의 관계를 잘 알고 있는 오세린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 협력관계인 유니온과 테러조직이 서로간의 묵인 하에 침공을 저지르다니....! 대체 무슨 속셈이지?'

 

오 세린은 지금까지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유니온과 테러조직이 서로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

테러조직은 유니온에서 제공받은 칼바크의 가방으로 소란을 피우고, 유니온이 멋지게 나서서 그 문제를 해결한 뒤 악의 주범인 테러조직을 붙잡는다.

이런 식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세린의 예상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 쿠광!!!

 

그렇게 세린이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정리하고 있었을 때, 밖에서 시끄러운 폭발음이 들려왔다.

 

"...! 뭐야!"

 

"꺄악!"

 

소리에 놀란 클로저들이 짧은 비명을 질러댔다.

멀리 문밖에 있던 철제 문이 부서져 파편이 튀었기 때문이다.

 

"~ 역시 이곳은 예나지금이나 쓸데없이 넓다니까? 좀 작게 만들어주면 어디가 덧나나..."

 

폭발로 인해 생긴 연기 속에서 투덜대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한손엔 건 블레이드를, 다른 한쪽 손엔 무장한 군인으로 보이는 인물을 포승줄로 포박한 채 질질 끌고 있었는데,

그녀의 모습을 본 클로저들이 환희에 찬 표정을 지으며 안도했다.

다름이 아니라 유니온의 정식 요원 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저 분은...!"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세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투덜대는 표정으로 쓴웃음을 머금고 있었지만, 그 얼굴은 마치 여신과 같았고, 허리까지 가는 긴 머리카락은 움직임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포니테일로 정돈되어있었고,

그 헤어스타일 때문에 얼굴의 윤곽이 도드라져 미형의 얼굴이 더 강조됐다. 언뜻 보기엔 전형적인 동양풍미녀였지만, 멀리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당기는 신비한 매력을 소유한 인간이었다.

어디선가 그녀의 얼굴을 본 것 같았던 세린이 기억을 되짚어가며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작게 중얼거렸다.

 

"...지수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인물은 과거 재앙이라고까지 불린 마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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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오류때문에 글자크기변경을 할 수가 없더군요. 나중에 다시 수정을 할테니 글씨가 작더라도 양해해주세요.

(2015.8.15)


요즘들어 조회수가 너무 낮은 것 같아 좀 슬프네요 걍 조아라에 올릴까.

2024-10-24 22:38:1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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